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산 참배’ 안 나타난 김정은 위원장…이유는?

입력 2020.04.16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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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속에 무사히 총선을 치른 어제, 4월 15일은 북한에서는 이른바 '최대 명절'입니다. 김일성 주석의 생일로, 북한은 이를 '태양절'이라는 이름으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매년 이 날이면 최고지도자가 김일성·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돼 있는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고 중앙보고대회를 개최했다는 소식이 북한 매체들을 통해 보도되곤 했는데요. 그런데 올해는 김정은 위원장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 北 매체들 '금수산 참배' 보도... 김 위원장 모습은 없어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들은 오늘(16일) 새벽 6시쯤부터 당과 정부, 무력기관의 간부들이 어제(15일)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참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했다는 언급은 없었습니다. 조선중앙TV도 오후 5시 정시뉴스에 간부들의 참배 기사만 첫 소식으로 보도했을 뿐입니다. 조선중앙TV는 통상 김 위원장이 참석한 행사는 10분 안팎의 짧은 별도 프로그램으로 내보내는데 이 역시 오늘(16일) 저녁까지 방송되지 않았습니다.

북한 노동신문이 보도한 간부들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모습.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고위 간부들이 자리했는데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북한 노동신문이 보도한 간부들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모습.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고위 간부들이 자리했는데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북한 매체들에 공개된 사진을 보면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겸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김재룡 내각 총리와 정치국 위원, 후보위원 등 핵심 간부 수십 명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습니다. 하지만 매번 맨 앞줄 가운데에 있던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은 이번엔 보이지 않았습니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입상 앞에 김 위원장 명의의 꽃바구니만 놓여있었을 뿐입니다.

북한 노동신문이 보도한 간부들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사진. ‘김정은’이라고 적힌 꽃바구니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입상 앞에 놓여있다.북한 노동신문이 보도한 간부들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사진. ‘김정은’이라고 적힌 꽃바구니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입상 앞에 놓여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2012년 집권 이후 할아버지 김 주석의 생일 참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까지 김 주석의 생일에 늘 고위간부들을 대동하고 금수산궁전을 참배했고, 북한 매체들도 이를 당일이나 늦어도 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사진과 함께 대대적으로 보도해 왔습니다.

"매우 이례적인 일"... 집권 후 첫 불참, 이유는?

김 위원장의 이번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불참 가능성과 관련해 '매우 이례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집권 뒤 김정은 위원장은 김일성 주석 생일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이면 빠짐없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보도돼 왔다"며 "만약 방문하지 않았다면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두달 전인 지난 2월 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맞아 김정은 위원장이 간부들을 대동하고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참배했던 모습. (사진: 노동신문)두달 전인 지난 2월 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맞아 김정은 위원장이 간부들을 대동하고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참배했던 모습. (사진: 노동신문)

사실 앞서 지난 14일 북한이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합참이 발표했지만, 다음날인 15일 북한 매체들이 관련 소식을 전혀 보도하지 않은 점도 의문을 자아냈는데요.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한 다음날 통상 다음날 김 위원장이 참관해 지도하고 치하했다는 등의 소식을 보도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김 위원장의 참관 여부는 물론 관련 보도가 아예 없었던 겁니다. 이 당국자는 이에 대해서는 "2016년 4월에도 미사일을 발사하고 보도하지 않았던 사례가 있었다"며 "보도 여부에 어떤 패턴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위원장이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우선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대규모 인원이 수행하고 밀폐된 공간에서 진행하는 참배 행사가 코로나19 상황과 관련해 부담감을 줬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습니다. 앞서 지난 11일 노동당 정치국회의는 핵심 인사들만 참석한 가운데 김 위원장이 직접 주재했지만, 다음날 수백명이 참석한 최고인민회의에는 불참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홍 실장은 또 "군사 관련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과정에서 참배를 생략했을 수도 있다"며 "코로나 국면에서도 지도자가 안보를 챙기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참배보다는 계획된 지방 일정을 소화하는 것으로 대체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참배를 하지 않은 게 매우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으면서도 일각에서 제기되는 건강이상설 등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한 입장입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현 상황에서 건강이상이라면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데, 북한 체제 특성상 코로나19 발생 직후부터 북한 방역의 최우선 순위는 최고지도자의 보호였다"며 "물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놔야겠지만 그간 북한이 보여온 방역의 모습을 보면 그런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올해 매년 '태양절'을 기념해 4월 초 실시하던 평양국제마라톤대회도 일찌감치 취소했고, 거의 매년 하던 중앙보고대회도 생략했습니다. 코로나19로 전세계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북한 역시 국경을 폐쇄하고 교역을 중단하면서 여러 경제건설 계획 등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느때보다 '조용한 태양절'을 보낸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이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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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수산 참배’ 안 나타난 김정은 위원장…이유는?
    • 입력 2020-04-16 18:19:17
    취재K
코로나19 사태 속에 무사히 총선을 치른 어제, 4월 15일은 북한에서는 이른바 '최대 명절'입니다. 김일성 주석의 생일로, 북한은 이를 '태양절'이라는 이름으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매년 이 날이면 최고지도자가 김일성·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돼 있는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고 중앙보고대회를 개최했다는 소식이 북한 매체들을 통해 보도되곤 했는데요. 그런데 올해는 김정은 위원장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 北 매체들 '금수산 참배' 보도... 김 위원장 모습은 없어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들은 오늘(16일) 새벽 6시쯤부터 당과 정부, 무력기관의 간부들이 어제(15일)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참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했다는 언급은 없었습니다. 조선중앙TV도 오후 5시 정시뉴스에 간부들의 참배 기사만 첫 소식으로 보도했을 뿐입니다. 조선중앙TV는 통상 김 위원장이 참석한 행사는 10분 안팎의 짧은 별도 프로그램으로 내보내는데 이 역시 오늘(16일) 저녁까지 방송되지 않았습니다.

북한 노동신문이 보도한 간부들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모습.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고위 간부들이 자리했는데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북한 매체들에 공개된 사진을 보면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겸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김재룡 내각 총리와 정치국 위원, 후보위원 등 핵심 간부 수십 명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습니다. 하지만 매번 맨 앞줄 가운데에 있던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은 이번엔 보이지 않았습니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입상 앞에 김 위원장 명의의 꽃바구니만 놓여있었을 뿐입니다.

북한 노동신문이 보도한 간부들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사진. ‘김정은’이라고 적힌 꽃바구니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입상 앞에 놓여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2012년 집권 이후 할아버지 김 주석의 생일 참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까지 김 주석의 생일에 늘 고위간부들을 대동하고 금수산궁전을 참배했고, 북한 매체들도 이를 당일이나 늦어도 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사진과 함께 대대적으로 보도해 왔습니다.

"매우 이례적인 일"... 집권 후 첫 불참, 이유는?

김 위원장의 이번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불참 가능성과 관련해 '매우 이례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집권 뒤 김정은 위원장은 김일성 주석 생일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이면 빠짐없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보도돼 왔다"며 "만약 방문하지 않았다면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두달 전인 지난 2월 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맞아 김정은 위원장이 간부들을 대동하고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참배했던 모습. (사진: 노동신문)
사실 앞서 지난 14일 북한이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합참이 발표했지만, 다음날인 15일 북한 매체들이 관련 소식을 전혀 보도하지 않은 점도 의문을 자아냈는데요.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한 다음날 통상 다음날 김 위원장이 참관해 지도하고 치하했다는 등의 소식을 보도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김 위원장의 참관 여부는 물론 관련 보도가 아예 없었던 겁니다. 이 당국자는 이에 대해서는 "2016년 4월에도 미사일을 발사하고 보도하지 않았던 사례가 있었다"며 "보도 여부에 어떤 패턴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위원장이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우선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대규모 인원이 수행하고 밀폐된 공간에서 진행하는 참배 행사가 코로나19 상황과 관련해 부담감을 줬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습니다. 앞서 지난 11일 노동당 정치국회의는 핵심 인사들만 참석한 가운데 김 위원장이 직접 주재했지만, 다음날 수백명이 참석한 최고인민회의에는 불참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홍 실장은 또 "군사 관련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과정에서 참배를 생략했을 수도 있다"며 "코로나 국면에서도 지도자가 안보를 챙기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참배보다는 계획된 지방 일정을 소화하는 것으로 대체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참배를 하지 않은 게 매우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으면서도 일각에서 제기되는 건강이상설 등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한 입장입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현 상황에서 건강이상이라면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데, 북한 체제 특성상 코로나19 발생 직후부터 북한 방역의 최우선 순위는 최고지도자의 보호였다"며 "물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놔야겠지만 그간 북한이 보여온 방역의 모습을 보면 그런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올해 매년 '태양절'을 기념해 4월 초 실시하던 평양국제마라톤대회도 일찌감치 취소했고, 거의 매년 하던 중앙보고대회도 생략했습니다. 코로나19로 전세계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북한 역시 국경을 폐쇄하고 교역을 중단하면서 여러 경제건설 계획 등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느때보다 '조용한 태양절'을 보낸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이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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