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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쓰레기차에 싣고 온 고기를 먹으라고?
입력 2020.03.12 (14:54) 특파원 리포트
中 우한 시민 '폭발' .."어떻게 이럴 수가?"

11일 오후 5시쯤. 중국 우한시 칭산구의 한 아파트에서 난리가 났다. 우한시 칭산구 감독을 받는 스취(社区) 한 아파트 관리위원회가 주민에게 판매할 고기를 가져 왔는데, 운반 차량이 쓰레기차였던 거다. 스취(社区)는 우리로 말하면 주민센터다. 싣고 온 고기 1,000인분 중 530인분은 이미 팔려나간 뒤였다. 이를 본 주민들이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항의했다. 당신 밥상에 오를 고기라면 이렇게 쓰레기차에 싣고 올 수 있겠느냐는 거였다. 소동이 밤늦게까지 이어지자, 결국 아파트 관리위원회 당서기가 나서 주민들에게 사과했다.



중국 SNS 웨이보에 올라온 2분 40초 분량의 당시 영상을 요약하면 이렇다.

아파트 당서기 : 당신에게 사과하고 있습니다. (다른 위원: 이렇게 말하면 안 되죠. 젊은이 마음을 가라앉히고 말하세요.")
주민 1 : 나보고 마음을 가라앉히라고요? 어떻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말합니까?
아파트 당서기 : 우리에게 잘못을 고칠 기회를 주세요. 우리 잘못입니다. 사과드립니다.
주민 2 : 쓰레기차에 고기를 싣다니,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어요?
주민 1 : 당신은 서기죠. 쓰레기차에 고기를 가져오면, 당신과 위원회는 눈이 없습니까? 그걸 동의했습니까? 주민 건강은 하나도 생각하지 않고, 당신도 먹었습니까?
아파트 당서기 : 우리에게 잘못을 고칠 기회를 주십시오.



우한 시민 '부글부글'.. 불 끄기 바쁜 중국 당국

성난 민심에 놀란 우한시 칭산구 기율위원회가 곧바로 조사에 나섰다. 그리고 책임을 물어 아파트 위원회 당서기와 부주임을 곧바로 면직했다. 국영 통신사 신화사는 기율위원회가 여론을 반영해 몇 시간 만에 문책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보도했다. 칭산구청도 고기를 모두 회수하고, 12일 중에 이미 사 간 사람들에게 청결한 고기를 다시 배송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성난 민심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기막힌 경험을 웨이보에 계속 올리고 있다. 위 사진은 의심 환자로 분류돼 격리 중이던 한 우한 시민이 격리가 끝나고 귀가할 때 쓰레기차를 타고 귀가했다는 고백이다. 번역하면 아래와 같다.

"나도 호텔에서 의심 환자 격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때 쓰레기차를 타고 갔다. 다만 차 안은 깨끗했고 의자도 있었다. 기구한 인생 경험을 했다. 나는 무슨 쓰레기일까?"

고기뿐 아니라 채소를 비롯한 다른 생필품도 관공서와 아파트 위원회가 쓰레기차에 실어 배달했다는 제보 사진도 SNS에 잇따라 오르고 있다. 봉쇄령으로 집 밖 외출이 어려운 우한 주민들에게 관공서가 생필품을 아파트 단지 등에 공급하는데, 다들 위생이 엉망이라는 거다. 봉쇄 두 달째에 가까워져 오면서 주민들의 인내가 한계에 달하면서 민심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전염병 차단엔 효과 '우한 봉쇄', 그러나 민심은?

중국의 현재 상황으로 보면, 우한을 비롯한 후베이성 봉쇄는 코로나19 확산을 막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게 분명하다. 12일 중국 보건당국이 밝힌 신규 환자는 모두 15명이다. 우한에서 8명의 환자가 나왔고, 외국에서 역유입된 환자가 6명이다. 나머지 13억4천만 명 중국 30개 성시(省市)에선 단 1명의 환자만 발생했다. 중국 감염병 권위자 중난산 박사는 봉쇄가 닷새만 빨랐어도 발생 환자가 지금의 3분의 1에 그쳤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에서도 집밖에 나오지 못하고 사실상의 가택 연금을 두 달 가까이 감수하고 있는 우한과 후베이성 인민들의 희생을 높게 평가하는 목소리가 있다. 그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전염병을 잡을 수 있었다는 거다. 하지만 그들이 박탈당한 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대해 깊이 있게 성찰하는 여론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코로나19가 중국에 불러올 변화는?

주펑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 원장은 11일 동아일보에 기고한 칼럼에서 "코로나19가 덮치면서 중국인의 시민의식, 개인의 자유와 평등에 대한 감정이 분출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주펑 원장은 "어쩌면 미래 사람들은 중국의 2020년을 코로나19로 3,000명 이상 사망한 애통함으로뿐 아니라 시민의 자유와 국가 민주화를 향한 중국인의 갈망이 분출된 해로도 기억할 것이다."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중국의 지식인 수백 명이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언론자유를 보장하라'는 청원을 우리의 국회 격인 '전인대'에 제출하기도 했다. 의사 리원량 씨가 숨졌을 때는 저녁 10시 아파트 단지에서 불을 끄고 그의 죽음을 추모하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중국 최고 지도부 중의 한 명인 쑨춘란(孫春蘭) 부총리가 우한 한 아파트를 순시할 때 "가짜다. 모두 가짜다"라는 외침이 들려왔다. '당을 따르라'라는 일률적인 주문만 있었던 중국에 '인민의 목소리를 들어라.'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가 불러올 중국의 변화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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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팩트체크’ 제대로 알아야 이긴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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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쓰레기차에 싣고 온 고기를 먹으라고?
    • 입력 2020-03-12 14:54:23
    특파원 리포트
中 우한 시민 '폭발' .."어떻게 이럴 수가?"

11일 오후 5시쯤. 중국 우한시 칭산구의 한 아파트에서 난리가 났다. 우한시 칭산구 감독을 받는 스취(社区) 한 아파트 관리위원회가 주민에게 판매할 고기를 가져 왔는데, 운반 차량이 쓰레기차였던 거다. 스취(社区)는 우리로 말하면 주민센터다. 싣고 온 고기 1,000인분 중 530인분은 이미 팔려나간 뒤였다. 이를 본 주민들이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항의했다. 당신 밥상에 오를 고기라면 이렇게 쓰레기차에 싣고 올 수 있겠느냐는 거였다. 소동이 밤늦게까지 이어지자, 결국 아파트 관리위원회 당서기가 나서 주민들에게 사과했다.



중국 SNS 웨이보에 올라온 2분 40초 분량의 당시 영상을 요약하면 이렇다.

아파트 당서기 : 당신에게 사과하고 있습니다. (다른 위원: 이렇게 말하면 안 되죠. 젊은이 마음을 가라앉히고 말하세요.")
주민 1 : 나보고 마음을 가라앉히라고요? 어떻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말합니까?
아파트 당서기 : 우리에게 잘못을 고칠 기회를 주세요. 우리 잘못입니다. 사과드립니다.
주민 2 : 쓰레기차에 고기를 싣다니,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어요?
주민 1 : 당신은 서기죠. 쓰레기차에 고기를 가져오면, 당신과 위원회는 눈이 없습니까? 그걸 동의했습니까? 주민 건강은 하나도 생각하지 않고, 당신도 먹었습니까?
아파트 당서기 : 우리에게 잘못을 고칠 기회를 주십시오.



우한 시민 '부글부글'.. 불 끄기 바쁜 중국 당국

성난 민심에 놀란 우한시 칭산구 기율위원회가 곧바로 조사에 나섰다. 그리고 책임을 물어 아파트 위원회 당서기와 부주임을 곧바로 면직했다. 국영 통신사 신화사는 기율위원회가 여론을 반영해 몇 시간 만에 문책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보도했다. 칭산구청도 고기를 모두 회수하고, 12일 중에 이미 사 간 사람들에게 청결한 고기를 다시 배송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성난 민심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기막힌 경험을 웨이보에 계속 올리고 있다. 위 사진은 의심 환자로 분류돼 격리 중이던 한 우한 시민이 격리가 끝나고 귀가할 때 쓰레기차를 타고 귀가했다는 고백이다. 번역하면 아래와 같다.

"나도 호텔에서 의심 환자 격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때 쓰레기차를 타고 갔다. 다만 차 안은 깨끗했고 의자도 있었다. 기구한 인생 경험을 했다. 나는 무슨 쓰레기일까?"

고기뿐 아니라 채소를 비롯한 다른 생필품도 관공서와 아파트 위원회가 쓰레기차에 실어 배달했다는 제보 사진도 SNS에 잇따라 오르고 있다. 봉쇄령으로 집 밖 외출이 어려운 우한 주민들에게 관공서가 생필품을 아파트 단지 등에 공급하는데, 다들 위생이 엉망이라는 거다. 봉쇄 두 달째에 가까워져 오면서 주민들의 인내가 한계에 달하면서 민심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전염병 차단엔 효과 '우한 봉쇄', 그러나 민심은?

중국의 현재 상황으로 보면, 우한을 비롯한 후베이성 봉쇄는 코로나19 확산을 막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게 분명하다. 12일 중국 보건당국이 밝힌 신규 환자는 모두 15명이다. 우한에서 8명의 환자가 나왔고, 외국에서 역유입된 환자가 6명이다. 나머지 13억4천만 명 중국 30개 성시(省市)에선 단 1명의 환자만 발생했다. 중국 감염병 권위자 중난산 박사는 봉쇄가 닷새만 빨랐어도 발생 환자가 지금의 3분의 1에 그쳤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에서도 집밖에 나오지 못하고 사실상의 가택 연금을 두 달 가까이 감수하고 있는 우한과 후베이성 인민들의 희생을 높게 평가하는 목소리가 있다. 그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전염병을 잡을 수 있었다는 거다. 하지만 그들이 박탈당한 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대해 깊이 있게 성찰하는 여론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코로나19가 중국에 불러올 변화는?

주펑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 원장은 11일 동아일보에 기고한 칼럼에서 "코로나19가 덮치면서 중국인의 시민의식, 개인의 자유와 평등에 대한 감정이 분출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주펑 원장은 "어쩌면 미래 사람들은 중국의 2020년을 코로나19로 3,000명 이상 사망한 애통함으로뿐 아니라 시민의 자유와 국가 민주화를 향한 중국인의 갈망이 분출된 해로도 기억할 것이다."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중국의 지식인 수백 명이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언론자유를 보장하라'는 청원을 우리의 국회 격인 '전인대'에 제출하기도 했다. 의사 리원량 씨가 숨졌을 때는 저녁 10시 아파트 단지에서 불을 끄고 그의 죽음을 추모하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중국 최고 지도부 중의 한 명인 쑨춘란(孫春蘭) 부총리가 우한 한 아파트를 순시할 때 "가짜다. 모두 가짜다"라는 외침이 들려왔다. '당을 따르라'라는 일률적인 주문만 있었던 중국에 '인민의 목소리를 들어라.'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가 불러올 중국의 변화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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