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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개신교 안 믿어? 안 뽑아!”…교육청 요구도 무시한 사학
입력 2020.03.04 (07:07) 수정 2020.03.04 (09:04) 취재후
선생님으로서 필요한 자질은 무엇일까요? 종교를 안 믿는 것도 결격 사유가 될까요?

여기 개신교를 믿지 않아 채용이 안 된 사례가 있습니다. 서울 성북구의 사립초등학교인 우촌초등학교의 일입니다.

우촌초는 지난 1월, 교사를 채용한다는 공고를 냈습니다. 채용인원은 4명, 자격 요건은 '초등교사 자격증' 뿐이었습니다. A 씨는 채용공고를 보고 응시했습니다.

서류와 필기 평가를 거친 A 씨는 학교 관계자 앞에서 수업 시연도 하고 면접도 봤습니다. 면접 과정에서 A 씨는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바로 종교 관련 질문이었습니다.

“20년 전 절차 문제 삼아 사직 통보”…비리 제보자 솎아내려?(2020.3.2 KBS 1TV 특집 ‘뉴스7’) 보도 화면“20년 전 절차 문제 삼아 사직 통보”…비리 제보자 솎아내려?(2020.3.2 KBS 1TV 특집 ‘뉴스7’) 보도 화면

채용 응시자 A 씨
"제게 '왜 종교가 없느냐?'라고 시작했어요. 이사장이 '이끌어주는 사람이 없었느냐? 오늘 집에 가서 자신을 반성하고 기도해봐라. 하나님을 안 믿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등의 질문을 공격적으로 했어요."
"왜 그런 식으로 제가 교직과 상관없는 질문을 받아야 하는지 납득이 안 됐어요."

'무교'라는 이유로 면접에서 집요하게 추궁당한 A 씨는 결국 떨어졌습니다.

A 씨는 학교에 찾아가 자신이 탈락한 과정을 알고 더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성적이 안 돼 떨어진 게 아니라, 애초 뽑으려던 인원을 줄이면서까지 자신을 채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학교 관계자를 통해 들은 재단의 채용 거부 이유는 '정체성'이었습니다. 학교의 '기독교 정신'과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결국, A 씨는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서울시 교육청 "A 씨 불합격 사유는 위법"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이 제공한 서울시 교육청의 '우촌초 정교사 채용 관련 감사보고서'를 보면, 탈락한 A 씨 주장은 사실이었습니다.

총 4명의 인원을 뽑는데 A 씨는 최종 4위를 기록했습니다. 최종 선발 인원이 달라질 수 있다는 안내도 없어, A 씨가 정교사로 채용되는 게 상식입니다. 그러나 재단은 고령이고 정교사 경력이 없으며, 무교라는 이유로 채용하지 않았습니다.

정교사로 합격한 3명 가운데 A 씨보다 3살 많은 지원자도 있고, 다른 두 명은 A 씨처럼 정교사 경력이 없습니다. 결국 A 씨는 개신교를 안 믿는다는 이유로 뽑히지 못한 겁니다.

서울시 교육청은 채용 거부 사유 3가지 모두 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종교를 이유로 채용하지 않은 건 헌법에 위배된다고 밝혔습니다. 감사결과, 서울시 교육청은 재단에 채용 심사를 다시 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연관기사] “20년 전 절차 문제 삼아 사직 통보”…비리 제보자 솎아내려? (KBS 1TV ‘특집 뉴스7’ 2020.3.2.)

■재단은 교육청 요구도 무시…"수요 줄어 채용 규모도 변경"

교육청의 감사에도 불구하고 재단은 교육청 요구를 무시하고 끝내 3명만 채용했습니다.

우촌초의 사학재단인 일광학원 관계자는 "이사장이 해당 지원자가 우리 학교 교사로서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라고 해명했지만, 구체적인 기준은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또한, 교사 수요가 줄어 부득이하게 교사 채용 규모를 줄이게 됐으며, 합격자 중에 개신교 아닌 분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이상혁 노무사는 "채용 당시에 명시되지 않았던 사유로 채용을 거부하는 것은 그 자체로 부당하다. 특히 특정한 종교를 믿지 않는다는 이유로 채용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헌법에도 위배된다."라고 말했습니다.

A 씨는 취재진에게 "불공정한 일들이 개선되길 바란다."라면서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애석하게도 지금까지 재단이 위법한 채용 절차를 바로잡았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개신교 신자가 아닌 A 씨는 과연 우촌초 정교사로 출근할 수 있을까요?
  • [취재후] “개신교 안 믿어? 안 뽑아!”…교육청 요구도 무시한 사학
    • 입력 2020-03-04 07:07:31
    • 수정2020-03-04 09:04:29
    취재후
선생님으로서 필요한 자질은 무엇일까요? 종교를 안 믿는 것도 결격 사유가 될까요?

여기 개신교를 믿지 않아 채용이 안 된 사례가 있습니다. 서울 성북구의 사립초등학교인 우촌초등학교의 일입니다.

우촌초는 지난 1월, 교사를 채용한다는 공고를 냈습니다. 채용인원은 4명, 자격 요건은 '초등교사 자격증' 뿐이었습니다. A 씨는 채용공고를 보고 응시했습니다.

서류와 필기 평가를 거친 A 씨는 학교 관계자 앞에서 수업 시연도 하고 면접도 봤습니다. 면접 과정에서 A 씨는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바로 종교 관련 질문이었습니다.

“20년 전 절차 문제 삼아 사직 통보”…비리 제보자 솎아내려?(2020.3.2 KBS 1TV 특집 ‘뉴스7’) 보도 화면“20년 전 절차 문제 삼아 사직 통보”…비리 제보자 솎아내려?(2020.3.2 KBS 1TV 특집 ‘뉴스7’) 보도 화면

채용 응시자 A 씨
"제게 '왜 종교가 없느냐?'라고 시작했어요. 이사장이 '이끌어주는 사람이 없었느냐? 오늘 집에 가서 자신을 반성하고 기도해봐라. 하나님을 안 믿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등의 질문을 공격적으로 했어요."
"왜 그런 식으로 제가 교직과 상관없는 질문을 받아야 하는지 납득이 안 됐어요."

'무교'라는 이유로 면접에서 집요하게 추궁당한 A 씨는 결국 떨어졌습니다.

A 씨는 학교에 찾아가 자신이 탈락한 과정을 알고 더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성적이 안 돼 떨어진 게 아니라, 애초 뽑으려던 인원을 줄이면서까지 자신을 채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학교 관계자를 통해 들은 재단의 채용 거부 이유는 '정체성'이었습니다. 학교의 '기독교 정신'과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결국, A 씨는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서울시 교육청 "A 씨 불합격 사유는 위법"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이 제공한 서울시 교육청의 '우촌초 정교사 채용 관련 감사보고서'를 보면, 탈락한 A 씨 주장은 사실이었습니다.

총 4명의 인원을 뽑는데 A 씨는 최종 4위를 기록했습니다. 최종 선발 인원이 달라질 수 있다는 안내도 없어, A 씨가 정교사로 채용되는 게 상식입니다. 그러나 재단은 고령이고 정교사 경력이 없으며, 무교라는 이유로 채용하지 않았습니다.

정교사로 합격한 3명 가운데 A 씨보다 3살 많은 지원자도 있고, 다른 두 명은 A 씨처럼 정교사 경력이 없습니다. 결국 A 씨는 개신교를 안 믿는다는 이유로 뽑히지 못한 겁니다.

서울시 교육청은 채용 거부 사유 3가지 모두 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종교를 이유로 채용하지 않은 건 헌법에 위배된다고 밝혔습니다. 감사결과, 서울시 교육청은 재단에 채용 심사를 다시 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연관기사] “20년 전 절차 문제 삼아 사직 통보”…비리 제보자 솎아내려? (KBS 1TV ‘특집 뉴스7’ 2020.3.2.)

■재단은 교육청 요구도 무시…"수요 줄어 채용 규모도 변경"

교육청의 감사에도 불구하고 재단은 교육청 요구를 무시하고 끝내 3명만 채용했습니다.

우촌초의 사학재단인 일광학원 관계자는 "이사장이 해당 지원자가 우리 학교 교사로서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라고 해명했지만, 구체적인 기준은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또한, 교사 수요가 줄어 부득이하게 교사 채용 규모를 줄이게 됐으며, 합격자 중에 개신교 아닌 분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이상혁 노무사는 "채용 당시에 명시되지 않았던 사유로 채용을 거부하는 것은 그 자체로 부당하다. 특히 특정한 종교를 믿지 않는다는 이유로 채용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헌법에도 위배된다."라고 말했습니다.

A 씨는 취재진에게 "불공정한 일들이 개선되길 바란다."라면서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애석하게도 지금까지 재단이 위법한 채용 절차를 바로잡았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개신교 신자가 아닌 A 씨는 과연 우촌초 정교사로 출근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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