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기다리는 공영주차장 정기권, 구의원님들은 2년치 자동 등록?

입력 2020.02.22 (08:21) 수정 2020.02.22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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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의원들이 요금도 안 냈는데 '정기 차량'으로 등록돼 있습니다."

이달 초 KBS에 접수된 제보입니다. 지자체마다 공공의 편의를 위해 '공영주차장'을 운영하고 있죠. 이용한 시간만큼 요금을 내거나, 아예 월 정기권을 등록한 뒤 매달 정해진 요금을 내면 이용할 수 있습니다.

공영주차장은 민간 주차장보다 요금이 싸 인기가 좋습니다. 특히 주차공간이 부족한 지역의 공영주차장에 이른바 '월 주차'를 하려면 1년 넘게 기다리는 곳도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공영주차장에선 구의원들이 월 정기권 요금을 내지도 않고, 무료로 입출입할 수 있도록 돼 있다는 제보였습니다.

물론 구의원들이다보니 공적 업무를 위한 주차라면, 이해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취재팀이 확인한 주차장 주변은 오피스텔 등이 밀집한 주택가여서 업무와는 크게 상관 없어 보이는 곳이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 주차프로그램 내역 입수..."돈 안내고 2022년 7월까지 자동연장"


취재팀이 확보한 한 공영주차장의 관리 프로그램 내역입니다. 그래픽 왼쪽에 표기된 이름들은 모두 영등포구 구의원들입니다. 전체 구의원 17명 가운데 12명의 월 정기권이 이 주차장에 등록돼 있습니다. 그런데 종료 날짜가 2022년 7월 말까집니다. 사실상 구의원 임기가 끝날 때까지 주차 가능 날짜가 설정돼 있는 겁니다.

일반 시민들은 이렇게 오랫동안 기간을 정해서 공영주차장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매달 초 정해진 날짜까지 요금을 선불로 내야 하고, 내지 않으면 월 정기권에서 자동으로 탈락합니다.

'연장 금액'은 '0원'으로 돼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 내역을 확인한 시점이 2월 중순이니, 1월에서 2월로 정기권을 연장하려면 이 연장 금액이 표시돼 있어야 합니다. 정기권을 연장하기 위한 요금을 냈다는 의미죠. 실제로 같은 기간에 정기권을 이용 중인 시민들은 연장 금액이 표시돼 있었습니다.

■ 구의원들 "특혜 요청한 적 없어…. 지난해 말부터 요금 내"

영등포구 구의원들을 만나 입장을 물었습니다. 하지만 기자와 만난 구의원들은 하나같이 공영주차장 무료 사용 같은 특혜를 요청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일부 구의원들은 이전에 할인을 받았던 적은 있지만, 지난해부터는 공영주차장을 이용할 때마다 시간제 요금을 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또 취재팀이 주차관리 프로그램을 확보한 영등포구의 주차장에 자신들의 차량이 정기 차량으로 등록돼 있다는 사실도 전혀 모른다고 주장했습니다. 요청한 적이 없으니, 알 리가 없다는 겁니다.

실제 영등포시설관리공단도 구의원 상당수가 일부 공영주차장에 월 정기권이 등록된 건 사실이지만, 올해 들어 이용한 사람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29곳의 공영주차장 가운데 최소 6곳 이상에 구의원들의 무료 정기권이 등록돼 있다는 증언도 있었습니다. 영등포시설관리공단 측은 현재 전수조사 중이어서 모두 몇 곳인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취재가 한창이던 지난 14일 밤에는 이 주차장의 전산 내용도 갑자기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공단 측은 따로 삭제 요청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이전부터 민원이 접수돼 처리했을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 특정 공직자에 편의제공…."청탁금지법 위반 소지"

이런 공영주차장 특혜 문제는 이전부터 계속 제기돼 왔습니다. 지난해 9월에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전국 지자체에 '주차장 관리운영 관련 조례'를 개선하라고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주차장에서 특정 공직자 등에 과도하게 주차 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청탁금지법에 걸릴 수 있다고 해석했기 때문입니다. 영등포구청과 영등포시설관리공단은 이때부터 관할 공영주차장에 구의원 등의 명단을 확인해 삭제 조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왜 일부 주차장에 여전히 구의원 등의 명단이 남아있었던 걸까요? 자세한 내용은 오늘 저녁 KBS 1TV 뉴스에서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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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년 기다리는 공영주차장 정기권, 구의원님들은 2년치 자동 등록?
    • 입력 2020-02-22 08:21:26
    • 수정2020-02-22 18:27:20
    취재K
■ "구의원들이 요금도 안 냈는데 '정기 차량'으로 등록돼 있습니다."

이달 초 KBS에 접수된 제보입니다. 지자체마다 공공의 편의를 위해 '공영주차장'을 운영하고 있죠. 이용한 시간만큼 요금을 내거나, 아예 월 정기권을 등록한 뒤 매달 정해진 요금을 내면 이용할 수 있습니다.

공영주차장은 민간 주차장보다 요금이 싸 인기가 좋습니다. 특히 주차공간이 부족한 지역의 공영주차장에 이른바 '월 주차'를 하려면 1년 넘게 기다리는 곳도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공영주차장에선 구의원들이 월 정기권 요금을 내지도 않고, 무료로 입출입할 수 있도록 돼 있다는 제보였습니다.

물론 구의원들이다보니 공적 업무를 위한 주차라면, 이해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취재팀이 확인한 주차장 주변은 오피스텔 등이 밀집한 주택가여서 업무와는 크게 상관 없어 보이는 곳이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 주차프로그램 내역 입수..."돈 안내고 2022년 7월까지 자동연장"


취재팀이 확보한 한 공영주차장의 관리 프로그램 내역입니다. 그래픽 왼쪽에 표기된 이름들은 모두 영등포구 구의원들입니다. 전체 구의원 17명 가운데 12명의 월 정기권이 이 주차장에 등록돼 있습니다. 그런데 종료 날짜가 2022년 7월 말까집니다. 사실상 구의원 임기가 끝날 때까지 주차 가능 날짜가 설정돼 있는 겁니다.

일반 시민들은 이렇게 오랫동안 기간을 정해서 공영주차장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매달 초 정해진 날짜까지 요금을 선불로 내야 하고, 내지 않으면 월 정기권에서 자동으로 탈락합니다.

'연장 금액'은 '0원'으로 돼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 내역을 확인한 시점이 2월 중순이니, 1월에서 2월로 정기권을 연장하려면 이 연장 금액이 표시돼 있어야 합니다. 정기권을 연장하기 위한 요금을 냈다는 의미죠. 실제로 같은 기간에 정기권을 이용 중인 시민들은 연장 금액이 표시돼 있었습니다.

■ 구의원들 "특혜 요청한 적 없어…. 지난해 말부터 요금 내"

영등포구 구의원들을 만나 입장을 물었습니다. 하지만 기자와 만난 구의원들은 하나같이 공영주차장 무료 사용 같은 특혜를 요청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일부 구의원들은 이전에 할인을 받았던 적은 있지만, 지난해부터는 공영주차장을 이용할 때마다 시간제 요금을 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또 취재팀이 주차관리 프로그램을 확보한 영등포구의 주차장에 자신들의 차량이 정기 차량으로 등록돼 있다는 사실도 전혀 모른다고 주장했습니다. 요청한 적이 없으니, 알 리가 없다는 겁니다.

실제 영등포시설관리공단도 구의원 상당수가 일부 공영주차장에 월 정기권이 등록된 건 사실이지만, 올해 들어 이용한 사람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29곳의 공영주차장 가운데 최소 6곳 이상에 구의원들의 무료 정기권이 등록돼 있다는 증언도 있었습니다. 영등포시설관리공단 측은 현재 전수조사 중이어서 모두 몇 곳인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취재가 한창이던 지난 14일 밤에는 이 주차장의 전산 내용도 갑자기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공단 측은 따로 삭제 요청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이전부터 민원이 접수돼 처리했을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 특정 공직자에 편의제공…."청탁금지법 위반 소지"

이런 공영주차장 특혜 문제는 이전부터 계속 제기돼 왔습니다. 지난해 9월에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전국 지자체에 '주차장 관리운영 관련 조례'를 개선하라고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주차장에서 특정 공직자 등에 과도하게 주차 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청탁금지법에 걸릴 수 있다고 해석했기 때문입니다. 영등포구청과 영등포시설관리공단은 이때부터 관할 공영주차장에 구의원 등의 명단을 확인해 삭제 조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왜 일부 주차장에 여전히 구의원 등의 명단이 남아있었던 걸까요? 자세한 내용은 오늘 저녁 KBS 1TV 뉴스에서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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