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완치자 혈액으로 백신 제조…전문가 답변은?

입력 2020.02.17 (08:00) 수정 2020.02.17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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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들 가운데 완치됐다는 희소식이 속속 들려옵니다. 마침 관련 뉴스를 같이 보던 초등학생 딸 아이가 말합니다. "저 사람들 혈액으로 백신을 만들면 되겠네." 딸은 최근 친구들과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인한 국가 재난상황을 다룬 영화를 본 뒤였습니다. 해당 영화에서는 완치된 어린이의 혈액을 통해 백신이 개발됩니다.

이 외에도 인류를 위협하는 새로운 바이러스 감염에서부터 살아남은 주인공의 혈액이 인류의 희망이 되는 영화 많이 보셨을 겁니다. 그 때문인 지 완치자의 혈액으로 '코로나19'를 해결하자는 댓글이 종종 눈에 띕니다.

완치자들의 혈액으로 백신을 만들 수 있을까요?


병을 앓고나면 우리 몸은 그 병원체에 대한 면역력을 갖게 됩니다. 항체가 우리 몸의 면역 체계 속에서 관련 병원체(항원)에 대한 정보를 저장하고 다시 침투할 경우 싸우게 되죠. 'Y' 형태인 항체의 기능은 크게 두 가집니다.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이 새로운 병원체를 파악하도록 하는 것과 병원체를 파괴하는 겁니다.

항체는 바로 혈장에 존재합니다. 질병관리본부 건강포털을 보면, 사람의 혈액은 적혈구와 백혈구, 혈소판 등의 세포성분과 액체성분이 혈장으로 구성돼있습니다. 혈장은 혈액 부피의 55% 정도를 차지합니다. 혈장의 90%는 물입니다.

15일 기준으로 지금까지 국내 '코로나19' 완치자는 9명.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아야 완치판정을 받습니다. 대신 이들의 혈액 속에는 앓았던 '코로나19'에 대한 항체가 생겼거나 생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최원석 교수는 "그 분들이 만들어내는 항체를 갖고 백신을 만드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백신은 바이러스를 억제할 수 있는 항체를 유도할 수 있는 항원을 몸에 넣을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바이러스 없이 항체만으로 백신 못 만들어

정리하자면, 완치자의 혈액 속 항체로는 백신을 만들 수 없습니다. 항체를 생기게 한 원인 물질(항원)이 필요합니다. 최근 분리해낸 '코로나19'의 바이러스 입니다. 백신을 개발하려면 일단 화학적, 유전적으로 바이러스의 독성과 증식을 억제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이런 방법보다 시간이 적게 들고 안전한 방법이 사용됩니다. 국제백신연구소(IVI) 연구개발담당 사무차장 송만기 박사는 "최근의 신종감염병 백신의 개발 전략은 DNA나 RNA,재조합바이러스 등 주로 플랫폼을 기반한다."고 말했습니다.

송 박사는 다만 "완치자의 혈액에서 '코로나19' 항체를 생산하는 B세포의 유전자 정보로 바이러스의 항체 특성을 분석함으로써 효과적인 백신 개발에 활용할 수는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백신의 효능을 시험할 표준 물질을 만드는 데도 완치자의 항체는 요긴하게 쓰입니다. 아울러 '코로나19'에만 반응하는 항체를 분석함으로써, 이 항체처럼 다른 부작용 없이 '코로나19'에만 작용하는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습니다.

완치자 혈액의 쓸모는?


분명한 건 완치자의 혈액은 새로운 질병을 정복하기 위한 실마리라는 사실입니다. 의학계에서는 질병에 대한 적절한 치료방법이 없을 때 완치자의 혈액에서 분리한 항체(혈장)를 치료제로 투여해왔습니다. 1995년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했을 때, 당시 생존자의 항체로 치료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내에서도 2015년 메르스가 유행할 때 항체 치료를 시도한 바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항체가 내 몸안에서 그대로 작용할 지 100% 확신할 수 없습니다.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2015년 메르스 당시 항체를 치료에 활용했으나, 당시 항체가 메르스 방어 항체였는 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오히려 내 면역체계가 또 다른 외부물질로 파악해 과하게 공격하며 내 몸도 다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에서는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완치 환자의 혈장에서 분리한 항체를 사용해 효과를 봤다는 보도가 나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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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팩트체크K] 완치자 혈액으로 백신 제조…전문가 답변은?
    • 입력 2020-02-17 08:00:52
    • 수정2020-02-17 08:02:06
    팩트체크K
'코로나19' 확진자들 가운데 완치됐다는 희소식이 속속 들려옵니다. 마침 관련 뉴스를 같이 보던 초등학생 딸 아이가 말합니다. "저 사람들 혈액으로 백신을 만들면 되겠네." 딸은 최근 친구들과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인한 국가 재난상황을 다룬 영화를 본 뒤였습니다. 해당 영화에서는 완치된 어린이의 혈액을 통해 백신이 개발됩니다.

이 외에도 인류를 위협하는 새로운 바이러스 감염에서부터 살아남은 주인공의 혈액이 인류의 희망이 되는 영화 많이 보셨을 겁니다. 그 때문인 지 완치자의 혈액으로 '코로나19'를 해결하자는 댓글이 종종 눈에 띕니다.

완치자들의 혈액으로 백신을 만들 수 있을까요?


병을 앓고나면 우리 몸은 그 병원체에 대한 면역력을 갖게 됩니다. 항체가 우리 몸의 면역 체계 속에서 관련 병원체(항원)에 대한 정보를 저장하고 다시 침투할 경우 싸우게 되죠. 'Y' 형태인 항체의 기능은 크게 두 가집니다.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이 새로운 병원체를 파악하도록 하는 것과 병원체를 파괴하는 겁니다.

항체는 바로 혈장에 존재합니다. 질병관리본부 건강포털을 보면, 사람의 혈액은 적혈구와 백혈구, 혈소판 등의 세포성분과 액체성분이 혈장으로 구성돼있습니다. 혈장은 혈액 부피의 55% 정도를 차지합니다. 혈장의 90%는 물입니다.

15일 기준으로 지금까지 국내 '코로나19' 완치자는 9명.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아야 완치판정을 받습니다. 대신 이들의 혈액 속에는 앓았던 '코로나19'에 대한 항체가 생겼거나 생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최원석 교수는 "그 분들이 만들어내는 항체를 갖고 백신을 만드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백신은 바이러스를 억제할 수 있는 항체를 유도할 수 있는 항원을 몸에 넣을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바이러스 없이 항체만으로 백신 못 만들어

정리하자면, 완치자의 혈액 속 항체로는 백신을 만들 수 없습니다. 항체를 생기게 한 원인 물질(항원)이 필요합니다. 최근 분리해낸 '코로나19'의 바이러스 입니다. 백신을 개발하려면 일단 화학적, 유전적으로 바이러스의 독성과 증식을 억제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이런 방법보다 시간이 적게 들고 안전한 방법이 사용됩니다. 국제백신연구소(IVI) 연구개발담당 사무차장 송만기 박사는 "최근의 신종감염병 백신의 개발 전략은 DNA나 RNA,재조합바이러스 등 주로 플랫폼을 기반한다."고 말했습니다.

송 박사는 다만 "완치자의 혈액에서 '코로나19' 항체를 생산하는 B세포의 유전자 정보로 바이러스의 항체 특성을 분석함으로써 효과적인 백신 개발에 활용할 수는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백신의 효능을 시험할 표준 물질을 만드는 데도 완치자의 항체는 요긴하게 쓰입니다. 아울러 '코로나19'에만 반응하는 항체를 분석함으로써, 이 항체처럼 다른 부작용 없이 '코로나19'에만 작용하는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습니다.

완치자 혈액의 쓸모는?


분명한 건 완치자의 혈액은 새로운 질병을 정복하기 위한 실마리라는 사실입니다. 의학계에서는 질병에 대한 적절한 치료방법이 없을 때 완치자의 혈액에서 분리한 항체(혈장)를 치료제로 투여해왔습니다. 1995년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했을 때, 당시 생존자의 항체로 치료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내에서도 2015년 메르스가 유행할 때 항체 치료를 시도한 바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항체가 내 몸안에서 그대로 작용할 지 100% 확신할 수 없습니다.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2015년 메르스 당시 항체를 치료에 활용했으나, 당시 항체가 메르스 방어 항체였는 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오히려 내 면역체계가 또 다른 외부물질로 파악해 과하게 공격하며 내 몸도 다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에서는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완치 환자의 혈장에서 분리한 항체를 사용해 효과를 봤다는 보도가 나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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