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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작하는 미국 증시…이유 중 한 가지는 ‘자사주 탐욕’
입력 2020.03.24 (15:15) 수정 2020.03.24 (16:21) 취재K
미국 중앙은행의 시대 저무나... '말발' 안 먹히는 연준

미국 금융시장에서 중앙은행, 연준의 '말발'은 절대적입니다. 전설같은 '말발'의 주인공은 그린스펀 전 의장입니다. 그리고 가장 인상적이 장면은 1987년 10월에 있었습니다.

당시 증시는 지금처럼 끝없이 오른 상태였죠. 그린스펀 의장은 1987년 8월 취임합니다. 다우존스는 사상 처음 2,000선을 돌파했고, 연초대비 40% 이상 상승했었는데, 두 달 만에 상황은 급변합니다. 10월 첫 주 6% 하락하고 둘째 주에 12% 폭락합니다. 달러 약세, 쌍둥이 적자, 대외 채무 증가 등...암울한 설명이 뒤따랐습니다.

그리고 10월 19일. 하루 동안 다우존스 지수는 무려 22.5% 떨어졌습니다. 떨어진 비율로 보면 이번 코로나 사태 하루 하락 폭과는 비교도 안 됩니다. '블랙먼데이'였습니다. 대공황 때인 1929년 10월 29일 하락률 11.7%의 두 배였으니까요. 공포 장세가 이어지는데...저 유명한 그린스펀의 한줄 짜리 단순 명료한 성명이 나옵니다.

“미국 경제와 금융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할 준비가 되어있다.”


놀랍게도 이 한 줄짜리 성명은 마법 같은 효과를 발휘합니다. 주가 급락은 잦아들고 실제로 뉴욕 연준이 금리를 떨어뜨리자 시장은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그리고 그린스펀은 이후 19년간 민주, 공화당의 대통령 4명이 바뀌는 동안 계속 연임합니다.
(달러 없는 세계. 저자 이하경 중에서)

지금 보면 동화 같은 이야기입니다. 지금 연준이 '말발'은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으니까요. 오히려 연준이 금리를 내릴 때마다, 또 양적 완화 확대를 발표할 때마다 뉴욕증시는 급락에 급락을 거듭합니다. ‘발작’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한 이 기이한 현상...이 현상을 설명하는 한가지 그림을 그려볼까 합니다. 소재는 '자사주'입니다.

미국 기업의 '자사주 매입'과 증시의 상승

트럼프 대통령이 주말 기자회견에서 '구제법안'의 의회 통과를 위해서 '자사주 매입'을 금지하는 내용에 찬성하겠다고 말합니다. '기업들에 자사주 매입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하지 말라고 말할 것이고, 자사주 매입 안 좋아한다고 말할 것'이라는 다소 소극적인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감세나 금융지원으로 구제해준 기업이 그 돈으로 자사주 매입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된 건 그동안 미국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을 너무 많이 했기 때문입니다. 교과서적으로 보면 '자사주 매입'은 '배당확대'와 함께 주식 투자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기업 정책 가운데 하나입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의 수가 줄어들어 주가 방어에 도움이 되고요. (주가 내린다고 회사가 자사주를 시장에 팔진 않으니까요) 어떨 때는 매입 뒤 아예 소각하기도 하니까 그 효과가 영구적으로 지속되기도 합니다.

주당 순이익, EPS도 높아집니다. EPS는 한 주당 순이익이 얼마 났느냐 하는 지표인데, 계산할 때 자사주는 분모에서 빼줍니다. 분자가 똑같아도 당연히 기업이 장사 더 잘한 것처럼 보이죠. 이 자사주 매입, 2010년부터 IT 기업 중심으로 미국 증시에서 확대되어 왔습니다. 너무 많이 샀다고 했을 정도인데, 한 통계를 보면 지난해는 S&P500 기업 전체 기준으로 대략 시가총액 1% 달하는 주식을 매입했다고 합니다.

미국 주식 시장 활황 이끈 건 '회사'들의 자사주 매입


미국 주식이 끝없이 상승할 때, 기업들은 자사주를 끝없이 샀습니다. 미국 주식이 오르는 동안 미국 주식시장 참가자들, 다들 주식을 샀을 것 같지만 순매수 주체는 단연 '회사'였습니다. 외국인도 좀 사긴 했지만 '회사'에 빗댈 정도는 아닙니다. 오히려 '기관'과 '개인'은 순매도세였습니다.

오른 게 뭐가 문제일까? 세금감면, 이익...심지어 빚까지 동원해 자사주 매입 혈안

문제는 그런 기업들의 행태가 기업의 특정 구성원, 투자자한테만 좋고 사회 전체로 보면 위험을 키웠다는 점입니다. 이런 비판이 점점 확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가 송환세, 법인세 감면에 앞장섰던 것 기억하실 겁니다. 전통적으로 레이건 이후 공급주의 경제학에서, 감세하면 투자 많이 하고 또 생산 많이 해서 경제 전체가 더 좋아진다는 논리를 펴왔어요. 근데 기업들 감세해서 남는 돈, 투자 안 하고 자사주 삽니다.

기업활동에서 나오는 이윤도 투자처를 찾지 못해 사내유보이윤으로 묶어두고 있죠. 이 돈도 자사주 매입으로 갑니다.

더 문제는 빌려서까지 자사주를 샀단 겁니다. 미국 회사채 시장은 지금 급격히 커졌습니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유동성이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를 찾아 회사채 시장에 몰렸습니다. 우량회사채 금리는 미국 국채와 비교해도 크게 높지 않을 정도로 낮아졌습니다. 회사들 이 자금 조달해서....네, 투자하지 않고 자사주 샀습니다. 놀라운 일이죠. 빚내서 주식 산 겁니다.

회사채. 하니까 요즘 미국 뉴스 떠오르시죠. 지금 미국 경제 가장 크게 걱정하는 게 이 회사채 시장이 패닉에 빠질까 봐, 또 빚 못 갚은 기업들 줄도산 나올까 봐 하는 부분입니다. 실물경제 무너질까 봐요. 바로 이 줄도산 걱정하게 하는 업체들이 그동안 돈만 생기면 자사주 샀습니다.

'자사주'가 거품 일조...그런데 40조 자사주 매입한 '보잉'에 천문학적 세금 지원해야


사실 그동안 증시 분석가들이 미국 비롯한 일본 유럽 등. 선진국 증시 너무 올랐다고 우려해왔습니다. 실질 가치 상관없이 '묻지 마' 상승이니 거품이란 것이죠. 자사주 매입을 이런 거품 키우는 나쁜 행동 주범으로 꼽아왔고요. 그런데 이렇게 거품 만든 주범들, 이제 미국 정부가 세금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대표적인 게 '보잉'사입니다. 가만 놔두면 도산할 것이 거의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보잉을 절대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미국 산업에서 항공산업의 비중은 절대적이기 때문입니다. 제조업 생산에서 항공기와 관련 부품업의 비중은 5.5%,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가 넘습니다. 창출하는 일자리는 250만 개, 업체는 만 7천 개에 달합니다. 군용기와 로켓을 생산해 국방과도 직결됩니다.

실제로 보잉은 최근 항공업계에 600억 달러 자금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항공업계는 따로 또 500억 달러 요청했고요. 합하면 우리 돈으로 130조 원이 넘습니다.

그런데 이 항공업계가 지난 10년간 잉여 현금흐름의 96%를 자사주 매입에 썼습니다. 델타, 아메리칸항공, 유나이티드, 사우스웨스트...이 4대 항공사는 지난 5년간 390억 달러 규모 자사주 매입했고, 보잉은 혼자서 350억 달러 매입했습니다. 대략 100조 원을 주식에 쏟아부었습니다.

자 이제 보이시죠. 기업들, 돈 남을 때는 주주들 배불리는 데 돈을 썼습니다. 망할 거 같으니까 국민 세금 내놓으라고 합니다.

오늘 부결되긴 했지만, 지원법안에 '이번에 감세와 금융지원으로 생긴 돈은 자사주 매입하면 안 된다'고 써놓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고, 주식 오른 게 '최대 치적'이던 트럼프 대통령도 반대할 수 없었던 이유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민주당 경선을 치르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맹렬하게 비판한 자사주 매입을 트럼프도 비판할 수밖에 없는 지금 상황입니다.

결국은 미국 상장기업들의 '탐욕'에 대한 이야기


주식 거품을 키워 위기에 취약하게 만든 것, 또 위기가 와서 젤 먼저 쓰러진 것, 그러면서 세금으로 도와달라고 태연하게 말하는 것...다 자사주 매입에 혈안이 됐던 회사들입니다. 주주들 위한 탐욕의 잔치를 벌였던 회사들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파생상품을 무차별적으로 만들어 전 세계에 팔아 성과급 잔치를 벌였던 월스트리트의 금융회사들, 그들이 연준과 미 정부로부터 천문학적인 지원을 받아 다시 살아나고, 위기를 잘 극복했다며 다시 성과급 잔치를 벌였던 게 생각이 나는 대목입니다.

미국 은행들, 이번엔 어땠을까요? 은행들도 엄청나게 자사주 매입 해왔습니다. 2008년 위기 때 지원받고, 은행 규제 덕에 지금은 건강해졌습니다. 그래서 돈이 좀 벌리니까 이들도 자사주 매입한 겁니다.

그런 은행들, 지난주 자사주 매입 안 하겠다 선언했습니다. 이후 은행주가 급락세에는 브레이크가 없습니다. 지금 주가가 가장 많이 내리는 종목 가운데 하나입니다. 은행주에 악재는 더 있습니다. 정부가 '회사채 시장 안정' 위해서 건전성 좀 내려놓고 국가경제를 도우라고 압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이 점은 한국 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은행들은 이제 돈 안 되는 지원도 해야합니다.

이른바 FAANG이라고 언급되는 미국 IT 기업들도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애플 아마존...뭐 다들 그간 수익이 는 것에 비해서 주가는 너무 많이 올랐습니다. 몇 배씩 올랐죠. 역시 자사주 매입 많이들 했습니다.

주가가 오를 때는 좋아 보였습니다. 미국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트렌드가요. 하지만 지금 미국 증시는 브레이크 없이 급하강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투자자들도 이제 깨달았을 겁니다. '더이상 예전 같은 자사주 매입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요.

안타까운 건 우리 증시입니다. 정부가 나서서 매입하라고 등 떠밀 정도로 그동안 자사주 매입 별로 안 했거든요. 증시도 별로 안 올랐죠. 그런데 미국 증시가 떨어지니 같이 떨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기업 총수와 임원들이 주가 방어를 위해 이제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습니다.
  • 발작하는 미국 증시…이유 중 한 가지는 ‘자사주 탐욕’
    • 입력 2020-03-24 15:15:43
    • 수정2020-03-24 16:21:35
    취재K
미국 중앙은행의 시대 저무나... '말발' 안 먹히는 연준

미국 금융시장에서 중앙은행, 연준의 '말발'은 절대적입니다. 전설같은 '말발'의 주인공은 그린스펀 전 의장입니다. 그리고 가장 인상적이 장면은 1987년 10월에 있었습니다.

당시 증시는 지금처럼 끝없이 오른 상태였죠. 그린스펀 의장은 1987년 8월 취임합니다. 다우존스는 사상 처음 2,000선을 돌파했고, 연초대비 40% 이상 상승했었는데, 두 달 만에 상황은 급변합니다. 10월 첫 주 6% 하락하고 둘째 주에 12% 폭락합니다. 달러 약세, 쌍둥이 적자, 대외 채무 증가 등...암울한 설명이 뒤따랐습니다.

그리고 10월 19일. 하루 동안 다우존스 지수는 무려 22.5% 떨어졌습니다. 떨어진 비율로 보면 이번 코로나 사태 하루 하락 폭과는 비교도 안 됩니다. '블랙먼데이'였습니다. 대공황 때인 1929년 10월 29일 하락률 11.7%의 두 배였으니까요. 공포 장세가 이어지는데...저 유명한 그린스펀의 한줄 짜리 단순 명료한 성명이 나옵니다.

“미국 경제와 금융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할 준비가 되어있다.”


놀랍게도 이 한 줄짜리 성명은 마법 같은 효과를 발휘합니다. 주가 급락은 잦아들고 실제로 뉴욕 연준이 금리를 떨어뜨리자 시장은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그리고 그린스펀은 이후 19년간 민주, 공화당의 대통령 4명이 바뀌는 동안 계속 연임합니다.
(달러 없는 세계. 저자 이하경 중에서)

지금 보면 동화 같은 이야기입니다. 지금 연준이 '말발'은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으니까요. 오히려 연준이 금리를 내릴 때마다, 또 양적 완화 확대를 발표할 때마다 뉴욕증시는 급락에 급락을 거듭합니다. ‘발작’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한 이 기이한 현상...이 현상을 설명하는 한가지 그림을 그려볼까 합니다. 소재는 '자사주'입니다.

미국 기업의 '자사주 매입'과 증시의 상승

트럼프 대통령이 주말 기자회견에서 '구제법안'의 의회 통과를 위해서 '자사주 매입'을 금지하는 내용에 찬성하겠다고 말합니다. '기업들에 자사주 매입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하지 말라고 말할 것이고, 자사주 매입 안 좋아한다고 말할 것'이라는 다소 소극적인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감세나 금융지원으로 구제해준 기업이 그 돈으로 자사주 매입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된 건 그동안 미국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을 너무 많이 했기 때문입니다. 교과서적으로 보면 '자사주 매입'은 '배당확대'와 함께 주식 투자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기업 정책 가운데 하나입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의 수가 줄어들어 주가 방어에 도움이 되고요. (주가 내린다고 회사가 자사주를 시장에 팔진 않으니까요) 어떨 때는 매입 뒤 아예 소각하기도 하니까 그 효과가 영구적으로 지속되기도 합니다.

주당 순이익, EPS도 높아집니다. EPS는 한 주당 순이익이 얼마 났느냐 하는 지표인데, 계산할 때 자사주는 분모에서 빼줍니다. 분자가 똑같아도 당연히 기업이 장사 더 잘한 것처럼 보이죠. 이 자사주 매입, 2010년부터 IT 기업 중심으로 미국 증시에서 확대되어 왔습니다. 너무 많이 샀다고 했을 정도인데, 한 통계를 보면 지난해는 S&P500 기업 전체 기준으로 대략 시가총액 1% 달하는 주식을 매입했다고 합니다.

미국 주식 시장 활황 이끈 건 '회사'들의 자사주 매입


미국 주식이 끝없이 상승할 때, 기업들은 자사주를 끝없이 샀습니다. 미국 주식이 오르는 동안 미국 주식시장 참가자들, 다들 주식을 샀을 것 같지만 순매수 주체는 단연 '회사'였습니다. 외국인도 좀 사긴 했지만 '회사'에 빗댈 정도는 아닙니다. 오히려 '기관'과 '개인'은 순매도세였습니다.

오른 게 뭐가 문제일까? 세금감면, 이익...심지어 빚까지 동원해 자사주 매입 혈안

문제는 그런 기업들의 행태가 기업의 특정 구성원, 투자자한테만 좋고 사회 전체로 보면 위험을 키웠다는 점입니다. 이런 비판이 점점 확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가 송환세, 법인세 감면에 앞장섰던 것 기억하실 겁니다. 전통적으로 레이건 이후 공급주의 경제학에서, 감세하면 투자 많이 하고 또 생산 많이 해서 경제 전체가 더 좋아진다는 논리를 펴왔어요. 근데 기업들 감세해서 남는 돈, 투자 안 하고 자사주 삽니다.

기업활동에서 나오는 이윤도 투자처를 찾지 못해 사내유보이윤으로 묶어두고 있죠. 이 돈도 자사주 매입으로 갑니다.

더 문제는 빌려서까지 자사주를 샀단 겁니다. 미국 회사채 시장은 지금 급격히 커졌습니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유동성이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를 찾아 회사채 시장에 몰렸습니다. 우량회사채 금리는 미국 국채와 비교해도 크게 높지 않을 정도로 낮아졌습니다. 회사들 이 자금 조달해서....네, 투자하지 않고 자사주 샀습니다. 놀라운 일이죠. 빚내서 주식 산 겁니다.

회사채. 하니까 요즘 미국 뉴스 떠오르시죠. 지금 미국 경제 가장 크게 걱정하는 게 이 회사채 시장이 패닉에 빠질까 봐, 또 빚 못 갚은 기업들 줄도산 나올까 봐 하는 부분입니다. 실물경제 무너질까 봐요. 바로 이 줄도산 걱정하게 하는 업체들이 그동안 돈만 생기면 자사주 샀습니다.

'자사주'가 거품 일조...그런데 40조 자사주 매입한 '보잉'에 천문학적 세금 지원해야


사실 그동안 증시 분석가들이 미국 비롯한 일본 유럽 등. 선진국 증시 너무 올랐다고 우려해왔습니다. 실질 가치 상관없이 '묻지 마' 상승이니 거품이란 것이죠. 자사주 매입을 이런 거품 키우는 나쁜 행동 주범으로 꼽아왔고요. 그런데 이렇게 거품 만든 주범들, 이제 미국 정부가 세금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대표적인 게 '보잉'사입니다. 가만 놔두면 도산할 것이 거의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보잉을 절대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미국 산업에서 항공산업의 비중은 절대적이기 때문입니다. 제조업 생산에서 항공기와 관련 부품업의 비중은 5.5%,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가 넘습니다. 창출하는 일자리는 250만 개, 업체는 만 7천 개에 달합니다. 군용기와 로켓을 생산해 국방과도 직결됩니다.

실제로 보잉은 최근 항공업계에 600억 달러 자금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항공업계는 따로 또 500억 달러 요청했고요. 합하면 우리 돈으로 130조 원이 넘습니다.

그런데 이 항공업계가 지난 10년간 잉여 현금흐름의 96%를 자사주 매입에 썼습니다. 델타, 아메리칸항공, 유나이티드, 사우스웨스트...이 4대 항공사는 지난 5년간 390억 달러 규모 자사주 매입했고, 보잉은 혼자서 350억 달러 매입했습니다. 대략 100조 원을 주식에 쏟아부었습니다.

자 이제 보이시죠. 기업들, 돈 남을 때는 주주들 배불리는 데 돈을 썼습니다. 망할 거 같으니까 국민 세금 내놓으라고 합니다.

오늘 부결되긴 했지만, 지원법안에 '이번에 감세와 금융지원으로 생긴 돈은 자사주 매입하면 안 된다'고 써놓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고, 주식 오른 게 '최대 치적'이던 트럼프 대통령도 반대할 수 없었던 이유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민주당 경선을 치르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맹렬하게 비판한 자사주 매입을 트럼프도 비판할 수밖에 없는 지금 상황입니다.

결국은 미국 상장기업들의 '탐욕'에 대한 이야기


주식 거품을 키워 위기에 취약하게 만든 것, 또 위기가 와서 젤 먼저 쓰러진 것, 그러면서 세금으로 도와달라고 태연하게 말하는 것...다 자사주 매입에 혈안이 됐던 회사들입니다. 주주들 위한 탐욕의 잔치를 벌였던 회사들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파생상품을 무차별적으로 만들어 전 세계에 팔아 성과급 잔치를 벌였던 월스트리트의 금융회사들, 그들이 연준과 미 정부로부터 천문학적인 지원을 받아 다시 살아나고, 위기를 잘 극복했다며 다시 성과급 잔치를 벌였던 게 생각이 나는 대목입니다.

미국 은행들, 이번엔 어땠을까요? 은행들도 엄청나게 자사주 매입 해왔습니다. 2008년 위기 때 지원받고, 은행 규제 덕에 지금은 건강해졌습니다. 그래서 돈이 좀 벌리니까 이들도 자사주 매입한 겁니다.

그런 은행들, 지난주 자사주 매입 안 하겠다 선언했습니다. 이후 은행주가 급락세에는 브레이크가 없습니다. 지금 주가가 가장 많이 내리는 종목 가운데 하나입니다. 은행주에 악재는 더 있습니다. 정부가 '회사채 시장 안정' 위해서 건전성 좀 내려놓고 국가경제를 도우라고 압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이 점은 한국 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은행들은 이제 돈 안 되는 지원도 해야합니다.

이른바 FAANG이라고 언급되는 미국 IT 기업들도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애플 아마존...뭐 다들 그간 수익이 는 것에 비해서 주가는 너무 많이 올랐습니다. 몇 배씩 올랐죠. 역시 자사주 매입 많이들 했습니다.

주가가 오를 때는 좋아 보였습니다. 미국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트렌드가요. 하지만 지금 미국 증시는 브레이크 없이 급하강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투자자들도 이제 깨달았을 겁니다. '더이상 예전 같은 자사주 매입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요.

안타까운 건 우리 증시입니다. 정부가 나서서 매입하라고 등 떠밀 정도로 그동안 자사주 매입 별로 안 했거든요. 증시도 별로 안 올랐죠. 그런데 미국 증시가 떨어지니 같이 떨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기업 총수와 임원들이 주가 방어를 위해 이제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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