[특파원리포트] 탑승객 이름 없는 항공권? 코로나19와의 싸움

입력 2020.02.16 (14:13) 수정 2020.02.16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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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밤, 중국 랴오닝(遼寧) 성도인 선양(瀋陽)에 있는 타오셴(桃仙) 국제공항이 오랜만에 정적을 깨고 떠들썩했다.

붉은색 복장에 마스크를 쓴 랴오닝성 의료지원단이 대오를 맞춰 출정식을 했다. 목적지는 코로나19 발원지인 후베이성(湖北省) 샹양(襄陽)이다. 우한(武漢)에서 차로 3-4시간 떨어진 곳이다.

지난 10일, 샹양으로 떠난 랴오닝성 의료 지원단 1진 83명에 이어 2진 200여 명이 이날 출발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손에 쥔 탑승권에는 어찌 된 일인지 이름이 없이 공란으로 비어 있었다. 이름만 빼고 편명과 탑승 시각, 도착지, 좌석 번호는 그대로 모두 기재된 정상적인 탑승권이다. 이유는 후베이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의료진을 긴급 소집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집결 시간이 촉박한 데다 각 병원과 의료기관에 있는 흩어져 있는 의료진의 명단을 신속하게 바로 뽑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집결하는 대로 이름과 상관없이 후베이로 보내지는 상황이다.

코로나19와 전면전을 치르고 있는 지금 중국의 상황을 그대로 상징하고 있다.


이들을 후송하는 남방항공 직원도 탑승권을 출력할 때 아는 게 없으니 이름을 뭐라고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이 전쟁터로 떠나는 무명의 용사요, 백의의 천사라는 사실에 감사하고 이들을 가는 동안만이라도 편안하게 갈 수 있도록 서비스에 최선을 다하는 게 자신들의 임무라도 말한다.

잉커우(營口)에서 온 인솔자에 따르면, 잉커우 의료지원단은 당일 오전 10시 반, 샹양으로 가는 의료지원단을 소집하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곧바로 소집해서 11시쯤 잉커우를 출발해서 짐도 미처 챙기지도 못했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많은 단원은 사랑하는 가족과 작별 인사조차 못 하고 떠나왔다고 한다.


이번에 파견된 의료진은 모두 233명으로 구성됐다. 랴오닝성 인민병원을 비롯해 중국 의과대학 부속 셩징병원, 중국 의과대학 부속 제4 병원 등 6개 의료기관에서 선발된 의료진으로, 전공은 주로 호흡기와 감염과 소아과 의사들이다. 지금까지 전 중국에서 2만여 명의 의료진이 코로나19 전염병과 사투를 벌이는 최전선인 후베이로 향했다. 이들은 어쩌면 돌아올 수 없는 길을 선택하면서도 삭발까지 하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총성 없는 전쟁터로 떠나는 무거운 분위기 속 비행기 안에서 버스 안에서조차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후베이의 사정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의료진들이 주변에 마스크 등을 구걸해야 할 정도이고 일부 병원 직원들은 다 닳은 마스크에 테이프를 붙이고 신발을 비닐봉지에 감싸가며 일하는 실정이다. 의료진 감염도 심각하다. 2월 11일 24시 현재 전 중국 의료진 가운데 1,716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는 전국 확진 환자의 3.8%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6명은 불행하게도 사망했다. 특히 후베이에서 활동하는 의료진 1,502명이 감염이 확인됐고 이 가운데 우한에서만 1,102명에 달한다.


이들이 떠나는 날 밤, 선양에는 오랜만에 하얀 눈이 내렸다. 이들을 태운 CZ5243 전세기는 당일 19시 39분에 샹양 리우지(劉集) 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 그리고 뒤이어 CZ5245 전세기도 20시 5분 현지에 도착했다。이들에게도 분명 돌봐야 할 가족이 있고 사랑하는 형제자매가 있겠지만 자신 보다 남을 더 사랑하는 그 선한 마음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이들이 아무쪼록 무사히 소명을 마치고 사랑하는 가족에게 돌아오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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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탑승객 이름 없는 항공권? 코로나19와의 싸움
    • 입력 2020-02-16 14:13:58
    • 수정2020-02-16 14:15:32
    특파원 리포트
지난 14일 밤, 중국 랴오닝(遼寧) 성도인 선양(瀋陽)에 있는 타오셴(桃仙) 국제공항이 오랜만에 정적을 깨고 떠들썩했다.

붉은색 복장에 마스크를 쓴 랴오닝성 의료지원단이 대오를 맞춰 출정식을 했다. 목적지는 코로나19 발원지인 후베이성(湖北省) 샹양(襄陽)이다. 우한(武漢)에서 차로 3-4시간 떨어진 곳이다.

지난 10일, 샹양으로 떠난 랴오닝성 의료 지원단 1진 83명에 이어 2진 200여 명이 이날 출발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손에 쥔 탑승권에는 어찌 된 일인지 이름이 없이 공란으로 비어 있었다. 이름만 빼고 편명과 탑승 시각, 도착지, 좌석 번호는 그대로 모두 기재된 정상적인 탑승권이다. 이유는 후베이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의료진을 긴급 소집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집결 시간이 촉박한 데다 각 병원과 의료기관에 있는 흩어져 있는 의료진의 명단을 신속하게 바로 뽑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집결하는 대로 이름과 상관없이 후베이로 보내지는 상황이다.

코로나19와 전면전을 치르고 있는 지금 중국의 상황을 그대로 상징하고 있다.


이들을 후송하는 남방항공 직원도 탑승권을 출력할 때 아는 게 없으니 이름을 뭐라고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이 전쟁터로 떠나는 무명의 용사요, 백의의 천사라는 사실에 감사하고 이들을 가는 동안만이라도 편안하게 갈 수 있도록 서비스에 최선을 다하는 게 자신들의 임무라도 말한다.

잉커우(營口)에서 온 인솔자에 따르면, 잉커우 의료지원단은 당일 오전 10시 반, 샹양으로 가는 의료지원단을 소집하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곧바로 소집해서 11시쯤 잉커우를 출발해서 짐도 미처 챙기지도 못했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많은 단원은 사랑하는 가족과 작별 인사조차 못 하고 떠나왔다고 한다.


이번에 파견된 의료진은 모두 233명으로 구성됐다. 랴오닝성 인민병원을 비롯해 중국 의과대학 부속 셩징병원, 중국 의과대학 부속 제4 병원 등 6개 의료기관에서 선발된 의료진으로, 전공은 주로 호흡기와 감염과 소아과 의사들이다. 지금까지 전 중국에서 2만여 명의 의료진이 코로나19 전염병과 사투를 벌이는 최전선인 후베이로 향했다. 이들은 어쩌면 돌아올 수 없는 길을 선택하면서도 삭발까지 하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총성 없는 전쟁터로 떠나는 무거운 분위기 속 비행기 안에서 버스 안에서조차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후베이의 사정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의료진들이 주변에 마스크 등을 구걸해야 할 정도이고 일부 병원 직원들은 다 닳은 마스크에 테이프를 붙이고 신발을 비닐봉지에 감싸가며 일하는 실정이다. 의료진 감염도 심각하다. 2월 11일 24시 현재 전 중국 의료진 가운데 1,716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는 전국 확진 환자의 3.8%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6명은 불행하게도 사망했다. 특히 후베이에서 활동하는 의료진 1,502명이 감염이 확인됐고 이 가운데 우한에서만 1,102명에 달한다.


이들이 떠나는 날 밤, 선양에는 오랜만에 하얀 눈이 내렸다. 이들을 태운 CZ5243 전세기는 당일 19시 39분에 샹양 리우지(劉集) 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 그리고 뒤이어 CZ5245 전세기도 20시 5분 현지에 도착했다。이들에게도 분명 돌봐야 할 가족이 있고 사랑하는 형제자매가 있겠지만 자신 보다 남을 더 사랑하는 그 선한 마음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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