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함께 만드는 ‘다문화 온라인 개학’

입력 2020.04.14 (20:18) 수정 2020.04.1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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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앞서 보셨듯이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 순차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준비한다고했지만, 우려했던 접속이 안되는 등 일부 문제가 나타나고 있는데요, 또 하나 고려되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바로 다문화 학생들입니다.

이런 다문화 학생들이 온라인 개학에 적응할 수 있게 도움을 주려는 사람들을 현장 속으로에서 만났습니다.

[리포트]

지난 9일 시작한 온라인 개학.

수업 콘텐츠와 인터넷 장비 확충, 단말기 보급 등 온라인 수업이 차질을 빚지 않도록 꼼꼼한 준비들이 이어져왔지만, 다문화 학생에 대한 온라인 수업 준비는 부족합니다.

다문화 학생들은 우리말이 서툴러 대면수업으로도 학습을 따라가기가 벅찬데요, 다문화 학생들을 위해 수업을 준비하는 현장으로 안내합니다.

늦은 저녁 한 사무실.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진지한 표정으로 회의를 이어갑니다.

이들은 대부분 현직 초등학교 교사들인데요, 교사들 사이로 다소 이국적인 모습의 참가자가 눈에 띕니다.

[김 알렉산드라/자원봉사자 : "안녕하세요. 김알렌산드라입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왔고, 부경대 영문과를 졸업했습니다."]

우즈베크스탄 출신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한 이 자리는, 다문화 학생을 위한 온라인 수업 콘텐츠 기획회의입니다.

김알렉산드라 씨는 미국에 살지만, 한국에 사는 남동생을 보러 종종 들렀는데, 이번 코로나19 확산에 당분간 한국에 머물기로 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에서 온 학생들을 위한 온라인 수업 콘텐츠 제작에 흔쾌히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김 알렉산드라/자원봉사자 : "그런 일을 해보니까 너무재밌고, 저는 행복해요. 작은 도움이라도 되면 저도 행복할 거에요."]

이렇게 다문화 학생을 위한 온라인 수업 콘텐츠를 만들게 된 건 김해 금병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김준성 선생님의 제안이 시작이었습니다.

올해 1학년 담임을 맡았는데, 얼굴도 보지 못한 학생들 가운데 러시아권 중도입국 학생이 3명이나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저학년 학생은 자국어와 한국어 모두 서툴기 때문에 적응이 쉽지 않을 거란 걱정이 컸습니다.

[김준성/김해 금병초등학교 교사 : "그 나라 언어도 익숙지 않은 소위 말해 0개 국어 아이들이라고 하거든요. 그런 아이들이 지금 온라인 개학 상황에서 뭘 하고 뭘 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에 빠진 거예요."]

당장은 자기반 학생의 수업을 위해서 강의를 만들기 시작했는데요, 한 교사모임에서 김준성 선생님의 뜻에 동참하며 규모가 커지게 됐습니다.

[김용만/실천교육교사회 회장 : "이 일은 누가봐도 필요한 일인데,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는 일이었거든요. 그래서 저도 같이 동참하는 걸 영광으로 생각했고, 와보니 정말 많은 분들이 같이하는 걸 확인했고, 정말 준성 선생님이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 그리고 아이들을 배려하는 어른들이 이렇게 많이 있구나, 힘을 많이 얻게 됐죠."]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더빙스쿨TV'.

다문화 학생들이 기존의 한국의 학습과정을 모국어로 듣고 배울 수 있게끔 만든 온라인 영상 채널입니다.

사회적협동조합인 김해글로벌청소년센터도 동참해 영상제작 장소를 제공하고 김 알렉산드라 씨도 소개해줬습니다.

'더빙스쿨TV'는 아직은 시작단계이지만, 꾸준히 영상을 올리며 콘텐츠를 늘려가고 있습니다.

더빙스쿨TV에 올릴 영상 촬영준비가 한창입니다.

촬영현장에는 새얼굴도 보입니다.

4년 전 키르키즈스탄에서 한국으로 온 중학교 2학년인 '김 안겔리나'와 안겔리나의 어머니 '최 마리나'씨가 더빙스쿨 프로젝트를 찾아 온 것인데요.

더빙스쿨TV 소식을 듣고 담당 선생님의 추천으로 촬영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안겔리나도 한국에서 다문화 학생으로 적응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김안겔리나/다문화 학생 : "제일 불편했던 점이 한국어 모르니까 말을 못 하고, 의사소통이 잘 안 됐습니다. 그리고 문화차이가 있었는데요. 그 밖에 친구들과 의사소통이 안 되고 말하거나 행동 할 때 뭐하는지 그런 게(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안겔리나는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해 한국어능력시험 5급을 따면서 다문화 학생들 사이에서는 본보기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제는 한국과 고향인 키르키즈스탄의 교류를 책임질 외교관이라는 꿈도 가지게 됐습니다.

[김안겔리나/다문화 학생 : "꿈은 외교관입니다. 한국에 왔을 때부터, 한국어 배우면서 많은 직업을 보게 됐습니다. 한국어와 관련된 직업으로 외교관이 좋은 것 같아요."]

혼자 시작한 프로젝트에 점점 살이 붙어져 나가는 걸 보며 보람을 느낀다는 김준성 교사.

온라인 개학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끝나더라도, 앞으로 다문화 학생들을 위한 제작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김준성/김해 금병초등학교 교사 : "지난 주에 첫 촬영을 하고, 유투브에 올리고 나서 홍보를 하는데 연락이 왔어요. '나는 중국어로 (더빙)할 수 있다. 중국어로 해주겠다. 나는 몽골어로 해 줄게요. 이렇게 연락이 와서. 저희 유투브 영상을 보면서 인천에서, 마산에서 만나지도 않았는데, 더빙을 해서 보내주셨어요."]

주변의 도움으로 점점 성장해나가는 더빙스쿨TV.

도움이 늘어간다는 건 그만큼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이 많이 있다는 의미일 겁니다.

소속 학생들에 대한 작은 관심이 더 큰 관심을 일으켜 다문화 학생들이 마음껏 꿈을 꾸고 꿈을 키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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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속으로] 함께 만드는 ‘다문화 온라인 개학’
    • 입력 2020-04-14 20:18:20
    • 수정2020-04-14 20: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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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앞서 보셨듯이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 순차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준비한다고했지만, 우려했던 접속이 안되는 등 일부 문제가 나타나고 있는데요, 또 하나 고려되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바로 다문화 학생들입니다. 이런 다문화 학생들이 온라인 개학에 적응할 수 있게 도움을 주려는 사람들을 현장 속으로에서 만났습니다. [리포트] 지난 9일 시작한 온라인 개학. 수업 콘텐츠와 인터넷 장비 확충, 단말기 보급 등 온라인 수업이 차질을 빚지 않도록 꼼꼼한 준비들이 이어져왔지만, 다문화 학생에 대한 온라인 수업 준비는 부족합니다. 다문화 학생들은 우리말이 서툴러 대면수업으로도 학습을 따라가기가 벅찬데요, 다문화 학생들을 위해 수업을 준비하는 현장으로 안내합니다. 늦은 저녁 한 사무실.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진지한 표정으로 회의를 이어갑니다. 이들은 대부분 현직 초등학교 교사들인데요, 교사들 사이로 다소 이국적인 모습의 참가자가 눈에 띕니다. [김 알렉산드라/자원봉사자 : "안녕하세요. 김알렌산드라입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왔고, 부경대 영문과를 졸업했습니다."] 우즈베크스탄 출신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한 이 자리는, 다문화 학생을 위한 온라인 수업 콘텐츠 기획회의입니다. 김알렉산드라 씨는 미국에 살지만, 한국에 사는 남동생을 보러 종종 들렀는데, 이번 코로나19 확산에 당분간 한국에 머물기로 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에서 온 학생들을 위한 온라인 수업 콘텐츠 제작에 흔쾌히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김 알렉산드라/자원봉사자 : "그런 일을 해보니까 너무재밌고, 저는 행복해요. 작은 도움이라도 되면 저도 행복할 거에요."] 이렇게 다문화 학생을 위한 온라인 수업 콘텐츠를 만들게 된 건 김해 금병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김준성 선생님의 제안이 시작이었습니다. 올해 1학년 담임을 맡았는데, 얼굴도 보지 못한 학생들 가운데 러시아권 중도입국 학생이 3명이나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저학년 학생은 자국어와 한국어 모두 서툴기 때문에 적응이 쉽지 않을 거란 걱정이 컸습니다. [김준성/김해 금병초등학교 교사 : "그 나라 언어도 익숙지 않은 소위 말해 0개 국어 아이들이라고 하거든요. 그런 아이들이 지금 온라인 개학 상황에서 뭘 하고 뭘 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에 빠진 거예요."] 당장은 자기반 학생의 수업을 위해서 강의를 만들기 시작했는데요, 한 교사모임에서 김준성 선생님의 뜻에 동참하며 규모가 커지게 됐습니다. [김용만/실천교육교사회 회장 : "이 일은 누가봐도 필요한 일인데,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는 일이었거든요. 그래서 저도 같이 동참하는 걸 영광으로 생각했고, 와보니 정말 많은 분들이 같이하는 걸 확인했고, 정말 준성 선생님이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 그리고 아이들을 배려하는 어른들이 이렇게 많이 있구나, 힘을 많이 얻게 됐죠."]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더빙스쿨TV'. 다문화 학생들이 기존의 한국의 학습과정을 모국어로 듣고 배울 수 있게끔 만든 온라인 영상 채널입니다. 사회적협동조합인 김해글로벌청소년센터도 동참해 영상제작 장소를 제공하고 김 알렉산드라 씨도 소개해줬습니다. '더빙스쿨TV'는 아직은 시작단계이지만, 꾸준히 영상을 올리며 콘텐츠를 늘려가고 있습니다. 더빙스쿨TV에 올릴 영상 촬영준비가 한창입니다. 촬영현장에는 새얼굴도 보입니다. 4년 전 키르키즈스탄에서 한국으로 온 중학교 2학년인 '김 안겔리나'와 안겔리나의 어머니 '최 마리나'씨가 더빙스쿨 프로젝트를 찾아 온 것인데요. 더빙스쿨TV 소식을 듣고 담당 선생님의 추천으로 촬영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안겔리나도 한국에서 다문화 학생으로 적응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김안겔리나/다문화 학생 : "제일 불편했던 점이 한국어 모르니까 말을 못 하고, 의사소통이 잘 안 됐습니다. 그리고 문화차이가 있었는데요. 그 밖에 친구들과 의사소통이 안 되고 말하거나 행동 할 때 뭐하는지 그런 게(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안겔리나는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해 한국어능력시험 5급을 따면서 다문화 학생들 사이에서는 본보기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제는 한국과 고향인 키르키즈스탄의 교류를 책임질 외교관이라는 꿈도 가지게 됐습니다. [김안겔리나/다문화 학생 : "꿈은 외교관입니다. 한국에 왔을 때부터, 한국어 배우면서 많은 직업을 보게 됐습니다. 한국어와 관련된 직업으로 외교관이 좋은 것 같아요."] 혼자 시작한 프로젝트에 점점 살이 붙어져 나가는 걸 보며 보람을 느낀다는 김준성 교사. 온라인 개학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끝나더라도, 앞으로 다문화 학생들을 위한 제작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김준성/김해 금병초등학교 교사 : "지난 주에 첫 촬영을 하고, 유투브에 올리고 나서 홍보를 하는데 연락이 왔어요. '나는 중국어로 (더빙)할 수 있다. 중국어로 해주겠다. 나는 몽골어로 해 줄게요. 이렇게 연락이 와서. 저희 유투브 영상을 보면서 인천에서, 마산에서 만나지도 않았는데, 더빙을 해서 보내주셨어요."] 주변의 도움으로 점점 성장해나가는 더빙스쿨TV. 도움이 늘어간다는 건 그만큼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이 많이 있다는 의미일 겁니다. 소속 학생들에 대한 작은 관심이 더 큰 관심을 일으켜 다문화 학생들이 마음껏 꿈을 꾸고 꿈을 키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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