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속 ‘태양절’ 앞둔 북한은 ‘공사중’

입력 2020.04.02 (17:42) 수정 2020.04.0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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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5일은 대한민국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열리는 중요한 날입니다. 이날은 북한에서도 의미가 남다른 날인데요. 바로 북한이 최대 명절로 꼽는 김일성 주석의 생일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에서는 일명 '태양절'이라고 부르는 날입니다. 지난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이날을 맞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축하 서신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태양절을 열흘 남짓 앞둔 요즘 북한의 분위기는 어떨까요? 코로나19 여파가 전 세계로 확대된 가운데도 북한은 연일 자력갱생을 토대로 한 '정면돌파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4월 2일자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기사4월 2일자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기사

오늘자(2일) 노동신문 1면에 실린 기사입니다. '정면돌파전에서 사상사업의 중요과업'이라는 제목입니다. 주된 내용은 당에 대한 충성이 가장 열렬한 애국이며, 자력갱생만이 살길이라는 겁니다. 신문은 지금 경제건설과 생활에서 많은 애로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도 근로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책임을 다해 자력갱생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로만 주민들을 독려하는 건 한계가 있겠죠. 내부 결속을 꾀하기 위해서는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내세울 만한 가시적인 성과도 필요할 겁니다.

북한 매체들의 선전 내용을 보면 김정은 정권이 대표적으로 내세우는 성과는 바로 건설 부문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건설은 중요한 사상사업과 같다"는 말을 하며 지난해 유독 건설현장을 많이 찾았습니다. 북한 당국은 지난해 삼지연군과 양덕온천관광지구 건설을 김정은 위원장의 큰 성과로 내세우기도 했는데요. 올해 북한이 가장 역점을 두는 건설 사업, 바로 북한의 최대 관광단지인 원산갈마지구 완공입니다.

지난해 북한 원산갈마지구 건설 현장지난해 북한 원산갈마지구 건설 현장

원산갈마지구는 북한이 해안관광도시로 개발 중인 곳입니다. 정확히 1년 전인 지난해 4월 김정은 위원장이 건설 현장을 방문했는데요. 김 위원장은 그 자리에서 공사 기간을 연장했습니다. 본래 노동당 창건일인 지난해 10월 10일이 완공 목표였지만, 이를 6개월 늦춰 바로 올해 태양절, 4월 15일까지 완공할 것을 지시한 겁니다. 당시 김 위원장은 "50년, 100년 후에도 손색이 없게, 그 무엇에 쫓기듯 속도전으로 건설하지 말고 공사기간을 6개월 더 연장해 다음 해 태양절까지 완벽하게 내놓자"고 강조했습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사항인 만큼 북한은 오는 4월 15일 원산갈마지구 완공식을 개최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실제로 지난달 11일 노동신문은 원산갈마해안지구 건설 현장에서 내부 공사와 주변에 나무를 심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신문은 그러면서 건설자들이 당에서 정해준 시간을 지키기 위해 공사가 적극 추진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다만 완공되더라도 북한의 코로나19 여파로 모든 관광지의 영업을 중단한 만큼 개장 자체는 미뤄질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북한 평양종합병원 건설 현장북한 평양종합병원 건설 현장

북한 당국이 매진하고 있는 또 다른 건설은 바로 평양종합병원입니다. 지난달 17일 김정은 위원장이 착공식에 직접 참석해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이례적인 연설까지 했는데요. 당시 김 위원장은 평양종합병원 건설을 올해 최우선 역점사업으로 규정하고 2백일 남은 오는 10월 10일 당 창건일까지 완공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열악한 의료인프라를 개선하려는 의지를 강하게 표현한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입니다.

노동신문은 오늘(2일) 기사에서 평양종합병원의 기초 굴착공사가 63%를 넘어섰다고 보도했습니다. 신문은 '선 하부구조, 후 상부구조' 원칙에 따라 기존에 매설돼 있던 상·하수도망과 전력망 등을 이설하고 그 위에 기초 콘크리트 작업과 지하 구조물 건설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이 이토록 자력갱생을 통한 정면돌파전과, 건설 부문의 성과를 내세우는 건 결국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내부 결속의 목적이 커 보입니다. 특히 '태앙절'을 계기로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보이는데요. 올해는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이자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 마무리되는 해입니다. 그만큼 김 위원장이 주민들에게 보여줄 성과가 필요한 해이기도 합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여줄 성과가 필요하지만, 대북제재 장기화와 코로나19까지 겹쳐 김 위원장으로선 사면초가의 상황"이라며 "원산갈마지구와 삼지연군, 양덕온천관광지구와 같이 보여줄 수 있는 대규모 관광지와 최근 평양종합병원 건설 등을 통해 성과를 보여주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관광지 건설이 완성되더라도 당장 관광사업이 진행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경제적 타격 앞에서 김 위원장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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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02 17:42:35
    • 수정2020-04-02 17:57:10
    취재K
오는 15일은 대한민국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열리는 중요한 날입니다. 이날은 북한에서도 의미가 남다른 날인데요. 바로 북한이 최대 명절로 꼽는 김일성 주석의 생일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에서는 일명 '태양절'이라고 부르는 날입니다. 지난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이날을 맞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축하 서신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태양절을 열흘 남짓 앞둔 요즘 북한의 분위기는 어떨까요? 코로나19 여파가 전 세계로 확대된 가운데도 북한은 연일 자력갱생을 토대로 한 '정면돌파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4월 2일자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기사 오늘자(2일) 노동신문 1면에 실린 기사입니다. '정면돌파전에서 사상사업의 중요과업'이라는 제목입니다. 주된 내용은 당에 대한 충성이 가장 열렬한 애국이며, 자력갱생만이 살길이라는 겁니다. 신문은 지금 경제건설과 생활에서 많은 애로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도 근로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책임을 다해 자력갱생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로만 주민들을 독려하는 건 한계가 있겠죠. 내부 결속을 꾀하기 위해서는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내세울 만한 가시적인 성과도 필요할 겁니다. 북한 매체들의 선전 내용을 보면 김정은 정권이 대표적으로 내세우는 성과는 바로 건설 부문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건설은 중요한 사상사업과 같다"는 말을 하며 지난해 유독 건설현장을 많이 찾았습니다. 북한 당국은 지난해 삼지연군과 양덕온천관광지구 건설을 김정은 위원장의 큰 성과로 내세우기도 했는데요. 올해 북한이 가장 역점을 두는 건설 사업, 바로 북한의 최대 관광단지인 원산갈마지구 완공입니다. 지난해 북한 원산갈마지구 건설 현장 원산갈마지구는 북한이 해안관광도시로 개발 중인 곳입니다. 정확히 1년 전인 지난해 4월 김정은 위원장이 건설 현장을 방문했는데요. 김 위원장은 그 자리에서 공사 기간을 연장했습니다. 본래 노동당 창건일인 지난해 10월 10일이 완공 목표였지만, 이를 6개월 늦춰 바로 올해 태양절, 4월 15일까지 완공할 것을 지시한 겁니다. 당시 김 위원장은 "50년, 100년 후에도 손색이 없게, 그 무엇에 쫓기듯 속도전으로 건설하지 말고 공사기간을 6개월 더 연장해 다음 해 태양절까지 완벽하게 내놓자"고 강조했습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사항인 만큼 북한은 오는 4월 15일 원산갈마지구 완공식을 개최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실제로 지난달 11일 노동신문은 원산갈마해안지구 건설 현장에서 내부 공사와 주변에 나무를 심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신문은 그러면서 건설자들이 당에서 정해준 시간을 지키기 위해 공사가 적극 추진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다만 완공되더라도 북한의 코로나19 여파로 모든 관광지의 영업을 중단한 만큼 개장 자체는 미뤄질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북한 평양종합병원 건설 현장 북한 당국이 매진하고 있는 또 다른 건설은 바로 평양종합병원입니다. 지난달 17일 김정은 위원장이 착공식에 직접 참석해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이례적인 연설까지 했는데요. 당시 김 위원장은 평양종합병원 건설을 올해 최우선 역점사업으로 규정하고 2백일 남은 오는 10월 10일 당 창건일까지 완공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열악한 의료인프라를 개선하려는 의지를 강하게 표현한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입니다. 노동신문은 오늘(2일) 기사에서 평양종합병원의 기초 굴착공사가 63%를 넘어섰다고 보도했습니다. 신문은 '선 하부구조, 후 상부구조' 원칙에 따라 기존에 매설돼 있던 상·하수도망과 전력망 등을 이설하고 그 위에 기초 콘크리트 작업과 지하 구조물 건설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이 이토록 자력갱생을 통한 정면돌파전과, 건설 부문의 성과를 내세우는 건 결국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내부 결속의 목적이 커 보입니다. 특히 '태앙절'을 계기로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보이는데요. 올해는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이자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 마무리되는 해입니다. 그만큼 김 위원장이 주민들에게 보여줄 성과가 필요한 해이기도 합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여줄 성과가 필요하지만, 대북제재 장기화와 코로나19까지 겹쳐 김 위원장으로선 사면초가의 상황"이라며 "원산갈마지구와 삼지연군, 양덕온천관광지구와 같이 보여줄 수 있는 대규모 관광지와 최근 평양종합병원 건설 등을 통해 성과를 보여주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관광지 건설이 완성되더라도 당장 관광사업이 진행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경제적 타격 앞에서 김 위원장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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