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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급휴직’ 그늘엔 ‘불평등’ SOFA협정이…“노동권 사각지대”
입력 2020.04.02 (15:06) 취재K
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정(SMA)의 협상 타결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1차 협상을 시작으로 올해 1월 6차 협상까지 진행됐지만 7개월이 되도록 타결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막바지 협의에 이르렀다고는 하지만 최종 타결은 아직입니다.

타결이 지연되면서 주한미군에 종속돼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들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갔습니다. 주한미군은 한국인 근로자 8천6백여 명 가운데 약 절반인 4천여 명에 대한 무급휴직을 어제(1일)부터 시행했습니다. 무급휴직 강행은 주한미군의 주둔 이래 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들은 무급휴직 철회와 함께 SOFA(한미주둔군지위협정)의 불평등한 노무 조항 개선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노무 조항이 대체 어떻길래 이들이 개선을 외치고 있는 것인지 취재했습니다.

주한미군 한국인 노조가 무급휴직이 시행된 첫날인 1일 평택 미군기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급휴직 철회와 SOFA 노무 조항 개정을 요구했다.주한미군 한국인 노조가 무급휴직이 시행된 첫날인 1일 평택 미군기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급휴직 철회와 SOFA 노무 조항 개정을 요구했다.

SOFA 노무 조항은 노동3권 부정하는 '독소 조항'

SOFA 17조 노무 조항은 6개의 세부 조항으로 나뉩니다. 먼저 17조 3항은 이렇습니다.

3. 본조의 규정과 합중국 군대의 군사상 필요에 배치되지 아니하는 한도 내에서, 합중국 군대가 그들의 고용원을 위하여 설정한 고용 조건, 보상 및 노동 관계는 대한민국의 노동 법령의 제 규정에 따라야 한다.

주한미군이 근로자를 위해 설정한 고용 조건, 보상, 노동 관계는 한국의 노동 법령을 따라야 한다고 돼 있지만 '군사상 필요에 배치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라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바꿔 말하면 '군사상 필요'라는 명분이 있을 때는 한국 노동법령 적용이 제한된다는 것입니다.

다음 17조 4항 (가)(4)는 단체 행동을 제한하는 대표적인 조항으로 꼽힙니다.

(가)(4) 어느 승인된 고용원 단체 또는 고용원이 어느 쟁의에 대한 합동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하거나, 또는 해결 절차의 진행 중 정상적인 업무 요건을 방해하는 행동에 종사함은 전기 단체의 승인 철회 및 고용원의 해고에 대한 정당한 사유로 간주된다.

주한미군 한국인 노조와 관련 시민단체들이 가장 문제 삼는 조항입니다. SOFA 합동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하거나 해결 절차가 진행 중에 정상적인 업무 요건을 방해하는 행동은 단체의 승인 철회(해산)와 고용원의 해고 사유를 정당화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인 노조 측은 주한미군의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노조 해산권과 노동자 해고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조항이라고 지적합니다. 쉽게 얘기해서 무급휴직과 같은 고용주(주한미군)의 일방적인 통보에 대해 근로자들은 저항하거나 불복하는 단체 행동을 할 수 없고, 만약 저항하거나 불복할 경우 해고까지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17조 4항의 (나)도 불평등 조항으로 지적됩니다.

(나) 고용원 또는 고용원 단체는 노동 쟁의가 전기 절차에 의하여 해결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계속 단체 행동권을 가진다. 다만, 합동위원회가 이러한 행동이 대한민국의 공동 방위를 위한 합중국 군대의 군사 작전을 심히 방해한다고 결정하는 경우에는 제외한다. 합동위원회에서 이 문제에 관하여 합의에 도달할 수 없을 경우에는 그 문제는 대한민국 정부의 관계관과 아메리카합중국 외교 사절간의 토의를 통한 재검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노동 쟁의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에 고용원 단체는 계속 단체 행동권을 가진다고 돼 있지만 역시 조건이 붙어있습니다. 합동위원회가 미군의 군사작전을 심히 방해한다고 결정하는 경우엔 단체 행동권이 제외된다는 것입니다. '군사작전을 심히 방해한다'는 것 역시 자의적이고 주관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외에도 고용주(주한미군)에게 노동조합 설립 승인권을 부여하고 있는 합의의사록 17조 5항, 합동위원회의 분쟁 해결 전 쟁의를 금지하면서도 합동위원회 협의 종료 시점을 명시하지 않아 노조의 단체행동권을 사실상 박탈하고 있는 양해사항 17조 4항(가)(5) 등도 불평등 조항이라고 한국인 노조는 지적하고 있습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 '사각지대'

헌법 33조 1항은 이렇습니다.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매우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조항으로 대한민국의 모든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법입니다. 하지만 한국인 노조는 이 상식적인 노동3권이 자신들에게만 배제돼 있다고 말합니다. 손지오 주한미군 한국인 노조 사무국장은 "수십 년 동안 노동법을 적용받지 못하고 노동3권이 무시당하는 것에 대해 개선을 요구해 왔다"면서 노무 조항을 개정해 노동법의 준수를 의무화시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노동법 준수가 불가능하다면 더는 주한미군에게 고용주의 역할을 맡기지 말고 한국 정부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손 국장은 "주일미군의 일본인 근로자들은 주일미군이 아닌 일본 정부에 고용돼 이런 문제들을 해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손 국장의 설명처럼 주일미군의 일본인 근로자들은 국가가 고용해 파견하는 형식으로 노동3권을 보장받고 있습니다. 독일 미군기지에서 근무하는 독일 근무자들도 독일의 노동법을 전면 적용받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2017년에 주한미군사령부 측에 노동3권 보장 취지로 SOFA 노무 조항을 개정하자는 서한을 보낸 바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주한미군은 "양국 간 협의할 사안"이라며 고용노동부의 제안을 사실상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현재까지 노무 조항의 개정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불평등한 노무 조항의 개정 목소리는 이번 무급휴직 사태를 계기로 다시 터져 나오고 있고 문제 해결은 정부와 주한미군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 ‘무급휴직’ 그늘엔 ‘불평등’ SOFA협정이…“노동권 사각지대”
    • 입력 2020-04-02 15:06:13
    취재K
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정(SMA)의 협상 타결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1차 협상을 시작으로 올해 1월 6차 협상까지 진행됐지만 7개월이 되도록 타결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막바지 협의에 이르렀다고는 하지만 최종 타결은 아직입니다.

타결이 지연되면서 주한미군에 종속돼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들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갔습니다. 주한미군은 한국인 근로자 8천6백여 명 가운데 약 절반인 4천여 명에 대한 무급휴직을 어제(1일)부터 시행했습니다. 무급휴직 강행은 주한미군의 주둔 이래 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들은 무급휴직 철회와 함께 SOFA(한미주둔군지위협정)의 불평등한 노무 조항 개선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노무 조항이 대체 어떻길래 이들이 개선을 외치고 있는 것인지 취재했습니다.

주한미군 한국인 노조가 무급휴직이 시행된 첫날인 1일 평택 미군기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급휴직 철회와 SOFA 노무 조항 개정을 요구했다.주한미군 한국인 노조가 무급휴직이 시행된 첫날인 1일 평택 미군기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급휴직 철회와 SOFA 노무 조항 개정을 요구했다.

SOFA 노무 조항은 노동3권 부정하는 '독소 조항'

SOFA 17조 노무 조항은 6개의 세부 조항으로 나뉩니다. 먼저 17조 3항은 이렇습니다.

3. 본조의 규정과 합중국 군대의 군사상 필요에 배치되지 아니하는 한도 내에서, 합중국 군대가 그들의 고용원을 위하여 설정한 고용 조건, 보상 및 노동 관계는 대한민국의 노동 법령의 제 규정에 따라야 한다.

주한미군이 근로자를 위해 설정한 고용 조건, 보상, 노동 관계는 한국의 노동 법령을 따라야 한다고 돼 있지만 '군사상 필요에 배치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라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바꿔 말하면 '군사상 필요'라는 명분이 있을 때는 한국 노동법령 적용이 제한된다는 것입니다.

다음 17조 4항 (가)(4)는 단체 행동을 제한하는 대표적인 조항으로 꼽힙니다.

(가)(4) 어느 승인된 고용원 단체 또는 고용원이 어느 쟁의에 대한 합동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하거나, 또는 해결 절차의 진행 중 정상적인 업무 요건을 방해하는 행동에 종사함은 전기 단체의 승인 철회 및 고용원의 해고에 대한 정당한 사유로 간주된다.

주한미군 한국인 노조와 관련 시민단체들이 가장 문제 삼는 조항입니다. SOFA 합동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하거나 해결 절차가 진행 중에 정상적인 업무 요건을 방해하는 행동은 단체의 승인 철회(해산)와 고용원의 해고 사유를 정당화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인 노조 측은 주한미군의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노조 해산권과 노동자 해고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조항이라고 지적합니다. 쉽게 얘기해서 무급휴직과 같은 고용주(주한미군)의 일방적인 통보에 대해 근로자들은 저항하거나 불복하는 단체 행동을 할 수 없고, 만약 저항하거나 불복할 경우 해고까지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17조 4항의 (나)도 불평등 조항으로 지적됩니다.

(나) 고용원 또는 고용원 단체는 노동 쟁의가 전기 절차에 의하여 해결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계속 단체 행동권을 가진다. 다만, 합동위원회가 이러한 행동이 대한민국의 공동 방위를 위한 합중국 군대의 군사 작전을 심히 방해한다고 결정하는 경우에는 제외한다. 합동위원회에서 이 문제에 관하여 합의에 도달할 수 없을 경우에는 그 문제는 대한민국 정부의 관계관과 아메리카합중국 외교 사절간의 토의를 통한 재검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노동 쟁의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에 고용원 단체는 계속 단체 행동권을 가진다고 돼 있지만 역시 조건이 붙어있습니다. 합동위원회가 미군의 군사작전을 심히 방해한다고 결정하는 경우엔 단체 행동권이 제외된다는 것입니다. '군사작전을 심히 방해한다'는 것 역시 자의적이고 주관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외에도 고용주(주한미군)에게 노동조합 설립 승인권을 부여하고 있는 합의의사록 17조 5항, 합동위원회의 분쟁 해결 전 쟁의를 금지하면서도 합동위원회 협의 종료 시점을 명시하지 않아 노조의 단체행동권을 사실상 박탈하고 있는 양해사항 17조 4항(가)(5) 등도 불평등 조항이라고 한국인 노조는 지적하고 있습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 '사각지대'

헌법 33조 1항은 이렇습니다.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매우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조항으로 대한민국의 모든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법입니다. 하지만 한국인 노조는 이 상식적인 노동3권이 자신들에게만 배제돼 있다고 말합니다. 손지오 주한미군 한국인 노조 사무국장은 "수십 년 동안 노동법을 적용받지 못하고 노동3권이 무시당하는 것에 대해 개선을 요구해 왔다"면서 노무 조항을 개정해 노동법의 준수를 의무화시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노동법 준수가 불가능하다면 더는 주한미군에게 고용주의 역할을 맡기지 말고 한국 정부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손 국장은 "주일미군의 일본인 근로자들은 주일미군이 아닌 일본 정부에 고용돼 이런 문제들을 해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손 국장의 설명처럼 주일미군의 일본인 근로자들은 국가가 고용해 파견하는 형식으로 노동3권을 보장받고 있습니다. 독일 미군기지에서 근무하는 독일 근무자들도 독일의 노동법을 전면 적용받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2017년에 주한미군사령부 측에 노동3권 보장 취지로 SOFA 노무 조항을 개정하자는 서한을 보낸 바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주한미군은 "양국 간 협의할 사안"이라며 고용노동부의 제안을 사실상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현재까지 노무 조항의 개정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불평등한 노무 조항의 개정 목소리는 이번 무급휴직 사태를 계기로 다시 터져 나오고 있고 문제 해결은 정부와 주한미군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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