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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코로나19’ 팬데믹
“군용기 타고 3개국 돌아 귀국”…아프리카 고립 한국인 3박4일 탈출기
입력 2020.04.17 (16:23) 수정 2020.04.17 (17:11) 취재K
말리 젠네댐 건설 프로젝트를 위해 아프리카 말리의 소도시인 젠네에 갔다가, 코로나19로 발이 묶였던 한국 기업인 11명이 어제(16일) 극적으로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8개월 전, 해전산업은 현지 댐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외화를 벌기 위해 한국인이 거의 없는 서아프리카 말리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아프리카 대륙을 피해가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가 아프리카로 빠르게 번지고, 말리 정부가 국경을 봉쇄하자 이들은 순식간에 발이 묶여 버렸습니다. 열악한 의료 환경과 테러의 위협 속에 하루하루를 불안에 떨어야 했습니다.

[연관 기사] "방역 공백에 테러 위협까지"…아프리카 발 묶인 韓 기업인 어쩌나

KBS 보도가 나온 이후, 외교부와 주세네갈 한국대사관 등은 백방으로 이들이 귀국할 방법을 알아봤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 14일, 이들은 극적으로 말리를 떠날 수 있게 됐습니다. 3박 4일 동안 세 나라를 거쳐, 17,000km를 이동했습니다.

말리 기업인 귀국 경로말리 기업인 귀국 경로

■ 미국·벨기에의 도움으로 '벨기에 군용기' 탑승

아프리카 말리에는 대사관이 없습니다. 주세네갈대사관이 함께 관리합니다. 말리에 대사관이 있었다면 다른 말리 대사관의 철수 동향을 파악하고 우리 국민을 함께 태웠을 텐데, 그러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세네갈 대사관은 일단 말리에 공관을 둔 미국과 영국, 프랑스, 벨기에 등에 항공편이 마련되면 알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현지시간 지난 11일, 주말리 미국 대사가 응답해왔습니다. 세네갈 한국 대사에게 전화해 '벨기에 군용기가 말리에 뜬다더라'고 귀띔해 준 겁니다.

이후 벨기에의 적극적인 협조로 한국인 11명이 모두 이 군용기에 탑승할 수 있게 됐습니다. 총 50명이 정원인 군용기에는 벨기에와 독일, 스페인,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미국인이 탑승했는데, 한국인이 가장 많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드리앙 떼아뜨르 주말리 벨기에 대사의 역할이 컸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전했습니다. 떼아뜨르 대사는 과거에 주한대사를 역임한 인연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여줬습니다.

한국인들이 탑승한 벨기에 군용기한국인들이 탑승한 벨기에 군용기

■ 3박 4일 동안 3개국 돌아 17,000km 이동

그리고 3일 뒤인 현지시간 13일, 이들은 드디어 말리 젠네를 떠났습니다. 현지에서 함께 일하던 말리 근로자들과 테러로부터 현장을 지켜주던 말리 군인들은 "또 만나자"며 배웅해줬습니다.

소도시 젠네에서 출발해 대부분이 비포장도로인 도로 580km를 달렸습니다. 그리고 7시간 만에 말리의 수도 바마코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바마코 공항은 모든 항공편이 끊겨 한가한 모습이었습니다. 군용기를 띄우는 벨기에 대사관에서 간이 부스를 만들어놓고 국적별로 탑승 수속을 진행했습니다.

벨기에와 독일, 스페인,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미국인 등이 바마코 공항을 채웠습니다. 특히 UN 평화유지군이 많았습니다. 군인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하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우리 기업인들은 마스크를 한 채, 연신 손소독제를 바르고,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방역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9시간 정도 공항에 대기하니 벨기에 군용기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군용기에서는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 5명이 내려서 탑승자들의 열을 검사하고, 확인서를 끊어줬습니다. 이 과정이 4시간 반이나 걸렸습니다. 다들 지쳐 공항 바닥에 앉아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임시 항공권과 건강 확인서를 확인받은 뒤 한국인들은 드디어 젠네를 떠난 지 하루 만인 현지시간 14일 오후 6시 30분 군용기에 탑승했습니다. 한국인들은 군용기에 탑승하자 그제야 불안감이 많이 가셨는지, "고생들 많이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한국 잘 가겠습니다."라며 서로를 격려했습니다.

텅 빈 벨기에 브뤼셀의 모습텅 빈 벨기에 브뤼셀의 모습

■ 벨기에 브뤼셀에서 1박…텅 비어있는 공항과 거리

벨기에 군용기는 5시간 30분을 날아 브뤼셀 공군기지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현지시간 4월 15일 새벽 2시 30분이었습니다. 공군기지 공항에는 벨기에 주재 한국 대사관의 영사가 직접 마중을 나왔습니다. 그리고 대사관에서 마련해준 버스를 타고 호텔로 이동했습니다. 벨기에도 외국인 입국이 금지된 상태이지만, 대사관의 설득으로 이들이 잠시 머무는 건 예외로 인정받았습니다.

브뤼셀의 호텔과 그 주변의 모습은 그야말로 적막했습니다. 거리는 텅 비어있었습니다. 코로나19로 통행 금지령이 내려졌기 때문입니다. 호텔에서 휴식을 취한 기업인들은 다시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했습니다. 브뤼셀 국제공항 역시 텅 빈 모습이었습니다. 한국인들은 현지시간 4월 15일 오후 4시 50분에 카타르 도하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했습니다. 한국으로 바로 가는 직항편이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카타르 도하에 현지시간 4월 16일 새벽 0시에 도착한 뒤 2시간 동안 환승을 했습니다. 그리고 새벽 2시에 출발해 9시간을 비행했습니다. 한국 인천국제공항에는 현지시간 4월 16일 오후 4시쯤 도착했습니다. 그렇게 군용기와 민간 항공기를 오가며 3개국을 거쳤던 3박 4일간의 탈출기가 마무리됐습니다. 이들은 다시 한 번 코로나 검사를 받은 뒤 2주 동안 격리 조치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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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용기 타고 3개국 돌아 귀국”…아프리카 고립 한국인 3박4일 탈출기
    • 입력 2020-04-17 16:23:07
    • 수정2020-04-17 17:11:01
    취재K
말리 젠네댐 건설 프로젝트를 위해 아프리카 말리의 소도시인 젠네에 갔다가, 코로나19로 발이 묶였던 한국 기업인 11명이 어제(16일) 극적으로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8개월 전, 해전산업은 현지 댐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외화를 벌기 위해 한국인이 거의 없는 서아프리카 말리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아프리카 대륙을 피해가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가 아프리카로 빠르게 번지고, 말리 정부가 국경을 봉쇄하자 이들은 순식간에 발이 묶여 버렸습니다. 열악한 의료 환경과 테러의 위협 속에 하루하루를 불안에 떨어야 했습니다.

[연관 기사] "방역 공백에 테러 위협까지"…아프리카 발 묶인 韓 기업인 어쩌나

KBS 보도가 나온 이후, 외교부와 주세네갈 한국대사관 등은 백방으로 이들이 귀국할 방법을 알아봤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 14일, 이들은 극적으로 말리를 떠날 수 있게 됐습니다. 3박 4일 동안 세 나라를 거쳐, 17,000km를 이동했습니다.

말리 기업인 귀국 경로말리 기업인 귀국 경로

■ 미국·벨기에의 도움으로 '벨기에 군용기' 탑승

아프리카 말리에는 대사관이 없습니다. 주세네갈대사관이 함께 관리합니다. 말리에 대사관이 있었다면 다른 말리 대사관의 철수 동향을 파악하고 우리 국민을 함께 태웠을 텐데, 그러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세네갈 대사관은 일단 말리에 공관을 둔 미국과 영국, 프랑스, 벨기에 등에 항공편이 마련되면 알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현지시간 지난 11일, 주말리 미국 대사가 응답해왔습니다. 세네갈 한국 대사에게 전화해 '벨기에 군용기가 말리에 뜬다더라'고 귀띔해 준 겁니다.

이후 벨기에의 적극적인 협조로 한국인 11명이 모두 이 군용기에 탑승할 수 있게 됐습니다. 총 50명이 정원인 군용기에는 벨기에와 독일, 스페인,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미국인이 탑승했는데, 한국인이 가장 많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드리앙 떼아뜨르 주말리 벨기에 대사의 역할이 컸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전했습니다. 떼아뜨르 대사는 과거에 주한대사를 역임한 인연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여줬습니다.

한국인들이 탑승한 벨기에 군용기한국인들이 탑승한 벨기에 군용기

■ 3박 4일 동안 3개국 돌아 17,000km 이동

그리고 3일 뒤인 현지시간 13일, 이들은 드디어 말리 젠네를 떠났습니다. 현지에서 함께 일하던 말리 근로자들과 테러로부터 현장을 지켜주던 말리 군인들은 "또 만나자"며 배웅해줬습니다.

소도시 젠네에서 출발해 대부분이 비포장도로인 도로 580km를 달렸습니다. 그리고 7시간 만에 말리의 수도 바마코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바마코 공항은 모든 항공편이 끊겨 한가한 모습이었습니다. 군용기를 띄우는 벨기에 대사관에서 간이 부스를 만들어놓고 국적별로 탑승 수속을 진행했습니다.

벨기에와 독일, 스페인,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미국인 등이 바마코 공항을 채웠습니다. 특히 UN 평화유지군이 많았습니다. 군인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하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우리 기업인들은 마스크를 한 채, 연신 손소독제를 바르고,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방역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9시간 정도 공항에 대기하니 벨기에 군용기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군용기에서는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 5명이 내려서 탑승자들의 열을 검사하고, 확인서를 끊어줬습니다. 이 과정이 4시간 반이나 걸렸습니다. 다들 지쳐 공항 바닥에 앉아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임시 항공권과 건강 확인서를 확인받은 뒤 한국인들은 드디어 젠네를 떠난 지 하루 만인 현지시간 14일 오후 6시 30분 군용기에 탑승했습니다. 한국인들은 군용기에 탑승하자 그제야 불안감이 많이 가셨는지, "고생들 많이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한국 잘 가겠습니다."라며 서로를 격려했습니다.

텅 빈 벨기에 브뤼셀의 모습텅 빈 벨기에 브뤼셀의 모습

■ 벨기에 브뤼셀에서 1박…텅 비어있는 공항과 거리

벨기에 군용기는 5시간 30분을 날아 브뤼셀 공군기지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현지시간 4월 15일 새벽 2시 30분이었습니다. 공군기지 공항에는 벨기에 주재 한국 대사관의 영사가 직접 마중을 나왔습니다. 그리고 대사관에서 마련해준 버스를 타고 호텔로 이동했습니다. 벨기에도 외국인 입국이 금지된 상태이지만, 대사관의 설득으로 이들이 잠시 머무는 건 예외로 인정받았습니다.

브뤼셀의 호텔과 그 주변의 모습은 그야말로 적막했습니다. 거리는 텅 비어있었습니다. 코로나19로 통행 금지령이 내려졌기 때문입니다. 호텔에서 휴식을 취한 기업인들은 다시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했습니다. 브뤼셀 국제공항 역시 텅 빈 모습이었습니다. 한국인들은 현지시간 4월 15일 오후 4시 50분에 카타르 도하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했습니다. 한국으로 바로 가는 직항편이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카타르 도하에 현지시간 4월 16일 새벽 0시에 도착한 뒤 2시간 동안 환승을 했습니다. 그리고 새벽 2시에 출발해 9시간을 비행했습니다. 한국 인천국제공항에는 현지시간 4월 16일 오후 4시쯤 도착했습니다. 그렇게 군용기와 민간 항공기를 오가며 3개국을 거쳤던 3박 4일간의 탈출기가 마무리됐습니다. 이들은 다시 한 번 코로나 검사를 받은 뒤 2주 동안 격리 조치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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