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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포탈 보고서]③ 그들은 어떤 처벌을 받았나?…‘5년형 권고에 3년형 선고?’
입력 2020.03.12 (07:00) 수정 2020.03.24 (17:40) 데이터룸
[조세포탈 보고서]③ 그들은 어떤 처벌을 받았나?…‘5년형 권고에 3년형 선고?’
홍 모 씨는 중고차 수출업자입니다. 중고 자동차를 사들여 다른 나라에 파는 일을 합니다. 홍 씨에게는 일반 도소매상들과는 다른 방식의 조세법이 적용됩니다.

수출업체로 분류되기 때문에 부가가치세에 세율 ‘0’이 적용되는 겁니다. 수출 장려를 위한 제도인데요. 따라서 매출세액도 ‘0’이 됩니다. 여기에 매입세액에는 재활용폐자원 매입세액 공제율(당시 기준 9/109)이 적용되고요.

부가가치세는 매출세액에서 매입세액을 빼서 산출됩니다. 그런데 매출세액이 0인 탓에 계산 결과는 마이너스가 됩니다. 부가가치세가 마이너스면 환급을 받게 되는데, 당연히 매입금액이 커질수록 환급받을 돈도 많아집니다.

홍 씨는 이 점을 악용해 세무사 등 공범들과 함께 조세를 포탈했습니다. 자동차 매매계약서상 매입대금과 수출신고 필증(수출면장) 상의 수출금액 등을 부풀렸습니다. 그리고 부가가치세 신고서에는 실제보다 높은 매입금액을 써넣어 부가가치세를 부정 환급받은 겁니다. 세무조사를 피하기 위해 법인을 여럿 설립해 부가가치세를 나눠서 환급받는 치밀함도 보였습니다.

이러한 수법으로 홍 씨가 포탈한 조세는 2013년부터 4년간 28억 원에 달합니다. 나아가 홍 씨는 허위 매출이 적힌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증명서 등을 활용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금 5천만 원을 받아 챙겼습니다. 가짜 서류로 대출 담당자를 속인 사기 행위였습니다.


2018년 법정에 선 홍 씨에 대해, 재판부는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징역 3년에 벌금 28억 원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습니다.

‘주문과 같이 양형기준상 권고형량 범위의 하한을 이탈한 형을 선고한다.’

이 말은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이 있는데 그 범위의 하한을 벗어났다, 즉 하한보다 더 낮게 선고했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권고형’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홍 씨의 판결문을 보며 선고형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5년형 권고했는데 3년형 선고…이유는?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해 선고를 할 때 법정형에서 처단형으로, 이후 권고형으로 범위를 좁힌 뒤 구체적인 형량을 결정합니다. 여기에서 가장 먼저 고려되는 법정형은 말 그대로 법률에 명시된 형량입니다. 홍 씨의 기본범죄는 포탈세액이 5억 원 이상일 때 적용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죄인데, 해당 법조항에 적시된 대로 포탈세액이 연간 10억 원 이상이라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게 됩니다.

그다음 재판부는 피고인과 관련된 여러 요소를 고려해 형의 하한과 상한을 정하는데, 이를 처단형이라고 부릅니다. 예컨대 피고인이 청각과 언어 장애인이라면 형량을 낮추고, 여러 범죄를 저지른 경합범이라면 높이는 식입니다. 홍 씨의 경우 특가법상 조세포탈죄와 함께 사기죄, 일반 조세포탈죄도 함께 인정됐고, 여러 사정이 고려돼 처단형의 범위는 2년 6개월~22년 6개월로 정해졌습니다.

그런데 처단형의 범위가 너무 넓다 보니 판사에 따라 선고형이 들쑥날쑥해지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2007년 대법원은 양형위원회를 구성해 양형기준을 만들었고, 이를 토대로 형의 범위를 더 좁힌 권고형을 제시했습니다. 구체적인 양형인자(가중·감경 등)를 고려해 형량 범위를 정하는데, 보통 권고형의 범위는 처단형의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듭니다. 홍 씨에 대한 권고형은 징역 5년~10년 4월이었습니다. 최종적으로 재판부는 이 권고형의 범위를 참고해 형을 선고합니다.

그런데 재판부는 홍 씨에 대해 권고형의 하한보다 2년이나 가벼운 징역 3년형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가 권고형의 범위를 잘못 알고 형량을 정한 걸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법원조직법 제81조의7 제1항에는, 법관은 양형기준을 존중해야 하지만 이것이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즉 재판부는 권고형의 범위를 참고하되, 재량껏 그 범위를 이탈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다만 이어진 제2항에는, 법원이 양형기준을 벗어난 판결을 하는 경우 판결서에 양형의 이유를 적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 양형기준을 이탈한 선고형이 홍 씨에게 내려진 건지 판결문을 들여다봤습니다. 재판부는 홍 씨의 범행이 장기간에 걸쳐 계획적·조직적으로 이뤄졌고, 포탈세액의 규모가 매우 크며, 세액의 환수가 이뤄지지 않아 국고에 손실을 끼친 점 등을 불리한 정상(사정)으로 고려한다고 밝혔습니다. 반대로 사기 범행으로 대출받은 돈 5천만 원을 갚았고 나머지도 갚고 있으며, 벌금형을 초과하는 전과나 동종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습니다.

불리한 점, 유리한 점을 다 고려했다지만, 정작 주 범죄인 조세포탈에 대한 변제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권고형의 하한보다 가벼운 처벌이 내려졌습니다.

판결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을 듣기 위해 선고형을 정한 해당 판사가 현재 소속된 서울남부지법에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남부지법 공보관은 “해당 판사와 인터뷰는 할 수 없으니 판결문 내용을 참고하라”며 판결 선고 배경에 대한 더 이상의 설명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조세포탈범 75%, ‘권고형 하한 이하 형’ 받아

이렇게 권고형의 하한보다 낮은 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비단 홍 씨만의 사례일까요?

조세포탈범에 대한 양형기준이 시행된 2013년 7월 이후 판결문 가운데 처단형과 권고형의 상·하한이 모두 기재된 67명의 권고형과 선고형을 비교해봤습니다. 권고형의 하한이 처단형의 하한보다 낮을 경우에는 처단형의 것으로 보완되는 원칙을 적용했습니다.

조세포탈범마다 권고형의 범위가 달라 그 하한은 0으로 상한은 100으로 기준을 맞춰 선고형의 위치를 따졌습니다. 0으로 갈수록 하한에 가까워지고 100으로 갈수록 상한에 가까워진다는 뜻입니다. 나아가 0 아래로 내려가면 하한보다 더 낮은 형량을, 100을 넘어가면 상한보다 더 높은 형량을 받았다는 의미가 됩니다.

분석 결과, 권고형 하한보다 더 낮은 형량을 받은 조세포탈범은 전체 대상의 25.4%(17명)였습니다.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자고 해서 권고형을 정한 건데, 조세포탈범 10명 중 2~3명은 기준보다도 약하게 처벌을 받은 겁니다. 예컨대 권고형의 범위가 1년~4년이라면 하한인 1년 형 보다도 가벼운 형이 선고된 겁니다.

특히 하한에 딱 맞춘 형량을 선고받은 포탈범은 50.7%(34명)였습니다. 하한부터 상한까지 권고형의 범위를 정해놔도 실제 선고의 절반은 하한에 맞춰 내려진 겁니다. 종합하면 권고형의 하한과 일치하거나 그보다 낮게 선고한 경우는 전체의 76.1%(51명)나 됐습니다.

권고형의 하한보다 높게 선고한 경우도 하한을 많이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권고형의 범위 0~100을 놓고 봤을 때 1건을 제외하고는 다 하한에 가까운 0~50 사이에 몰려 있었습니다. 상한과 일치하거나 상한을 벗어난 경우는 아예 없었습니다.


조세포탈범 85% ‘3년 이하 형’…집행유예 가능

판결문 가운데는 권고형의 범위의 하한만 적어놓은 경우도 있었는데요. 하한, 상한 다 적시된 경우뿐 아니라 하한만 적은 경우까지 포함해서 보면 전체 85명 가운데 하한을 이탈한 전체 사례는 22.4%(19명)에 달합니다. 하한에 딱 맞춰 선고형을 내린 경우는 49.4%(42명)였습니다.

이러한 형량 선고 경향은 결국 집행유예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실제로 특가법상 조세포탈죄가 적용된 조세포탈범 144명 가운데 123명(85.4%)에게는, 집행유예가 가능한 3년 이하의 징역형이 선고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백혜원 변호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위원)는 “조세포탈범에 대한 선고형이 ‘일률적이다’ 싶을 정도로 권고형의 하한에 맞춰지게 되면 국민 입장에서는 개개 사건의 특수성이 양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는 형사사건에서 양형의 합리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측도 “하한과 동일한 양형이 누적되는 경우 양형위에서 양형기준을 수정·변경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며 권고형 하한 일치 선고형이 과반을 차지하는 것은 다소 합리적이지 않다는 인식을 내비쳤습니다.

국가 재정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도 무거운 처벌은 피하는 조세포탈범. 과연 이들은 선처를 받은 뒤 납세 의무를 잘 지키며 살고 있을까요? 조세포탈 유죄 판결 이후 납세 실태를 담은 ‘조세포탈 보고서’ 시리즈가 이어집니다.

데이터 수집·분석: 정한진, 윤지희, 이지연
데이터 시각화: 임유나
  • [조세포탈 보고서]③ 그들은 어떤 처벌을 받았나?…‘5년형 권고에 3년형 선고?’
    • 입력 2020.03.12 (07:00)
    • 수정 2020.03.24 (17:40)
    데이터룸
[조세포탈 보고서]③ 그들은 어떤 처벌을 받았나?…‘5년형 권고에 3년형 선고?’
홍 모 씨는 중고차 수출업자입니다. 중고 자동차를 사들여 다른 나라에 파는 일을 합니다. 홍 씨에게는 일반 도소매상들과는 다른 방식의 조세법이 적용됩니다.

수출업체로 분류되기 때문에 부가가치세에 세율 ‘0’이 적용되는 겁니다. 수출 장려를 위한 제도인데요. 따라서 매출세액도 ‘0’이 됩니다. 여기에 매입세액에는 재활용폐자원 매입세액 공제율(당시 기준 9/109)이 적용되고요.

부가가치세는 매출세액에서 매입세액을 빼서 산출됩니다. 그런데 매출세액이 0인 탓에 계산 결과는 마이너스가 됩니다. 부가가치세가 마이너스면 환급을 받게 되는데, 당연히 매입금액이 커질수록 환급받을 돈도 많아집니다.

홍 씨는 이 점을 악용해 세무사 등 공범들과 함께 조세를 포탈했습니다. 자동차 매매계약서상 매입대금과 수출신고 필증(수출면장) 상의 수출금액 등을 부풀렸습니다. 그리고 부가가치세 신고서에는 실제보다 높은 매입금액을 써넣어 부가가치세를 부정 환급받은 겁니다. 세무조사를 피하기 위해 법인을 여럿 설립해 부가가치세를 나눠서 환급받는 치밀함도 보였습니다.

이러한 수법으로 홍 씨가 포탈한 조세는 2013년부터 4년간 28억 원에 달합니다. 나아가 홍 씨는 허위 매출이 적힌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증명서 등을 활용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금 5천만 원을 받아 챙겼습니다. 가짜 서류로 대출 담당자를 속인 사기 행위였습니다.


2018년 법정에 선 홍 씨에 대해, 재판부는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징역 3년에 벌금 28억 원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습니다.

‘주문과 같이 양형기준상 권고형량 범위의 하한을 이탈한 형을 선고한다.’

이 말은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이 있는데 그 범위의 하한을 벗어났다, 즉 하한보다 더 낮게 선고했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권고형’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홍 씨의 판결문을 보며 선고형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5년형 권고했는데 3년형 선고…이유는?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해 선고를 할 때 법정형에서 처단형으로, 이후 권고형으로 범위를 좁힌 뒤 구체적인 형량을 결정합니다. 여기에서 가장 먼저 고려되는 법정형은 말 그대로 법률에 명시된 형량입니다. 홍 씨의 기본범죄는 포탈세액이 5억 원 이상일 때 적용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죄인데, 해당 법조항에 적시된 대로 포탈세액이 연간 10억 원 이상이라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게 됩니다.

그다음 재판부는 피고인과 관련된 여러 요소를 고려해 형의 하한과 상한을 정하는데, 이를 처단형이라고 부릅니다. 예컨대 피고인이 청각과 언어 장애인이라면 형량을 낮추고, 여러 범죄를 저지른 경합범이라면 높이는 식입니다. 홍 씨의 경우 특가법상 조세포탈죄와 함께 사기죄, 일반 조세포탈죄도 함께 인정됐고, 여러 사정이 고려돼 처단형의 범위는 2년 6개월~22년 6개월로 정해졌습니다.

그런데 처단형의 범위가 너무 넓다 보니 판사에 따라 선고형이 들쑥날쑥해지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2007년 대법원은 양형위원회를 구성해 양형기준을 만들었고, 이를 토대로 형의 범위를 더 좁힌 권고형을 제시했습니다. 구체적인 양형인자(가중·감경 등)를 고려해 형량 범위를 정하는데, 보통 권고형의 범위는 처단형의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듭니다. 홍 씨에 대한 권고형은 징역 5년~10년 4월이었습니다. 최종적으로 재판부는 이 권고형의 범위를 참고해 형을 선고합니다.

그런데 재판부는 홍 씨에 대해 권고형의 하한보다 2년이나 가벼운 징역 3년형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가 권고형의 범위를 잘못 알고 형량을 정한 걸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법원조직법 제81조의7 제1항에는, 법관은 양형기준을 존중해야 하지만 이것이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즉 재판부는 권고형의 범위를 참고하되, 재량껏 그 범위를 이탈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다만 이어진 제2항에는, 법원이 양형기준을 벗어난 판결을 하는 경우 판결서에 양형의 이유를 적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 양형기준을 이탈한 선고형이 홍 씨에게 내려진 건지 판결문을 들여다봤습니다. 재판부는 홍 씨의 범행이 장기간에 걸쳐 계획적·조직적으로 이뤄졌고, 포탈세액의 규모가 매우 크며, 세액의 환수가 이뤄지지 않아 국고에 손실을 끼친 점 등을 불리한 정상(사정)으로 고려한다고 밝혔습니다. 반대로 사기 범행으로 대출받은 돈 5천만 원을 갚았고 나머지도 갚고 있으며, 벌금형을 초과하는 전과나 동종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습니다.

불리한 점, 유리한 점을 다 고려했다지만, 정작 주 범죄인 조세포탈에 대한 변제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권고형의 하한보다 가벼운 처벌이 내려졌습니다.

판결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을 듣기 위해 선고형을 정한 해당 판사가 현재 소속된 서울남부지법에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남부지법 공보관은 “해당 판사와 인터뷰는 할 수 없으니 판결문 내용을 참고하라”며 판결 선고 배경에 대한 더 이상의 설명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조세포탈범 75%, ‘권고형 하한 이하 형’ 받아

이렇게 권고형의 하한보다 낮은 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비단 홍 씨만의 사례일까요?

조세포탈범에 대한 양형기준이 시행된 2013년 7월 이후 판결문 가운데 처단형과 권고형의 상·하한이 모두 기재된 67명의 권고형과 선고형을 비교해봤습니다. 권고형의 하한이 처단형의 하한보다 낮을 경우에는 처단형의 것으로 보완되는 원칙을 적용했습니다.

조세포탈범마다 권고형의 범위가 달라 그 하한은 0으로 상한은 100으로 기준을 맞춰 선고형의 위치를 따졌습니다. 0으로 갈수록 하한에 가까워지고 100으로 갈수록 상한에 가까워진다는 뜻입니다. 나아가 0 아래로 내려가면 하한보다 더 낮은 형량을, 100을 넘어가면 상한보다 더 높은 형량을 받았다는 의미가 됩니다.

분석 결과, 권고형 하한보다 더 낮은 형량을 받은 조세포탈범은 전체 대상의 25.4%(17명)였습니다.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자고 해서 권고형을 정한 건데, 조세포탈범 10명 중 2~3명은 기준보다도 약하게 처벌을 받은 겁니다. 예컨대 권고형의 범위가 1년~4년이라면 하한인 1년 형 보다도 가벼운 형이 선고된 겁니다.

특히 하한에 딱 맞춘 형량을 선고받은 포탈범은 50.7%(34명)였습니다. 하한부터 상한까지 권고형의 범위를 정해놔도 실제 선고의 절반은 하한에 맞춰 내려진 겁니다. 종합하면 권고형의 하한과 일치하거나 그보다 낮게 선고한 경우는 전체의 76.1%(51명)나 됐습니다.

권고형의 하한보다 높게 선고한 경우도 하한을 많이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권고형의 범위 0~100을 놓고 봤을 때 1건을 제외하고는 다 하한에 가까운 0~50 사이에 몰려 있었습니다. 상한과 일치하거나 상한을 벗어난 경우는 아예 없었습니다.


조세포탈범 85% ‘3년 이하 형’…집행유예 가능

판결문 가운데는 권고형의 범위의 하한만 적어놓은 경우도 있었는데요. 하한, 상한 다 적시된 경우뿐 아니라 하한만 적은 경우까지 포함해서 보면 전체 85명 가운데 하한을 이탈한 전체 사례는 22.4%(19명)에 달합니다. 하한에 딱 맞춰 선고형을 내린 경우는 49.4%(42명)였습니다.

이러한 형량 선고 경향은 결국 집행유예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실제로 특가법상 조세포탈죄가 적용된 조세포탈범 144명 가운데 123명(85.4%)에게는, 집행유예가 가능한 3년 이하의 징역형이 선고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백혜원 변호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위원)는 “조세포탈범에 대한 선고형이 ‘일률적이다’ 싶을 정도로 권고형의 하한에 맞춰지게 되면 국민 입장에서는 개개 사건의 특수성이 양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는 형사사건에서 양형의 합리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측도 “하한과 동일한 양형이 누적되는 경우 양형위에서 양형기준을 수정·변경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며 권고형 하한 일치 선고형이 과반을 차지하는 것은 다소 합리적이지 않다는 인식을 내비쳤습니다.

국가 재정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도 무거운 처벌은 피하는 조세포탈범. 과연 이들은 선처를 받은 뒤 납세 의무를 잘 지키며 살고 있을까요? 조세포탈 유죄 판결 이후 납세 실태를 담은 ‘조세포탈 보고서’ 시리즈가 이어집니다.

데이터 수집·분석: 정한진, 윤지희, 이지연
데이터 시각화: 임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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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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