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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남] ‘김덕수’가 ‘김덕수패 사물놀이’ 못쓴다…왜?
입력 2020.03.14 (09:07) 취재K
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사건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의 사건들은 대부분 1, 2심에서 해결되지만 특별한 사건이 아니면 잘 알려지지 않는 게 현실이죠. 재판부의 고민 끝에 나온 생생한 하급심 최신 판례, 눈길을 끄는 판결들을 소개합니다.

빵을 무척 잘 만드는 제빵사 A씨가 있습니다. A씨는 지금까지 아무도 생각해내지 못했던 '초코김치빵'을 만들어내서 여러 측면에서 유명해졌습니다. 'A씨의 초코김치빵'이란 브랜드 자체가 유명세를 얻은 겁니다.

A씨는 이후 따로 회사를 설립하고, 이 회사만 'A씨의 초코김치빵'이란 문구를 쓸 수 있단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렇다면, 레시피 창작자인 A씨가 별도로 동네에 차린 자신의 빵집에서 'A씨의 초코김치빵'이란 문구를 넣어 광고를 할 수 있을까요?

법원의 답은 'NO'였습니다. 오늘은 유사한 사례를 다룬 최신 판례를 소개해 드립니다.

■'사물놀이 창시자' 김덕수씨, 난장컬쳐스와 문구 독점사용계약

징과 꽹과리, 북, 장구 등 4개의 민속 타악기가 어울리는 공연인 '사물놀이'가 시작된 건 1978년입니다.

김덕수씨는 1978년 2월 '김덕수 사물놀이패'를 창단해 TV와 신문, 잡지 등의 매체를 통해 사물놀이의 창시자로 소개됐고, '김덕수 사물놀이패'라는 이름으로 전국적으로 방송에 출연하거나 국가·지방자치단체의 문화 행사에서도 다수 공연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통 예술인으로 올라섰습니다.

김씨는 1993년 '사단법인 한울림'의 예술감독으로 편입됐고 단원들은 한울림 직원으로 편입됐습니다. 이후 김씨는 한울림 직원들과 공연자가 되어 사물놀이 공연을 해 왔습니다.

김씨는 2001년 3월 투자자들로부터 수억 원의 투자금을 받아 신규 법인을 설립하고, 투자자 중 한 명이 대주주로, 김씨가 총예술감독을 맡아 신규 법인을 운영하기로 하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 계약엔 "김덕수패 사물놀이' 또는 '김덕수 사물놀이패' 상표권을 신규 법인이 독점적으로 무상 사용하도록 한다"는 조항이 붙어 있었습니다. 또 김씨가 다른 사람과 이 계약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계약을 할 수 없단 조항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2001년 7월 만들어진 회사가 주식회사 난장컬쳐스입니다. 난장컬쳐스는 '김덕수패 사물놀이' '김덕수 사물놀이패' 이름의 공연을 열어 매년 수억 원의 수입을 얻어왔습니다. 김씨는 난장컬쳐스 대표이사로 취임했다가 2017년 퇴임했습니다.

문제는 김씨가 난장컬쳐스 설립 이후에도 '사단법인 한울림' 기획 및 관리하에 국내외에서 공연 홍보에 김덕수 사물놀이패, 김덕수패 사물놀이 등의 광고문구를 쓰며 매년 100여회 정도의 공연을 꾸준히 해 왔단 점이었습니다.

이에 불만을 품은 난장컬쳐스는 2018년 김씨와 한울림의 '부정경쟁행위'를 금지해달라며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냈습니다.

■난장컬쳐스 "김덕수씨, '김덕수패 사물놀이' 문구로 광고하지 말라" 소송

난장컬쳐스는 "국내에 널리 인식된 영업표지를 사물놀이 공연 등과 관련된 영업에 사용해 난장컬쳐스와 한울림 및 김덕수의 영업을 혼동하게 했다"며 "이는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에관한법률(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이므로, 이를 금지하고 손해액 중 일부인 1억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주장했습니다.

설립 당시 계약에서 김씨가 난장컬쳐스에 '김덕수패 사물놀이' 영업표지를 독점적으로 사용하도록 했으므로, 그런 표현은 난장컬쳐스만 사용할 수 있고 김씨는 독자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취지였습니다. 난장컬쳐스는 김씨가 '김덕수 사물놀이패' 등 영업표지를 한울림의 사물놀이 공연 등 영업표지로 사용하고 있어 계약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현행 부정경쟁방지법은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성명·상호 ·표장 등 기타 타인의 영업임을 표시하는 표지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해 타인의 영업시설 내지 활동과 혼동을 하게 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김씨 측은 그러나 '김덕수'라는 자연인의 이름과 '사물놀이패'라는 보통명사의 소유권을 타인이 주장할 수 없고, 김씨가 영업표지의 사용권한을 갖고 있는 이상 계약조항이 영업표지의 독점사용권을 부여하는 취지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해당 계약이 난장컬쳐스 설립 전 작성된 '양해각서'에 불과해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도 주장했습니다.

■법원 "'김덕수패 사물놀이' 문구는 영업표지…난장컬쳐스 독점 맞다"

1심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제61민사부는 우선 '김덕수패 사물놀이' '김덕수 사물놀이패'란 문구가 이미 널리 인식된 표지가 맞고, 계약상 난장컬쳐스만 그 권한을 갖는 게 맞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김덕수패 사물놀이, 김덕수 사물놀이패 등의 영업표지는 일반인들에게 김씨의 영업임을 표시하는 표지로 널리 인식됐다고 봄이 타당하다"면서 "김씨가 난장컬쳐스 설립계약 당시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영업표지를 난장컬쳐스에서 독점적으로 무상으로 사용하기로 한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점 등을 고려하면 난장컬쳐스는 그러한 문구의 독점적 사용권한과 관계영업에 관한 권한 일체를 부여받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또 "한울림과 김씨가 '김덕수 사물놀이패' 등 문구로 난장컬쳐스 영업과 동일한 사물놀이 공연 영업을 하고 있으므로 일반인은 '김덕수 사물놀이패' 문구의 정당한 귀속 주체가 한울림 내지 김덕수라고 잘못 믿거나, 이들의 공연에 대해 난장컬쳐스의 공연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혼동할 우려가 있다"며 이들의 행위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조항 문언상 계약당사자들 사이에 '김덕수 사물놀이패' 문구 등은 난장컬쳐스만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합의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면서 "만약 김씨에게 여전히 문구사용권이 있다면 투자자들은 수억 원의 자본금을 납입하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아무런 이득도 취득하지 못한다고 할 것"이라며 김씨 측 항변을 배척했습니다.

또 해당 계약이 계약상 권리 의무가 구체적으로 확정돼 있는 이상 양해각서가 아니라 엄연히 '계약'에 해당하고, 김 씨에게 부당하게 일방적인 계약도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지난달 서울중앙지법 제61민사부는 "한울림과 김씨가 주최하는 공연의 제호 등에 '김덕수 사물놀이패' 등의 문구를 사용해선 안되고, 이를 표시한 광고를 해서도 안 된다"며 "난장컬쳐스가 일부 청구한 1억1000만원을 모두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김씨 측은 지난달 항소했고, 사건은 서울고등법원으로 올라갔습니다.
  • [판결남] ‘김덕수’가 ‘김덕수패 사물놀이’ 못쓴다…왜?
    • 입력 2020-03-14 09:07:32
    취재K
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사건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의 사건들은 대부분 1, 2심에서 해결되지만 특별한 사건이 아니면 잘 알려지지 않는 게 현실이죠. 재판부의 고민 끝에 나온 생생한 하급심 최신 판례, 눈길을 끄는 판결들을 소개합니다.

빵을 무척 잘 만드는 제빵사 A씨가 있습니다. A씨는 지금까지 아무도 생각해내지 못했던 '초코김치빵'을 만들어내서 여러 측면에서 유명해졌습니다. 'A씨의 초코김치빵'이란 브랜드 자체가 유명세를 얻은 겁니다.

A씨는 이후 따로 회사를 설립하고, 이 회사만 'A씨의 초코김치빵'이란 문구를 쓸 수 있단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렇다면, 레시피 창작자인 A씨가 별도로 동네에 차린 자신의 빵집에서 'A씨의 초코김치빵'이란 문구를 넣어 광고를 할 수 있을까요?

법원의 답은 'NO'였습니다. 오늘은 유사한 사례를 다룬 최신 판례를 소개해 드립니다.

■'사물놀이 창시자' 김덕수씨, 난장컬쳐스와 문구 독점사용계약

징과 꽹과리, 북, 장구 등 4개의 민속 타악기가 어울리는 공연인 '사물놀이'가 시작된 건 1978년입니다.

김덕수씨는 1978년 2월 '김덕수 사물놀이패'를 창단해 TV와 신문, 잡지 등의 매체를 통해 사물놀이의 창시자로 소개됐고, '김덕수 사물놀이패'라는 이름으로 전국적으로 방송에 출연하거나 국가·지방자치단체의 문화 행사에서도 다수 공연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통 예술인으로 올라섰습니다.

김씨는 1993년 '사단법인 한울림'의 예술감독으로 편입됐고 단원들은 한울림 직원으로 편입됐습니다. 이후 김씨는 한울림 직원들과 공연자가 되어 사물놀이 공연을 해 왔습니다.

김씨는 2001년 3월 투자자들로부터 수억 원의 투자금을 받아 신규 법인을 설립하고, 투자자 중 한 명이 대주주로, 김씨가 총예술감독을 맡아 신규 법인을 운영하기로 하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 계약엔 "김덕수패 사물놀이' 또는 '김덕수 사물놀이패' 상표권을 신규 법인이 독점적으로 무상 사용하도록 한다"는 조항이 붙어 있었습니다. 또 김씨가 다른 사람과 이 계약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계약을 할 수 없단 조항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2001년 7월 만들어진 회사가 주식회사 난장컬쳐스입니다. 난장컬쳐스는 '김덕수패 사물놀이' '김덕수 사물놀이패' 이름의 공연을 열어 매년 수억 원의 수입을 얻어왔습니다. 김씨는 난장컬쳐스 대표이사로 취임했다가 2017년 퇴임했습니다.

문제는 김씨가 난장컬쳐스 설립 이후에도 '사단법인 한울림' 기획 및 관리하에 국내외에서 공연 홍보에 김덕수 사물놀이패, 김덕수패 사물놀이 등의 광고문구를 쓰며 매년 100여회 정도의 공연을 꾸준히 해 왔단 점이었습니다.

이에 불만을 품은 난장컬쳐스는 2018년 김씨와 한울림의 '부정경쟁행위'를 금지해달라며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냈습니다.

■난장컬쳐스 "김덕수씨, '김덕수패 사물놀이' 문구로 광고하지 말라" 소송

난장컬쳐스는 "국내에 널리 인식된 영업표지를 사물놀이 공연 등과 관련된 영업에 사용해 난장컬쳐스와 한울림 및 김덕수의 영업을 혼동하게 했다"며 "이는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에관한법률(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이므로, 이를 금지하고 손해액 중 일부인 1억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주장했습니다.

설립 당시 계약에서 김씨가 난장컬쳐스에 '김덕수패 사물놀이' 영업표지를 독점적으로 사용하도록 했으므로, 그런 표현은 난장컬쳐스만 사용할 수 있고 김씨는 독자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취지였습니다. 난장컬쳐스는 김씨가 '김덕수 사물놀이패' 등 영업표지를 한울림의 사물놀이 공연 등 영업표지로 사용하고 있어 계약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현행 부정경쟁방지법은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성명·상호 ·표장 등 기타 타인의 영업임을 표시하는 표지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해 타인의 영업시설 내지 활동과 혼동을 하게 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김씨 측은 그러나 '김덕수'라는 자연인의 이름과 '사물놀이패'라는 보통명사의 소유권을 타인이 주장할 수 없고, 김씨가 영업표지의 사용권한을 갖고 있는 이상 계약조항이 영업표지의 독점사용권을 부여하는 취지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해당 계약이 난장컬쳐스 설립 전 작성된 '양해각서'에 불과해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도 주장했습니다.

■법원 "'김덕수패 사물놀이' 문구는 영업표지…난장컬쳐스 독점 맞다"

1심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제61민사부는 우선 '김덕수패 사물놀이' '김덕수 사물놀이패'란 문구가 이미 널리 인식된 표지가 맞고, 계약상 난장컬쳐스만 그 권한을 갖는 게 맞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김덕수패 사물놀이, 김덕수 사물놀이패 등의 영업표지는 일반인들에게 김씨의 영업임을 표시하는 표지로 널리 인식됐다고 봄이 타당하다"면서 "김씨가 난장컬쳐스 설립계약 당시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영업표지를 난장컬쳐스에서 독점적으로 무상으로 사용하기로 한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점 등을 고려하면 난장컬쳐스는 그러한 문구의 독점적 사용권한과 관계영업에 관한 권한 일체를 부여받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또 "한울림과 김씨가 '김덕수 사물놀이패' 등 문구로 난장컬쳐스 영업과 동일한 사물놀이 공연 영업을 하고 있으므로 일반인은 '김덕수 사물놀이패' 문구의 정당한 귀속 주체가 한울림 내지 김덕수라고 잘못 믿거나, 이들의 공연에 대해 난장컬쳐스의 공연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혼동할 우려가 있다"며 이들의 행위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조항 문언상 계약당사자들 사이에 '김덕수 사물놀이패' 문구 등은 난장컬쳐스만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합의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면서 "만약 김씨에게 여전히 문구사용권이 있다면 투자자들은 수억 원의 자본금을 납입하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아무런 이득도 취득하지 못한다고 할 것"이라며 김씨 측 항변을 배척했습니다.

또 해당 계약이 계약상 권리 의무가 구체적으로 확정돼 있는 이상 양해각서가 아니라 엄연히 '계약'에 해당하고, 김 씨에게 부당하게 일방적인 계약도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지난달 서울중앙지법 제61민사부는 "한울림과 김씨가 주최하는 공연의 제호 등에 '김덕수 사물놀이패' 등의 문구를 사용해선 안되고, 이를 표시한 광고를 해서도 안 된다"며 "난장컬쳐스가 일부 청구한 1억1000만원을 모두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김씨 측은 지난달 항소했고, 사건은 서울고등법원으로 올라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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