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가뜩이나 힘든데 위약금까지”…예비부부들의 호소

입력 2020.03.05 (08:26) 수정 2020.03.0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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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이 시간을 통해서 코로나19의 확산 때문에 일생에 한 번 뿐인 대소사를 취소하는 일도 있다고 전해드린 적 있는데요.

특히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결혼식의 경우엔 예비부부들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코로나19 감염 걱정도 걱정이지만, 갑자기 취소하려니 막대한 위약금도 예비부부들을 힘들게 하는게 사실인데요.

오늘 뉴스따라잡기에선 예비부부들의 고충을 취재했습니다.

지금 바로 보시죠.

[리포트]

보름여 후에 결혼식을 예정했던 한 예비 부부를 만났습니다.

기뻐야 할 때지만, 마음 고생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지인들이 줄줄이 결혼식 불참을 알려왔기 때문입니다.

[예비 신부 : "친한 친구, 선후배들까지도 미안하다고 연락이 하루에 최소 한두 통에서 많게는 다섯 통도 왔었어요. 집에 애가 있어서 못 온다고."]

이런 일들이 늘어나고, 혹여 내 결혼식에서 감염자가 나오지 않을까하는 불안에 두 사람은 결혼식을 미루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막상 취소를 결정하고 보니 막대한 위약금이 발목을 잡았던 겁니다.

[예비 신부 : "예식 진행하기 59일 전부터는 계약서상에는 40%의 위약금이 발생한다고 쓰여있어요. 그거에 기준해서 너네는 지금 우리한테 문의를 줬기 때문에 총 진행 비용의 40%인 480만 원의 위약금을 내면 결혼식을 연기해 주겠다."]

양가 도움 없이 결혼을 준비해 온 두 사람에게 위약금 480만 원은 너무 큰 돈이었습니다.

그런데 위약금을 내고 결혼식을 미뤄도 원하는 날짜에 결혼식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예비 신랑 : "돈을 줘서 연기를 해도 자기들이 리스트를 준 날짜에 결혼을 해라 이런 식이니까…"]

다음 달 결혼식 예정이었던 김 모씨 역시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결혼식을 내년으로 미뤘습니다.

같은 곳에서 결혼식을 한다는 조건을 하고, 위약금 160만 원을 물어냈습니다.

[김OO/예비 신부 : "심지어 식비가 8월부터는 인상이 된대요. 그래서 식비도 2천 원 이상 (추가) 돼서 더 많은 손해를 보게 됐죠."]

이미 찍어둔 청첩장도, 준비한 답례품도 예식이 연기되면서 모두 폐기해야 했습니다.

[김OO/예비 신부 : "진짜 그냥 버리게 된 거죠."]

그런데, 위약금 문제, 식장만이 아니었습니다.

[김OO/예비 신부 : "제일 큰 거는 신혼여행이죠. 그런데 신혼여행은 진짜 꿈에 부풀어서 가는 여행인데 그걸 취소한다는 것 자체가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고 금전적인 부분에서도 너무 큰 손해가 오니까 되게 힘들더라고요."]

신혼여행을 취소하다보니 항공권, 숙박 등 고액의 예약을 줄줄이 취소하면서 위약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고 합니다.

결혼식을 목전에 두고 결혼식을 취소하거나 연기한 예비부부들은 이런 위약금 분쟁에 휘말리고 있습니다.

일부는 신혼여행 국가가 한국인을 입국금지하면, 위약금을 면제받지 않을까하는 희망마저 걸어보기도 합니다.

[예비 신부/음성변조 : "저희도 지금 엄청 고민을 하고 있거든요. 지금 다 환불 불가인 숙소들이고 비행편도 다 환불 불가로 예약해놓은 상태라서 차라리 입국금지가 떴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지금 이걸 취소하면 전체 금액을 다 날리는 건데..."]

그러니까 예비부부들은 오랜 시간 준비해 온 결혼식이 미뤄진 것도 속상한데 위약금까지 부담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예비 신부/음성변조 : "식장비 다 날리고 지금 여행도 다 날리고 청첩장 비용은 청첩장 비대로 다 날리고 청첩장 드린다고 대접했던 손님들 비용도 그거대로 다 날리고 천만 원 넘는 돈이 한꺼번에 확 날아가는데 처음 시작하는 젊은 사람들한테 천만 원이 그렇게 쉬운 돈도 아니고."]

결혼식장 등의 표준 약관을 보면, 천재지변은 위약금을 면제받지만, 코로나19같은 감염병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위약금을 두고 업체와 예비부부 간의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겠죠.

[예비 신부/음성변조 : "물론 웨딩홀 입장도 월급도 줘야 되고 임대료도 내야 되고 피해가 있겠죠. 그런데 어차피 예비 신랑신부들이 결혼을 안 하는 게 아니고 결혼을 뒤로 미뤄서라도 할 건데 굳이 이렇게까지 하면서 서로 기분 상해야 되나 축복받아야 되는 날에…(하객이) 안 오더라도 어차피 축의금 받으실 거 아니에요. 막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예식 업체 측도 결혼 성수기를 앞두고 줄줄이 예약 연기, 취소 사태에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A 예식장 관계자/음성변조 : "반년은 지금 다 망했다고 볼 수밖에 없어요. 8월에 예식 하시겠어요? 덥다고 또 안 하시지."]

[B 예식장 관계자/음성변조 : "(위약금을) 안 물릴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그나마도 안 한다고 하면 정말 직원들 월급이고 뭐고 아무것도 못 받는 상황이고 웨딩홀에 연결되는 식자재 업체라든지 업체들이 있을 거 아니에요? 그런데도 부도가 줄줄이 될 거예요."]

소비자원에 접수된 위약금 관련 상담은 코로나 관련 이슈가 없었던 지난해와 비교해 5배 넘게 늘었습니다.

때문에 앞으로 반복될 여지가 있는 전염병에 관해서 기준을 두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박종호/소비자원 홍보과장 : "3월 3일까지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소비자 상담건수입니다. 예식서비스는 1940건입니다. 2019년에 358건이었습니다. 앞으로 계약을 체결할 때는 이런 상황들에 대비해서 계약서를 좀 더 꼼꼼히 작성하는 그런 것들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례없는 코로나19의 확산 때문에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도 관련 업계도 모두 혹독한 시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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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가뜩이나 힘든데 위약금까지”…예비부부들의 호소
    • 입력 2020-03-05 08:29:42
    • 수정2020-03-05 09: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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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이 시간을 통해서 코로나19의 확산 때문에 일생에 한 번 뿐인 대소사를 취소하는 일도 있다고 전해드린 적 있는데요.

특히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결혼식의 경우엔 예비부부들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코로나19 감염 걱정도 걱정이지만, 갑자기 취소하려니 막대한 위약금도 예비부부들을 힘들게 하는게 사실인데요.

오늘 뉴스따라잡기에선 예비부부들의 고충을 취재했습니다.

지금 바로 보시죠.

[리포트]

보름여 후에 결혼식을 예정했던 한 예비 부부를 만났습니다.

기뻐야 할 때지만, 마음 고생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지인들이 줄줄이 결혼식 불참을 알려왔기 때문입니다.

[예비 신부 : "친한 친구, 선후배들까지도 미안하다고 연락이 하루에 최소 한두 통에서 많게는 다섯 통도 왔었어요. 집에 애가 있어서 못 온다고."]

이런 일들이 늘어나고, 혹여 내 결혼식에서 감염자가 나오지 않을까하는 불안에 두 사람은 결혼식을 미루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막상 취소를 결정하고 보니 막대한 위약금이 발목을 잡았던 겁니다.

[예비 신부 : "예식 진행하기 59일 전부터는 계약서상에는 40%의 위약금이 발생한다고 쓰여있어요. 그거에 기준해서 너네는 지금 우리한테 문의를 줬기 때문에 총 진행 비용의 40%인 480만 원의 위약금을 내면 결혼식을 연기해 주겠다."]

양가 도움 없이 결혼을 준비해 온 두 사람에게 위약금 480만 원은 너무 큰 돈이었습니다.

그런데 위약금을 내고 결혼식을 미뤄도 원하는 날짜에 결혼식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예비 신랑 : "돈을 줘서 연기를 해도 자기들이 리스트를 준 날짜에 결혼을 해라 이런 식이니까…"]

다음 달 결혼식 예정이었던 김 모씨 역시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결혼식을 내년으로 미뤘습니다.

같은 곳에서 결혼식을 한다는 조건을 하고, 위약금 160만 원을 물어냈습니다.

[김OO/예비 신부 : "심지어 식비가 8월부터는 인상이 된대요. 그래서 식비도 2천 원 이상 (추가) 돼서 더 많은 손해를 보게 됐죠."]

이미 찍어둔 청첩장도, 준비한 답례품도 예식이 연기되면서 모두 폐기해야 했습니다.

[김OO/예비 신부 : "진짜 그냥 버리게 된 거죠."]

그런데, 위약금 문제, 식장만이 아니었습니다.

[김OO/예비 신부 : "제일 큰 거는 신혼여행이죠. 그런데 신혼여행은 진짜 꿈에 부풀어서 가는 여행인데 그걸 취소한다는 것 자체가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고 금전적인 부분에서도 너무 큰 손해가 오니까 되게 힘들더라고요."]

신혼여행을 취소하다보니 항공권, 숙박 등 고액의 예약을 줄줄이 취소하면서 위약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고 합니다.

결혼식을 목전에 두고 결혼식을 취소하거나 연기한 예비부부들은 이런 위약금 분쟁에 휘말리고 있습니다.

일부는 신혼여행 국가가 한국인을 입국금지하면, 위약금을 면제받지 않을까하는 희망마저 걸어보기도 합니다.

[예비 신부/음성변조 : "저희도 지금 엄청 고민을 하고 있거든요. 지금 다 환불 불가인 숙소들이고 비행편도 다 환불 불가로 예약해놓은 상태라서 차라리 입국금지가 떴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지금 이걸 취소하면 전체 금액을 다 날리는 건데..."]

그러니까 예비부부들은 오랜 시간 준비해 온 결혼식이 미뤄진 것도 속상한데 위약금까지 부담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예비 신부/음성변조 : "식장비 다 날리고 지금 여행도 다 날리고 청첩장 비용은 청첩장 비대로 다 날리고 청첩장 드린다고 대접했던 손님들 비용도 그거대로 다 날리고 천만 원 넘는 돈이 한꺼번에 확 날아가는데 처음 시작하는 젊은 사람들한테 천만 원이 그렇게 쉬운 돈도 아니고."]

결혼식장 등의 표준 약관을 보면, 천재지변은 위약금을 면제받지만, 코로나19같은 감염병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위약금을 두고 업체와 예비부부 간의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겠죠.

[예비 신부/음성변조 : "물론 웨딩홀 입장도 월급도 줘야 되고 임대료도 내야 되고 피해가 있겠죠. 그런데 어차피 예비 신랑신부들이 결혼을 안 하는 게 아니고 결혼을 뒤로 미뤄서라도 할 건데 굳이 이렇게까지 하면서 서로 기분 상해야 되나 축복받아야 되는 날에…(하객이) 안 오더라도 어차피 축의금 받으실 거 아니에요. 막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예식 업체 측도 결혼 성수기를 앞두고 줄줄이 예약 연기, 취소 사태에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A 예식장 관계자/음성변조 : "반년은 지금 다 망했다고 볼 수밖에 없어요. 8월에 예식 하시겠어요? 덥다고 또 안 하시지."]

[B 예식장 관계자/음성변조 : "(위약금을) 안 물릴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그나마도 안 한다고 하면 정말 직원들 월급이고 뭐고 아무것도 못 받는 상황이고 웨딩홀에 연결되는 식자재 업체라든지 업체들이 있을 거 아니에요? 그런데도 부도가 줄줄이 될 거예요."]

소비자원에 접수된 위약금 관련 상담은 코로나 관련 이슈가 없었던 지난해와 비교해 5배 넘게 늘었습니다.

때문에 앞으로 반복될 여지가 있는 전염병에 관해서 기준을 두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박종호/소비자원 홍보과장 : "3월 3일까지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소비자 상담건수입니다. 예식서비스는 1940건입니다. 2019년에 358건이었습니다. 앞으로 계약을 체결할 때는 이런 상황들에 대비해서 계약서를 좀 더 꼼꼼히 작성하는 그런 것들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례없는 코로나19의 확산 때문에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도 관련 업계도 모두 혹독한 시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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