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삼성전자 기흥공장, 작업환경 측정결과 비공개 정당”…반올림 “항소할 것” 반발

입력 2020.02.20 (14:40) 수정 2020.02.20 (14:4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설비가 위치한 삼성전자 기흥·화성·평택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에 대한 정보공개청구소송에서 법원이 삼성 손을 들어줬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는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소속 노무사 이종란씨가 중앙행정심판위원회를 상대로 "작업환경보고서 일부 비공개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전날(19일)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작업환경측정보고서(이하 보고서)는 발암물질인 벤젠 등 작업장 내 유해인자가 얼마나, 어디서 나오고 근로자들이 몇 명이나 이에 노출되는지 등의 실태를 평가한 것으로, 6개월마다 지방고용노동청에 제출되는 자룝니다. 직업병 피해노동자의 산재 입증에 필요한 자료이기도 합니다.

앞서 반올림 측은 삼성 계열사 공장에서 근무한 뒤 백혈병·림프암 등에 걸린 근로자들의 '산업재해'를 입증하고자 1994∼2015년 삼성전자 기흥공장 등의 작업환경보고서를 공개해달라고 2018년 노동청 신청했고, 고용노동부는 공개 결정을 내렸습니다. 대전고등법원에서 삼성 온양공장에 대한 보고서를 공개하라는확정판결이 나온 데 따른 겁니다.

그러나 삼성 측은 이 보고서 안에 담긴 내용이 영업기밀에 해당한다며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삼성은 행정심판 과정에서 측정대상 공정이나 설비의 명칭, 취급하는 화학물질의 이름과 사용 용도, 월 취급량 등은 모두 영업 비밀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온양공장과 달리 이 공장의 30나노 이하급 D램이나 낸드플래시 제조 기술 등은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민경제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산업기술보호법상의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됐고,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이 공장에서 기준치 이상의 유해물질이 검출된 적이 없는 등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정당한 이익이 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이에 반올림은 보고서 내용은 정보공개법상 비공개 대상이 아니고 경영·영업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삼성이 취급하는 모든 화학물질을 공개하라는 것도 아니고, 국가핵심기술이라고 해도 지정 사실만으로 영업상 비밀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행심위는 같은 해 7월 삼성 측의 주장을 상당부분 받아들여 일부만 공개하라는 판정을 내렸습니다.

당시 중앙행심위는 △작업공정별 유해요인 분포실태 전체 △측정대상공정 항목 △공정별 화학물질 사용상태 중 부서 또는 공정명·화학물질명(상품명)과 사용 용도 및 월 취급량 △단위작업장소별 유해인자의 측정위치도(측정장소) 전체 △부서 또는 공정 및 단위작업장소의 항목들 등을 비공개하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항목이 영업 기밀에 해당한다는 삼성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겁니다.

서울행정법원은 행정심판위원회의 판단을 수용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이들 정보는 공정·설비의 배치, 해당 공정에 최적화된 화학물질 및 신기술·신제품의 특화 공정 등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이는 삼성이 경쟁업체에 대해 비밀로 유지해야 할 기술적 노하우로 공개되면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반올림 측이 공개를 요구한 측정대상 공정이나 단위작업장소 등이 공개되면 경쟁업체가 반도체 효율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배치방식을 유추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화학물질명이나 월 취급량 등이 공개되면 경쟁업체가 최적화된 화학물질이나 특화 공정 등을 유추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봤습니다.

법원은 이어 산업통상자원부가 2018년 이들 정보를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한다고 판정한 점도 비공개 근거로 삼았습니다.

반올림 측은 이들 정보가 정보공개법상 '사업활동에 의해 발생하는 위해(危害)로부터 사람의 생명·신체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이므로 공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사업주가 법령에 따라 사업장 게시판이나 사보 게재 등 방법으로 작업환경평가 결과를 공개하는 만큼, 별도로 대외에 공개할 필요성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를 배척했습니다.

반올림 측은 즉각 항소할 방침을 밝혔습니다.

조승규 반올림 노무사는 "대단히 실망스러운 판결"이라며 "대전고법에서 온양공장 보고서를 공개하라는 확정판결이 이미 나왔고, 작업환경측정결과 보고서는 모든 공장의 양식이 동일하다. 지금에 와서 달라진 것은 삼성의 30나노 D램 기술 등이 산자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됐다는 점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법원 “삼성전자 기흥공장, 작업환경 측정결과 비공개 정당”…반올림 “항소할 것” 반발
    • 입력 2020-02-20 14:40:31
    • 수정2020-02-20 14:47:01
    사회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설비가 위치한 삼성전자 기흥·화성·평택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에 대한 정보공개청구소송에서 법원이 삼성 손을 들어줬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는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소속 노무사 이종란씨가 중앙행정심판위원회를 상대로 "작업환경보고서 일부 비공개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전날(19일)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작업환경측정보고서(이하 보고서)는 발암물질인 벤젠 등 작업장 내 유해인자가 얼마나, 어디서 나오고 근로자들이 몇 명이나 이에 노출되는지 등의 실태를 평가한 것으로, 6개월마다 지방고용노동청에 제출되는 자룝니다. 직업병 피해노동자의 산재 입증에 필요한 자료이기도 합니다.

앞서 반올림 측은 삼성 계열사 공장에서 근무한 뒤 백혈병·림프암 등에 걸린 근로자들의 '산업재해'를 입증하고자 1994∼2015년 삼성전자 기흥공장 등의 작업환경보고서를 공개해달라고 2018년 노동청 신청했고, 고용노동부는 공개 결정을 내렸습니다. 대전고등법원에서 삼성 온양공장에 대한 보고서를 공개하라는확정판결이 나온 데 따른 겁니다.

그러나 삼성 측은 이 보고서 안에 담긴 내용이 영업기밀에 해당한다며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삼성은 행정심판 과정에서 측정대상 공정이나 설비의 명칭, 취급하는 화학물질의 이름과 사용 용도, 월 취급량 등은 모두 영업 비밀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온양공장과 달리 이 공장의 30나노 이하급 D램이나 낸드플래시 제조 기술 등은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민경제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산업기술보호법상의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됐고,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이 공장에서 기준치 이상의 유해물질이 검출된 적이 없는 등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정당한 이익이 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이에 반올림은 보고서 내용은 정보공개법상 비공개 대상이 아니고 경영·영업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삼성이 취급하는 모든 화학물질을 공개하라는 것도 아니고, 국가핵심기술이라고 해도 지정 사실만으로 영업상 비밀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행심위는 같은 해 7월 삼성 측의 주장을 상당부분 받아들여 일부만 공개하라는 판정을 내렸습니다.

당시 중앙행심위는 △작업공정별 유해요인 분포실태 전체 △측정대상공정 항목 △공정별 화학물질 사용상태 중 부서 또는 공정명·화학물질명(상품명)과 사용 용도 및 월 취급량 △단위작업장소별 유해인자의 측정위치도(측정장소) 전체 △부서 또는 공정 및 단위작업장소의 항목들 등을 비공개하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항목이 영업 기밀에 해당한다는 삼성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겁니다.

서울행정법원은 행정심판위원회의 판단을 수용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이들 정보는 공정·설비의 배치, 해당 공정에 최적화된 화학물질 및 신기술·신제품의 특화 공정 등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이는 삼성이 경쟁업체에 대해 비밀로 유지해야 할 기술적 노하우로 공개되면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반올림 측이 공개를 요구한 측정대상 공정이나 단위작업장소 등이 공개되면 경쟁업체가 반도체 효율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배치방식을 유추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화학물질명이나 월 취급량 등이 공개되면 경쟁업체가 최적화된 화학물질이나 특화 공정 등을 유추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봤습니다.

법원은 이어 산업통상자원부가 2018년 이들 정보를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한다고 판정한 점도 비공개 근거로 삼았습니다.

반올림 측은 이들 정보가 정보공개법상 '사업활동에 의해 발생하는 위해(危害)로부터 사람의 생명·신체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이므로 공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사업주가 법령에 따라 사업장 게시판이나 사보 게재 등 방법으로 작업환경평가 결과를 공개하는 만큼, 별도로 대외에 공개할 필요성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를 배척했습니다.

반올림 측은 즉각 항소할 방침을 밝혔습니다.

조승규 반올림 노무사는 "대단히 실망스러운 판결"이라며 "대전고법에서 온양공장 보고서를 공개하라는 확정판결이 이미 나왔고, 작업환경측정결과 보고서는 모든 공장의 양식이 동일하다. 지금에 와서 달라진 것은 삼성의 30나노 D램 기술 등이 산자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됐다는 점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