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도 부모도 지친다…“책가방 언제 메나요?”

입력 2020.03.27 (08:12) 수정 2020.03.27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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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NS에서 화제가 된 한 초등학생의 그림일기입니다.

"방학이 길어지자 엄마들이 괴수로 변했다. 그 중 우리 엄마가 가장 사납다."

엄마들이라고 할 말이 없을까요.

집안일에, 하루 세끼 차리느라 정신없는 와중에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아이의 요구를 쉴새없이 받다보니 '내 귀에 캔디'처럼 달콤하던 아이 목소리가 더는 달콤하지 않습니다.

두 아이를 키운다는 한 엄마는 이렇게 털어놓습니다.

"하루에 '엄마' 소리를 수천번 듣는다. 오전에는 '응, 왜?' 하지만 저녁이 되면 '아, 왜!' 한다" 코로나 19의 대유행으로 유치원 개원과 초중고 개학이 연기된 지 대략 3주, 봄 방학까지 합치면 벌써 한 달 넘게 엄마, 아빠가 집에서 자녀를 돌보는 중입니다.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고 있다”며 행복해하는 가정이 있는 반면, “자녀와 부모간의 갈등, 자녀들끼리의 다툼 때문에 못 견디겠다”며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가정도 적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감염 우려로 밖에 나갈 수 없는 아이들은 넘치는 에너지를 모두 집 안에서 분출합니다.

아이 키우는 집인 줄 몰랐던, 항상 조용하던 윗집에서 갑자기 아이 뛰는 소리 아기 우는 소리가 들립니다.

여기에 재택에 들어간 남편들까지 있으니 주부들 손 마를 날이 없습니다.

특히나 일하는 여성, 직장 맘들에겐 일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어려움은 배가 됐습니다.

모든 돌봄 시스템이 ‘일시 멈춤’상태입니다.

긴급돌봄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무증상 감염자가 적잖다 하니 이 또한 망설여지고, 평소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던 조부모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습니다.

코로나 19에 가장 취약한 연령층이 노인층이기 때문입니다.

가사도우미 역시 사람과 접촉을 피해야 하는 현 상황에서는 선뜻 손 내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새로 사 둔 책가방은 언제 메려나 4월 6일 개학 여부도 지금으로서는 확실하게 알 수 없으니, 부모들, 그리고 이젠 아이들 입에서조차 한숨이 나옵니다.

[윤태호 : "4월6일 개학의 안전 여부는 지금 현재 평가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고요."]

[유은혜 : "원격수업의 수업일수와 시수를 인정하는 원격교육 운영 기준안을 지금 마련하고 있는데, 현장 의견수렴을 거쳐 곧 발표하겠습니다."]

연이은 개학 연기에 마음이 복잡한 건 미국과 유럽 상황이라고 딱히 다르지 않습니다.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에 '악몽 같은 상황' (It is a Nightmare Out Here)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휴교령이 떨어진 상황에서 일과 돌봄을 둘 다 해내려 애쓰는 시애틀 부모의 사정을 전하는 기사입니다.

기사 속 사진을 보시면 40대 여성 제이미 피치는 4살 아들이 컴퓨터 게임을 하는 동안 10개월 된 아기를 아기띠로 동여맨 채 온라인 미팅을 진행하는 상황을 ‘악몽 같다’고 묘사했습니다.

미국 경제지 ‘포천’은 ‘많은 부모가 코로나19로 인한 실직 위험과 돌봄 대안 부재라는 이중고에 처해 있다’고 전했습니다.

자,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이 글귀를 가훈으로 정한 가정이 많습니다.

안팎의 상황은 어렵지만 그래도 가족간의 결속을 해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은 인지상정이겠죠.

코로나 19로 달라진 일상 속에서 우리 식구들 어떻게 웃으며 이 시기를 지날 수 있을까 인터넷에서는 해시태그, #아무놀이 챌린지’가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한 육아 관련 업체가 “코로나19로 인한 가정 보육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세상 모든 집의 집단지성을 모아보자”며 시작했습니다.

온 가족이 모여 멸치 손질, 탁구공 던져 계란판에 집어넣기, 종이컵 2000개를 삼각형 탑 모양으로 쌓기 영화 '미션 임파서블'을 연상케 하는 영상도 있습니다.

집 안 곳곳을 실로 연결해두고 마치 적외선 레이저를 피하듯 실에 걸리지 않게 이동하는 놀이입니다.

요즘 스타들의 육아 일기도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 축구대표팀 중앙 수비수 김영권 두 아이를 어깨에 걸치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는 이른바 ‘홈트’(홈 트레이닝) 육아법을 공개했습니다.

["아빠가 운동을 해야 돼. 너희들이 도와줘야 돼. 하나 둘 셋... 자, 매달려!"]

무엇보다 가족간의 소통, 독백이 아닌 대화가 중시되는 요즘이죠.

한 육아 블로그에는 육아 휴직 일정을 1년 정도 급하게 당겼다는 어느 아빠의 글이 눈에 들어옵니다.

“설거지 끝내고 잠깐 쉬면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이 얼마나 달콤한지 이전에는 몰랐다. 엄마, 25년 동안 밥해줘서 고마워요. 마나님도 7년째 밥해줘서 정말 고마워.” 이제 주말입니다.

집안에서 부대끼며 시간을 보내야할 가족들, 서로를 배려하고 몰랐던 일상의 소중함도 조금씩 느끼에 된다면, 지금 우울하고 불편한 상황을 견뎌내는데 큰 힘이 되지 않을까요?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 ‘ 코로나19 확산 우려’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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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도 부모도 지친다…“책가방 언제 메나요?”
    • 입력 2020-03-27 08:15:17
    • 수정2020-03-27 08:5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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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NS에서 화제가 된 한 초등학생의 그림일기입니다.

"방학이 길어지자 엄마들이 괴수로 변했다. 그 중 우리 엄마가 가장 사납다."

엄마들이라고 할 말이 없을까요.

집안일에, 하루 세끼 차리느라 정신없는 와중에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아이의 요구를 쉴새없이 받다보니 '내 귀에 캔디'처럼 달콤하던 아이 목소리가 더는 달콤하지 않습니다.

두 아이를 키운다는 한 엄마는 이렇게 털어놓습니다.

"하루에 '엄마' 소리를 수천번 듣는다. 오전에는 '응, 왜?' 하지만 저녁이 되면 '아, 왜!' 한다" 코로나 19의 대유행으로 유치원 개원과 초중고 개학이 연기된 지 대략 3주, 봄 방학까지 합치면 벌써 한 달 넘게 엄마, 아빠가 집에서 자녀를 돌보는 중입니다.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고 있다”며 행복해하는 가정이 있는 반면, “자녀와 부모간의 갈등, 자녀들끼리의 다툼 때문에 못 견디겠다”며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가정도 적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감염 우려로 밖에 나갈 수 없는 아이들은 넘치는 에너지를 모두 집 안에서 분출합니다.

아이 키우는 집인 줄 몰랐던, 항상 조용하던 윗집에서 갑자기 아이 뛰는 소리 아기 우는 소리가 들립니다.

여기에 재택에 들어간 남편들까지 있으니 주부들 손 마를 날이 없습니다.

특히나 일하는 여성, 직장 맘들에겐 일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어려움은 배가 됐습니다.

모든 돌봄 시스템이 ‘일시 멈춤’상태입니다.

긴급돌봄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무증상 감염자가 적잖다 하니 이 또한 망설여지고, 평소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던 조부모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습니다.

코로나 19에 가장 취약한 연령층이 노인층이기 때문입니다.

가사도우미 역시 사람과 접촉을 피해야 하는 현 상황에서는 선뜻 손 내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새로 사 둔 책가방은 언제 메려나 4월 6일 개학 여부도 지금으로서는 확실하게 알 수 없으니, 부모들, 그리고 이젠 아이들 입에서조차 한숨이 나옵니다.

[윤태호 : "4월6일 개학의 안전 여부는 지금 현재 평가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고요."]

[유은혜 : "원격수업의 수업일수와 시수를 인정하는 원격교육 운영 기준안을 지금 마련하고 있는데, 현장 의견수렴을 거쳐 곧 발표하겠습니다."]

연이은 개학 연기에 마음이 복잡한 건 미국과 유럽 상황이라고 딱히 다르지 않습니다.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에 '악몽 같은 상황' (It is a Nightmare Out Here)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휴교령이 떨어진 상황에서 일과 돌봄을 둘 다 해내려 애쓰는 시애틀 부모의 사정을 전하는 기사입니다.

기사 속 사진을 보시면 40대 여성 제이미 피치는 4살 아들이 컴퓨터 게임을 하는 동안 10개월 된 아기를 아기띠로 동여맨 채 온라인 미팅을 진행하는 상황을 ‘악몽 같다’고 묘사했습니다.

미국 경제지 ‘포천’은 ‘많은 부모가 코로나19로 인한 실직 위험과 돌봄 대안 부재라는 이중고에 처해 있다’고 전했습니다.

자,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이 글귀를 가훈으로 정한 가정이 많습니다.

안팎의 상황은 어렵지만 그래도 가족간의 결속을 해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은 인지상정이겠죠.

코로나 19로 달라진 일상 속에서 우리 식구들 어떻게 웃으며 이 시기를 지날 수 있을까 인터넷에서는 해시태그, #아무놀이 챌린지’가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한 육아 관련 업체가 “코로나19로 인한 가정 보육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세상 모든 집의 집단지성을 모아보자”며 시작했습니다.

온 가족이 모여 멸치 손질, 탁구공 던져 계란판에 집어넣기, 종이컵 2000개를 삼각형 탑 모양으로 쌓기 영화 '미션 임파서블'을 연상케 하는 영상도 있습니다.

집 안 곳곳을 실로 연결해두고 마치 적외선 레이저를 피하듯 실에 걸리지 않게 이동하는 놀이입니다.

요즘 스타들의 육아 일기도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 축구대표팀 중앙 수비수 김영권 두 아이를 어깨에 걸치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는 이른바 ‘홈트’(홈 트레이닝) 육아법을 공개했습니다.

["아빠가 운동을 해야 돼. 너희들이 도와줘야 돼. 하나 둘 셋... 자, 매달려!"]

무엇보다 가족간의 소통, 독백이 아닌 대화가 중시되는 요즘이죠.

한 육아 블로그에는 육아 휴직 일정을 1년 정도 급하게 당겼다는 어느 아빠의 글이 눈에 들어옵니다.

“설거지 끝내고 잠깐 쉬면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이 얼마나 달콤한지 이전에는 몰랐다. 엄마, 25년 동안 밥해줘서 고마워요. 마나님도 7년째 밥해줘서 정말 고마워.” 이제 주말입니다.

집안에서 부대끼며 시간을 보내야할 가족들, 서로를 배려하고 몰랐던 일상의 소중함도 조금씩 느끼에 된다면, 지금 우울하고 불편한 상황을 견뎌내는데 큰 힘이 되지 않을까요?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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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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