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트럼프 들이받은 법무장관…진심? 법무부 독립성 휘청!

입력 2020.02.17 (12:01) 수정 2020.02.1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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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 트윗 좀 그만 하세요"

"대통령이 법무부 소관 사건에 대한 트윗을 이젠 멈출 때라고 생각합니다,(트윗 때문에)업무를 못하겠고, 법원과 검사들에게 진실성 있게 우리의 업무를 하고 있다고 납득시키는 것이 불가능합니다"(ABC 뉴스 인터뷰/2.14)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 트윗 때문에 일을 못하겠다며 공개 방송에서 대통령을 정면으로 들이받았습니다. 바 장관의 인터뷰가 방송되자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윌리엄 바 장관이?" "그럴 리가?"

특검 수사를 비롯해 트럼프 대통령의 가려운 곳을 빼놓지 않고 시원하게 긁어줘 왔던 바 법무장관이기 때문에 그의 대통령 공개 치받기는 충격적이었습니다. 트럼프의 충복, 핵심이란 칭호는 점잖은 편이고 '트럼프의 장난감(워싱턴 포스트2.12)으로까지 불리는 모욕을 감수하며 트럼프에 충성해온 바 장관이기 때문입니다.


충복 법무장관이 대통령에 항명성 발언한 이유는?

바 장관이 방송에서 대통령에게 트윗 그만하라고까지 대들게(?)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트럼프 대통령의 비선 측근 '로저 스톤'사건 때문입니다. 특검까지 불러온 이른바 러시아의 2016년 미 대선 개입사건에 연루된 스톤은 수사과정에서 증인 매수, 위증 등 7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일년 전 중 무장한 FBI 수사관들이 플로리다 그의 집을 습격해 체포해 나오는 장면은 상징적이었습니다.

검찰은 스톤에게 7~9년 형을 구형했는데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끼어들었습니다.


"불법적인 수사(뮬러 특검)에 당한 사람에게 9년이라는 말도 안 되는 형량을 구형하고 황급히 도망간 검사 4명은 도대체 누굽니까"

수사 자체가 불법 수사였고 스톤은 거기에 엮인 것이라는 얘긴데 트럼프 대통령 말 대로라면 뮬러 특검의 수사도 그렇고 그 결과에 따라 스톤을 기소한 연방검사들이 말도 안 되는 짓을 한 거란 얘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발 더 나갔습니다. 스톤이 유죄판결을 받으면 사면할 것인가? 라고 묻는 기자들에게 "아직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사면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겁니다. 자신의 논리대로라면 불법 가짜 수사에 말도 안 되는 형량을 구형받았는데 형이 확정되면 대통령 사면권으로 스톤을 풀어주지 않을 이유도 없어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은 검사들에게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로저 스톤 사건을 심리하고 판결을 내릴 에이미 잭슨 판사까지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로저 스톤 사건은 언급하지 않고 자신의 측근인 폴 매나포트 전 트럼프 선대위원장의 독방 구금을 문제 삼아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느닷없이 악명 높았던 전설의 갱 두목 알 카포네를 소환해 그도 못 버틸 독방 감금이라면서 트윗에 올린 글에서입니다.


대통령의 검찰 구형에 대한 강력한 불만 표명에 스톤을 기소한 연방검사 4명은 손을 떼겠다며 사퇴했습니다. 미 언론은 이를 항의의 뜻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법무부 독립성 논란(법무부 정치화)에 기름 부은 이는 윌리엄 바 법무장관 본인

외형상 독립적인(전통적으로) 법무부의 업무에 대통령이 끼어들었고 이에 법무장관이 직설적으로 대통령을 치받은 모양새로 보이는데,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윌리엄 바 장관 본인이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법무부의 권한을 사용해 온 전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법무부 사건에 일일이 개입해 일을 못 하겠다는 바 장관의 항명성 발언이 온전히 대통령을 치받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이윱니다.

앞서 살펴본 로저 스톤 사건도 연방검사들의 구형에 대통령이 불만을 표시하자 '끔찍하고 불공정하다'면서 구형량을 재검토하라고 바 법무장관이 지시했습니다. 대통령이 시키지 않았고 대통령 트윗 불평 전에 이미 결정된 일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를 온전히 믿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적한 대로 9년 형은 말도 안 된다는 불평에 법무장관이 맞장구치듯 형량이 과도하니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해놓고 자신은 또 그런 요구를 한 대통령을 치받은 겁니다.

미 언론을 비롯해 심지어 법무부 내부에서조차 바 장관의 직설적인 대통령 저격이 진정성이 과연 있느냐 의문을 제기하는 대목입니다. 바 장관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겁니다


스톤 사건 바로 직전에 트럼프 대통령의 초대 국가안보 보좌관이었던 '플린' 사건이 있습니다. 뮬러 특검 수사에서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러시아의 2016 미 대선개입 사건에서 러시아 측과 접촉하고도 그런 일 없다고 위증한 혐의로 기소됐는데 유죄를 인정하고 판결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 느닷없이 법무장관이 끼어들어 기소 내용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또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던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으로부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 가족의 부패 혐의 관련 정보를 받아 검토하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든 공개 발언을 통해서든 친구는 누구, 적은 누구라고 언급하면 친구에겐 방패를 정적에겐 칼을 겨누는 일이 반복돼왔습니다. 대통령이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줬다는 건데 그 정점에 이른바 독립성을 전통으로 여긴다는 법무부가 있고 그 수장은 바 장관입니다.


대통령 들이받기는 진심?

이런 전력을 갖고있는 바 장관이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을 방송에 나와 공개 저격했지만, 그 의도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높은 겁니다. 그래서 관심은 바 장관의 대통령 저격 인터뷰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쏠렸습니다.

평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 불충한 이들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아 왔습니다. 일부 언론에선 바 장관이 자리를 보전할 수 있을까? 하는 섣부른 염려까지 나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입니다.


"범죄 사건에 대통령이 자신(바 법무장관)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지시한 적이 없다고
법무장관은 말합니다.이건 대통령인 내가 지시할 법적 권한이 없어서가 아니라 지금까지 그렇게 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자신을 공격하는 이에게 무자비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의외로 자신을 공개적으로 치받은 바 장관에 대해 공격하거나 싫은 소리 하는 투가 아닙니다.

스테파니 그리셤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의 심기를 더 분명히 확인해줬습니다. "대통령은 바 법무장관을 전적으로 신뢰합니다. 대통령은 바 장관의 말에 전혀 거슬려 하지 않았습니다."

법무부 장관의 꼼수?

스톤 구형에 대통령이 불평하자 즉시 재검토하라는 자신의 지시가 외형상 법무부의 독립성을 송두리째 훼손해 버린 것 같은 모양새는 바 법무장관에게도 부담이었나 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고한 코미 전 FBI 국장 후임으로 대행을 맡고 있으면서 러시아 미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맡았던 맥케이브 전 FBI 국장 대행 사건이 있었는데 맥케이브 대행 역시 트럼프 대통령에겐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습니다.

맥케이브 대행은 힐러리 이메일 유출 사건, 러시아 미 대선 개입사건을 지휘했는데 이 과정에서 수사관들에게 거짓말을 한 혐의로 조사를 받아왔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 바 법무장관은 맥케이브를 기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나쁜 사람'소리를 들으며 강제 퇴임 당했고 그를 수사하라는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2년 가까이 수사가 이뤄져 왔는데 갑자기 그에 대해 기소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겁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워싱턴 DC 연방판사 레지 왈튼은 이 사건을 맡은 검사들에게 "대중들이 보고 있는데 백악관에서 나오는 코멘트는 해롭기만 하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백악관의 개입을 비판한 건데 그러면서 무슨 '바나나 리퍼블릭'(부패하고 불안정해 제대로 국가 역할을 하지 못하는 나라를 경멸적으로 이르는 말)이냐며 백악관의 압박을 힐난했습니다.(2.15.워싱턴 포스트 출처:정보공개법에 따른 자료)

대통령의 강한 압박에 시작한 수사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싫어할 줄 알면서도 바 장관의 대통령 치받는 방송 인터뷰와 함께 맥케이브 기소를 하지 않을 것을 발표한 것은 바 장관으로선 '자 봐라. 대통령 눈치 안 보고 법무부가 독립적으로 결정하잖아.' 이렇게 봐달라는 소리 같습니다.

하지만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형사 사건 수사는 기소가 끝난 사안조차 재검토하는 성의를 보인 바 장관의 전력으로 봐서 트럼프 대통령이 화낼 일이지만 맥케이브 사건을 기소하지 않은 것도 법무장관의 정치적 판단, 즉 꼼수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들이 미 언론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1,100명이 넘는 전직 검사들과 전직 법무부 직원들은 '로저 스톤'구형 문제를 예로 들며 "법무부의 진실성과 법치 전통에 흠집을 낸 윌리엄 바 장관은 물러냐야 한다"고 촉구하는 성명을 내는 유례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2020.2.16 CNN)


미 법무부 독립성 전통은 유지될 것인가?

트럼프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과 그 검사들의 독립성을 애초에 고려하고 있었는지조차 의문입니다. 미 헌법에 대통령이 법무부 소관 사건 다루는데 개입하지 말라고 나와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은 법무부의 수사와 기소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전통이 확립돼왔을 뿐입니다.

바 장관의 대통령님 트윗 그만하라는 공개 인터뷰에 트럼프 대통령은 "사건에 개입할 합법적 권한이 대통령에게 있으며 다만 지금까지(SO FAR) 그렇게 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답은 뜻하는 바가 명확합니다. 언제든 개입할 수 있고 그 판단은 대통령 자신이 한다는 겁니다.

미국인들은 법무부 수사에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는 특별한 대통령과 그의 한 차례 임기를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가 임명한 법무장관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대부분 법무부를 움직였습니다. 전통적으로 독립적이라는 미 법무부가 더욱 정치화되고 있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보입니다.

얼마 안 되는 역사 속에 스스로 자랑하고 일부가 따라 하는 민주주의 전통과 체계를 발전시키온 미국이 법에 나와 있지 않더라도 관행과 전통으로 구축해온 법무부의 정치적 독립성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요? 올해 11월 미국은 46대 대통령을 뽑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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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17 12:01:19
    • 수정2020-02-17 12:03:38
    특파원 리포트
"대통령님 트윗 좀 그만 하세요"

"대통령이 법무부 소관 사건에 대한 트윗을 이젠 멈출 때라고 생각합니다,(트윗 때문에)업무를 못하겠고, 법원과 검사들에게 진실성 있게 우리의 업무를 하고 있다고 납득시키는 것이 불가능합니다"(ABC 뉴스 인터뷰/2.14)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 트윗 때문에 일을 못하겠다며 공개 방송에서 대통령을 정면으로 들이받았습니다. 바 장관의 인터뷰가 방송되자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윌리엄 바 장관이?" "그럴 리가?"

특검 수사를 비롯해 트럼프 대통령의 가려운 곳을 빼놓지 않고 시원하게 긁어줘 왔던 바 법무장관이기 때문에 그의 대통령 공개 치받기는 충격적이었습니다. 트럼프의 충복, 핵심이란 칭호는 점잖은 편이고 '트럼프의 장난감(워싱턴 포스트2.12)으로까지 불리는 모욕을 감수하며 트럼프에 충성해온 바 장관이기 때문입니다.


충복 법무장관이 대통령에 항명성 발언한 이유는?

바 장관이 방송에서 대통령에게 트윗 그만하라고까지 대들게(?)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트럼프 대통령의 비선 측근 '로저 스톤'사건 때문입니다. 특검까지 불러온 이른바 러시아의 2016년 미 대선 개입사건에 연루된 스톤은 수사과정에서 증인 매수, 위증 등 7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일년 전 중 무장한 FBI 수사관들이 플로리다 그의 집을 습격해 체포해 나오는 장면은 상징적이었습니다.

검찰은 스톤에게 7~9년 형을 구형했는데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끼어들었습니다.


"불법적인 수사(뮬러 특검)에 당한 사람에게 9년이라는 말도 안 되는 형량을 구형하고 황급히 도망간 검사 4명은 도대체 누굽니까"

수사 자체가 불법 수사였고 스톤은 거기에 엮인 것이라는 얘긴데 트럼프 대통령 말 대로라면 뮬러 특검의 수사도 그렇고 그 결과에 따라 스톤을 기소한 연방검사들이 말도 안 되는 짓을 한 거란 얘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발 더 나갔습니다. 스톤이 유죄판결을 받으면 사면할 것인가? 라고 묻는 기자들에게 "아직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사면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겁니다. 자신의 논리대로라면 불법 가짜 수사에 말도 안 되는 형량을 구형받았는데 형이 확정되면 대통령 사면권으로 스톤을 풀어주지 않을 이유도 없어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은 검사들에게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로저 스톤 사건을 심리하고 판결을 내릴 에이미 잭슨 판사까지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로저 스톤 사건은 언급하지 않고 자신의 측근인 폴 매나포트 전 트럼프 선대위원장의 독방 구금을 문제 삼아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느닷없이 악명 높았던 전설의 갱 두목 알 카포네를 소환해 그도 못 버틸 독방 감금이라면서 트윗에 올린 글에서입니다.


대통령의 검찰 구형에 대한 강력한 불만 표명에 스톤을 기소한 연방검사 4명은 손을 떼겠다며 사퇴했습니다. 미 언론은 이를 항의의 뜻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법무부 독립성 논란(법무부 정치화)에 기름 부은 이는 윌리엄 바 법무장관 본인

외형상 독립적인(전통적으로) 법무부의 업무에 대통령이 끼어들었고 이에 법무장관이 직설적으로 대통령을 치받은 모양새로 보이는데,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윌리엄 바 장관 본인이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법무부의 권한을 사용해 온 전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법무부 사건에 일일이 개입해 일을 못 하겠다는 바 장관의 항명성 발언이 온전히 대통령을 치받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이윱니다.

앞서 살펴본 로저 스톤 사건도 연방검사들의 구형에 대통령이 불만을 표시하자 '끔찍하고 불공정하다'면서 구형량을 재검토하라고 바 법무장관이 지시했습니다. 대통령이 시키지 않았고 대통령 트윗 불평 전에 이미 결정된 일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를 온전히 믿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적한 대로 9년 형은 말도 안 된다는 불평에 법무장관이 맞장구치듯 형량이 과도하니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해놓고 자신은 또 그런 요구를 한 대통령을 치받은 겁니다.

미 언론을 비롯해 심지어 법무부 내부에서조차 바 장관의 직설적인 대통령 저격이 진정성이 과연 있느냐 의문을 제기하는 대목입니다. 바 장관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겁니다


스톤 사건 바로 직전에 트럼프 대통령의 초대 국가안보 보좌관이었던 '플린' 사건이 있습니다. 뮬러 특검 수사에서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러시아의 2016 미 대선개입 사건에서 러시아 측과 접촉하고도 그런 일 없다고 위증한 혐의로 기소됐는데 유죄를 인정하고 판결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 느닷없이 법무장관이 끼어들어 기소 내용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또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던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으로부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 가족의 부패 혐의 관련 정보를 받아 검토하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든 공개 발언을 통해서든 친구는 누구, 적은 누구라고 언급하면 친구에겐 방패를 정적에겐 칼을 겨누는 일이 반복돼왔습니다. 대통령이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줬다는 건데 그 정점에 이른바 독립성을 전통으로 여긴다는 법무부가 있고 그 수장은 바 장관입니다.


대통령 들이받기는 진심?

이런 전력을 갖고있는 바 장관이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을 방송에 나와 공개 저격했지만, 그 의도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높은 겁니다. 그래서 관심은 바 장관의 대통령 저격 인터뷰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쏠렸습니다.

평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 불충한 이들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아 왔습니다. 일부 언론에선 바 장관이 자리를 보전할 수 있을까? 하는 섣부른 염려까지 나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입니다.


"범죄 사건에 대통령이 자신(바 법무장관)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지시한 적이 없다고
법무장관은 말합니다.이건 대통령인 내가 지시할 법적 권한이 없어서가 아니라 지금까지 그렇게 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자신을 공격하는 이에게 무자비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의외로 자신을 공개적으로 치받은 바 장관에 대해 공격하거나 싫은 소리 하는 투가 아닙니다.

스테파니 그리셤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의 심기를 더 분명히 확인해줬습니다. "대통령은 바 법무장관을 전적으로 신뢰합니다. 대통령은 바 장관의 말에 전혀 거슬려 하지 않았습니다."

법무부 장관의 꼼수?

스톤 구형에 대통령이 불평하자 즉시 재검토하라는 자신의 지시가 외형상 법무부의 독립성을 송두리째 훼손해 버린 것 같은 모양새는 바 법무장관에게도 부담이었나 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고한 코미 전 FBI 국장 후임으로 대행을 맡고 있으면서 러시아 미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맡았던 맥케이브 전 FBI 국장 대행 사건이 있었는데 맥케이브 대행 역시 트럼프 대통령에겐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습니다.

맥케이브 대행은 힐러리 이메일 유출 사건, 러시아 미 대선 개입사건을 지휘했는데 이 과정에서 수사관들에게 거짓말을 한 혐의로 조사를 받아왔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 바 법무장관은 맥케이브를 기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나쁜 사람'소리를 들으며 강제 퇴임 당했고 그를 수사하라는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2년 가까이 수사가 이뤄져 왔는데 갑자기 그에 대해 기소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겁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워싱턴 DC 연방판사 레지 왈튼은 이 사건을 맡은 검사들에게 "대중들이 보고 있는데 백악관에서 나오는 코멘트는 해롭기만 하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백악관의 개입을 비판한 건데 그러면서 무슨 '바나나 리퍼블릭'(부패하고 불안정해 제대로 국가 역할을 하지 못하는 나라를 경멸적으로 이르는 말)이냐며 백악관의 압박을 힐난했습니다.(2.15.워싱턴 포스트 출처:정보공개법에 따른 자료)

대통령의 강한 압박에 시작한 수사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싫어할 줄 알면서도 바 장관의 대통령 치받는 방송 인터뷰와 함께 맥케이브 기소를 하지 않을 것을 발표한 것은 바 장관으로선 '자 봐라. 대통령 눈치 안 보고 법무부가 독립적으로 결정하잖아.' 이렇게 봐달라는 소리 같습니다.

하지만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형사 사건 수사는 기소가 끝난 사안조차 재검토하는 성의를 보인 바 장관의 전력으로 봐서 트럼프 대통령이 화낼 일이지만 맥케이브 사건을 기소하지 않은 것도 법무장관의 정치적 판단, 즉 꼼수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들이 미 언론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1,100명이 넘는 전직 검사들과 전직 법무부 직원들은 '로저 스톤'구형 문제를 예로 들며 "법무부의 진실성과 법치 전통에 흠집을 낸 윌리엄 바 장관은 물러냐야 한다"고 촉구하는 성명을 내는 유례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2020.2.16 CNN)


미 법무부 독립성 전통은 유지될 것인가?

트럼프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과 그 검사들의 독립성을 애초에 고려하고 있었는지조차 의문입니다. 미 헌법에 대통령이 법무부 소관 사건 다루는데 개입하지 말라고 나와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은 법무부의 수사와 기소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전통이 확립돼왔을 뿐입니다.

바 장관의 대통령님 트윗 그만하라는 공개 인터뷰에 트럼프 대통령은 "사건에 개입할 합법적 권한이 대통령에게 있으며 다만 지금까지(SO FAR) 그렇게 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답은 뜻하는 바가 명확합니다. 언제든 개입할 수 있고 그 판단은 대통령 자신이 한다는 겁니다.

미국인들은 법무부 수사에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는 특별한 대통령과 그의 한 차례 임기를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가 임명한 법무장관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대부분 법무부를 움직였습니다. 전통적으로 독립적이라는 미 법무부가 더욱 정치화되고 있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보입니다.

얼마 안 되는 역사 속에 스스로 자랑하고 일부가 따라 하는 민주주의 전통과 체계를 발전시키온 미국이 법에 나와 있지 않더라도 관행과 전통으로 구축해온 법무부의 정치적 독립성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요? 올해 11월 미국은 46대 대통령을 뽑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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