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개학 연기에 학원가 속앓이…“버티기 힘들어요”

입력 2020.03.18 (08:27) 수정 2020.03.18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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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코로나19여파로 전국의 유치원과 초중고 개학이 2주 더 미뤄졌습니다.

사상 처음으로 4월 개학이 되는건데요.

학생과 학부모들은 물론, 학원가도 시름이 깊어졌습니다.

그동안 학교에 발맞춰 휴원했던 학원들도 더이상은 버틸 수 없다며 속속 문을 열고 있는데요.

하지만 집단 감염에 대한 우려는 여전합니다.

오늘 뉴스따라잡기에서는 개학이 추가 연기되면서 고민에 빠진 학부모들과 학원가의 이야기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미술학원입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달 24일부터 문을 닫았는데요.

다음주 학교 개학을 손꼽아 기다려왔습니다.

[미술학원장 : "선생님들 수요일에 출근하시면 같이 대청소하고 회의도 하자고 했는데 (개학이) 더 연장된다고 하니 사실 지금은 제가 뭐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어제, 개학 추가 연기 소식에 시름이 더 깊어졌는데요.

휴원으로 학원 수입이 끊긴 상황에서 강사와 차량 기사 등 직원 급여도 제대로 챙기기 힘들어졌습니다.

[미술학원장 : "버티는 자가 살아남는 자라고 하는데 저는 솔직히 자신이 없어요. 다시 개학을 하고 정상화가 된다고 해도 정상적으로 돌아가기는 힘들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학원 문을 열자니 주위의 따가운 시선이 두려운데요.

[미술학원장 : "(개강)하는 학원은 돈만 밝히는 나쁜 학원,개강 안 하는 학원은 개념 있는 학원. 이런 식으로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어서 눈치 보여서 학교 개학하기 전에는 개강을 못하겠어요."]

하지만 이번주부터 일부 학원들, 문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서울시 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학원·교습소 10곳 가운데 8곳 가량이 수업을 하고 있는데요.

지난주에 비해 20퍼센트 가량 더 늘어난 겁니다.

특히 대표적인 학원 밀집 지역인 강남·서초구의 경우는 문 닫은 곳이 10곳 가운데 2곳도 채 안되는데요.

그제 아침, 서울의 한 어학원 앞, 마스크를 쓴 아이들이 하나 둘, 통학버스에서 내립니다.

이른바 ‘영어유치원’이라 불리는 일부 대형 어학원들 경우, 이번 주 수업을 재개한 건데요.

[학부모/음성변조 : “(개학일이) 9일이었는데 거기서 한 번 더 미뤄져서 오늘 등원이 된 거예요. 마냥 안 보내자니 이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잖아요.”]

하지만 여전히 학부모 대부분은 개학을 강행하는 학원 방침에 불안감이 큽니다.

[학부모/음성변조 : “이제 시작인데 서울 경기는. 같이 공교육따라 갔으면 하는 마음이죠. (아직) 안 보내는 분위기라서 제 주위들 다. 12명 중에 한 명 왔대요.”]

[초등생 학부모/음성변조 : “코로나가 잠잠해질 때까지는 서로 도와서 쉬어야 되지 않나 하는 생각에 염려도 되고. 그래서 쉬고 있죠.”]

하지만 중고등학생들이 다니는 학원가는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유명 단과 및 재수종합반 등 대형 학원들은 물론 중소형 학원들이 상당수 문을 열었습니다.

[유채린/중학생 : "휴원했다가 다시 시작했어요. 너무 오랫동안 쉬면 애들이 공부를 안 하니까 아무래도 학원숙제도 없고 그래서 부른 것 같아요. 그래도 공부할 애들은 와서 해라 이런 식으로."]

학원을 가지 않아도 아이들이 집에 있지 않고 pc방 등으로 몰려다니는 상황이라 학부모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는데요.

[학부모/음성변조 : "학부모들 다 그래요. 보내기도 찜찜하고 안 보내기도 찜찜하고 그러고 있어요."]

차라리 학원에 가길 바라는 학부모들 요구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이선기/입시학원 원장 : "어머니들 의견이 나눠지더라고요. 수업해야 되지 않냐 그러니까 고등학교 어머니들이죠. 대부분."]

학원을 마냥 쉬자니 학습이 뒤쳐질까 불안감도 큰데요.

[학부모/음성변조 : "엄마들이 걱정하는 게 안 가는 애들은 (감염이) 걱정돼서 안 보내는데 (수업)진도가 달라지니까 그거 때문에 가장 걱정을 많이 하더라고요."]

[전준우/고등학생 : "제 친구들은 쉬는 애들이 없어요. 그냥 다 다녀요. 대학 준비도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학원까지 쉬게 되면 나중에 준비하는데 더 차질이 생길 수 있어서 지금 계속 다니는 것 같습니다."]

때문에 국영수 같은 정규과목을 가르치는 입시학원들, 개별적으로 방역에 신경을 쓰며 학생들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문을 열고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마음의 짐은 무겁기만 합니다.

[이선기/입시학원 원장 : "문을 닫고 있든 열고 있든 모든 원장님들이 멍에를 하나씩 짊어지고 있는 거죠. 만약에 문을 닫고 있어요. 그러면 강사 월급을 못 주잖아요. 그러면 그 강사가 신용불량자가 될 거고 지금 어느 학원도 안 뽑아요. 사람. 그러면 어디 가겠어요? 갈 데가 없죠. 열고 계신 원장님도 세상의 따가운 눈총. 왜 쟤는 문을 열고 있어? 이런 시국에? 이런 따가운 눈총을 받으면서 문을 열고 있는 거예요."]

특히 중소형 학원들의 경우 폐업위기로까지 몰리며 경제적 부담이 커지자 개원을 선택한 곳이 늘었다고 합니다.

[이선기/입시학원 원장 : "(정부) 지원이라고 해봤자 장기 저리 융자인데 그게 받는데 두 세달 정도 걸리면 사실 학원 다 폐원한 후에 저희가 지급받는 그런 구도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도움은 안 되고…"]

사상 초유의 4월 개학.

정부는 앞으로 1-2주가 코로나19 확산의 분기점으로 보고 고심 끝에 개 학을 연기했지만, 경영난에 처한 학원계와 학습 공백에 대한 불안이 커진 학부모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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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0-03-18 09:3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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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여파로 전국의 유치원과 초중고 개학이 2주 더 미뤄졌습니다.

사상 처음으로 4월 개학이 되는건데요.

학생과 학부모들은 물론, 학원가도 시름이 깊어졌습니다.

그동안 학교에 발맞춰 휴원했던 학원들도 더이상은 버틸 수 없다며 속속 문을 열고 있는데요.

하지만 집단 감염에 대한 우려는 여전합니다.

오늘 뉴스따라잡기에서는 개학이 추가 연기되면서 고민에 빠진 학부모들과 학원가의 이야기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미술학원입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달 24일부터 문을 닫았는데요.

다음주 학교 개학을 손꼽아 기다려왔습니다.

[미술학원장 : "선생님들 수요일에 출근하시면 같이 대청소하고 회의도 하자고 했는데 (개학이) 더 연장된다고 하니 사실 지금은 제가 뭐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어제, 개학 추가 연기 소식에 시름이 더 깊어졌는데요.

휴원으로 학원 수입이 끊긴 상황에서 강사와 차량 기사 등 직원 급여도 제대로 챙기기 힘들어졌습니다.

[미술학원장 : "버티는 자가 살아남는 자라고 하는데 저는 솔직히 자신이 없어요. 다시 개학을 하고 정상화가 된다고 해도 정상적으로 돌아가기는 힘들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학원 문을 열자니 주위의 따가운 시선이 두려운데요.

[미술학원장 : "(개강)하는 학원은 돈만 밝히는 나쁜 학원,개강 안 하는 학원은 개념 있는 학원. 이런 식으로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어서 눈치 보여서 학교 개학하기 전에는 개강을 못하겠어요."]

하지만 이번주부터 일부 학원들, 문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서울시 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학원·교습소 10곳 가운데 8곳 가량이 수업을 하고 있는데요.

지난주에 비해 20퍼센트 가량 더 늘어난 겁니다.

특히 대표적인 학원 밀집 지역인 강남·서초구의 경우는 문 닫은 곳이 10곳 가운데 2곳도 채 안되는데요.

그제 아침, 서울의 한 어학원 앞, 마스크를 쓴 아이들이 하나 둘, 통학버스에서 내립니다.

이른바 ‘영어유치원’이라 불리는 일부 대형 어학원들 경우, 이번 주 수업을 재개한 건데요.

[학부모/음성변조 : “(개학일이) 9일이었는데 거기서 한 번 더 미뤄져서 오늘 등원이 된 거예요. 마냥 안 보내자니 이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잖아요.”]

하지만 여전히 학부모 대부분은 개학을 강행하는 학원 방침에 불안감이 큽니다.

[학부모/음성변조 : “이제 시작인데 서울 경기는. 같이 공교육따라 갔으면 하는 마음이죠. (아직) 안 보내는 분위기라서 제 주위들 다. 12명 중에 한 명 왔대요.”]

[초등생 학부모/음성변조 : “코로나가 잠잠해질 때까지는 서로 도와서 쉬어야 되지 않나 하는 생각에 염려도 되고. 그래서 쉬고 있죠.”]

하지만 중고등학생들이 다니는 학원가는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유명 단과 및 재수종합반 등 대형 학원들은 물론 중소형 학원들이 상당수 문을 열었습니다.

[유채린/중학생 : "휴원했다가 다시 시작했어요. 너무 오랫동안 쉬면 애들이 공부를 안 하니까 아무래도 학원숙제도 없고 그래서 부른 것 같아요. 그래도 공부할 애들은 와서 해라 이런 식으로."]

학원을 가지 않아도 아이들이 집에 있지 않고 pc방 등으로 몰려다니는 상황이라 학부모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는데요.

[학부모/음성변조 : "학부모들 다 그래요. 보내기도 찜찜하고 안 보내기도 찜찜하고 그러고 있어요."]

차라리 학원에 가길 바라는 학부모들 요구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이선기/입시학원 원장 : "어머니들 의견이 나눠지더라고요. 수업해야 되지 않냐 그러니까 고등학교 어머니들이죠. 대부분."]

학원을 마냥 쉬자니 학습이 뒤쳐질까 불안감도 큰데요.

[학부모/음성변조 : "엄마들이 걱정하는 게 안 가는 애들은 (감염이) 걱정돼서 안 보내는데 (수업)진도가 달라지니까 그거 때문에 가장 걱정을 많이 하더라고요."]

[전준우/고등학생 : "제 친구들은 쉬는 애들이 없어요. 그냥 다 다녀요. 대학 준비도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학원까지 쉬게 되면 나중에 준비하는데 더 차질이 생길 수 있어서 지금 계속 다니는 것 같습니다."]

때문에 국영수 같은 정규과목을 가르치는 입시학원들, 개별적으로 방역에 신경을 쓰며 학생들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문을 열고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마음의 짐은 무겁기만 합니다.

[이선기/입시학원 원장 : "문을 닫고 있든 열고 있든 모든 원장님들이 멍에를 하나씩 짊어지고 있는 거죠. 만약에 문을 닫고 있어요. 그러면 강사 월급을 못 주잖아요. 그러면 그 강사가 신용불량자가 될 거고 지금 어느 학원도 안 뽑아요. 사람. 그러면 어디 가겠어요? 갈 데가 없죠. 열고 계신 원장님도 세상의 따가운 눈총. 왜 쟤는 문을 열고 있어? 이런 시국에? 이런 따가운 눈총을 받으면서 문을 열고 있는 거예요."]

특히 중소형 학원들의 경우 폐업위기로까지 몰리며 경제적 부담이 커지자 개원을 선택한 곳이 늘었다고 합니다.

[이선기/입시학원 원장 : "(정부) 지원이라고 해봤자 장기 저리 융자인데 그게 받는데 두 세달 정도 걸리면 사실 학원 다 폐원한 후에 저희가 지급받는 그런 구도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도움은 안 되고…"]

사상 초유의 4월 개학.

정부는 앞으로 1-2주가 코로나19 확산의 분기점으로 보고 고심 끝에 개 학을 연기했지만, 경영난에 처한 학원계와 학습 공백에 대한 불안이 커진 학부모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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