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숫자” 180석, 슈퍼 여당시대 의미는?

입력 2020.04.17 (12:35) 수정 2020.04.17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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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8년 만에 나온 가장 높은 투표율의 결과는 거대 여당의 등장으로 이어졌습니다.

과반 의석인 180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사실상 개헌만 빼고 입법과 인사, 예산까지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른바 슈퍼 여당 시대의 의미를 이윤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막강한 여당이 등장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이 얻은 180석, 보시는 것처럼 '과반'입니다.

어느 정도 압승인지 찾아보니까요.

한 정당이 민주적 투표를 거쳐 차지한 의원 수로는 역대 가장 많은 숫자입니다.

민주당 내에선 "꿈의 숫자"라는 말이 나왔고 이해찬 대표는 "백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수준"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인영/민주당 원내대표 : "민주당은 경제와 일자리를 최우선으로 삼고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습니다."]

민주당에 쏠린 압도적 표에 상대적으로 더 초라해 진 건 미래통합당 만이 아닙니다.

정의당 6석, 국민의당 3석, 민생당은 '영(0)'패를 당하며 원내에서 퇴장했습니다.

어제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의 선대위 해단식 이 당 지역구 후보자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심상정 대표는 당원들과 총선 후보들을 향한 메시지를 읽는 도중 수차례 심호흡을 했습니다.

[심상정/정의당 대표 : "무엇보다… 모든 것을 바쳐 고단한 정의당의 길을 함께 개척해 온 우리… "]

전국금속노동조합 사무처장 시절 '철의 여인'으로 불리던 그였지만 끝내 눈물을 보입니다.

[심상정/정의당 대표 : "우리 자랑스러운 후보들 더 많이 당선시키지 못해서 정말 미안합니다."]

보신 것처럼 여당과 야당이 받아든 21대 총선의 성적표는 '극과 극'이었습니다.

그렇다면 180석을 확보한 민주당은 새로 출범할 21대 국회에서 어느 정도의 힘을 갖게 될까요?

먼저 21대 국회에서 원내 1당으로서 본회의 개의와 직권상정 권한을 갖는 국회의장직을 차지합니다.

소속 의원 수에 따라 배분되는 18개 상임위원장 자리 역시 민주당 몫이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국회선진화법이라고 들어보셨죠?

다수당의 법안 날치기를 막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건데, 마음 먹기에 따라 이 법안도 무력화될 수 있습니다.

이 법안의 핵심인 신속처리안건, 이른바 패스트트랙 안건을 지정하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5분3인 180석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데 이젠 민주당만으로 가능해진 것입니다.

지난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공수처' 법 통과를 위해 '4+1' 공조 등 극심한 진통을 겪어야했지만 더이상 그럴 일도 없을 듯 합니다.

20대 국회 때처럼 정의당을 원내 협상테이블로 굳이 불러낼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야당의 방어권인 무제한토론, 필리버스터 역시 180명이 찬성하면 바로 중단시킬 수 있습니다.

국무총리와 대법원장 등 국회의원 과반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주요 직책도 원하는대로 동의해 줄 수 있습니다.

사실상 헌법을 고치는 개헌 빼고는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된 셈입니다.

이른바 '슈퍼 여당'이란 말까지 나오자, 민주당은 자축 분위기 속에서도 '두렵다'는 얘기가 함께 나왔습니다.

앞으로 국정운영의 책임을 온전히 지게 됐다는 점에서, "야당이 협조하지 않았다”는 변명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해선지 어제 열린 민주당 회의는 세월호 6주기를 추모하는 묵념을 시작으로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습니다.

이해찬 대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이해찬/더불어민주당 대표 : "지금 민주당은 더욱 정신을 바짝 차릴 때입니다. 국정을 맡은 무거운 책임감을 먼저 가져야 합니다."]

물론 거대 여당의 등장은 이번 총선을 통해 드러난 민심의 주문이기도 합니다.

유권자들은 코로나19 사태라는 미증유의 국난을 극복하기 위해 여당의 안정적 국정 운영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반면, 정권 심판론을 들고나온 미래 통합당은 도리어 국민의 심판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총선은 여당의 승리라기보다 야당의 패배라고 하는게 더 적절한 표현일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거대 여당의 등장으로 자칫 균형과 견제라는 건전한 정치 원리마저 흔들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입니다.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103석에 불과하고 그나마 완충작용을 해줄 수 있는 군소야당은 앞서 전해드린 것처럼 더는 존재감을 찾기가 어렵게 됐습니다.

21대 총선에서 국민의 선택은 준엄했습니다.

유권자들은 야당을 심판했지만 정부와 여당의 국정 운영 능력에 대한 국민의 심판은 지금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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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17 12:39:45
    • 수정2020-04-17 13: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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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만에 나온 가장 높은 투표율의 결과는 거대 여당의 등장으로 이어졌습니다.

과반 의석인 180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사실상 개헌만 빼고 입법과 인사, 예산까지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른바 슈퍼 여당 시대의 의미를 이윤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막강한 여당이 등장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이 얻은 180석, 보시는 것처럼 '과반'입니다.

어느 정도 압승인지 찾아보니까요.

한 정당이 민주적 투표를 거쳐 차지한 의원 수로는 역대 가장 많은 숫자입니다.

민주당 내에선 "꿈의 숫자"라는 말이 나왔고 이해찬 대표는 "백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수준"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인영/민주당 원내대표 : "민주당은 경제와 일자리를 최우선으로 삼고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습니다."]

민주당에 쏠린 압도적 표에 상대적으로 더 초라해 진 건 미래통합당 만이 아닙니다.

정의당 6석, 국민의당 3석, 민생당은 '영(0)'패를 당하며 원내에서 퇴장했습니다.

어제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의 선대위 해단식 이 당 지역구 후보자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심상정 대표는 당원들과 총선 후보들을 향한 메시지를 읽는 도중 수차례 심호흡을 했습니다.

[심상정/정의당 대표 : "무엇보다… 모든 것을 바쳐 고단한 정의당의 길을 함께 개척해 온 우리… "]

전국금속노동조합 사무처장 시절 '철의 여인'으로 불리던 그였지만 끝내 눈물을 보입니다.

[심상정/정의당 대표 : "우리 자랑스러운 후보들 더 많이 당선시키지 못해서 정말 미안합니다."]

보신 것처럼 여당과 야당이 받아든 21대 총선의 성적표는 '극과 극'이었습니다.

그렇다면 180석을 확보한 민주당은 새로 출범할 21대 국회에서 어느 정도의 힘을 갖게 될까요?

먼저 21대 국회에서 원내 1당으로서 본회의 개의와 직권상정 권한을 갖는 국회의장직을 차지합니다.

소속 의원 수에 따라 배분되는 18개 상임위원장 자리 역시 민주당 몫이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국회선진화법이라고 들어보셨죠?

다수당의 법안 날치기를 막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건데, 마음 먹기에 따라 이 법안도 무력화될 수 있습니다.

이 법안의 핵심인 신속처리안건, 이른바 패스트트랙 안건을 지정하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5분3인 180석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데 이젠 민주당만으로 가능해진 것입니다.

지난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공수처' 법 통과를 위해 '4+1' 공조 등 극심한 진통을 겪어야했지만 더이상 그럴 일도 없을 듯 합니다.

20대 국회 때처럼 정의당을 원내 협상테이블로 굳이 불러낼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야당의 방어권인 무제한토론, 필리버스터 역시 180명이 찬성하면 바로 중단시킬 수 있습니다.

국무총리와 대법원장 등 국회의원 과반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주요 직책도 원하는대로 동의해 줄 수 있습니다.

사실상 헌법을 고치는 개헌 빼고는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된 셈입니다.

이른바 '슈퍼 여당'이란 말까지 나오자, 민주당은 자축 분위기 속에서도 '두렵다'는 얘기가 함께 나왔습니다.

앞으로 국정운영의 책임을 온전히 지게 됐다는 점에서, "야당이 협조하지 않았다”는 변명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해선지 어제 열린 민주당 회의는 세월호 6주기를 추모하는 묵념을 시작으로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습니다.

이해찬 대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이해찬/더불어민주당 대표 : "지금 민주당은 더욱 정신을 바짝 차릴 때입니다. 국정을 맡은 무거운 책임감을 먼저 가져야 합니다."]

물론 거대 여당의 등장은 이번 총선을 통해 드러난 민심의 주문이기도 합니다.

유권자들은 코로나19 사태라는 미증유의 국난을 극복하기 위해 여당의 안정적 국정 운영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반면, 정권 심판론을 들고나온 미래 통합당은 도리어 국민의 심판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총선은 여당의 승리라기보다 야당의 패배라고 하는게 더 적절한 표현일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거대 여당의 등장으로 자칫 균형과 견제라는 건전한 정치 원리마저 흔들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입니다.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103석에 불과하고 그나마 완충작용을 해줄 수 있는 군소야당은 앞서 전해드린 것처럼 더는 존재감을 찾기가 어렵게 됐습니다.

21대 총선에서 국민의 선택은 준엄했습니다.

유권자들은 야당을 심판했지만 정부와 여당의 국정 운영 능력에 대한 국민의 심판은 지금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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