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일 ‘한국 검역’ 극찬…외교부 “낙관은 금물”

입력 2020.03.12 (18:07) 수정 2020.03.12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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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코로나19 확진자가 1,300명을 넘어섰습니다. 세계적인 배우 톰 행크스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됐습니다. NBA 선수 중에서도 확진자가 나와 NBA 리그가 전격 중단됐습니다.

미국 정부가 늑장 대처를 해서 코로나19가 급속히 퍼지고 있다는 비판이 미국 언론과 정치권을 중심으로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 언론과 정치권에서 국내 상황을 비판할 때마다, 한국이 늘 비교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연일 한국의 검역 체계에 대한 칭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한국과 미국을 비교하는 크리스나무디 하원의원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한국과 미국을 비교하는 크리스나무디 하원의원

■ "한국 가서 검사받고 싶다." 성토장이 된 美 청문회

현지시간 11일 미국 하원 의회 관리개혁위원회 청문회. 캐럴린 멀로니 미국 하윈의원은 한국의 드라이브 스루(자동차 임시 검역)를 언급하며 "한국에 가서 검사를 받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왜 미국은 이런 게 없냐"라고 물었습니다.

맬러니 의원은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센터장 등을 불러 세워놓고 "미국은 4,900명을 검사했다고 하는데, 한국은 19만6천 명 이상을 검사했다"고 질타한 뒤, "한국은 왜 그렇게 빨리 검사했고, 우리는 왜 이렇게 오래 걸렸느냐"고도 따져 물었습니다.

민주당 크리스나무디 하원의원은 한국과 미국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시점을 주목했습니다. 두 나라가 하루 차이로 확진자가 처음 발생했고, 두 나라 모두 3일 이내에 진단 테스트기를 개발했는데, 그 이후의 상황은 전혀 달랐다는 겁니다.

2월 6일부터 3월 10일까지 한국은 인구 100만 명당 4천 명꼴로 검사를 받았다며, 이탈리아는 이 기간에 100만 명당 1,000명, 영국은 100만 명당 400명이 검사를 받았는데, 미국은 100만 명당 15명에 불과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지시간 11일 미국 워싱턴포스트 기사현지시간 11일 미국 워싱턴포스트 기사

■ 워싱턴포스트·뉴욕타임스 등도 연일 한국 상황 보도

미국 언론도 한국의 검역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지는 현지시간 11일 '한국이 코로나19를 통해 민주주의가 성공할 수 있음을 또 한 번 보여줬다"는 제목의 기고를 실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리스트 조쉬 로긴은 "한국의 가장 효과적인 무기는 코로나19 검사를 빠르게 확대하는 것"이었다며, "현지시간 10일 기준 한국은 21만여 명이 검사를 받았지만, 미국은 6,500여 명만 검사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어떤 이들은 중국의 권위주의 거버넌스가 공중 보건에 더 우월하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민주주의가 감염병 확산에 대처하는 데 더 적합하며, 이를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한국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이 민주주의의 개방성과 투명성으로 코로나19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겁니다.

워싱턴포스트는 한국의 시민 의식도 높게 평가했습니다. 주요 행사가 취소되고 교회도 온라인으로 예배했다는 점, 또 시민들이 대구를 감옥으로 만들지 않고 스스로 대구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는 점 등을 언급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다만 한국의 조치 중에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을 휴대폰 GPS로 추적해 공개하는 점은 사생활 침해 등 일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의 신천지 사태 등에 초점을 맞춘 미국 언론도 있습니다. 현지시간 지난 9일 뉴욕타임스는 "한국에서 확인된 코로나19 사례 중 63.5%가 신천지 관련"이라고 전하면서 한국 정부는 2월 중순에 코로나19 확산세를 잡았다고 말하는 등 부진한 대응을 했다가 신천지 사태가 터진 뒤 방대하고 빠른 검역을 시작했다고 전했습니다.

아태 지역을 주로 다루는 전문매체 '더 디플로맷(The Diplomat)'은 부산에 거주하는 저스틴 펜도스 미국 예일대 세포생물학 박사의 기고문을 통해 "한국은 투명한 정보, 대량의 검사 등 5가지 단계의 검역을 한다"며 "국내외 전문가들이 모두 부러워한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여전히 검사를 거부하는 신천지 교인 등 일부 집단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트위터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트위터

■ 미국 CDC 관계자 한국 상주하며 노하우 배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관계자 한 명이 한국 질병관리본부에 상주하며, 한국의 검역 노하우를 배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드라이브 스루' 같은 방안을 미국에 곧바로 적용하기 위해서입니다.

미국의 당국자들은 한국의 입국과 출국 시 검역 절차에도 큰 관심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 당국자가 보다 많은 국가가 한국처럼 입출국 시 검역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미국 당국자는 "한국은 출국 시 검역이 잘 되고 있다고 판단해, 다른 나라와 달리 입국 시 간단히 보건 교육 자료만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습니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도 어제(10일) 인천국제공항의 '출국 전 검역' 과정을 참관한 뒤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한국의 확고하고 포괄적인 대응 노력이 인상 깊었다"며 "모든 분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트위터에 적었습니다.


■ 외교부 "미국 반응 고무적이지만 낙관은 금물"

외교부는 일단 미국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유럽의 입국을 제한하면서도 한국을 포함하지 않은 것은 고무적이라는 입장입니다. 미국으로부터의 입국 제한만은 막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유럽 국가들에는 30일 여행 제한 조치를 하면서 한국에는 여행 제한 조치 완화를 언급한 데는 국가안보실 등을 포함한 외교 채널의 여러 차례에 걸친 설득과 소통이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낙관은 금물"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공식 입장은, 자국에서의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선 '모든 가능한 조치를 검토한다'는 것이므로,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잘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이 당국자는 너무 지나친 낙관보다는 계속 주의하면서 방역 노력을 강화하고 국제적 동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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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연일 ‘한국 검역’ 극찬…외교부 “낙관은 금물”
    • 입력 2020-03-12 18:07:23
    • 수정2020-03-12 18:49:07
    취재K
미국에 코로나19 확진자가 1,300명을 넘어섰습니다. 세계적인 배우 톰 행크스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됐습니다. NBA 선수 중에서도 확진자가 나와 NBA 리그가 전격 중단됐습니다. 미국 정부가 늑장 대처를 해서 코로나19가 급속히 퍼지고 있다는 비판이 미국 언론과 정치권을 중심으로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 언론과 정치권에서 국내 상황을 비판할 때마다, 한국이 늘 비교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연일 한국의 검역 체계에 대한 칭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한국과 미국을 비교하는 크리스나무디 하원의원 ■ "한국 가서 검사받고 싶다." 성토장이 된 美 청문회 현지시간 11일 미국 하원 의회 관리개혁위원회 청문회. 캐럴린 멀로니 미국 하윈의원은 한국의 드라이브 스루(자동차 임시 검역)를 언급하며 "한국에 가서 검사를 받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왜 미국은 이런 게 없냐"라고 물었습니다. 맬러니 의원은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센터장 등을 불러 세워놓고 "미국은 4,900명을 검사했다고 하는데, 한국은 19만6천 명 이상을 검사했다"고 질타한 뒤, "한국은 왜 그렇게 빨리 검사했고, 우리는 왜 이렇게 오래 걸렸느냐"고도 따져 물었습니다. 민주당 크리스나무디 하원의원은 한국과 미국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시점을 주목했습니다. 두 나라가 하루 차이로 확진자가 처음 발생했고, 두 나라 모두 3일 이내에 진단 테스트기를 개발했는데, 그 이후의 상황은 전혀 달랐다는 겁니다. 2월 6일부터 3월 10일까지 한국은 인구 100만 명당 4천 명꼴로 검사를 받았다며, 이탈리아는 이 기간에 100만 명당 1,000명, 영국은 100만 명당 400명이 검사를 받았는데, 미국은 100만 명당 15명에 불과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지시간 11일 미국 워싱턴포스트 기사 ■ 워싱턴포스트·뉴욕타임스 등도 연일 한국 상황 보도 미국 언론도 한국의 검역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지는 현지시간 11일 '한국이 코로나19를 통해 민주주의가 성공할 수 있음을 또 한 번 보여줬다"는 제목의 기고를 실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리스트 조쉬 로긴은 "한국의 가장 효과적인 무기는 코로나19 검사를 빠르게 확대하는 것"이었다며, "현지시간 10일 기준 한국은 21만여 명이 검사를 받았지만, 미국은 6,500여 명만 검사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어떤 이들은 중국의 권위주의 거버넌스가 공중 보건에 더 우월하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민주주의가 감염병 확산에 대처하는 데 더 적합하며, 이를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한국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이 민주주의의 개방성과 투명성으로 코로나19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겁니다. 워싱턴포스트는 한국의 시민 의식도 높게 평가했습니다. 주요 행사가 취소되고 교회도 온라인으로 예배했다는 점, 또 시민들이 대구를 감옥으로 만들지 않고 스스로 대구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는 점 등을 언급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다만 한국의 조치 중에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을 휴대폰 GPS로 추적해 공개하는 점은 사생활 침해 등 일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의 신천지 사태 등에 초점을 맞춘 미국 언론도 있습니다. 현지시간 지난 9일 뉴욕타임스는 "한국에서 확인된 코로나19 사례 중 63.5%가 신천지 관련"이라고 전하면서 한국 정부는 2월 중순에 코로나19 확산세를 잡았다고 말하는 등 부진한 대응을 했다가 신천지 사태가 터진 뒤 방대하고 빠른 검역을 시작했다고 전했습니다. 아태 지역을 주로 다루는 전문매체 '더 디플로맷(The Diplomat)'은 부산에 거주하는 저스틴 펜도스 미국 예일대 세포생물학 박사의 기고문을 통해 "한국은 투명한 정보, 대량의 검사 등 5가지 단계의 검역을 한다"며 "국내외 전문가들이 모두 부러워한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여전히 검사를 거부하는 신천지 교인 등 일부 집단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트위터 ■ 미국 CDC 관계자 한국 상주하며 노하우 배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관계자 한 명이 한국 질병관리본부에 상주하며, 한국의 검역 노하우를 배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드라이브 스루' 같은 방안을 미국에 곧바로 적용하기 위해서입니다. 미국의 당국자들은 한국의 입국과 출국 시 검역 절차에도 큰 관심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 당국자가 보다 많은 국가가 한국처럼 입출국 시 검역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미국 당국자는 "한국은 출국 시 검역이 잘 되고 있다고 판단해, 다른 나라와 달리 입국 시 간단히 보건 교육 자료만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습니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도 어제(10일) 인천국제공항의 '출국 전 검역' 과정을 참관한 뒤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한국의 확고하고 포괄적인 대응 노력이 인상 깊었다"며 "모든 분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트위터에 적었습니다. ■ 외교부 "미국 반응 고무적이지만 낙관은 금물" 외교부는 일단 미국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유럽의 입국을 제한하면서도 한국을 포함하지 않은 것은 고무적이라는 입장입니다. 미국으로부터의 입국 제한만은 막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유럽 국가들에는 30일 여행 제한 조치를 하면서 한국에는 여행 제한 조치 완화를 언급한 데는 국가안보실 등을 포함한 외교 채널의 여러 차례에 걸친 설득과 소통이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낙관은 금물"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공식 입장은, 자국에서의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선 '모든 가능한 조치를 검토한다'는 것이므로,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잘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이 당국자는 너무 지나친 낙관보다는 계속 주의하면서 방역 노력을 강화하고 국제적 동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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