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코로나19발 ‘차이나 리스크’…글로벌 기업 ‘차이나 엑소더스’

입력 2020.02.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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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승장구하던 글로벌 IT 기업 애플이 '코로나19'에 발목을 잡혔습니다.

현지시간 18일 애플의 주가는 1.83% 급락했습니다. 장중 한때 3% 하락 폭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꿋꿋하게 지켜왔던 시가총액 1위 자리도 마이크로소프트에게 다시 역전당했습니다.

원인은 '코로나19'였습니다. 하루 전 애플은 보도자료를 내고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올해 1분기 매출 전망치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당초 예상보다 중국 현지 공장의 정상화가 늦어지고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애플은 주력상품인 아이폰의 90%를 중국에서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노동자들이 복귀하지 않으면서 중국 내 최대 아이폰 조립업체인 폭스콘 등 관련 기업의 운영이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폭스콘은 이달 말까지 생산량의 50%를 회복한다는 목표를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이크 보웬 미국 마스크 업체 ‘프리스티지 아메리텍(Prestige Ameritech)’ 부사장, 출처 : 워싱턴포스트 마이크 보웬 미국 마스크 업체 ‘프리스티지 아메리텍(Prestige Ameritech)’ 부사장, 출처 : 워싱턴포스트

지나친 중국 의존 때문에 위기를 겪는 곳은 스마트폰 업계뿐만이 아닙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코로나19 때문에 의료장비 산업이 패닉에 빠졌다고 현지시간 지난 16일 보도했습니다. 이 매체는 전 세계적 전염병이 발발한 뒤 고군분투하는 미 텍사스의 수술용 마스크 업체의 이야기를 소개했습니다.

이 회사의 부사장인 마이크 보웬(Mike Bowen)은 약 15년 전부터 이런 사태를 예상해 경고해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습니다.

보웬은 지난 2010년과 2017년, 오바마 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번처럼 대규모 전염병이 발생하면 미국의 마스크 공급이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는 편지를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마스크 생산 공장중국 마스크 생산 공장

워싱턴포스트는 코로나19 발발이 미국 내 의료용품 공급망의 취약성을 노출시켰다고 지적했습니다. 많은 미국 병원과 제약 회사들이 의약품은 물론 마스크와 장갑 등 보호장비까지 다양한 의료용품을 중국 제조업체에 의존하고 있었고, 코로나19가 발병하면서 많은 일이 일어났다고 꼬집었습니다.

미국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4년 수술용 마스크의 95%가 미국 대륙 밖에서 만들어진다고 보고했습니다. 특히 중국의 공급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이 생산하는 마스크는 전 세계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가 중국을 휩쓸면서 중국 당국이 자국 주문을 먼저 처리하느라 마스크의 수출을 줄였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지적했습니다. 중국 내 보호장비 소비량이 늘어나면서 중국 외 나머지 국가들이 남은 물량을 두고 다투고 있다는 겁니다.


코로나19로 '세계의 공장' 중국이 멈추면서 세계 경제가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이 티셔츠와 운동화 등 저가 제품을 생산하던 2003년 사스(SARS) 때와는 달라졌다고 현지시간 지난 3일 보도했습니다. 현재 중국 내 공장들은 스마트폰·컴퓨터·자동차 부품 같은 고수익 제품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고, 글로벌 공급망의 필수 부분으로 발전했다고 전했습니다.

전 세계 생산망이 중국의 저렴한 인건비에 지나치게 의존한 결과,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았던' 리스크가 현실화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DBRS 모닝스타의 로히니 말카니(Rohini Malkani)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코로나19 창궐에 대해 "잠재적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방해할 수 있다"며 "얼마나 오래갈지 말하기엔 이르다"고 지적했습니다.

17년 전인 2003년 사스(SARS) 창궐 당시 전 세계 수출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3%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의 수출입 비중은 11.7%로 약 2배 가까이 커졌습니다. 전 세계 GDP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3년 4.3%에서 2019년 16.9%로 4배 늘어났습니다.


해가 갈수록 급성장 중인 컴퓨터·전자 산업에서 중국의 비중도 큽니다. 중국 공업 정보화부는 지난 2018년 전 세계 소비자 가전 생산과 소비 시장에서 중국이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전 세계 전자제품 생산량에서 중국은 스마트폰 27.9%, 데스크톱과 TV는 각각 20%의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의 경제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IT 기업들도 중국과 밀접하게 연관돼 코로나19 쇼크를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자산운용사 번스타인에 따르면 델 테크놀로지는 제품 생산의 20~35%를, HP는 5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표적인 혁신기업 테슬라도 중국 의존도가 2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체육관을 개조한 중국 우한 ‘코로나19’ 임시병원체육관을 개조한 중국 우한 ‘코로나19’ 임시병원

중국발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기업들이 과도한 중국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옵니다.

야후파이낸스는 애플이 아이폰 조립 등 제조 업무에 대한 중국의 의존도를 재고하게 될 것이라고 미국 뉴욕대 조지프 파우디 경제학과 교수를 인용해 전했습니다. 조지프 교수는 "이것(코로나19)은 기업들이 중국을 벗어난 다각화가 왜 필요한 것인지 상기시켜 준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글로벌 기업들이 무역 전쟁과 지적 재산권 문제 때문에 (중국 외) 다른 지역으로 확장을 모색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는 동남아나 다른 지역의 비중을 늘려야 할 또 다른 이유가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도 글로벌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KIEP는 18일 '코로나19 사태의 주요국 경제에 대한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코로나19의 빠른 확산과 중국의 세계 경제에 대한 영향력 증가로 사스보다 더 큰 영향을 줄 전망"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정부 차원의 사업지속계획(BCP: Business Continuity Plan)을 수립하고, 국내 및 현지진출 기업의 BCP 구축을 지원하는 등 글로벌 공급망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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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20 06: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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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승장구하던 글로벌 IT 기업 애플이 '코로나19'에 발목을 잡혔습니다.

현지시간 18일 애플의 주가는 1.83% 급락했습니다. 장중 한때 3% 하락 폭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꿋꿋하게 지켜왔던 시가총액 1위 자리도 마이크로소프트에게 다시 역전당했습니다.

원인은 '코로나19'였습니다. 하루 전 애플은 보도자료를 내고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올해 1분기 매출 전망치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당초 예상보다 중국 현지 공장의 정상화가 늦어지고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애플은 주력상품인 아이폰의 90%를 중국에서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노동자들이 복귀하지 않으면서 중국 내 최대 아이폰 조립업체인 폭스콘 등 관련 기업의 운영이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폭스콘은 이달 말까지 생산량의 50%를 회복한다는 목표를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이크 보웬 미국 마스크 업체 ‘프리스티지 아메리텍(Prestige Ameritech)’ 부사장, 출처 : 워싱턴포스트
지나친 중국 의존 때문에 위기를 겪는 곳은 스마트폰 업계뿐만이 아닙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코로나19 때문에 의료장비 산업이 패닉에 빠졌다고 현지시간 지난 16일 보도했습니다. 이 매체는 전 세계적 전염병이 발발한 뒤 고군분투하는 미 텍사스의 수술용 마스크 업체의 이야기를 소개했습니다.

이 회사의 부사장인 마이크 보웬(Mike Bowen)은 약 15년 전부터 이런 사태를 예상해 경고해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습니다.

보웬은 지난 2010년과 2017년, 오바마 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번처럼 대규모 전염병이 발생하면 미국의 마스크 공급이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는 편지를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마스크 생산 공장
워싱턴포스트는 코로나19 발발이 미국 내 의료용품 공급망의 취약성을 노출시켰다고 지적했습니다. 많은 미국 병원과 제약 회사들이 의약품은 물론 마스크와 장갑 등 보호장비까지 다양한 의료용품을 중국 제조업체에 의존하고 있었고, 코로나19가 발병하면서 많은 일이 일어났다고 꼬집었습니다.

미국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4년 수술용 마스크의 95%가 미국 대륙 밖에서 만들어진다고 보고했습니다. 특히 중국의 공급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이 생산하는 마스크는 전 세계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가 중국을 휩쓸면서 중국 당국이 자국 주문을 먼저 처리하느라 마스크의 수출을 줄였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지적했습니다. 중국 내 보호장비 소비량이 늘어나면서 중국 외 나머지 국가들이 남은 물량을 두고 다투고 있다는 겁니다.


코로나19로 '세계의 공장' 중국이 멈추면서 세계 경제가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이 티셔츠와 운동화 등 저가 제품을 생산하던 2003년 사스(SARS) 때와는 달라졌다고 현지시간 지난 3일 보도했습니다. 현재 중국 내 공장들은 스마트폰·컴퓨터·자동차 부품 같은 고수익 제품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고, 글로벌 공급망의 필수 부분으로 발전했다고 전했습니다.

전 세계 생산망이 중국의 저렴한 인건비에 지나치게 의존한 결과,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았던' 리스크가 현실화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DBRS 모닝스타의 로히니 말카니(Rohini Malkani)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코로나19 창궐에 대해 "잠재적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방해할 수 있다"며 "얼마나 오래갈지 말하기엔 이르다"고 지적했습니다.

17년 전인 2003년 사스(SARS) 창궐 당시 전 세계 수출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3%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의 수출입 비중은 11.7%로 약 2배 가까이 커졌습니다. 전 세계 GDP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3년 4.3%에서 2019년 16.9%로 4배 늘어났습니다.


해가 갈수록 급성장 중인 컴퓨터·전자 산업에서 중국의 비중도 큽니다. 중국 공업 정보화부는 지난 2018년 전 세계 소비자 가전 생산과 소비 시장에서 중국이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전 세계 전자제품 생산량에서 중국은 스마트폰 27.9%, 데스크톱과 TV는 각각 20%의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의 경제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IT 기업들도 중국과 밀접하게 연관돼 코로나19 쇼크를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자산운용사 번스타인에 따르면 델 테크놀로지는 제품 생산의 20~35%를, HP는 5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표적인 혁신기업 테슬라도 중국 의존도가 2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체육관을 개조한 중국 우한 ‘코로나19’ 임시병원
중국발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기업들이 과도한 중국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옵니다.

야후파이낸스는 애플이 아이폰 조립 등 제조 업무에 대한 중국의 의존도를 재고하게 될 것이라고 미국 뉴욕대 조지프 파우디 경제학과 교수를 인용해 전했습니다. 조지프 교수는 "이것(코로나19)은 기업들이 중국을 벗어난 다각화가 왜 필요한 것인지 상기시켜 준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글로벌 기업들이 무역 전쟁과 지적 재산권 문제 때문에 (중국 외) 다른 지역으로 확장을 모색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는 동남아나 다른 지역의 비중을 늘려야 할 또 다른 이유가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도 글로벌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KIEP는 18일 '코로나19 사태의 주요국 경제에 대한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코로나19의 빠른 확산과 중국의 세계 경제에 대한 영향력 증가로 사스보다 더 큰 영향을 줄 전망"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정부 차원의 사업지속계획(BCP: Business Continuity Plan)을 수립하고, 국내 및 현지진출 기업의 BCP 구축을 지원하는 등 글로벌 공급망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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