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코로나19 검사 한국 비교에…회견 끝내버린 트럼프

입력 2020.03.31 (21:34) 수정 2020.04.01 (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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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한국과 비교에…회견 끝내버린 트럼프

회견 끝내겠다며 갑자기 돌아서 백악관으로 들어가는 트럼프 대통령

회견 끝내겠다며 갑자기 돌아서 백악관으로 들어가는 트럼프 대통령

"미, 백만 명 넘게 코로나19 진단"

매일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해 이어지는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 포스팀의 기자회견. 이날(미국시간 3.31)
트럼프 대통령 얼굴이 밝아보였습니다. 회견장 옆에 새로 개발한 코로나19 진단 키트를 놓고 기자회견 중 이를 자랑삼아 소개하기도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 시작하자마자 이제 미국이 백만 명 넘게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했다면서 세계 그 어떤 나라보다 정확하고 많이 검사했다고 합니다. 코로나19 초기, 진단 기기 문제로 제대로 검사를 못했고, 언론과 의회로부터 한국보다 한참 떨어지는 검사 횟수 때문에 무능한 정부 소리 들었는데 이제 그런 소리 말라는 듯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두 번에 걸쳐 "미국은 한국이 8주일 걸려 검사한 횟수를 미국은 8일 만에 해냈다"고 자랑해왔습니다. "언론들 (코로나19 관련 미국과 비교해) 한국 이야기 하기 좋아하지요?"라면서 득의만만한 표정으로 말입니다. 이제 미국을 한국과 비교하는 이야기 그만하라는 듯했습니다. 이번에 코로나19 진단 횟수가 백만 명을 넘었으니 게임 끝났다는 듯 축하하자고 했습니다.

한국과 비교해 미국의 코로나19 검사 횟수를 질문하는 기자한국과 비교해 미국의 코로나19 검사 횟수를 질문하는 기자

"국민 1인당 검사 수는 언제 한국처럼 될까요?"

문제는 기자회견 막판 벌어졌습니다. 회견이 한 시간 가까이 접어들 무렵 한 기자가 질문합니다.
"대통령님 미국이 검사 수를 늘리고 있다고 하셨지만, 국민 일인 당 검사 수(per capita)로 보면 한국같은 나라들에서 하는 만큼 못 하고 있습니다. 언제쯤 그 나라들만큼 검사를 할 수 있을까요?"
검사를 얼마나 많이 했냐의 기준을 단순 검사 횟수가 아닌 인구 비율에 따른 횟수로 따지면 한국이 미국보다 다섯 배, 이탈리아가 미국보다 네 배 많이 한 것이라는 미 언론의 지적을 근거로 질문한 것 같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살짝 당황하기도 했고 화도 난 것 같습니다. "(한국 등과)거의 비슷한데..." 하면서 서울 인구가 3천8백만 명이라고 틀린 숫자를 제시하고, 서울이 조밀한 지역이며 미국은 그렇지 않아 문제없는 지역이 많다고 했습니다. 사람들이 몰려있는 서울은 그만큼 빨리 검사를 많이 할 수 있고 미국은 넓다 보니 그렇게 못했다는 소리인지, 조밀한 서울과 광대한 미국을 비교하지 말라는 것인지 더 이상 설명은 없습니다.

"한국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요"...기자회견 끝내버린 트럼프

그리고 질문한 기자를 향해 "한국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요" "그래요 나는 일인당 검사 수를 말하지 않았어요. 지금까지 미국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 많이 검사했다는 겁니다"라면서 다시 질문한 기자를 향해 "비아냥거리는 그런 질문을 하는 대신 많은 검사를 하는 데 힘쓴 이들에게 축하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라고 말합니다.이 대목에선 거의 화난 상태임이 분명해 보입니다.

틀린 숫자에 이해가 잘 가지 않는 장황한 설명을 하던 트럼프 대통령 뭔가 단단히 틀어진 듯 더 이상 질문을 받지 않고 회견을 끝내겠다며 몸을 돌려 백악관 건물로 들어가 버립니다.
57분 걸린 회견은 이렇게 끝나고 말았습니다.

한국과 비교가 불편한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코로나19 관련 한국과 미국을 비교하는 질문이 나올 때마다 불편해 하는 기색을 보였습니다.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칭찬할 때조차 꼭 한 마디 넣었습니다. "한국이 한 측면에서 훌륭한 일을 해왔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한국을 얘기하는 걸 알고 있어요. 하지만 처음엔 많은 문제가 있었고 사망자도 많았습니다."(3.17 백악관 기자회견)라고 말하는 식입니다.

의료 수준 미국 1등, 코로나19 대응도 트럼프 행정부가 잘 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 때마다 스스로 자랑합니다. 최고의 태스크 포스팀과 자발적 기부를 하는 최고의 기업들, 여기에 대통령으로부터 마이크를 넘겨받는 이들 가운데 많은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고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미국의 코로나19 대응을 한국과 비교할 때면 그런 자랑들이 무색해집니다. 보건 관료들과 감염병 전문가 일부는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을 본보기 삼아야 한다고 한 마디 걸치듯 이야기하는 식입니다.

회견 때마다 나오는 벅스 박사(백악관 코로나19 대응 조정관)는 한국의 '드라이브 스루'를 미국이 도입했다고 말하면서 이를 한국의 혁신 기술을 미국식으로 도입해 실시한다고 말했을 정도였습니다.(3.16 백악관 기자회견)

특정 언론을 빼고 대부분 언론을 가짜 뉴스라 칭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전하는 언론의 기사, 그리고 의회 반대파와 전문가 집단의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평가가 수치를 장착한 결과를 갖고 제시되는 만큼 부인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고, 미국의 상황이 악화일로인 만큼 참조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 같습니다.

최강 미국이 한국보다 못 하다는 비교, 그래서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한국' 이야기 나오면 트럼프 대통령 표정 늘 애매해지는 이유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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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코로나19 검사 한국 비교에…회견 끝내버린 트럼프
    • 입력 2020-03-31 21:34:46
    • 수정2020-04-01 03:47:10
    특파원 리포트
한국과 비교에…회견 끝내버린 트럼프

회견 끝내겠다며 갑자기 돌아서 백악관으로 들어가는 트럼프 대통령

"미, 백만 명 넘게 코로나19 진단"

매일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해 이어지는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 포스팀의 기자회견. 이날(미국시간 3.31)
트럼프 대통령 얼굴이 밝아보였습니다. 회견장 옆에 새로 개발한 코로나19 진단 키트를 놓고 기자회견 중 이를 자랑삼아 소개하기도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 시작하자마자 이제 미국이 백만 명 넘게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했다면서 세계 그 어떤 나라보다 정확하고 많이 검사했다고 합니다. 코로나19 초기, 진단 기기 문제로 제대로 검사를 못했고, 언론과 의회로부터 한국보다 한참 떨어지는 검사 횟수 때문에 무능한 정부 소리 들었는데 이제 그런 소리 말라는 듯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두 번에 걸쳐 "미국은 한국이 8주일 걸려 검사한 횟수를 미국은 8일 만에 해냈다"고 자랑해왔습니다. "언론들 (코로나19 관련 미국과 비교해) 한국 이야기 하기 좋아하지요?"라면서 득의만만한 표정으로 말입니다. 이제 미국을 한국과 비교하는 이야기 그만하라는 듯했습니다. 이번에 코로나19 진단 횟수가 백만 명을 넘었으니 게임 끝났다는 듯 축하하자고 했습니다.

한국과 비교해 미국의 코로나19 검사 횟수를 질문하는 기자
"국민 1인당 검사 수는 언제 한국처럼 될까요?"

문제는 기자회견 막판 벌어졌습니다. 회견이 한 시간 가까이 접어들 무렵 한 기자가 질문합니다.
"대통령님 미국이 검사 수를 늘리고 있다고 하셨지만, 국민 일인 당 검사 수(per capita)로 보면 한국같은 나라들에서 하는 만큼 못 하고 있습니다. 언제쯤 그 나라들만큼 검사를 할 수 있을까요?"
검사를 얼마나 많이 했냐의 기준을 단순 검사 횟수가 아닌 인구 비율에 따른 횟수로 따지면 한국이 미국보다 다섯 배, 이탈리아가 미국보다 네 배 많이 한 것이라는 미 언론의 지적을 근거로 질문한 것 같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살짝 당황하기도 했고 화도 난 것 같습니다. "(한국 등과)거의 비슷한데..." 하면서 서울 인구가 3천8백만 명이라고 틀린 숫자를 제시하고, 서울이 조밀한 지역이며 미국은 그렇지 않아 문제없는 지역이 많다고 했습니다. 사람들이 몰려있는 서울은 그만큼 빨리 검사를 많이 할 수 있고 미국은 넓다 보니 그렇게 못했다는 소리인지, 조밀한 서울과 광대한 미국을 비교하지 말라는 것인지 더 이상 설명은 없습니다.

"한국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요"...기자회견 끝내버린 트럼프

그리고 질문한 기자를 향해 "한국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요" "그래요 나는 일인당 검사 수를 말하지 않았어요. 지금까지 미국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 많이 검사했다는 겁니다"라면서 다시 질문한 기자를 향해 "비아냥거리는 그런 질문을 하는 대신 많은 검사를 하는 데 힘쓴 이들에게 축하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라고 말합니다.이 대목에선 거의 화난 상태임이 분명해 보입니다.

틀린 숫자에 이해가 잘 가지 않는 장황한 설명을 하던 트럼프 대통령 뭔가 단단히 틀어진 듯 더 이상 질문을 받지 않고 회견을 끝내겠다며 몸을 돌려 백악관 건물로 들어가 버립니다.
57분 걸린 회견은 이렇게 끝나고 말았습니다.

한국과 비교가 불편한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코로나19 관련 한국과 미국을 비교하는 질문이 나올 때마다 불편해 하는 기색을 보였습니다.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칭찬할 때조차 꼭 한 마디 넣었습니다. "한국이 한 측면에서 훌륭한 일을 해왔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한국을 얘기하는 걸 알고 있어요. 하지만 처음엔 많은 문제가 있었고 사망자도 많았습니다."(3.17 백악관 기자회견)라고 말하는 식입니다.

의료 수준 미국 1등, 코로나19 대응도 트럼프 행정부가 잘 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 때마다 스스로 자랑합니다. 최고의 태스크 포스팀과 자발적 기부를 하는 최고의 기업들, 여기에 대통령으로부터 마이크를 넘겨받는 이들 가운데 많은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고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미국의 코로나19 대응을 한국과 비교할 때면 그런 자랑들이 무색해집니다. 보건 관료들과 감염병 전문가 일부는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을 본보기 삼아야 한다고 한 마디 걸치듯 이야기하는 식입니다.

회견 때마다 나오는 벅스 박사(백악관 코로나19 대응 조정관)는 한국의 '드라이브 스루'를 미국이 도입했다고 말하면서 이를 한국의 혁신 기술을 미국식으로 도입해 실시한다고 말했을 정도였습니다.(3.16 백악관 기자회견)

특정 언론을 빼고 대부분 언론을 가짜 뉴스라 칭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전하는 언론의 기사, 그리고 의회 반대파와 전문가 집단의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평가가 수치를 장착한 결과를 갖고 제시되는 만큼 부인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고, 미국의 상황이 악화일로인 만큼 참조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 같습니다.

최강 미국이 한국보다 못 하다는 비교, 그래서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한국' 이야기 나오면 트럼프 대통령 표정 늘 애매해지는 이유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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