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만 남은 ‘이주노동자의 코리안드림’

입력 2020.04.17 (22:17) 수정 2020.04.17 (22:1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지난달 중순쯤 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양양의 한 다가구주택 화재 현장에서 불법체류하고 있는 이주노동자가 이웃을 구하려다 다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는데요.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 불길 속으로 뛰어든 이주노동자에게 도움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김보람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창문 밖으로 시뻘건 불길이 치솟고.

소방대원이 연신 물을 뿌리며 진화작업을 벌입니다.

지난달 23일 밤, 양양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불이나 50대 여성 1명이 숨지고 이웃 주민 2명이 다쳤습니다.

자칫 더 큰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지만, 이곳에 살고 있던 주민 4명이 긴급히 대피하면서 더 이상의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불길이 3층으로 번질 무렵, 누군가 일일이 문을 두드리며 불이 났다고 알린 덕분입니다.

[목격자/음성변조 : "2층 불난 집 문을 두드리셨고 문이 열리지 않으니깐 2층에 계시는 (다른)분들 문 두드려서 대피시키고..."]

문을 두드려도 반응이 없자 이 남성은 이웃을 구하려고 건물 밖 가스 배관을 타고 불이 난 원룸으로 진입을 시도하다 팔과 등에 2도 화상까지 입었습니다.

거센 불길 속으로 뛰어든 남성은 카자흐스탄 출신의 노동자, 28살 알리 씨였습니다.

[알리/카자흐스탄 이주노동자 : "사람들을 살리고 싶었어요. 그냥 아무것도 안 하면 거기서 연기 먹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 같아서..."]

지금까지 나온 치료비만 7백만 원, 사고 이후 일을 못 해 생활비도 없는 알리 씨를 대신해 이웃이 내줬습니다.

[장선옥/양양군 양양읍 : "저라면 할 수 없는 일이고 만약에 제 아이들이 그 광경 속에서 뛰어든다 그러면 저는 가라고 못하고 말렸을 거예요."]

하지만, 치료 과정에서 한국에 불법 체류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 이제 정든 곳을 떠나야 합니다. 

주변에서는 그의 몸이 회복될 때까지만이라도 한국에 머무를 방법은 없느냐며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보람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상처만 남은 ‘이주노동자의 코리안드림’
    • 입력 2020-04-17 22:17:48
    • 수정2020-04-17 22:19:55
    뉴스9(춘천)
[앵커] 지난달 중순쯤 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양양의 한 다가구주택 화재 현장에서 불법체류하고 있는 이주노동자가 이웃을 구하려다 다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는데요.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 불길 속으로 뛰어든 이주노동자에게 도움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김보람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창문 밖으로 시뻘건 불길이 치솟고. 소방대원이 연신 물을 뿌리며 진화작업을 벌입니다. 지난달 23일 밤, 양양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불이나 50대 여성 1명이 숨지고 이웃 주민 2명이 다쳤습니다. 자칫 더 큰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지만, 이곳에 살고 있던 주민 4명이 긴급히 대피하면서 더 이상의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불길이 3층으로 번질 무렵, 누군가 일일이 문을 두드리며 불이 났다고 알린 덕분입니다. [목격자/음성변조 : "2층 불난 집 문을 두드리셨고 문이 열리지 않으니깐 2층에 계시는 (다른)분들 문 두드려서 대피시키고..."] 문을 두드려도 반응이 없자 이 남성은 이웃을 구하려고 건물 밖 가스 배관을 타고 불이 난 원룸으로 진입을 시도하다 팔과 등에 2도 화상까지 입었습니다. 거센 불길 속으로 뛰어든 남성은 카자흐스탄 출신의 노동자, 28살 알리 씨였습니다. [알리/카자흐스탄 이주노동자 : "사람들을 살리고 싶었어요. 그냥 아무것도 안 하면 거기서 연기 먹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 같아서..."] 지금까지 나온 치료비만 7백만 원, 사고 이후 일을 못 해 생활비도 없는 알리 씨를 대신해 이웃이 내줬습니다. [장선옥/양양군 양양읍 : "저라면 할 수 없는 일이고 만약에 제 아이들이 그 광경 속에서 뛰어든다 그러면 저는 가라고 못하고 말렸을 거예요."] 하지만, 치료 과정에서 한국에 불법 체류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 이제 정든 곳을 떠나야 합니다.  주변에서는 그의 몸이 회복될 때까지만이라도 한국에 머무를 방법은 없느냐며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보람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춘천-주요뉴스

더보기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