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한 제한 예외사유, 조례로는 못 정해”

입력 2020.04.12 (21:29) 수정 2020.04.12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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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사용기한 제한의 예외 사유를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는 정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기간제법은 기간제 근로자가 2년을 초과해 일하면 정규직 근로자로 간주하지만, '다른 법령에서 예외 사유를 정한 경우' 등에는 사용자가 2년을 초과해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판결에서 법원은 예외 사유가 될 수 있는 '다른 법령'에 조례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는 울산광역시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습니다.

울산시는 울산시립합창단 부지휘자였던 A 씨에게 2018년 2월 계약 기간 만료를 통지했습니다. 2005년부터 부지휘자로 일해왔던 A 씨는 11개월 또는 1년 단위로 울산시와 근로 계약을 체결하다 2008년부터는 2년 단위로 계약을 맺어왔습니다.

A 씨는 울산시의 일방적인 계약 만료 통지가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면서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습니다. 지노위와 중노위는 잇따라 A 씨의 손을 들어줬고, 울산시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습니다.

울산시는 A 씨가 부당 해고를 당한 게 아니라고 주장하며, 주요 근거로 시 조례(울산광역시립예술단 설치 및 운영 조례)를 들었습니다.

울산시는 '울산광역시립예술단 설치 및 운영 조례'가 부지휘자 등 예술단원의 위촉 기간을 2년으로 해 위촉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울산시는 기간제법과 다르게 A 씨와 근로계약 기간을 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A 씨는 조례에 근거해 예외적으로 계속 기간제 근로 계약을 맺어온 것이지 정규직으로 전환됐다고 보긴 어렵기 때문에, 계약기간 2년 만료를 이유로 한 계약 해지가 곧 부당해고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같은 울산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헌법은 법률과 법규명령을 의미하는 법령, 그리고 조례를 구분하고 있다"며 "법령에 일반적으로 조례가 포함된다고 해석하면 논리적으로 조례제정권의 한계가 무의미해진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또 기간제법의 취지가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근로자의 지위를 보장하려는 데 있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기간제법과 그 시행령이 정하는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제한 그 예외 사유는 "전국에 걸쳐 일률적인 규율이 예정된 규정"이라며 "각 지방자치단체가 그 지방의 실정에 맞게 별도로 규율하는 것을 용인하는 사항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다만 A 씨가 직업군 내 근로소득 상위 25%에 해당하기 때문에, 기간제법 시행령상 또 다른 기간제 노동자 사용기한 제한의 예외에는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울산시가 2년을 초과해 A 씨를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했다 하더라도 A 씨는 정규직 근로자로 간주되지 않기 때문에, 울산시의 계약 만료 통지가 부당해고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도 A 씨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은 인정된다며, 울산시의 계약 만료 통지는 합리적 이유가 없는 갱신 거절에 해당해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A 씨가 13년 동안 7차례 걸쳐 재위촉된 점 등을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인 A 씨와 울산시 사이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A 씨가 합창단 부지휘자로 계속 위촉되리라는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었다는 판단입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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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12 21:29:27
    • 수정2020-04-12 22:02:53
    사회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사용기한 제한의 예외 사유를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는 정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기간제법은 기간제 근로자가 2년을 초과해 일하면 정규직 근로자로 간주하지만, '다른 법령에서 예외 사유를 정한 경우' 등에는 사용자가 2년을 초과해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판결에서 법원은 예외 사유가 될 수 있는 '다른 법령'에 조례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는 울산광역시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습니다.

울산시는 울산시립합창단 부지휘자였던 A 씨에게 2018년 2월 계약 기간 만료를 통지했습니다. 2005년부터 부지휘자로 일해왔던 A 씨는 11개월 또는 1년 단위로 울산시와 근로 계약을 체결하다 2008년부터는 2년 단위로 계약을 맺어왔습니다.

A 씨는 울산시의 일방적인 계약 만료 통지가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면서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습니다. 지노위와 중노위는 잇따라 A 씨의 손을 들어줬고, 울산시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습니다.

울산시는 A 씨가 부당 해고를 당한 게 아니라고 주장하며, 주요 근거로 시 조례(울산광역시립예술단 설치 및 운영 조례)를 들었습니다.

울산시는 '울산광역시립예술단 설치 및 운영 조례'가 부지휘자 등 예술단원의 위촉 기간을 2년으로 해 위촉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울산시는 기간제법과 다르게 A 씨와 근로계약 기간을 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A 씨는 조례에 근거해 예외적으로 계속 기간제 근로 계약을 맺어온 것이지 정규직으로 전환됐다고 보긴 어렵기 때문에, 계약기간 2년 만료를 이유로 한 계약 해지가 곧 부당해고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같은 울산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헌법은 법률과 법규명령을 의미하는 법령, 그리고 조례를 구분하고 있다"며 "법령에 일반적으로 조례가 포함된다고 해석하면 논리적으로 조례제정권의 한계가 무의미해진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또 기간제법의 취지가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근로자의 지위를 보장하려는 데 있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기간제법과 그 시행령이 정하는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제한 그 예외 사유는 "전국에 걸쳐 일률적인 규율이 예정된 규정"이라며 "각 지방자치단체가 그 지방의 실정에 맞게 별도로 규율하는 것을 용인하는 사항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다만 A 씨가 직업군 내 근로소득 상위 25%에 해당하기 때문에, 기간제법 시행령상 또 다른 기간제 노동자 사용기한 제한의 예외에는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울산시가 2년을 초과해 A 씨를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했다 하더라도 A 씨는 정규직 근로자로 간주되지 않기 때문에, 울산시의 계약 만료 통지가 부당해고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도 A 씨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은 인정된다며, 울산시의 계약 만료 통지는 합리적 이유가 없는 갱신 거절에 해당해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A 씨가 13년 동안 7차례 걸쳐 재위촉된 점 등을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인 A 씨와 울산시 사이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A 씨가 합창단 부지휘자로 계속 위촉되리라는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었다는 판단입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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