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법원 “마약 투약했어도 체포과정에 불법 있었다면 무죄”
입력 2020.04.16 (16:48) 수정 2020.04.16 (16:48) 사회
경찰의 불법 체포를 주장한 마약사범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불법 체포가 인정돼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수원지법 형사항소3부(김수일 부장판사)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55살 A 씨에게 오늘(16일) 징역 1년 6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앞서 A 씨는 지난해 4월 7일부터 같은 달 16일 사이에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또 지난해 4월 16일 오후 안양시의 한 모텔에서 필로폰 약 3.14g을 옷 속에 넣어 보관하는 방법으로 필로폰을 소지한 혐의도 포함됐습니다.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경찰의 불법 체포를 주장했습니다.

이 사건을 수사한 수원중부경찰서 수사팀은 필로폰 투약 혐의를 받던 B 씨를 뒤쫓아 안양의 한 모텔로 갔는데, B 씨가 투숙하던 방에 들어간 A 씨를 B 씨의 공범 C씨로 오인했습니다.

경찰은 방에서 나온 A 씨와 B 씨를 체포하려고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A 씨가 C 씨가 아닌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그러나 A 씨가 식은땀을 흘리는 등 필로폰을 투약한 듯한 모습을 보이자 수사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A 씨는 "왜 나를 잡으려 하느냐"고 거칠게 항의하며 자리를 피하려고 했고, 경찰은 A 씨를 강제로 모텔 방으로 데려가 미란다 원칙 고지 후 긴급체포했습니다.

경찰은 A 씨로부터 필로폰과 일회용 주사기를 압수했다. 소변·모발 검사 결과에서는 필로폰 양성반응이 나왔습니다.

A 씨는 1986년부터 2017년까지 마약 관련 범죄로 총 13회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A 씨 측은 사건 당일 경찰이 긴급체포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불법체포를 했으며, 이에 따라 수집한 증거 또한 위법하므로 무죄 선고가 타당하다고 변론했습니다.

1심은 "피고인이 마약 혐의를 인정한 B 씨와 함께 머물렀던 점,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무작정 자리에서 벗어나려고 한 점, 식은땀을 흘리고 흥분한 모습을 보인 점 등을 보면 경찰이 의심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인다"면서 A 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2심은 경찰이 긴급체포 요건을 갖추지 않은 채 A 씨를 불법체포한 것으로 보고 판결을 뒤집었습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르면 경찰관은 어떤 죄를 저질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을 불심검문 할 수 있는데, 이 때 검문 당사자는 신체를 구속당하거나 답변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재판부는 A 씨의 의사에 반해 신체를 구속한 당시 경찰의 조처에 문제가 있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당시 경찰은 피고인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협조를 거부하며 반항했는데도 양팔을 잡아 신체에 구속을 가하고, 가방을 압수한 뒤 모텔 방으로 데리고 들어간 뒤에야 비로소 긴급체포했다"며 "이는 사실상의 강제연행, 즉 불법체포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피고인을 엘리베이터 안에서 불심검문할 계획이었다면 모텔 방으로 데리고 갈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 "만약 엘리베이터 안에서 한 조처를 불심검문이라고 하면, 이는 불심검문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한 체포"라고 부연했습니다.

재판부는 피의자를 긴급체포할 때 범죄사실의 요지와 체포 이유, 변호인 선임 권리를 말하고 변명 기회를 줘야 한다는 미란다 원칙에 대해서도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언급했습니다.

미란다 원칙 고지는 체포를 위해 실력행사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며 여의치 않을 때에는 제압 후에 지체없이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재판부는 "만약 엘리베이터 안에서 긴급체포 절차를 개시한 것이라고 한다면,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곧바로 범죄사실 등을 고지하고 피고인을 체포했어야 한다"면서 "그런데 양팔이 붙잡힌 피고인을 굳이 모텔 방으로 데리고 가 그제야 재차 제압하면서 (미란다 원칙을) 고지한 것은 위법한 긴급체포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경찰이 다른 물적 증거를 긴급 압수하기 위해 엘리베이터에서 모텔 방까지 이동해 체포 절차를 개시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마약사범 체포 과정을 두고 1·2심의 유·무죄 판단이 완전히 엇갈리면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주목됩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게티이미지]
  • 법원 “마약 투약했어도 체포과정에 불법 있었다면 무죄”
    • 입력 2020-04-16 16:48:00
    • 수정2020-04-16 16:48:52
    사회
경찰의 불법 체포를 주장한 마약사범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불법 체포가 인정돼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수원지법 형사항소3부(김수일 부장판사)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55살 A 씨에게 오늘(16일) 징역 1년 6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앞서 A 씨는 지난해 4월 7일부터 같은 달 16일 사이에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또 지난해 4월 16일 오후 안양시의 한 모텔에서 필로폰 약 3.14g을 옷 속에 넣어 보관하는 방법으로 필로폰을 소지한 혐의도 포함됐습니다.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경찰의 불법 체포를 주장했습니다.

이 사건을 수사한 수원중부경찰서 수사팀은 필로폰 투약 혐의를 받던 B 씨를 뒤쫓아 안양의 한 모텔로 갔는데, B 씨가 투숙하던 방에 들어간 A 씨를 B 씨의 공범 C씨로 오인했습니다.

경찰은 방에서 나온 A 씨와 B 씨를 체포하려고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A 씨가 C 씨가 아닌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그러나 A 씨가 식은땀을 흘리는 등 필로폰을 투약한 듯한 모습을 보이자 수사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A 씨는 "왜 나를 잡으려 하느냐"고 거칠게 항의하며 자리를 피하려고 했고, 경찰은 A 씨를 강제로 모텔 방으로 데려가 미란다 원칙 고지 후 긴급체포했습니다.

경찰은 A 씨로부터 필로폰과 일회용 주사기를 압수했다. 소변·모발 검사 결과에서는 필로폰 양성반응이 나왔습니다.

A 씨는 1986년부터 2017년까지 마약 관련 범죄로 총 13회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A 씨 측은 사건 당일 경찰이 긴급체포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불법체포를 했으며, 이에 따라 수집한 증거 또한 위법하므로 무죄 선고가 타당하다고 변론했습니다.

1심은 "피고인이 마약 혐의를 인정한 B 씨와 함께 머물렀던 점,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무작정 자리에서 벗어나려고 한 점, 식은땀을 흘리고 흥분한 모습을 보인 점 등을 보면 경찰이 의심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인다"면서 A 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2심은 경찰이 긴급체포 요건을 갖추지 않은 채 A 씨를 불법체포한 것으로 보고 판결을 뒤집었습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르면 경찰관은 어떤 죄를 저질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을 불심검문 할 수 있는데, 이 때 검문 당사자는 신체를 구속당하거나 답변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재판부는 A 씨의 의사에 반해 신체를 구속한 당시 경찰의 조처에 문제가 있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당시 경찰은 피고인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협조를 거부하며 반항했는데도 양팔을 잡아 신체에 구속을 가하고, 가방을 압수한 뒤 모텔 방으로 데리고 들어간 뒤에야 비로소 긴급체포했다"며 "이는 사실상의 강제연행, 즉 불법체포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피고인을 엘리베이터 안에서 불심검문할 계획이었다면 모텔 방으로 데리고 갈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 "만약 엘리베이터 안에서 한 조처를 불심검문이라고 하면, 이는 불심검문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한 체포"라고 부연했습니다.

재판부는 피의자를 긴급체포할 때 범죄사실의 요지와 체포 이유, 변호인 선임 권리를 말하고 변명 기회를 줘야 한다는 미란다 원칙에 대해서도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언급했습니다.

미란다 원칙 고지는 체포를 위해 실력행사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며 여의치 않을 때에는 제압 후에 지체없이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재판부는 "만약 엘리베이터 안에서 긴급체포 절차를 개시한 것이라고 한다면,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곧바로 범죄사실 등을 고지하고 피고인을 체포했어야 한다"면서 "그런데 양팔이 붙잡힌 피고인을 굳이 모텔 방으로 데리고 가 그제야 재차 제압하면서 (미란다 원칙을) 고지한 것은 위법한 긴급체포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경찰이 다른 물적 증거를 긴급 압수하기 위해 엘리베이터에서 모텔 방까지 이동해 체포 절차를 개시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마약사범 체포 과정을 두고 1·2심의 유·무죄 판단이 완전히 엇갈리면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주목됩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게티이미지]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 전화 : 02-781-123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뉴스홈페이지 : https://goo.gl/4bWbkG
kbs가 손수 골랐습니다. 네이버에서도 보세요.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