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감시K] 법안 제안자가 후원회장…혹시나 로비?

입력 2020.03.2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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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개원한 14대 국회부터 20대 국회(2020년 3월 20일 기준)까지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 건수입니다. 폭발적으로 늘었죠. 20여 년 사이 무려 71배 늘어났습니다. 20대 국회에서 의원 1인당 평균 68건씩 법안을 냈는데요. 숫자만 보면 꽤 열심히 일한 것처럼 보입니다. <국회감시 프로젝트K>팀은 20대 국회에서 제출된 법안 2만여 건의 제안 이유와 주요 내용을 하나하나 다 따져봤습니다. 그 가운데 일부 문제가 있는 법안들을 따로 분류해 발의 과정을 추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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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감시K] ‘코로나19’ 로 본 국회의 법 만드는 법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40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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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사법 개정안…이은재 "후원회장이 제안"

2019년 2월 21일 열린 법무사법 개정안 국회 공청회. 2018년 1월 이은재 의원(미래통합당)이 발의한 법안 공청회였는데, 국민의 사법 접근권 보장을 위해 변호사보다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법무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자는 취지였습니다. 법무사들이 사실상 대리인 역할을 해 온 개인회생 사건 등(비송사건)을 대리할 수 있도록 법률을 현실화하자는 겁니다.

 2019년 2월 21일 법무사법 개정안 국회 공청회에서 이은재 의원의 후원회장인 김주경 법무사가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화면 출처 : 대한법무사협회) 2019년 2월 21일 법무사법 개정안 국회 공청회에서 이은재 의원의 후원회장인 김주경 법무사가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화면 출처 : 대한법무사협회)

공청회가 끝날 때쯤, 이은재 의원이 마무리 발언에서 한 분을 거론합니다.

"처음 저한테 제안을 해 주신 분은 김주경 회장님이십니다...회장님 말씀만 듣고 시작한 일입니다"

법안 제안자라는 분, 이은재 의원의 요청에 자리에서 일어나 공청회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 분 누굴까요? 현직 법무사이자, 전 서울지방법무사회장이시더군요. 법무사계의 원로셨습니다. 그런데,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받은 자료를 확인했더니, 이은재 의원의 후원회장으로 등록돼 있었습니다.


법안 발의 과정에 도대체 무슨 역할을 한 걸까요? 전화로 문의했더니, 김주경 법무사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공청회에는 간 적이 없어요. 박수받은 일이 없어요 저는."
"만나도 제가 말씀드릴 게 없어요. 후원회장을 했는데 그냥 이름만 올린 거지. 역할을 한 것도 없어요."
"호흡기가 안 좋아서 코로나 때문에 피해 있어요."

혹시나 하는 생각에 2~3시간 뒤 김 법무사의 사무실을 찾아가 봤습니다. 그런데 치악산에 있다던 김 법무사는 방금 점심식사를 마치고 외부 일정을 위해 나간 상태였습니다. 다시 전화했지만,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했습니다.

■ '의원 후원회장'을 '고문'으로 추대한 법무사협회

취재 도중 대한법무사협회의 공문을 입수했습니다. 2018년 2월 법무사협회의 회장회 회의 결과였는데, 법무사법 개정안이 발의된 직후 김 법무사를 협회 고문으로 추대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영향력을 이용한 걸까요?


어렵사리 법무사협회 고위 관계자와 통화가 됐습니다. 그는 김주경 회장이 제일 많이 나섰으니까. 어떤 목적을 위해 일을 한다고 하면 누군가를 앞장세워야 할 거 아니냐면서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또 "어떤 협회나 법안 초안을 마련해서 국회의원에게 설명이 들어가고, 이때 이은재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면서 "국회에서 학연과 지연을 찾아다니고, 국회에서 로비랄까. 로비라면 로비겠죠"라며 말을 맺었습니다.

이 법안은 지난 1월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원안보다는 많이 축소됐지만, 결국 국회 문턱을 넘은 겁니다. 법안 발의자인 이은재 의원에게 물었더니 "잘 기억이 안 나요. 이미 다 끝난 건데, 지금 말씀드리기 적절치 않다고 본다"라고 답했습니다. 또 법무사협회와 논의한 적도 없고, 후원회장이 법무사인데 법무사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 부적절하지 않으냐는 질문엔 "나중에 이야기할게요"라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 "노파라치 아세요?"…'노래방 술 판매 허용법'의 비밀

2018년 10월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장. 최경환 의원(민생당)이 질의에 나섰는데, 당시 도종환 장관을 상대로 난데없이 노래방에서 술 마신 이야기를 꺼내더니 노파라치 때문에 업주들 피해가 막대하다고 주장합니다.

"저도 노래방 가끔 가는데 다 맥주 먹습니다. 다 불법이에요."
"노파라치 아세요? 손님들이 술 50~60만 원어치 먹고 신고한다고 하면 업주들이 싹싹 빌어요."
"김동철 의원이 개정안을 냈는데, 청소년 출입시간 이외에는 노래연습장에서 맥주와 탁주 정도는 팔자."


결론은 법을 바꾸자는 겁니다. 그런데 법안 발의자는 이웃 지역구 김동철 의원(민생당)이었습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광주 노래연습장업협회 구일암 지회장을 찾아나섰습니다. 구 지회장은 2018년 초 김동철 의원을 만나 법안 개정을 약속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김 의원 역시 "1년에 5천 명, 만 명씩 노래방 업주를 범법자로 만드는 게 정부가 할 일이냐. 법안을 낸 건 국회 차원에서 논의의 계기를 만든 것"이라고 항변했습니다.

그럼 최경환 의원은 왜 나선 걸까요? 구 지회장은 "호남 지역에서 문화체육관광위원이 최 의원 한 분뿐이라 제가 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광주지역 노래방 업주들만 볼 수 있는 회원제 인터넷 사이트에 지회장이 올린 글에 그 해답이 있었습니다.

업주들과 최경환 의원 면담(2018년 9월 28일) → 국정감사 시작 전, 최 의원이 노래방 문제 질의 예고(2018년 10월 10일) → 법안 통과를 위해 최 의원 후원 독려(2018년 10월 16일) → 후원금 증명서 발급 안내(2019년 3월 18일).


■ "적법한 후원금"…과연 순수했나?

의원들에게 후원금을 냈는지 물었습니다. 구 지회장은 "김동철 의원은 후원금을 사절해 한 번도 해 준 적이 없다"면서도 "최경환 의원은 업주들이 자발적으로 후원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몇천만 원은 돈이 없어 못 했고, 5만 원, 10만 원씩 했다"고 말했습니다. 적법한 후원금이라는 항변이지만, 정말 순수했을까요? 최경환 의원에게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습니다.

"맥주를 음료수로 보는 사회적 인식이 있잖아요. 그 정도는 허용할 수 있지 않느냐..."
"(후원금은) 소액이에요. 10만 원씩. 정치자금 수준은 아니에요."

■ 무더기 발의 법안…알고 보니 정부 예산으로 용역


2016년 말, 국회에서 각종 협회의 숙원 사업이 법안으로 발의됐습니다. 국가가 나서 열쇠관리사의 자격을 관리해야 한다는 열쇠협회, 알 도매시장을 만들어 달라는 계란유통협회의 요청 등이 통한 겁니다. 그런데 이 법안들, 발의자는 제각각이지만 한꺼번에 발의됐습니다. 날짜도 엇비슷했습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2016년 하반기, 한 법무법인 변호사와 용역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입법자문 최소 5건, 건당 최대 2천만 원이었는데, 총액만 1억 4천만 원입니다. 중소벤처기업부 예산으로 충당됐습니다. 이 용역의 결과물로 법안이 발의됐던 걸까요?


법안을 발의한 한 의원실의 답변이 뜻밖입니다. 시민단체인 법률소비자연맹에서 법안을 부탁했다는 겁니다. 보좌관이 법률소비자연맹 쪽 사람을 만나 법안을 받아와 그대로 발의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 법률소비자연맹, 입법 로비?…발의 의원들 상 받아

당시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법안 발의된 걸 모른다. 지금도 누가 발의했는지도 모르고, 관여도 안 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이야기도 했습니다.

"법률소비자연맹에서 (입법자문) 아이디어를 얻은 건 맞아요. 자기네들이 도와주겠다. 안OO 변호사가 법률소비자연맹 임원이었을 거예요."

이 말대로 소상공인연합회가 계약한 변호사는 법률소비자연맹의 임원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돈입니다. 확인해보니 법무법인이 받은 용역비 1억 4천만 원 가운데 상당액이 법률소비자연맹에 건네졌다는 겁니다. 기부금 등의 명목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법률소비자연맹은 "주요 임원인 변호사가 연맹에 회비나 지원금을 냈다고 해서 용역을 함께 수주했다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나 시민단체가 돈을 받고 입법 청탁을 했다면 변호사법을 위반한 겁니다.

법안을 발의해준 의원들은 뭐라고 할까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을 발의한 정성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당시 업체에서도 찾아왔었고, 필요성이 있는 법안이라 발의했다"면서, 법률소비자연맹에 대해선 "처음 듣는 얘기다"라고 답했습니다. 경비업법을 발의한 이명수 의원(미래통합당)은 "워낙 법안을 많이 내서 기억에 없다"고 했습니다.

이들 법안을 발의해 준 의원들 6명은 모두 그해 말에 우수의원상을 받았습니다. 물론 상을 준 곳은 법률소비자연맹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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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감시K] 법안 제안자가 후원회장…혹시나 로비?
    • 입력 2020-03-23 17:45:35
    국회감시K

1992년 개원한 14대 국회부터 20대 국회(2020년 3월 20일 기준)까지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 건수입니다. 폭발적으로 늘었죠. 20여 년 사이 무려 71배 늘어났습니다. 20대 국회에서 의원 1인당 평균 68건씩 법안을 냈는데요. 숫자만 보면 꽤 열심히 일한 것처럼 보입니다. <국회감시 프로젝트K>팀은 20대 국회에서 제출된 법안 2만여 건의 제안 이유와 주요 내용을 하나하나 다 따져봤습니다. 그 가운데 일부 문제가 있는 법안들을 따로 분류해 발의 과정을 추적했습니다.

[연관기사]
[국회감시K] ‘코로나19’ 로 본 국회의 법 만드는 법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404700)
[국회감시K] “국회가 바로잡아주세요” 호소…15명만 응답했다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406561)
[국회감시K] ‘현대차 늑장 리콜’처벌 말라는 국회?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406918)


■ 법무사법 개정안…이은재 "후원회장이 제안"

2019년 2월 21일 열린 법무사법 개정안 국회 공청회. 2018년 1월 이은재 의원(미래통합당)이 발의한 법안 공청회였는데, 국민의 사법 접근권 보장을 위해 변호사보다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법무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자는 취지였습니다. 법무사들이 사실상 대리인 역할을 해 온 개인회생 사건 등(비송사건)을 대리할 수 있도록 법률을 현실화하자는 겁니다.

 2019년 2월 21일 법무사법 개정안 국회 공청회에서 이은재 의원의 후원회장인 김주경 법무사가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화면 출처 : 대한법무사협회)
공청회가 끝날 때쯤, 이은재 의원이 마무리 발언에서 한 분을 거론합니다.

"처음 저한테 제안을 해 주신 분은 김주경 회장님이십니다...회장님 말씀만 듣고 시작한 일입니다"

법안 제안자라는 분, 이은재 의원의 요청에 자리에서 일어나 공청회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 분 누굴까요? 현직 법무사이자, 전 서울지방법무사회장이시더군요. 법무사계의 원로셨습니다. 그런데,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받은 자료를 확인했더니, 이은재 의원의 후원회장으로 등록돼 있었습니다.


법안 발의 과정에 도대체 무슨 역할을 한 걸까요? 전화로 문의했더니, 김주경 법무사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공청회에는 간 적이 없어요. 박수받은 일이 없어요 저는."
"만나도 제가 말씀드릴 게 없어요. 후원회장을 했는데 그냥 이름만 올린 거지. 역할을 한 것도 없어요."
"호흡기가 안 좋아서 코로나 때문에 피해 있어요."

혹시나 하는 생각에 2~3시간 뒤 김 법무사의 사무실을 찾아가 봤습니다. 그런데 치악산에 있다던 김 법무사는 방금 점심식사를 마치고 외부 일정을 위해 나간 상태였습니다. 다시 전화했지만,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했습니다.

■ '의원 후원회장'을 '고문'으로 추대한 법무사협회

취재 도중 대한법무사협회의 공문을 입수했습니다. 2018년 2월 법무사협회의 회장회 회의 결과였는데, 법무사법 개정안이 발의된 직후 김 법무사를 협회 고문으로 추대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영향력을 이용한 걸까요?


어렵사리 법무사협회 고위 관계자와 통화가 됐습니다. 그는 김주경 회장이 제일 많이 나섰으니까. 어떤 목적을 위해 일을 한다고 하면 누군가를 앞장세워야 할 거 아니냐면서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또 "어떤 협회나 법안 초안을 마련해서 국회의원에게 설명이 들어가고, 이때 이은재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면서 "국회에서 학연과 지연을 찾아다니고, 국회에서 로비랄까. 로비라면 로비겠죠"라며 말을 맺었습니다.

이 법안은 지난 1월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원안보다는 많이 축소됐지만, 결국 국회 문턱을 넘은 겁니다. 법안 발의자인 이은재 의원에게 물었더니 "잘 기억이 안 나요. 이미 다 끝난 건데, 지금 말씀드리기 적절치 않다고 본다"라고 답했습니다. 또 법무사협회와 논의한 적도 없고, 후원회장이 법무사인데 법무사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 부적절하지 않으냐는 질문엔 "나중에 이야기할게요"라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 "노파라치 아세요?"…'노래방 술 판매 허용법'의 비밀

2018년 10월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장. 최경환 의원(민생당)이 질의에 나섰는데, 당시 도종환 장관을 상대로 난데없이 노래방에서 술 마신 이야기를 꺼내더니 노파라치 때문에 업주들 피해가 막대하다고 주장합니다.

"저도 노래방 가끔 가는데 다 맥주 먹습니다. 다 불법이에요."
"노파라치 아세요? 손님들이 술 50~60만 원어치 먹고 신고한다고 하면 업주들이 싹싹 빌어요."
"김동철 의원이 개정안을 냈는데, 청소년 출입시간 이외에는 노래연습장에서 맥주와 탁주 정도는 팔자."


결론은 법을 바꾸자는 겁니다. 그런데 법안 발의자는 이웃 지역구 김동철 의원(민생당)이었습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광주 노래연습장업협회 구일암 지회장을 찾아나섰습니다. 구 지회장은 2018년 초 김동철 의원을 만나 법안 개정을 약속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김 의원 역시 "1년에 5천 명, 만 명씩 노래방 업주를 범법자로 만드는 게 정부가 할 일이냐. 법안을 낸 건 국회 차원에서 논의의 계기를 만든 것"이라고 항변했습니다.

그럼 최경환 의원은 왜 나선 걸까요? 구 지회장은 "호남 지역에서 문화체육관광위원이 최 의원 한 분뿐이라 제가 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광주지역 노래방 업주들만 볼 수 있는 회원제 인터넷 사이트에 지회장이 올린 글에 그 해답이 있었습니다.

업주들과 최경환 의원 면담(2018년 9월 28일) → 국정감사 시작 전, 최 의원이 노래방 문제 질의 예고(2018년 10월 10일) → 법안 통과를 위해 최 의원 후원 독려(2018년 10월 16일) → 후원금 증명서 발급 안내(2019년 3월 18일).


■ "적법한 후원금"…과연 순수했나?

의원들에게 후원금을 냈는지 물었습니다. 구 지회장은 "김동철 의원은 후원금을 사절해 한 번도 해 준 적이 없다"면서도 "최경환 의원은 업주들이 자발적으로 후원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몇천만 원은 돈이 없어 못 했고, 5만 원, 10만 원씩 했다"고 말했습니다. 적법한 후원금이라는 항변이지만, 정말 순수했을까요? 최경환 의원에게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습니다.

"맥주를 음료수로 보는 사회적 인식이 있잖아요. 그 정도는 허용할 수 있지 않느냐..."
"(후원금은) 소액이에요. 10만 원씩. 정치자금 수준은 아니에요."

■ 무더기 발의 법안…알고 보니 정부 예산으로 용역


2016년 말, 국회에서 각종 협회의 숙원 사업이 법안으로 발의됐습니다. 국가가 나서 열쇠관리사의 자격을 관리해야 한다는 열쇠협회, 알 도매시장을 만들어 달라는 계란유통협회의 요청 등이 통한 겁니다. 그런데 이 법안들, 발의자는 제각각이지만 한꺼번에 발의됐습니다. 날짜도 엇비슷했습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2016년 하반기, 한 법무법인 변호사와 용역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입법자문 최소 5건, 건당 최대 2천만 원이었는데, 총액만 1억 4천만 원입니다. 중소벤처기업부 예산으로 충당됐습니다. 이 용역의 결과물로 법안이 발의됐던 걸까요?


법안을 발의한 한 의원실의 답변이 뜻밖입니다. 시민단체인 법률소비자연맹에서 법안을 부탁했다는 겁니다. 보좌관이 법률소비자연맹 쪽 사람을 만나 법안을 받아와 그대로 발의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 법률소비자연맹, 입법 로비?…발의 의원들 상 받아

당시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법안 발의된 걸 모른다. 지금도 누가 발의했는지도 모르고, 관여도 안 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이야기도 했습니다.

"법률소비자연맹에서 (입법자문) 아이디어를 얻은 건 맞아요. 자기네들이 도와주겠다. 안OO 변호사가 법률소비자연맹 임원이었을 거예요."

이 말대로 소상공인연합회가 계약한 변호사는 법률소비자연맹의 임원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돈입니다. 확인해보니 법무법인이 받은 용역비 1억 4천만 원 가운데 상당액이 법률소비자연맹에 건네졌다는 겁니다. 기부금 등의 명목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법률소비자연맹은 "주요 임원인 변호사가 연맹에 회비나 지원금을 냈다고 해서 용역을 함께 수주했다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나 시민단체가 돈을 받고 입법 청탁을 했다면 변호사법을 위반한 겁니다.

법안을 발의해준 의원들은 뭐라고 할까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을 발의한 정성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당시 업체에서도 찾아왔었고, 필요성이 있는 법안이라 발의했다"면서, 법률소비자연맹에 대해선 "처음 듣는 얘기다"라고 답했습니다. 경비업법을 발의한 이명수 의원(미래통합당)은 "워낙 법안을 많이 내서 기억에 없다"고 했습니다.

이들 법안을 발의해 준 의원들 6명은 모두 그해 말에 우수의원상을 받았습니다. 물론 상을 준 곳은 법률소비자연맹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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