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층간소음분쟁 80% 폭증…코로나 공포에 ‘집콕’ 때문?

입력 2020.02.2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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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국내 확진자 발생' 이후 층간소음 분쟁 건수가 80% 가까이 크게 늘어난 걸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늘어감에 따라 사람들이 외부 활동을 자제하면서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코로나19' 국내 확진판정 이후 층간소음 분쟁 '민원콜' 2배로


KBS가 한국환경공단(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 의뢰를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층간소음 분쟁사례 민원의 한국환경공단 콜센터(1661-2642) 접수 건수는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1월 20일을 전후해 크게 늘었습니다.

국내 확진자 발생일인 1월 20일 이전 23일간(2019.12.28~2020.1.19) 콜센터에 접수된 층간소음 민원 접수건수는 543건에 불과했지만, 확진자 발생 이후 23일간(2020.1.20~2020.2.11) 공단 콜센터에 접수된 민원 접수 건수는 963건으로 77.3%가 증가했습니다. 코로나19와 층간소음 분쟁 건수 사이에 유의미한 통계가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공단 관계자는 "방학 연장 및 학원 휴원 등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때문에 학생들을 포함해 국민들의 실내 거주하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층간소음 분쟁도 증가해) 콜센터 분쟁접수 건수가 늘어났다"고 설명했습니다.

전화 상담만으로 끝나지 않고 실제로 방문 상담을 요청하거나 소음 측정을 의뢰하는 '현장진단' 요청 건수도 626건에서 660건으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다만 같은 기간 온라인(www.noiseinfo.or.kr)을 통한 접수건수(788건→782건)엔 유의미한 변동이 없었습니다.

■층간소음, 자칫 시비 붙으면 '칼부림'…정도 따라 손해배상책임 인정

최신 판례를 보면, 아파트나 다세대주택, 연립주택 등 공동주택 형태의 건물에서 층간소음으로 인해 발생한 형사사건이 적지 않습니다. 지난 1월엔 층간 소음 문제로 윗집 가족에게 앙심을 품고 오전, 오후, 밤중, 새벽 시각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집 벨을 누르고 도망가는 방법으로 길게는 2년 동안 위층 가족을 괴롭혀 오던 아랫집 사람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습니다.

이 피고인은 집 벨을 누르고 도망가던 도중 11세 여자아이에게 발각되자 빗자루로 아이를 때리고 머리채를 잡아 벽에 부딪치게 하고, 자신을 제지하고 휴대폰으로 범행을 촬영하려던 다른 가족을 빗자루로 때리고 밀어 계단 아래로 구르게 한 아동복지법 위반 등 사건으로 기소됐습니다.

층간소음으로 감정이 상한 끝에 칼부림까지 난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층간소음이 심하단 이유로 술에 취한 채 윗집 주민을 흉기로 숨지게 하고, 그 처와 부친 살인 미수에 그친 아랫집 주민에게 징역 20년형이 선고된 사례가 있습니다.

정도 이상의 소음을 발생시킨 윗집엔 민사상 손해배상책임도 당연히 발생합니다. 다소 시일이 지난 판례란 점을 감안해야겠지만, 대전지방법원은 2013년 5월부터 11월까지 윗집 주민이 여러 차례에 걸쳐 주로 야간에 아령을 굴리는 등의 방법으로 45dB(데시벨)에서 73.1dB에 달하는 층간소음을 고의로 발생시킨 사실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50만 원씩을 지급하게 했습니다.

법원은 이 윗집 주민에 대해서 '1분 평균 40dB 이상, 야간 35dB 이상 또는 순간 최고 주간 55dB 이상, 야간 50dB 이상의 소음 · 진동을 발생시키지 말라'는 가처분 결정을 했지만 이 주민은 2014년 이후로도 계속해서 51dB에서 78.2dB 소음을 발생시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법원은 윗집 주민에게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200만 원의 위자료를 추가로 지급하도록 선고했습니다.

■아랫집 주민 대응, 과도하면 '불법'

아랫집 주민이 이에 대항하는 과정에서도 불법행위가 성립할 여지가 있습니다.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의 거주자로서 스스로의 주거안녕과 심신의 평온을 위하여 이웃 거주자가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소음을 발생시킨다면 이에 대하여 항의하거나 이의를 제기하여 바로잡을 수는 있는 것이지만, 서로 갈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대항이 과도해선 안 된다는 게 법원의 태도입니다.

지난해 대구지방법원은 윗집 주민의 평온한 생활을 과도하게 침해하여 참기 힘든 어려운 고통을 가하는 것이어서 민법상 불법행위가 성립한다며 아랫집 주민에게 100만 원의 위자료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아랫집 주민은 △윗집 주민에게 ‘쥐새끼 같은.. 바퀴벌레.. 싸가지 없다.. 00아.. 머리가 모자라다….’라는 등의 비속어 표현을 사용하고 △직접 소음자제를 요청하는 인터폰 통화 외에도 관리사무소 직원들이나 경비실 직원을 통해 수십 차례에 걸쳐 인터폰으로 소음 자제 요청을 하고 △윗집 주민의 직장에 '공중도덕을 지키지 않고 이웃에 피해를 준다'는 취지로 민원을 제기하고 △윗집에 사는 어린이에게 '범인' 등으로 말하고 △윗집 주민이 '이웃들 사이에 배려하자'는 취지로 엘리베이터에 부착한 게시물에 '너나 잘하라'는 조롱의 낙서를 하기도 했습니다.

층간소음을 참지 못한 아랫집 주민이 반대편 건물에서 윗집 주민이 소음을 발생시키는 장면을 촬영해 법원에 증거로 제출하고 방송사에도 제보했는데, 이에 대해 아랫집 주민이 50만 원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 경우도 있습니다.

법원은 "아랫집 주민의 환경권 보호와 민사소송에서 진실발견이라는 목적이 원고들의 인격적 이익보다 우월하다고 단정할 수 없고, 자신이 주거지에서 생활하는 모습은 사생활의 비밀로서 보호할 필요가 큰 점, 이 사건 촬영으로 인해 층간소음과 무관한 원고들 가족의 사생활까지 침해된 점, 여러 방송사에 동영상의 존재를 제보하여 원고들이 고의로 층간소음을 일으키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뉴스 등을 통해 방영되도록 한 점을 감안하면 위법성이 완전히 없다고는 볼 수 없다."라며 손해배상을 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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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층간소음분쟁 80% 폭증…코로나 공포에 ‘집콕’ 때문?
    • 입력 2020-02-27 07:01:23
    취재K
'코로나19 국내 확진자 발생' 이후 층간소음 분쟁 건수가 80% 가까이 크게 늘어난 걸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늘어감에 따라 사람들이 외부 활동을 자제하면서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코로나19' 국내 확진판정 이후 층간소음 분쟁 '민원콜' 2배로


KBS가 한국환경공단(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 의뢰를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층간소음 분쟁사례 민원의 한국환경공단 콜센터(1661-2642) 접수 건수는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1월 20일을 전후해 크게 늘었습니다.

국내 확진자 발생일인 1월 20일 이전 23일간(2019.12.28~2020.1.19) 콜센터에 접수된 층간소음 민원 접수건수는 543건에 불과했지만, 확진자 발생 이후 23일간(2020.1.20~2020.2.11) 공단 콜센터에 접수된 민원 접수 건수는 963건으로 77.3%가 증가했습니다. 코로나19와 층간소음 분쟁 건수 사이에 유의미한 통계가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공단 관계자는 "방학 연장 및 학원 휴원 등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때문에 학생들을 포함해 국민들의 실내 거주하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층간소음 분쟁도 증가해) 콜센터 분쟁접수 건수가 늘어났다"고 설명했습니다.

전화 상담만으로 끝나지 않고 실제로 방문 상담을 요청하거나 소음 측정을 의뢰하는 '현장진단' 요청 건수도 626건에서 660건으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다만 같은 기간 온라인(www.noiseinfo.or.kr)을 통한 접수건수(788건→782건)엔 유의미한 변동이 없었습니다.

■층간소음, 자칫 시비 붙으면 '칼부림'…정도 따라 손해배상책임 인정

최신 판례를 보면, 아파트나 다세대주택, 연립주택 등 공동주택 형태의 건물에서 층간소음으로 인해 발생한 형사사건이 적지 않습니다. 지난 1월엔 층간 소음 문제로 윗집 가족에게 앙심을 품고 오전, 오후, 밤중, 새벽 시각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집 벨을 누르고 도망가는 방법으로 길게는 2년 동안 위층 가족을 괴롭혀 오던 아랫집 사람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습니다.

이 피고인은 집 벨을 누르고 도망가던 도중 11세 여자아이에게 발각되자 빗자루로 아이를 때리고 머리채를 잡아 벽에 부딪치게 하고, 자신을 제지하고 휴대폰으로 범행을 촬영하려던 다른 가족을 빗자루로 때리고 밀어 계단 아래로 구르게 한 아동복지법 위반 등 사건으로 기소됐습니다.

층간소음으로 감정이 상한 끝에 칼부림까지 난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층간소음이 심하단 이유로 술에 취한 채 윗집 주민을 흉기로 숨지게 하고, 그 처와 부친 살인 미수에 그친 아랫집 주민에게 징역 20년형이 선고된 사례가 있습니다.

정도 이상의 소음을 발생시킨 윗집엔 민사상 손해배상책임도 당연히 발생합니다. 다소 시일이 지난 판례란 점을 감안해야겠지만, 대전지방법원은 2013년 5월부터 11월까지 윗집 주민이 여러 차례에 걸쳐 주로 야간에 아령을 굴리는 등의 방법으로 45dB(데시벨)에서 73.1dB에 달하는 층간소음을 고의로 발생시킨 사실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50만 원씩을 지급하게 했습니다.

법원은 이 윗집 주민에 대해서 '1분 평균 40dB 이상, 야간 35dB 이상 또는 순간 최고 주간 55dB 이상, 야간 50dB 이상의 소음 · 진동을 발생시키지 말라'는 가처분 결정을 했지만 이 주민은 2014년 이후로도 계속해서 51dB에서 78.2dB 소음을 발생시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법원은 윗집 주민에게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200만 원의 위자료를 추가로 지급하도록 선고했습니다.

■아랫집 주민 대응, 과도하면 '불법'

아랫집 주민이 이에 대항하는 과정에서도 불법행위가 성립할 여지가 있습니다.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의 거주자로서 스스로의 주거안녕과 심신의 평온을 위하여 이웃 거주자가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소음을 발생시킨다면 이에 대하여 항의하거나 이의를 제기하여 바로잡을 수는 있는 것이지만, 서로 갈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대항이 과도해선 안 된다는 게 법원의 태도입니다.

지난해 대구지방법원은 윗집 주민의 평온한 생활을 과도하게 침해하여 참기 힘든 어려운 고통을 가하는 것이어서 민법상 불법행위가 성립한다며 아랫집 주민에게 100만 원의 위자료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아랫집 주민은 △윗집 주민에게 ‘쥐새끼 같은.. 바퀴벌레.. 싸가지 없다.. 00아.. 머리가 모자라다….’라는 등의 비속어 표현을 사용하고 △직접 소음자제를 요청하는 인터폰 통화 외에도 관리사무소 직원들이나 경비실 직원을 통해 수십 차례에 걸쳐 인터폰으로 소음 자제 요청을 하고 △윗집 주민의 직장에 '공중도덕을 지키지 않고 이웃에 피해를 준다'는 취지로 민원을 제기하고 △윗집에 사는 어린이에게 '범인' 등으로 말하고 △윗집 주민이 '이웃들 사이에 배려하자'는 취지로 엘리베이터에 부착한 게시물에 '너나 잘하라'는 조롱의 낙서를 하기도 했습니다.

층간소음을 참지 못한 아랫집 주민이 반대편 건물에서 윗집 주민이 소음을 발생시키는 장면을 촬영해 법원에 증거로 제출하고 방송사에도 제보했는데, 이에 대해 아랫집 주민이 50만 원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 경우도 있습니다.

법원은 "아랫집 주민의 환경권 보호와 민사소송에서 진실발견이라는 목적이 원고들의 인격적 이익보다 우월하다고 단정할 수 없고, 자신이 주거지에서 생활하는 모습은 사생활의 비밀로서 보호할 필요가 큰 점, 이 사건 촬영으로 인해 층간소음과 무관한 원고들 가족의 사생활까지 침해된 점, 여러 방송사에 동영상의 존재를 제보하여 원고들이 고의로 층간소음을 일으키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뉴스 등을 통해 방영되도록 한 점을 감안하면 위법성이 완전히 없다고는 볼 수 없다."라며 손해배상을 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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