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 원 내고 노조원 됐는데 “돈 또 요구”

입력 2020.04.22 (22:41) 수정 2020.04.22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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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건설 현장마다 일감 구하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노조에 들어오면 경쟁을 피할 수 있다고 해 가입비 수백만 원에, 버는 돈의 일부까지 떼주기로 하고 조합원이 됐는데, '또 돈을 내라'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오정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게차 운전사 진 모 씨가 노조 가입을 권유받은 건 지난해 10월.

일하던 공사장에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 사람들이 오면서 일감 경쟁이 붙은 건데, 조합원이 되면 경쟁에서 물러나겠다는 제안이었습니다.

가입비 2백만 원에, 매달 5만 원의 조합비, 여기에 버는 돈의 3%를 수수료를 떼가는 부담스러운 조건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가입해야 했습니다.

[진 모 씨/지게차 운전사/음성변조 : "일감을 뺏길까봐 그랬죠. 무서워서. 마지못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그 사람이(노조가) 원하는 조건에 맞춰서 조용하게…."]

하지만 진 씨는 석 달 만에 결국 일감을 빼앗겼다고 말합니다.

그사이 새로 온 노조 지회장이 기존 조합원들의 자격을 인정하지 않아 벌어진 일이라는데, 항의를 하자, 노조에 다시 가입을 해야한다며, 돈도 또 내라고 요구했다는 겁니다.

수수료는 5%로 올리기까지 했습니다.

[이 모 씨/지게차 운전사/음성변조 : "저는 기존 한국노총 회원인데 그걸 인정 안 해주겠다. 재가입을 하게 되면 2백만 원에 매출의 5%를 달라고 하는데, 그 돈을 내고 어떻게 저희가 (다시) 가입하겠습니까."]

노조 간부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한국노총 전국건설산업노조 전북지부 관계자/음성변조 : "(새 지회장을 따라) 새로운 세력이 들어왔을 거 아닙니까. 회의 결과에 의해서 이 사람들 배제시키자. 이 사람들 퇴출시키자."]

가입비로 받은 돈은 전 지회장을 통해 확인해야할 사안이라면서, 추가로 요구한 2백만 원은 가입비가 아닌 다른 성격의 돈이라는 황당한 입장을 내놨습니다.

[한국노총 전국건설산업노조 전북지부 관계자/음성변조 : "000(전 지회장)라는 사람이 개인 통장으로 (가입비를) 받았어요. 저희는 가입비라는 게 없어요. 우리는 상생자금이라는 게 또 있어요. 가입비라고 표현하시면 안 돼요. (2백만 원 성격이 어떻게 돼요?) 기부금이겠죠."]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 건설기계 총괄본부는 취재가 시작되자, 해당 지부에 조건 없이 기존 노조원들을 수용할 것을 통보했습니다.

KBS 뉴스 오정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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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백만 원 내고 노조원 됐는데 “돈 또 요구”
    • 입력 2020-04-22 22:41:21
    • 수정2020-04-22 22:41:44
    뉴스9(전주)
[앵커] 건설 현장마다 일감 구하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노조에 들어오면 경쟁을 피할 수 있다고 해 가입비 수백만 원에, 버는 돈의 일부까지 떼주기로 하고 조합원이 됐는데, '또 돈을 내라'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오정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게차 운전사 진 모 씨가 노조 가입을 권유받은 건 지난해 10월. 일하던 공사장에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 사람들이 오면서 일감 경쟁이 붙은 건데, 조합원이 되면 경쟁에서 물러나겠다는 제안이었습니다. 가입비 2백만 원에, 매달 5만 원의 조합비, 여기에 버는 돈의 3%를 수수료를 떼가는 부담스러운 조건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가입해야 했습니다. [진 모 씨/지게차 운전사/음성변조 : "일감을 뺏길까봐 그랬죠. 무서워서. 마지못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그 사람이(노조가) 원하는 조건에 맞춰서 조용하게…."] 하지만 진 씨는 석 달 만에 결국 일감을 빼앗겼다고 말합니다. 그사이 새로 온 노조 지회장이 기존 조합원들의 자격을 인정하지 않아 벌어진 일이라는데, 항의를 하자, 노조에 다시 가입을 해야한다며, 돈도 또 내라고 요구했다는 겁니다. 수수료는 5%로 올리기까지 했습니다. [이 모 씨/지게차 운전사/음성변조 : "저는 기존 한국노총 회원인데 그걸 인정 안 해주겠다. 재가입을 하게 되면 2백만 원에 매출의 5%를 달라고 하는데, 그 돈을 내고 어떻게 저희가 (다시) 가입하겠습니까."] 노조 간부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한국노총 전국건설산업노조 전북지부 관계자/음성변조 : "(새 지회장을 따라) 새로운 세력이 들어왔을 거 아닙니까. 회의 결과에 의해서 이 사람들 배제시키자. 이 사람들 퇴출시키자."] 가입비로 받은 돈은 전 지회장을 통해 확인해야할 사안이라면서, 추가로 요구한 2백만 원은 가입비가 아닌 다른 성격의 돈이라는 황당한 입장을 내놨습니다. [한국노총 전국건설산업노조 전북지부 관계자/음성변조 : "000(전 지회장)라는 사람이 개인 통장으로 (가입비를) 받았어요. 저희는 가입비라는 게 없어요. 우리는 상생자금이라는 게 또 있어요. 가입비라고 표현하시면 안 돼요. (2백만 원 성격이 어떻게 돼요?) 기부금이겠죠."]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 건설기계 총괄본부는 취재가 시작되자, 해당 지부에 조건 없이 기존 노조원들을 수용할 것을 통보했습니다. KBS 뉴스 오정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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