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쏜 ‘방사탄’…사실은 ‘탄도미사일’?

입력 2020.03.04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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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일 낮 12시 37분쯤 단거리 발사체 2발을 발사했습니다. 지난해 11월 28일 이후 95일 만이자 올해 들어서는 첫 발사입니다. 강원도 원산 인근에서 발사돼 약 240km를 비행했고 정점 고도는 약 35km인 것으로 탐지됐습니다.

북한은 하루 뒤인 3일, 매체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방사탄 발사 훈련을 지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이 밝힌 '방사탄'은 방사포에서 쏘는 로켓탄입니다. 북한이 공개한 방사탄의 사진을 보면 지난해에 4차례 발사했다고 밝힌 '초대형 방사포'와 동일한 것으로 보입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북한이 밝힌 '방사탄'이라는 표현이 더욱 정확합니다. 방사포는 박격포, 대포처럼 탄을 발사하는 장치이고 탄은 발사돼 날아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8월 24일 발사한 초대형 방사포지난해 8월 24일 발사한 초대형 방사포

올해 3월 2일 발사한 방사탄-지난해 발사한 초대형 방사포와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올해 3월 2일 발사한 방사탄-지난해 발사한 초대형 방사포와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

■ '방사탄'이 곧 탄도미사일...유도 기능이 핵심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의 발사체를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발사한 '초대형 방사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했습니다. 군 당국은 지난해 북한이 발사한 이 초대형 방사포에 19-5라는 코드명을 부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연장포인 방사포는 원래 유도 기능이 없어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다른 무기체계입니다. 하지만 방사포의 기술이 점차 발전하면서 최근엔 방사포와 탄도미사일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방사포에 장착된 위성항법과 관성항법 등 유도 장치를 통한 유도 기능이 초대형 방사포를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볼 수 있는 핵심적인 특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이미 지난해 9월, 두 번째로 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하면서 힌트를 줬습니다. 지난해 9월 11일 노동신문은 김정은 위원장이 "초대형방사포무기체계는 전투운영상 측면과 비행궤도 특성, 정확도와 정밀유도기능이 최종검증되었다"면서 "앞으로 방사포의 위력상 가장 뚜렷한 특징으로 되는 연발사격시험만 진행하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내렸다고 보도했습니다. 정밀유도기능이 최종검증되었다는 말이 곧 방사포에 유도 기능을 장착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군 당국도 북한 초대형 방사포에 유도 기능이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타격 표적인 섬에 명중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이 표적은 함경남도 길주군 무수단리 앞바다에 있는 '알섬'으로 불리는 곳인데 원산 호도반도에서 직선거리로 230여 km 떨어져 있어 이번 발사체 비행 거리와 거의 같습니다. 이렇게 방사포가 타격 목표 지점을 정확히 명중시켰다는 것은 유도 기능이 없이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군사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표적지인 ‘알섬’에 명중시킨 것으로 보인다.표적지인 ‘알섬’에 명중시킨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군은 미사일의 비행 거리 300km~1,000km까지를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이번 방사포의 비행 거리는 240km로 이 범주엔 들지 않지만, 군이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한 것은 이 방사포의 비행 거리를 더 늘릴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미 지난해에 발사된 초대형 방사포의 비행 거리는 380여km(8월 24일), 330여km(9월 10일), 370km(10월 31일), 380km(11월 28일)로 모두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사정거리 범주 안에 들었습니다.

■ 요격 회피 위해 저고도 비행…상승 기동은 미지수

이번 방사포는 요격을 피하기 위해 저고도 비행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발사는 지난해와 달리 최대 정점 고도가 많이 낮아진 게 특징입니다. 지난해 4차례 발사 때 정점 고도는 97km(8월 24일), 50~60km(9월 10일), 90여km(10월 31일), 97km(11월 28일)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정점 고도가 35km로 지난해보다 크게 낮아졌습니다.

북한이 이번에 저고도 발사를 한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레이더 탐지를 피하기 위해 고도를 낮췄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미사일이 남쪽으로 날아오는 게 아니라 북동쪽으로 날아갔기 때문에 고도 30km 아래에선 지구 곡면율 때문에 레이더로 비행 궤적을 탐지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의 신형 초대형 방사포가 요격을 피하기 위해 하강 단계에서 변칙적인 기동을 하는 '상승 기동'까지 했는지는 미지수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렇게 저고도 비행을 하면서 하강 단계에서 상승 기동을 시험했을 가능성도 제기합니다. 이 가능성에 대해 군 당국은 분석 중입니다.

북한이 지난해 7월 31일과 8월 2일 두 차례 발사한, 또 다른 신형 무기인 대구경조종방사포의 경우 상승 기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8월 3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시험사격은 대구경조종방사탄의 고도억제비행성능과 궤도조종능력 및 목표명중성을 검열할 목적으로 진행되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여기서 북한이 언급한 '궤도조종능력'이 곧 상승 기동을 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또 고도억제비행성능은 요격과 탐지를 피하기 위해 저고도 비행을 했다는 것으로 당시 두 차례 발사의 정점 고도는 30여km와 25km로 탐지돼 매우 낮았습니다.

북한 초대형 방사포의 상승 기동 여부는 아직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탐지와 요격을 어렵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방사포와 탄도미사일의 경계가 모호한 신형 무기들을 잇따라 개발한 만큼 이에 대한 우리 군의 적절한 대응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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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이 쏜 ‘방사탄’…사실은 ‘탄도미사일’?
    • 입력 2020-03-04 07:07:31
    취재K
북한이 2일 낮 12시 37분쯤 단거리 발사체 2발을 발사했습니다. 지난해 11월 28일 이후 95일 만이자 올해 들어서는 첫 발사입니다. 강원도 원산 인근에서 발사돼 약 240km를 비행했고 정점 고도는 약 35km인 것으로 탐지됐습니다.

북한은 하루 뒤인 3일, 매체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방사탄 발사 훈련을 지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이 밝힌 '방사탄'은 방사포에서 쏘는 로켓탄입니다. 북한이 공개한 방사탄의 사진을 보면 지난해에 4차례 발사했다고 밝힌 '초대형 방사포'와 동일한 것으로 보입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북한이 밝힌 '방사탄'이라는 표현이 더욱 정확합니다. 방사포는 박격포, 대포처럼 탄을 발사하는 장치이고 탄은 발사돼 날아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8월 24일 발사한 초대형 방사포
올해 3월 2일 발사한 방사탄-지난해 발사한 초대형 방사포와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
■ '방사탄'이 곧 탄도미사일...유도 기능이 핵심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의 발사체를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발사한 '초대형 방사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했습니다. 군 당국은 지난해 북한이 발사한 이 초대형 방사포에 19-5라는 코드명을 부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연장포인 방사포는 원래 유도 기능이 없어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다른 무기체계입니다. 하지만 방사포의 기술이 점차 발전하면서 최근엔 방사포와 탄도미사일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방사포에 장착된 위성항법과 관성항법 등 유도 장치를 통한 유도 기능이 초대형 방사포를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볼 수 있는 핵심적인 특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이미 지난해 9월, 두 번째로 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하면서 힌트를 줬습니다. 지난해 9월 11일 노동신문은 김정은 위원장이 "초대형방사포무기체계는 전투운영상 측면과 비행궤도 특성, 정확도와 정밀유도기능이 최종검증되었다"면서 "앞으로 방사포의 위력상 가장 뚜렷한 특징으로 되는 연발사격시험만 진행하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내렸다고 보도했습니다. 정밀유도기능이 최종검증되었다는 말이 곧 방사포에 유도 기능을 장착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군 당국도 북한 초대형 방사포에 유도 기능이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타격 표적인 섬에 명중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이 표적은 함경남도 길주군 무수단리 앞바다에 있는 '알섬'으로 불리는 곳인데 원산 호도반도에서 직선거리로 230여 km 떨어져 있어 이번 발사체 비행 거리와 거의 같습니다. 이렇게 방사포가 타격 목표 지점을 정확히 명중시켰다는 것은 유도 기능이 없이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군사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표적지인 ‘알섬’에 명중시킨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군은 미사일의 비행 거리 300km~1,000km까지를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이번 방사포의 비행 거리는 240km로 이 범주엔 들지 않지만, 군이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한 것은 이 방사포의 비행 거리를 더 늘릴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미 지난해에 발사된 초대형 방사포의 비행 거리는 380여km(8월 24일), 330여km(9월 10일), 370km(10월 31일), 380km(11월 28일)로 모두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사정거리 범주 안에 들었습니다.

■ 요격 회피 위해 저고도 비행…상승 기동은 미지수

이번 방사포는 요격을 피하기 위해 저고도 비행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발사는 지난해와 달리 최대 정점 고도가 많이 낮아진 게 특징입니다. 지난해 4차례 발사 때 정점 고도는 97km(8월 24일), 50~60km(9월 10일), 90여km(10월 31일), 97km(11월 28일)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정점 고도가 35km로 지난해보다 크게 낮아졌습니다.

북한이 이번에 저고도 발사를 한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레이더 탐지를 피하기 위해 고도를 낮췄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미사일이 남쪽으로 날아오는 게 아니라 북동쪽으로 날아갔기 때문에 고도 30km 아래에선 지구 곡면율 때문에 레이더로 비행 궤적을 탐지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의 신형 초대형 방사포가 요격을 피하기 위해 하강 단계에서 변칙적인 기동을 하는 '상승 기동'까지 했는지는 미지수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렇게 저고도 비행을 하면서 하강 단계에서 상승 기동을 시험했을 가능성도 제기합니다. 이 가능성에 대해 군 당국은 분석 중입니다.

북한이 지난해 7월 31일과 8월 2일 두 차례 발사한, 또 다른 신형 무기인 대구경조종방사포의 경우 상승 기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8월 3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시험사격은 대구경조종방사탄의 고도억제비행성능과 궤도조종능력 및 목표명중성을 검열할 목적으로 진행되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여기서 북한이 언급한 '궤도조종능력'이 곧 상승 기동을 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또 고도억제비행성능은 요격과 탐지를 피하기 위해 저고도 비행을 했다는 것으로 당시 두 차례 발사의 정점 고도는 30여km와 25km로 탐지돼 매우 낮았습니다.

북한 초대형 방사포의 상승 기동 여부는 아직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탐지와 요격을 어렵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방사포와 탄도미사일의 경계가 모호한 신형 무기들을 잇따라 개발한 만큼 이에 대한 우리 군의 적절한 대응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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