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감염자 사망하면 검사 못해”…진실 혹은 거짓?

입력 2020.02.20 (09:00) 수정 2020.02.2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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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여행을 다녀온 30대 남성이 지난 18일 오전 코로나19 의심 증상으로 숨진 일이 있었습니다. 폐 출혈 흔적과 폐렴 증상이 있었죠. 보건당국이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검사 결과 음성이었습니다.

지난주 수원에서는 중국을 방문했던 40대 남성이, 17일 부산에서도 베트남 여행을 갔다 온 40대 남성이 갑작스레 사망하면서 "코로나 의심환자가 사망했다"는 소문이 나기도 했습니다. 검사 결과 두 사람 모두 코로나19와는 상관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보건당국이 내놓는 검사 결과를 믿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진단키트의 정확도가 낮다."
"정부가 검사 결과를 속이고 있다."
정부가 검사 결과를 음성으로 조작했다는 뜻으로 "음성 당했다"는 댓글로 달렸습니다. 막연한 불신 외에도 "사망자에게서 검출한 바이러스는 양성이 나오지 않는다"거나 "살아있는 사람의 코 깊숙한 곳에서 채취해야 양성이 나온다"며 나름대로 구체적인 주장을 펴기도 합니다.

실제로 '진단키트'로는 사망자들의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알 수 없을까요?

코로나19 검사 어떻게 이뤄지나?

현재 질병관리본부가 사용하고 있는 진단 방식은 '실시간 유전자 증폭 검사(Real Time RT-PCR)'입니다.

검사에 앞서 우선 '검체'라고 불리는 분비물을 채취해야 합니다. 범죄 수사물이나 법의학을 다루는 영화들에서 본 장면과 비슷합니다. 면봉을 이용해 콧속과 목구멍 안쪽을 긁어 분비물을 채취하는 방법, 또 강한 기침으로 가래를 뱉게 하는 방법(객담)이 있습니다. 이렇게 채취된 두 가지 검체에서 바이러스 유전자만 추출, 증폭해 검출하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코로나19 바이러스에만 존재하는 특이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크게 늘려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원리입니다.

이전에 사용하던 검사법인 '판코로나바이러스(pan-coronavirus) 검사'는 2단계의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진단까지 1~2일이 걸렸지만, 유전자 증폭 검사는 6시간 이내면 결과를 알 수 있습니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와 대한임상검사정도관리협회의 정확도 평가에서 '민감도'(감염자가 감염됐다고 판별될 확률)와 '특이도'(감염되지 않은 사람이 감염되지 않았다고 판별될 확률) 모두 높게 나타났습니다.

"감염 시 사망해도 바이러스 사라지지 않아"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앞서 언급한 경우들처럼 스스로 가래를 뱉어낼 수 없는 상황에서는 어떻게 검체를 채취하는 걸까요? 혹시 검사 방식이 달라지는 것은 아닐까요? 사망자 검사에 '구멍'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의구심을 갖는 부분입니다.

질병관리본부에 확인한 결과, 사망자들에 대한 검사 방식도 일반 검사와 동일했습니다. 일단 콧속과 목구멍이나 기관지에서 면봉 등으로 검체를 확보합니다. 다만 사망자의 경우 스스로 폐 속으로부터 가래를 뱉어낼 수 없어 흡입기 등을 이용해 폐에서 검체를 뽑아내 검사합니다.

일부의 주장처럼 사망자들에게서는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을까요? 앞서 언급한 사례들 모두 해외 방문력과 증상 등을 고려해 사후 즉시 검사가 이뤄졌습니다. 충북대 미생물학과 김혜권 교수는 "바이러스가 생존할 수 없을 만큼 시간이 많이 경과하지 않았다면 감염 사망자의 분비물에도 바이러스는 존재하고, 유전자 증폭 검사로 검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2001년 11월, 국내에서는 400년 전 조선 시대 어린이 미라가 발굴됐는데 결핵과 간염 바이러스가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에볼라 바이러스, 사체에서 1주일 동안 검출"


지난 2015년, 미국 국립보건원은 한 가지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돼 숨진 환자의 시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위험한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연구팀은 에볼라에 감염돼 숨진 원숭이 5마리의 사체를 매일 검사했습니다. 구강, 눈, 코, 피부 등 표면을 면봉으로 문지르고, 간과 폐 등 내부 장기에서도 표본을 채취했습니다.
그 결과 원숭이들의 눈, 코, 입과 피부 표면에서는 1주일 동안, 내부 장기에서는 3일 동안 바이러스가 검출됐습니다. 바이러스의 RNA는 10주까지 확인됐습니다. 기생하는 숙주의 생명은 다했다 하더라도 바이러스는 어느 정도 더 활동해 전염 가능성이 남을 수 있는 겁니다.

'음성→양성' 번복…"바이러스 양 때문"

국내 확진자들 가운데 검사 결과가 음성에서 양성으로 뒤집힌 사례가 있었습니다. 8번째, 20번째, 24번째 확진자는 최초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고 재검사에서 양성 판정이 나왔습니다. 이 사실만 놓고 보자면 검사의 신뢰도에 충분히 의문을 제기할 만한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최초 검사 때는 바이러스의 양이 너무 적어서 음성이 나올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초기는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잠복기입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브리핑에서 "감염이 되려면 일정 시간이 지나야 한다. 모든 검사가 발병 초기에는 바이러스 양이 적어 음성이 나올 수 있다. 검사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이유로 보건당국은 음성 판정이 나와도 잠복기에는 자가격리를 해제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의심될 경우 재검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중복 검사를 통해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아야 격리를 해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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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20 09:00:28
    • 수정2020-02-20 16:36:54
    팩트체크K
중국 여행을 다녀온 30대 남성이 지난 18일 오전 코로나19 의심 증상으로 숨진 일이 있었습니다. 폐 출혈 흔적과 폐렴 증상이 있었죠. 보건당국이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검사 결과 음성이었습니다.

지난주 수원에서는 중국을 방문했던 40대 남성이, 17일 부산에서도 베트남 여행을 갔다 온 40대 남성이 갑작스레 사망하면서 "코로나 의심환자가 사망했다"는 소문이 나기도 했습니다. 검사 결과 두 사람 모두 코로나19와는 상관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보건당국이 내놓는 검사 결과를 믿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진단키트의 정확도가 낮다."
"정부가 검사 결과를 속이고 있다."
정부가 검사 결과를 음성으로 조작했다는 뜻으로 "음성 당했다"는 댓글로 달렸습니다. 막연한 불신 외에도 "사망자에게서 검출한 바이러스는 양성이 나오지 않는다"거나 "살아있는 사람의 코 깊숙한 곳에서 채취해야 양성이 나온다"며 나름대로 구체적인 주장을 펴기도 합니다.

실제로 '진단키트'로는 사망자들의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알 수 없을까요?

코로나19 검사 어떻게 이뤄지나?

현재 질병관리본부가 사용하고 있는 진단 방식은 '실시간 유전자 증폭 검사(Real Time RT-PCR)'입니다.

검사에 앞서 우선 '검체'라고 불리는 분비물을 채취해야 합니다. 범죄 수사물이나 법의학을 다루는 영화들에서 본 장면과 비슷합니다. 면봉을 이용해 콧속과 목구멍 안쪽을 긁어 분비물을 채취하는 방법, 또 강한 기침으로 가래를 뱉게 하는 방법(객담)이 있습니다. 이렇게 채취된 두 가지 검체에서 바이러스 유전자만 추출, 증폭해 검출하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코로나19 바이러스에만 존재하는 특이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크게 늘려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원리입니다.

이전에 사용하던 검사법인 '판코로나바이러스(pan-coronavirus) 검사'는 2단계의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진단까지 1~2일이 걸렸지만, 유전자 증폭 검사는 6시간 이내면 결과를 알 수 있습니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와 대한임상검사정도관리협회의 정확도 평가에서 '민감도'(감염자가 감염됐다고 판별될 확률)와 '특이도'(감염되지 않은 사람이 감염되지 않았다고 판별될 확률) 모두 높게 나타났습니다.

"감염 시 사망해도 바이러스 사라지지 않아"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앞서 언급한 경우들처럼 스스로 가래를 뱉어낼 수 없는 상황에서는 어떻게 검체를 채취하는 걸까요? 혹시 검사 방식이 달라지는 것은 아닐까요? 사망자 검사에 '구멍'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의구심을 갖는 부분입니다.

질병관리본부에 확인한 결과, 사망자들에 대한 검사 방식도 일반 검사와 동일했습니다. 일단 콧속과 목구멍이나 기관지에서 면봉 등으로 검체를 확보합니다. 다만 사망자의 경우 스스로 폐 속으로부터 가래를 뱉어낼 수 없어 흡입기 등을 이용해 폐에서 검체를 뽑아내 검사합니다.

일부의 주장처럼 사망자들에게서는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을까요? 앞서 언급한 사례들 모두 해외 방문력과 증상 등을 고려해 사후 즉시 검사가 이뤄졌습니다. 충북대 미생물학과 김혜권 교수는 "바이러스가 생존할 수 없을 만큼 시간이 많이 경과하지 않았다면 감염 사망자의 분비물에도 바이러스는 존재하고, 유전자 증폭 검사로 검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2001년 11월, 국내에서는 400년 전 조선 시대 어린이 미라가 발굴됐는데 결핵과 간염 바이러스가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에볼라 바이러스, 사체에서 1주일 동안 검출"


지난 2015년, 미국 국립보건원은 한 가지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돼 숨진 환자의 시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위험한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연구팀은 에볼라에 감염돼 숨진 원숭이 5마리의 사체를 매일 검사했습니다. 구강, 눈, 코, 피부 등 표면을 면봉으로 문지르고, 간과 폐 등 내부 장기에서도 표본을 채취했습니다.
그 결과 원숭이들의 눈, 코, 입과 피부 표면에서는 1주일 동안, 내부 장기에서는 3일 동안 바이러스가 검출됐습니다. 바이러스의 RNA는 10주까지 확인됐습니다. 기생하는 숙주의 생명은 다했다 하더라도 바이러스는 어느 정도 더 활동해 전염 가능성이 남을 수 있는 겁니다.

'음성→양성' 번복…"바이러스 양 때문"

국내 확진자들 가운데 검사 결과가 음성에서 양성으로 뒤집힌 사례가 있었습니다. 8번째, 20번째, 24번째 확진자는 최초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고 재검사에서 양성 판정이 나왔습니다. 이 사실만 놓고 보자면 검사의 신뢰도에 충분히 의문을 제기할 만한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최초 검사 때는 바이러스의 양이 너무 적어서 음성이 나올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초기는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잠복기입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브리핑에서 "감염이 되려면 일정 시간이 지나야 한다. 모든 검사가 발병 초기에는 바이러스 양이 적어 음성이 나올 수 있다. 검사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이유로 보건당국은 음성 판정이 나와도 잠복기에는 자가격리를 해제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의심될 경우 재검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중복 검사를 통해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아야 격리를 해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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