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공백에 테러 위협까지”…아프리카 발묶인 韓 기업인 어쩌나

입력 2020.04.07 (16:22) 수정 2020.04.0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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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 사태에 아프리카 대륙은 아직 터지지 않은 '시한폭탄'이란 말이 나옵니다.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어제(6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아프리카의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방역 물품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아프리카는 코로나19 청정 지역을 유지하다가 지난 2월 이집트에서 처음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이후 바이러스는 대륙으로 빠르게 퍼졌습니다. 닷새에 두 배씩 확진자가 늘었습니다. 54개 아프리카 국가 가운데 51개국에서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확진자가 보고되지 않은 나라는 산악 왕국 레소토와 섬나라 코모로, 상투메프린시페 3곳뿐입니다.

현재 아프리카의 누적 확진자는 9,178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사망자는 414명이라고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밝혔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수치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에는 진단키트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의심 증상이 있어도 검사를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 의료·방역 공백 심각…"진단키트는 구경도 못 했어요"

아프리카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인들은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일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지만, 국경이 봉쇄되면서 발도 묶였습니다. 서아프리카 말리에 '젠네댐'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작업을 해오던 해전산업 김형식 대표와 근로자 10여 명이 현지 상황을 알려왔습니다.

말리에서도 지금까지 47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고 합니다. 이 가운데 5명이 숨져 사망률은 10%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이보다 훨씬 심각해 보입니다. 현지 병원 의료진들은 코로나19 진단키트는 말만 들어봤고 구경도 못 해봤다고 전했습니다.

젠네에서 가장 큰 종합병원도 방역에 완전히 무방비한 모습이었습니다. 병원 내 식수는 우물에서 길었는데, 깨끗하지 못했습니다. 위생이 불량한 입원실에는 10여 명이 모여 앉아 있었고, 어린 아기도 침대에 방치돼 있었습니다. 의사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손 소독제도 없었습니다.

말리보다 의료 시설이 더 열악한 아프리카 지역도 많습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서 전 세계 질병의 4분의 1 이상이 발생하지만, 이곳에 사용되는 의료비는 전 세계 의료비의 1%도 채 되지 않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답이 없다"고 한국 기업인들이 호소하는 이유입니다.


■ 전염병이 확산하기 쉬운 생활 환경도 문제

현지시각 6일 아프리카 말리의 전통시장.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는 다른 여러 나라와는 다르게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습니다. 그 많은 인파 중에 천 마스크라도 착용한 사람은 2명뿐이었습니다. 현지인들은 바닥에 앉아 감자와 생선 같은 식자재를 판매했습니다. 위생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인들은 이 시장에서 구한 식자재로 끼니를 해결했습니다.

BBC는 아프리카의 많은 지역에서 "흑인은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는다"거나 "홍차를 마시면 코로나19를 퇴치할 수 있다"는 등의 가짜 뉴스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방역에 신경 쓰지 않는 잘못된 행동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손 씻기가 불가능한 환경도 문제입니다.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선 손 씻기가 가장 중요한데, 대부분 아프리카 지역에서 손 씻기는 사치입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아프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20억 명 이상이 분변으로 오염된 상수원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제적십자사(ICRC)는 코로나19로 인해 아프리카의 건강·보건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대부분 지역에서 깨끗한 물과 비누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겁니다. 특히 분쟁이 심한 부르키나파소나 말리 같은 곳이 위험하다고 지적했습니다.


■ 곳곳에서 테러 위협…경제 무너지며 약탈 우려도

아프리카 지역에서 우려되는 또 다른 한 가지는 바로 치안입니다. 아프리카 말리의 경우 알카에다와 연계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북부를 장악한 뒤 잦은 테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호주 경제평화연구소(IEP)에 따르면 말리에선 지난해 테러로 백 명 이상이 숨졌습니다.

한국인이 진출한 댐 공사 현장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실제 2018년 3월 젠네댐 공사 현장에 반군들이 테러를 가해 장비를 불 지르고 약탈했습니다. 다행히 밤이어서 근로자들의 피해는 없었습니다. 이후 말리 정부군 60여 명이 항상 공사 현장에 주둔하면서 경계 근무를 서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경제가 급속히 악화하면서 폭동과 약탈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가장 큰 경제권인 나이지리아의 경우 유가 폭락으로 재정 수입이 급감하면서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차관을 요청했습니다. 경제 위기는 아프리카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어 위기감이 더 고조되고 있습니다.


■ "외화 벌기 위해 나온 한국인들, 외면하지 말기를"

아프리카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인들, 특히 중소기업에서 진출한 사람들은 불안을 호소하며 한국으로 돌아오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나이지리아나 적도기니 등에서 발이 묶였다며 전세기 투입을 호소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두 곳이 아니라 아프리카 전역의 상황이 좋지 않다"면서 "다양한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프리카의 경우 우리 국민이 소규모로 모여 있어서 별도의 전세기를 띄우는 건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독일, 미국 등 다른 나라들과 함께 다국적 전세기를 운용하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현실적이라고 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지금까지 케냐와 나미비아, 카메룬, 마다가스카르, 앙골라 등에서 한국인들이 입국했습니다. 하지만 적도기니와 나이지리아, 말리, 알제리 등의 기업인들은 여전히 발이 묶여 있습니다. 다국적 전세기 마련이 쉽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아프리카 말리에 발이 묶인 김 대표는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관광으로 온 사람들도 아니고, 테러의 위험을 무릅쓰고 열악한 환경에서 외화를 벌기 위해서 나와 있는 사람들"이라며 "아프리카에 발이 묶인 소수의 자국민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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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역 공백에 테러 위협까지”…아프리카 발묶인 韓 기업인 어쩌나
    • 입력 2020-04-07 16:22:04
    • 수정2020-04-07 17:04:22
    취재K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 사태에 아프리카 대륙은 아직 터지지 않은 '시한폭탄'이란 말이 나옵니다.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어제(6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아프리카의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방역 물품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아프리카는 코로나19 청정 지역을 유지하다가 지난 2월 이집트에서 처음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이후 바이러스는 대륙으로 빠르게 퍼졌습니다. 닷새에 두 배씩 확진자가 늘었습니다. 54개 아프리카 국가 가운데 51개국에서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확진자가 보고되지 않은 나라는 산악 왕국 레소토와 섬나라 코모로, 상투메프린시페 3곳뿐입니다. 현재 아프리카의 누적 확진자는 9,178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사망자는 414명이라고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밝혔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수치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에는 진단키트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의심 증상이 있어도 검사를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 의료·방역 공백 심각…"진단키트는 구경도 못 했어요" 아프리카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인들은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일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지만, 국경이 봉쇄되면서 발도 묶였습니다. 서아프리카 말리에 '젠네댐'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작업을 해오던 해전산업 김형식 대표와 근로자 10여 명이 현지 상황을 알려왔습니다. 말리에서도 지금까지 47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고 합니다. 이 가운데 5명이 숨져 사망률은 10%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이보다 훨씬 심각해 보입니다. 현지 병원 의료진들은 코로나19 진단키트는 말만 들어봤고 구경도 못 해봤다고 전했습니다. 젠네에서 가장 큰 종합병원도 방역에 완전히 무방비한 모습이었습니다. 병원 내 식수는 우물에서 길었는데, 깨끗하지 못했습니다. 위생이 불량한 입원실에는 10여 명이 모여 앉아 있었고, 어린 아기도 침대에 방치돼 있었습니다. 의사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손 소독제도 없었습니다. 말리보다 의료 시설이 더 열악한 아프리카 지역도 많습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서 전 세계 질병의 4분의 1 이상이 발생하지만, 이곳에 사용되는 의료비는 전 세계 의료비의 1%도 채 되지 않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답이 없다"고 한국 기업인들이 호소하는 이유입니다. ■ 전염병이 확산하기 쉬운 생활 환경도 문제 현지시각 6일 아프리카 말리의 전통시장.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는 다른 여러 나라와는 다르게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습니다. 그 많은 인파 중에 천 마스크라도 착용한 사람은 2명뿐이었습니다. 현지인들은 바닥에 앉아 감자와 생선 같은 식자재를 판매했습니다. 위생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인들은 이 시장에서 구한 식자재로 끼니를 해결했습니다. BBC는 아프리카의 많은 지역에서 "흑인은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는다"거나 "홍차를 마시면 코로나19를 퇴치할 수 있다"는 등의 가짜 뉴스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방역에 신경 쓰지 않는 잘못된 행동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손 씻기가 불가능한 환경도 문제입니다.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선 손 씻기가 가장 중요한데, 대부분 아프리카 지역에서 손 씻기는 사치입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아프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20억 명 이상이 분변으로 오염된 상수원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제적십자사(ICRC)는 코로나19로 인해 아프리카의 건강·보건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대부분 지역에서 깨끗한 물과 비누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겁니다. 특히 분쟁이 심한 부르키나파소나 말리 같은 곳이 위험하다고 지적했습니다. ■ 곳곳에서 테러 위협…경제 무너지며 약탈 우려도 아프리카 지역에서 우려되는 또 다른 한 가지는 바로 치안입니다. 아프리카 말리의 경우 알카에다와 연계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북부를 장악한 뒤 잦은 테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호주 경제평화연구소(IEP)에 따르면 말리에선 지난해 테러로 백 명 이상이 숨졌습니다. 한국인이 진출한 댐 공사 현장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실제 2018년 3월 젠네댐 공사 현장에 반군들이 테러를 가해 장비를 불 지르고 약탈했습니다. 다행히 밤이어서 근로자들의 피해는 없었습니다. 이후 말리 정부군 60여 명이 항상 공사 현장에 주둔하면서 경계 근무를 서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경제가 급속히 악화하면서 폭동과 약탈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가장 큰 경제권인 나이지리아의 경우 유가 폭락으로 재정 수입이 급감하면서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차관을 요청했습니다. 경제 위기는 아프리카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어 위기감이 더 고조되고 있습니다. ■ "외화 벌기 위해 나온 한국인들, 외면하지 말기를" 아프리카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인들, 특히 중소기업에서 진출한 사람들은 불안을 호소하며 한국으로 돌아오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나이지리아나 적도기니 등에서 발이 묶였다며 전세기 투입을 호소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두 곳이 아니라 아프리카 전역의 상황이 좋지 않다"면서 "다양한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프리카의 경우 우리 국민이 소규모로 모여 있어서 별도의 전세기를 띄우는 건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독일, 미국 등 다른 나라들과 함께 다국적 전세기를 운용하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현실적이라고 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지금까지 케냐와 나미비아, 카메룬, 마다가스카르, 앙골라 등에서 한국인들이 입국했습니다. 하지만 적도기니와 나이지리아, 말리, 알제리 등의 기업인들은 여전히 발이 묶여 있습니다. 다국적 전세기 마련이 쉽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아프리카 말리에 발이 묶인 김 대표는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관광으로 온 사람들도 아니고, 테러의 위험을 무릅쓰고 열악한 환경에서 외화를 벌기 위해서 나와 있는 사람들"이라며 "아프리카에 발이 묶인 소수의 자국민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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