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시동 건 남북 철도 연결 사업…‘새로운 도전의 공간’ 열릴까

입력 2020.04.21 (00:36) 수정 2020.04.21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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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와 대립에 쓰였던 수많은 비용과 노력은 공동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쓰일 것입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남의 눈치를 보며 주춤거려서는 어느 때 가서도 민족의 뜨거운 통일 열망을 실현할 수 없습니다." (김윤혁 북한 철도성 부상)

개성 판문역에 서울과 평양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세워졌던 2018년 12월 26일.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을 위해 양측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세밑 추위 속에서도 이들은 환한 얼굴로 남·북한 간 혈맥을 잇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석 달 뒤, 2019년 2월 북미 비핵화 협상이 결렬되면서 훈풍이 불던 남북 관계는 얼어붙었습니다. 각종 교류 사업이 일제히 중단됐고, 끊어진 철길을 잇겠다는 약속도 잊히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착공식이 열린 뒤 1년4개월 가까이 지난 어제(20일), 정부는 남북 철도 연결 사업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강릉에서 고성 제진까지, 동해 북부선의 남측 노선에 해당하는 110km 구간에 먼저 철길을 복원하겠다는 겁니다. 오는 27일에는 고성 제진역에서 남북 철도 연결 추진 기념식도 열기로 했습니다. 개별관광 등 남북 협력 사업에 대한 제안도 이 자리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정부의 발표는 4.27 판문점 선언 2주년을 일주일 앞두고 나왔습니다. 전 세계가 한반도에 주목했던 2018년 4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해 힘을 모으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때의 다짐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남북관계 진전 의지를 보여 북한의 호응을 유도하겠다는 게 정부의 취지입니다.


북한 문제 원로들도 지금이 적극적 대북 정책을 펼칠 적기라고 조언합니다. 2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특별 대담에서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코로나 19로 북한이 매우 어려워진 이때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함에 있어서 남북 간에 절호의 기회"라고 진단했습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역시 "점진적인, 낮은 수준의 접근으로는 (변화가) 될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관건은 결국 북한의 호응입니다. 지난달 남북 정상이 친서를 주고받긴 했지만,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는 석 달째 운영 중단 상태입니다. 코로나 19 여파로 북측이 국경을 닫아걸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또 북측까지 철길을 놓으려면 대북제재 면제를 위해 미국 등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어내야 하는데, 이 또한 쉽지 않습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여러 차례 한반도 신(新) 경제구상의 핵심으로 남북한 철도 연결을 언급했습니다. 강릉과 제진 사이 철길이 놓이고, 더 나아가 북측 철도와 연결되면 부산에서 열차를 타고 북한을 거쳐 유럽까지 갈 수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를 '새로운 도전의 공간'이라고 불렀습니다. 지난 1월 신년사에서도 "남북 간의 관광 재개와 북한의 관광 활성화에도 큰 뒷받침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철도 연결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남북 철도 연결 재추진 계획은 여당의 압승으로 끝난 4.15 총선 이후 정부가 내놓은 첫 번째 남북협력 방안입니다.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이 모두 180석을 확보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에도 강력한 힘이 실렸습니다. 끊어진 철길을 잇자며 북한에 재차 손을 내민 정부의 노력, 이번엔 어떤 결실을 가져올지 다시 한 번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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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21 00:36:00
    • 수정2020-04-21 07:07:59
    취재K
"적대와 대립에 쓰였던 수많은 비용과 노력은 공동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쓰일 것입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남의 눈치를 보며 주춤거려서는 어느 때 가서도 민족의 뜨거운 통일 열망을 실현할 수 없습니다." (김윤혁 북한 철도성 부상)

개성 판문역에 서울과 평양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세워졌던 2018년 12월 26일.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을 위해 양측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세밑 추위 속에서도 이들은 환한 얼굴로 남·북한 간 혈맥을 잇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석 달 뒤, 2019년 2월 북미 비핵화 협상이 결렬되면서 훈풍이 불던 남북 관계는 얼어붙었습니다. 각종 교류 사업이 일제히 중단됐고, 끊어진 철길을 잇겠다는 약속도 잊히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착공식이 열린 뒤 1년4개월 가까이 지난 어제(20일), 정부는 남북 철도 연결 사업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강릉에서 고성 제진까지, 동해 북부선의 남측 노선에 해당하는 110km 구간에 먼저 철길을 복원하겠다는 겁니다. 오는 27일에는 고성 제진역에서 남북 철도 연결 추진 기념식도 열기로 했습니다. 개별관광 등 남북 협력 사업에 대한 제안도 이 자리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정부의 발표는 4.27 판문점 선언 2주년을 일주일 앞두고 나왔습니다. 전 세계가 한반도에 주목했던 2018년 4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해 힘을 모으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때의 다짐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남북관계 진전 의지를 보여 북한의 호응을 유도하겠다는 게 정부의 취지입니다.


북한 문제 원로들도 지금이 적극적 대북 정책을 펼칠 적기라고 조언합니다. 2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특별 대담에서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코로나 19로 북한이 매우 어려워진 이때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함에 있어서 남북 간에 절호의 기회"라고 진단했습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역시 "점진적인, 낮은 수준의 접근으로는 (변화가) 될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관건은 결국 북한의 호응입니다. 지난달 남북 정상이 친서를 주고받긴 했지만,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는 석 달째 운영 중단 상태입니다. 코로나 19 여파로 북측이 국경을 닫아걸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또 북측까지 철길을 놓으려면 대북제재 면제를 위해 미국 등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어내야 하는데, 이 또한 쉽지 않습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여러 차례 한반도 신(新) 경제구상의 핵심으로 남북한 철도 연결을 언급했습니다. 강릉과 제진 사이 철길이 놓이고, 더 나아가 북측 철도와 연결되면 부산에서 열차를 타고 북한을 거쳐 유럽까지 갈 수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를 '새로운 도전의 공간'이라고 불렀습니다. 지난 1월 신년사에서도 "남북 간의 관광 재개와 북한의 관광 활성화에도 큰 뒷받침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철도 연결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남북 철도 연결 재추진 계획은 여당의 압승으로 끝난 4.15 총선 이후 정부가 내놓은 첫 번째 남북협력 방안입니다.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이 모두 180석을 확보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에도 강력한 힘이 실렸습니다. 끊어진 철길을 잇자며 북한에 재차 손을 내민 정부의 노력, 이번엔 어떤 결실을 가져올지 다시 한 번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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