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K] 코로나19 무색한 클럽·주점…제재 안하나? 못하나?​

입력 2020.04.02 (15:34) 수정 2020.04.03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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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며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조하고 있지만 일부 클럽과 '감성주점', '헌팅포차' 등으로 불리는 다중이용업소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콜센터나 PC방, 노래방 등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는데도, 밀폐된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몰리는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입니다.

때문에 여러 언론에서 생생한 현장 상황을 담은 `르포기사'를 내기도 했는데요. 사람들이 줄을 서서 입장하거나 서로 어깨가 부딪힐 정도로 밀집된 상황에서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춤을 추고 스킨십을 하는 등 `딴 세상' 풍경이 펼쳐지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해당 기사에는 수백~수천 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공통적으로 가장 많이 나온 댓글 반응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정부가 공공의 이익에 반하면 제재할 수 있음에도 업소 보호를 위해 클럽과 감성주점 같은 다중이용시설을 방치하고 있다. 제재를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이다."라는 주장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현재의 조치 상황과 제재의 근거가 되는 규정 등을 통해 살펴봤습니다.

관련 기사들.관련 기사들.

'영업 제한·금지' 법적 규정 있다

정부는 지난달 22일 "4월 5일까지 보름간의 사회적 거리두기 총력전에 나서겠다."며 각 지방자치단체에 `집단감염 위험시설 운영제한 조치'라는 행정명령을 통보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각 지방자치단체장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종교·실내체육·유흥시설에 대해 운영 중단을 권고하고 시설별 행동지침을 공지했습니다.

이에 따라 시설 측은 출입구에서 발열·호흡기 증상을 확인하고 종사자와 이용자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해야 합니다. 손 소독제 비치, 사람 간 거리 1~2m 유지, 확진자 발생 시 동선 파악을 위한 출입자 명단도 작성해야 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 중 유흥시설 지침 내용.사회적 거리두기 지침 중 유흥시설 지침 내용.

이런 조치가 가능한 건 감염병예방법에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여러 사람이 모이는 것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조치를 위반할 경우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정부·지자체는 이 규정에 따라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등 공공부문 다중이용시설의 운영을 모두 중지했습니다.

반면 종교시설, 실내 체육시설, PC방, 노래방, 학원은 물론 유흥시설로 분류되는 클럽, 콜라텍, 유흥주점은 `제한적 허용 시설'로 분류해 정부 지침을 잘 따르고 있는지 수시로 점검하고 있습니다. 지침을 따르지 않을 경우 지자체장이 영업금지나 벌금 부과, 손해배상 청구를 한다는 방침입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을 맡고 있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방역수칙을 안 지킬 경우 고위험 업소로 지정되고 그 이후에도 지침을 어기면 강제 운영 중단도 명령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등록업종 따라 희비 갈려…일부 배짱 영업도

하지만 행정명령의 사각지대는 있습니다. 등록업종에 따라 규제 대상이 되기도 하고 안 되기 때문입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클럽은 제한적 허용 시설이라서 정부의 감시망에 있지만, 클럽처럼 춤을 추며 술을 마실 수 있는 `감성주점'이나 이성을 만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헌팅포차' 같은 곳은 규제 업종이 아닙니다. 감성주점과 헌팅포차는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돼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강력한 권고로 임시 휴업에 들어간 클럽 대신 최근 감성주점과 헌팅포차가 인기라는 게 현장의 목소리입니다.

KBS 취재진이 지난 주말과 평일 두 차례에 걸쳐 서울 강남과 이태원, 홍대 지역을 돌아본 결과 주말 감성주점과 헌팅포차는 대부분 만석이었습니다. 정부 지침과 달리 문을 연 유명 클럽·라운지바는 건물 밖으로 줄이 길게 늘어설 정도로 사람이 많았고 내부는 다른 이와 어깨를 부딪히지 않고는 못 움직일 정도로 손님이 가득 찼습니다.

춤을 추는 클럽이나 왁자지껄 떠드는 주점 모두 환기가 잘 되지 않고 밀집도가 높아 감염자 비말 노출에 취약한 곳이지만, 취재진이 돌아본 업소 대부분 정부의 권고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입장해도 실내에서는 대부분 벗었고 출입자 명단을 작성하는 곳도 별로 없었습니다. 혹시라도 감염자가 섞여 있을 경우 집단 감염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상황이 이렇자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달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회의에서 "젊은 분들은 클럽과 같이 감염에 취약한 유흥시설 출입을 삼가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습니다.

업소 안에 가득찬 사람들. 대다수는 마스크를 안 쓰고 있다.업소 안에 가득찬 사람들. 대다수는 마스크를 안 쓰고 있다.

`권고' 아닌 `금지'가 어려운 이유

그럼 아예 관련 업종의 영업을 금지할 수는 없을까요?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11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람들이 몰리는 클럽, 콜라텍, 노래방, PC방 등 밀폐된 다중이용시설이 감염에 특히 취약하다."면서 "상황에 따라 영업중지 명령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지금까지 영업중지된 사례는 없습니다. 원칙을 강조한 엄포성 경고로 이해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영업을 아예 금지시키는 건 법적 근거에 대한 논란과 보상 문제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서울시와 일선 구청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앞서 살펴본 감염병예방법 49조에 따라 '여러 사람의 집합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는 있지만, 실제 집행 과정에서 '여러 사람의 집합'을 두고 법리적 다툼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법 47조(감염병 유행에 대한 방역 조치)에도 일시적 폐쇄에 대한 규정이 있지만 `감염병 환자가 있는 장소나 병원체에 오염됐다고 인정된 장소'에 한정돼 있어 확진자나 밀접접촉자가 다녀가지 않는 이상 예방적 차원에서 영업정지를 시키기 어렵습니다.

또한 영업정지 과정에서 나올 영세 자영업자들의 거센 반발도 고려해야 하고 영업손실에 대한 보상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습니다. 현재 정부 방침에 따라 자발적으로 문을 닫은 업소도 많은 만큼, 행정당국 입장에서는 영업정지 행정명령이 쉽게 꺼낼 수 있는 카드가 아닌 겁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법조문의 표현이 모호해 분쟁이 벌어질 경우 법원의 판단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가 없다."면서 "현재로선 각 업소가 사회적 거리두기 수칙을 잘 지키고 있는지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문제가 될 경우 벌금·손해배상 청구 등의 강력한 행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니까 영업정지 행정명령은 `마지막 카드'인 셈입니다.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

당근보다 채찍 든 나라들…"3명 이상 모이면 벌금 3천만 원"

그럼 해외 각국의 상황은 어떨까요? `무관용 원칙'을 내세우며 강하게 규제하는 나라들이 있습니다.

독일은 2명 이상의 개인 모임을 모두 금지했고 가족 외 3명이 모임을 강행하면 우리 돈으로 3,400만 원의 벌금을 물립니다. 생필품 구매나 출퇴근, 의료시설 방문을 빼고는 이동을 원칙적으로 제한했습니다. 슈퍼마켓이나 시장, 약국, 배달음식점, 주유소, 은행 등 필수적인 업종을 빼고는 대부분 일시적으로 폐쇄하거나 영업시간을 제한했습니다.

호주 퀸즈랜드 주도 3인 이상 모일 경우 개인에게 1천만 원, 법인에는 5천만 원의 벌금을 물립니다. 술집, 클럽, 실내 스포츠 경기장, 영화관, 문화 시설, 종교시설은 모두 폐쇄했습니다. 테이크아웃이 가능한 음식점은 제한적으로 영업이 가능합니다.

영국은 2인 초과 모임 금지, 홍콩은 4인 초과 모임이 금지됐고 이를 어기면 모두 벌금을 내야 합니다. 이동금지령을 내린 이탈리아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주지 밖을 돌아다니는 사람에게 최대 400만 원의 벌금을 물립니다. (롬바르디아 주는 최대 670여만 원)

싱가포르는 유흥업소에 대해 영업중단을 명령했고, 공공장소에서 상호 간 1미터 이상의 거리를 유지하지 않으면 최대 850만 원이 넘는 벌금 또는 6개월의 징역형을 부과합니다. 이 규정은 4월 30일까지 유지됩니다.

미국 뉴욕시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반하면 최고 60만 원의 벌금을 매기고 있고, 업소에 대한 조치는 우리와 비슷한 권고의 형태를 택하고 있습니다. 연방정부와 CDC는 10명 이상 모임을 하지 않을 것을 권고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위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분위기인데, 우리나라는 자가격리를 위반할 경우 최고 1천만 원 벌금 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습니다.

[사진출처 :  AFP=연합뉴스][사진출처 : AFP=연합뉴스]

"20대 천하무적 아니다"…20대 확진자 가장 많아

다수의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클럽과 감성주점, 헌팅포차를 찾는 주 고객층은 20대 젊은 층입니다. 각종 인터뷰 내용을 종합해보면 이들의 상당수는 "젊어서 감염되지 않을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가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 데이터는 정반대로 나타납니다.

오늘(2일) 0시 기준으로 집계된 국내 확진자의 연령별 분포를 살펴보면 20대(20~29세)가 27%로 가장 많습니다. 이는 60세부터 80세 이상 노인층 모두를 합친 24%보다도 높은 수치입니다. 다만 20대 사망자는 아직 없고, 60세 이상 노인층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방심해선 안 된다는 게 방역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지역사회 감염을 줄이는 차원에서 보면 감염자가 가장 많고 활동적인 20대가 가장 위협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본인에겐 치명적이지 않다고 해도 가족과 지인, 주변에 전파할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입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지난달 말 열린 브리핑에서 "20대라고 해도 예측 불가능한 중증도로 갈 수 있고, 감염 시 가족이나 동료에게 전파할 위험성이 크다."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와 개인위생 수칙을 잘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젊은 층이 코로나19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최근 열린 화상 브리핑에서 "오늘, 나는 젊은이들에게 전할 말이 있다. 당신들은 천하무적(invincible)이 아니다. 코로나19는 당신을 몇 주 동안 병원에 입원하게 할 수도 있고, 심지어 당신을 숨지게 할 수도 있다."라면서 방역 협조를 호소했습니다.

※ 취재지원: 노수아 인턴 기자(xooahh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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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체크K] 코로나19 무색한 클럽·주점…제재 안하나? 못하나?​
    • 입력 2020-04-02 15:34:44
    • 수정2020-04-03 19:14:15
    팩트체크K
전 세계가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며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조하고 있지만 일부 클럽과 '감성주점', '헌팅포차' 등으로 불리는 다중이용업소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콜센터나 PC방, 노래방 등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는데도, 밀폐된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몰리는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입니다.

때문에 여러 언론에서 생생한 현장 상황을 담은 `르포기사'를 내기도 했는데요. 사람들이 줄을 서서 입장하거나 서로 어깨가 부딪힐 정도로 밀집된 상황에서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춤을 추고 스킨십을 하는 등 `딴 세상' 풍경이 펼쳐지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해당 기사에는 수백~수천 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공통적으로 가장 많이 나온 댓글 반응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정부가 공공의 이익에 반하면 제재할 수 있음에도 업소 보호를 위해 클럽과 감성주점 같은 다중이용시설을 방치하고 있다. 제재를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이다."라는 주장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현재의 조치 상황과 제재의 근거가 되는 규정 등을 통해 살펴봤습니다.

관련 기사들.
'영업 제한·금지' 법적 규정 있다

정부는 지난달 22일 "4월 5일까지 보름간의 사회적 거리두기 총력전에 나서겠다."며 각 지방자치단체에 `집단감염 위험시설 운영제한 조치'라는 행정명령을 통보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각 지방자치단체장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종교·실내체육·유흥시설에 대해 운영 중단을 권고하고 시설별 행동지침을 공지했습니다.

이에 따라 시설 측은 출입구에서 발열·호흡기 증상을 확인하고 종사자와 이용자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해야 합니다. 손 소독제 비치, 사람 간 거리 1~2m 유지, 확진자 발생 시 동선 파악을 위한 출입자 명단도 작성해야 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 중 유흥시설 지침 내용.
이런 조치가 가능한 건 감염병예방법에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여러 사람이 모이는 것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조치를 위반할 경우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정부·지자체는 이 규정에 따라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등 공공부문 다중이용시설의 운영을 모두 중지했습니다.

반면 종교시설, 실내 체육시설, PC방, 노래방, 학원은 물론 유흥시설로 분류되는 클럽, 콜라텍, 유흥주점은 `제한적 허용 시설'로 분류해 정부 지침을 잘 따르고 있는지 수시로 점검하고 있습니다. 지침을 따르지 않을 경우 지자체장이 영업금지나 벌금 부과, 손해배상 청구를 한다는 방침입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을 맡고 있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방역수칙을 안 지킬 경우 고위험 업소로 지정되고 그 이후에도 지침을 어기면 강제 운영 중단도 명령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등록업종 따라 희비 갈려…일부 배짱 영업도

하지만 행정명령의 사각지대는 있습니다. 등록업종에 따라 규제 대상이 되기도 하고 안 되기 때문입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클럽은 제한적 허용 시설이라서 정부의 감시망에 있지만, 클럽처럼 춤을 추며 술을 마실 수 있는 `감성주점'이나 이성을 만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헌팅포차' 같은 곳은 규제 업종이 아닙니다. 감성주점과 헌팅포차는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돼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강력한 권고로 임시 휴업에 들어간 클럽 대신 최근 감성주점과 헌팅포차가 인기라는 게 현장의 목소리입니다.

KBS 취재진이 지난 주말과 평일 두 차례에 걸쳐 서울 강남과 이태원, 홍대 지역을 돌아본 결과 주말 감성주점과 헌팅포차는 대부분 만석이었습니다. 정부 지침과 달리 문을 연 유명 클럽·라운지바는 건물 밖으로 줄이 길게 늘어설 정도로 사람이 많았고 내부는 다른 이와 어깨를 부딪히지 않고는 못 움직일 정도로 손님이 가득 찼습니다.

춤을 추는 클럽이나 왁자지껄 떠드는 주점 모두 환기가 잘 되지 않고 밀집도가 높아 감염자 비말 노출에 취약한 곳이지만, 취재진이 돌아본 업소 대부분 정부의 권고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입장해도 실내에서는 대부분 벗었고 출입자 명단을 작성하는 곳도 별로 없었습니다. 혹시라도 감염자가 섞여 있을 경우 집단 감염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상황이 이렇자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달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회의에서 "젊은 분들은 클럽과 같이 감염에 취약한 유흥시설 출입을 삼가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습니다.

업소 안에 가득찬 사람들. 대다수는 마스크를 안 쓰고 있다.
`권고' 아닌 `금지'가 어려운 이유

그럼 아예 관련 업종의 영업을 금지할 수는 없을까요?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11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람들이 몰리는 클럽, 콜라텍, 노래방, PC방 등 밀폐된 다중이용시설이 감염에 특히 취약하다."면서 "상황에 따라 영업중지 명령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지금까지 영업중지된 사례는 없습니다. 원칙을 강조한 엄포성 경고로 이해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영업을 아예 금지시키는 건 법적 근거에 대한 논란과 보상 문제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서울시와 일선 구청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앞서 살펴본 감염병예방법 49조에 따라 '여러 사람의 집합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는 있지만, 실제 집행 과정에서 '여러 사람의 집합'을 두고 법리적 다툼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법 47조(감염병 유행에 대한 방역 조치)에도 일시적 폐쇄에 대한 규정이 있지만 `감염병 환자가 있는 장소나 병원체에 오염됐다고 인정된 장소'에 한정돼 있어 확진자나 밀접접촉자가 다녀가지 않는 이상 예방적 차원에서 영업정지를 시키기 어렵습니다.

또한 영업정지 과정에서 나올 영세 자영업자들의 거센 반발도 고려해야 하고 영업손실에 대한 보상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습니다. 현재 정부 방침에 따라 자발적으로 문을 닫은 업소도 많은 만큼, 행정당국 입장에서는 영업정지 행정명령이 쉽게 꺼낼 수 있는 카드가 아닌 겁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법조문의 표현이 모호해 분쟁이 벌어질 경우 법원의 판단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가 없다."면서 "현재로선 각 업소가 사회적 거리두기 수칙을 잘 지키고 있는지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문제가 될 경우 벌금·손해배상 청구 등의 강력한 행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니까 영업정지 행정명령은 `마지막 카드'인 셈입니다.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
당근보다 채찍 든 나라들…"3명 이상 모이면 벌금 3천만 원"

그럼 해외 각국의 상황은 어떨까요? `무관용 원칙'을 내세우며 강하게 규제하는 나라들이 있습니다.

독일은 2명 이상의 개인 모임을 모두 금지했고 가족 외 3명이 모임을 강행하면 우리 돈으로 3,400만 원의 벌금을 물립니다. 생필품 구매나 출퇴근, 의료시설 방문을 빼고는 이동을 원칙적으로 제한했습니다. 슈퍼마켓이나 시장, 약국, 배달음식점, 주유소, 은행 등 필수적인 업종을 빼고는 대부분 일시적으로 폐쇄하거나 영업시간을 제한했습니다.

호주 퀸즈랜드 주도 3인 이상 모일 경우 개인에게 1천만 원, 법인에는 5천만 원의 벌금을 물립니다. 술집, 클럽, 실내 스포츠 경기장, 영화관, 문화 시설, 종교시설은 모두 폐쇄했습니다. 테이크아웃이 가능한 음식점은 제한적으로 영업이 가능합니다.

영국은 2인 초과 모임 금지, 홍콩은 4인 초과 모임이 금지됐고 이를 어기면 모두 벌금을 내야 합니다. 이동금지령을 내린 이탈리아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주지 밖을 돌아다니는 사람에게 최대 400만 원의 벌금을 물립니다. (롬바르디아 주는 최대 670여만 원)

싱가포르는 유흥업소에 대해 영업중단을 명령했고, 공공장소에서 상호 간 1미터 이상의 거리를 유지하지 않으면 최대 850만 원이 넘는 벌금 또는 6개월의 징역형을 부과합니다. 이 규정은 4월 30일까지 유지됩니다.

미국 뉴욕시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반하면 최고 60만 원의 벌금을 매기고 있고, 업소에 대한 조치는 우리와 비슷한 권고의 형태를 택하고 있습니다. 연방정부와 CDC는 10명 이상 모임을 하지 않을 것을 권고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위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분위기인데, 우리나라는 자가격리를 위반할 경우 최고 1천만 원 벌금 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습니다.

[사진출처 :  AFP=연합뉴스]
"20대 천하무적 아니다"…20대 확진자 가장 많아

다수의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클럽과 감성주점, 헌팅포차를 찾는 주 고객층은 20대 젊은 층입니다. 각종 인터뷰 내용을 종합해보면 이들의 상당수는 "젊어서 감염되지 않을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가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 데이터는 정반대로 나타납니다.

오늘(2일) 0시 기준으로 집계된 국내 확진자의 연령별 분포를 살펴보면 20대(20~29세)가 27%로 가장 많습니다. 이는 60세부터 80세 이상 노인층 모두를 합친 24%보다도 높은 수치입니다. 다만 20대 사망자는 아직 없고, 60세 이상 노인층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방심해선 안 된다는 게 방역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지역사회 감염을 줄이는 차원에서 보면 감염자가 가장 많고 활동적인 20대가 가장 위협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본인에겐 치명적이지 않다고 해도 가족과 지인, 주변에 전파할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입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지난달 말 열린 브리핑에서 "20대라고 해도 예측 불가능한 중증도로 갈 수 있고, 감염 시 가족이나 동료에게 전파할 위험성이 크다."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와 개인위생 수칙을 잘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젊은 층이 코로나19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최근 열린 화상 브리핑에서 "오늘, 나는 젊은이들에게 전할 말이 있다. 당신들은 천하무적(invincible)이 아니다. 코로나19는 당신을 몇 주 동안 병원에 입원하게 할 수도 있고, 심지어 당신을 숨지게 할 수도 있다."라면서 방역 협조를 호소했습니다.

※ 취재지원: 노수아 인턴 기자(xooahh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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