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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아이들은 여전히 정신과 치료”…겨우 심사자격 얻은 ‘공항노숙’ 루렌도 가족
입력 2020.04.23 (07:00) 수정 2020.04.23 (07:25) 취재후·사건후
"안녕하세요~"

한국어로 취재진을 맞은 루렌도 은쿠카 씨 가족은 표정이 이전보다 한층 밝아졌습니다. 287일의 '공항 노숙'을 벗어나 반지하 집이지만 그들만의 보금자리에서 지내면서 한숨을 돌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0월 인천 공항을 벗어난 뒤 무엇이 가장 좋은지 물었습니다. 루렌도 씨와 아내 바체테 보베테 씨는 '자녀' 이야기를 먼저 꺼냈습니다.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이고, 학교도 보낼 수 있는 일상을 살 수 있다는 거였습니다.

'공항 노숙' 당시 상황을 물어보니, 얼굴은 금방 어두워졌습니다. 이유는 역시 '자녀'였습니다. 아이들이 나쁜 환경에 노출됐다며 죄책감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아이들은 제대로 먹지 못해 아팠고, 수많은 사람에게 24시간 노출되다 보니 심리적으로 불안해졌다고 루렌도 씨 부인인 바체테 보베테 씨가 말합니다.

"제일 심각했던 건 (자녀들의) 소화문제와 심리적 불안정 문제였습니다. 여전히 병원에 가서 심리 상담을 받고 있어요 … 아이들이 '나 공부하고 싶어, 학교 가고 싶어'라고 말했어요. 가장 중요한 건 아이들이 학교 들어가는 걸 보는 것이었습니다."

반지하 집에서 생활하는 루렌도 은쿠카 씨 자녀. 루렌도 씨 부부는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아이들이 많이 안정을 찾았다고 말했다.반지하 집에서 생활하는 루렌도 은쿠카 씨 자녀. 루렌도 씨 부부는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아이들이 많이 안정을 찾았다고 말했다.

■ 인권위 "난민신청 아동의 인권 보호해야"…제도개선 요구

루렌도 씨 가족은 변호사의 도움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습니다. 인천국제공항 터미널 환승 구역 한쪽에서 지내면서 아이들의 기본 인권을 보장할 수 없다는 취지였습니다.

인권위는 난민 신청이 들어왔을 경우 특히 아동 인권을 가장 먼저 고려해,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법무부에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루렌도 씨 가족의 경우처럼, 송환이 미뤄졌을 때 입국을 검토하지 않는 건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 인권보장을 규정한 헌법과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공항 난민신청 사례 가운데 아동 인권에 대한 인권위의 발표는 처음입니다. 루렌도 씨의 인권위 진정을 도와준 김진 변호사는 이번 인권위 발표가 제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루렌도 은쿠카 가족이 인천국제공항에서 ‘공항 노숙’하던 모습.루렌도 은쿠카 가족이 인천국제공항에서 ‘공항 노숙’하던 모습.

■ 신청 전부터 심사 받는 '난민인정심사 회부' 절차

인권위 발표가 있었지만, 루렌도 씨 가족은 아직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난민인정심사를 '신청할 수 있는' 자격만 얻은 겁니다.

루렌도 씨 가족이 그동안 법무부와 다툰 것은 난민인정심사에 넘기는 '회부' 문제였습니다. 난민인정심사를 받고 싶다는 루렌도 씨 가족에 대해 법무부가 '난민 신청에 명백한 이유가 없다'면서 심사조차 받을 수 없다고 통보했기 때문입니다.

변호사 등 전문가들은 이 절차가 부당하다고 말합니다. 본격적인 난민인정심사 전 단계인 심사 회부에서 실질적으로 난민 여부를 판단하는 게 온당하냐는 지적입니다.

루렌도 씨 가족의 인권위 진정 대리인인 사단법인 '두루' 김진 변호사는 "난민인정심사 전 '회부 심사'에서 난민 사유까지 보면서 심사해 결정하는 경향이 있는데, 난민인정심사의 회부와 불회부를 심사하는 곳에서 실질적으로 난민인정심사를 하는 것은 유엔 난민협약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연관기사] "287일 ‘공항 노숙’ 루렌도 가족…“아동 인권 최우선 보장” (KBS 1TV '뉴스7' 2020.4.21)
<기사 링크 :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429590>

일부 사람들은 '공항으로 갑자기 들어와서 느닷없이 난민신청이냐?'라고 말하지만, 공항에서의 난민신청은 2013년 난민법 시행 이후 법으로 보장된 하나의 난민신청 방법입니다.

공항과 항구 등에서 가능한 '출입국항 난민신청제도'의 구체적 현황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법무부가 자료 공개에 소극적이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공항과 항구에서 '불회부' 결정으로 본국으로 강제송환되는지 파악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김어진 '난민과 손잡고' 대표는 그래서, 난민인정심사를 받게 된 루렌도 씨 가족이 운이 좋은 경우라고 말합니다. 그만큼 난민심사 이전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뜻입니다. 김 대표는 "청소년 난민에게 '부모님 모시고 오라'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난민인정심사 전 회부 심사 등이 국제적 기준에 맞지 않다"고 말합니다.

지난해 난민신청은 만 5천여 건, 그 중 심사가 끝난 건 약 9천여 건입니다. 이들 가운데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은 79명, 0.8%에 불과합니다.

이처럼 난민 심사 기준은 까다롭고 엄격합니다. 루렌도 씨 가족은 하루하루를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287일간의 공항 노숙을 거쳐, 아직 루렌도 씨 가족의 난민 심사 일정은 잡히지 않았습니다.
  • [취재후] “아이들은 여전히 정신과 치료”…겨우 심사자격 얻은 ‘공항노숙’ 루렌도 가족
    • 입력 2020-04-23 07:00:21
    • 수정2020-04-23 07:25:41
    취재후·사건후
"안녕하세요~"

한국어로 취재진을 맞은 루렌도 은쿠카 씨 가족은 표정이 이전보다 한층 밝아졌습니다. 287일의 '공항 노숙'을 벗어나 반지하 집이지만 그들만의 보금자리에서 지내면서 한숨을 돌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0월 인천 공항을 벗어난 뒤 무엇이 가장 좋은지 물었습니다. 루렌도 씨와 아내 바체테 보베테 씨는 '자녀' 이야기를 먼저 꺼냈습니다.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이고, 학교도 보낼 수 있는 일상을 살 수 있다는 거였습니다.

'공항 노숙' 당시 상황을 물어보니, 얼굴은 금방 어두워졌습니다. 이유는 역시 '자녀'였습니다. 아이들이 나쁜 환경에 노출됐다며 죄책감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아이들은 제대로 먹지 못해 아팠고, 수많은 사람에게 24시간 노출되다 보니 심리적으로 불안해졌다고 루렌도 씨 부인인 바체테 보베테 씨가 말합니다.

"제일 심각했던 건 (자녀들의) 소화문제와 심리적 불안정 문제였습니다. 여전히 병원에 가서 심리 상담을 받고 있어요 … 아이들이 '나 공부하고 싶어, 학교 가고 싶어'라고 말했어요. 가장 중요한 건 아이들이 학교 들어가는 걸 보는 것이었습니다."

반지하 집에서 생활하는 루렌도 은쿠카 씨 자녀. 루렌도 씨 부부는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아이들이 많이 안정을 찾았다고 말했다.반지하 집에서 생활하는 루렌도 은쿠카 씨 자녀. 루렌도 씨 부부는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아이들이 많이 안정을 찾았다고 말했다.

■ 인권위 "난민신청 아동의 인권 보호해야"…제도개선 요구

루렌도 씨 가족은 변호사의 도움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습니다. 인천국제공항 터미널 환승 구역 한쪽에서 지내면서 아이들의 기본 인권을 보장할 수 없다는 취지였습니다.

인권위는 난민 신청이 들어왔을 경우 특히 아동 인권을 가장 먼저 고려해,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법무부에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루렌도 씨 가족의 경우처럼, 송환이 미뤄졌을 때 입국을 검토하지 않는 건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 인권보장을 규정한 헌법과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공항 난민신청 사례 가운데 아동 인권에 대한 인권위의 발표는 처음입니다. 루렌도 씨의 인권위 진정을 도와준 김진 변호사는 이번 인권위 발표가 제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루렌도 은쿠카 가족이 인천국제공항에서 ‘공항 노숙’하던 모습.루렌도 은쿠카 가족이 인천국제공항에서 ‘공항 노숙’하던 모습.

■ 신청 전부터 심사 받는 '난민인정심사 회부' 절차

인권위 발표가 있었지만, 루렌도 씨 가족은 아직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난민인정심사를 '신청할 수 있는' 자격만 얻은 겁니다.

루렌도 씨 가족이 그동안 법무부와 다툰 것은 난민인정심사에 넘기는 '회부' 문제였습니다. 난민인정심사를 받고 싶다는 루렌도 씨 가족에 대해 법무부가 '난민 신청에 명백한 이유가 없다'면서 심사조차 받을 수 없다고 통보했기 때문입니다.

변호사 등 전문가들은 이 절차가 부당하다고 말합니다. 본격적인 난민인정심사 전 단계인 심사 회부에서 실질적으로 난민 여부를 판단하는 게 온당하냐는 지적입니다.

루렌도 씨 가족의 인권위 진정 대리인인 사단법인 '두루' 김진 변호사는 "난민인정심사 전 '회부 심사'에서 난민 사유까지 보면서 심사해 결정하는 경향이 있는데, 난민인정심사의 회부와 불회부를 심사하는 곳에서 실질적으로 난민인정심사를 하는 것은 유엔 난민협약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연관기사] "287일 ‘공항 노숙’ 루렌도 가족…“아동 인권 최우선 보장” (KBS 1TV '뉴스7' 2020.4.21)
<기사 링크 :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429590>

일부 사람들은 '공항으로 갑자기 들어와서 느닷없이 난민신청이냐?'라고 말하지만, 공항에서의 난민신청은 2013년 난민법 시행 이후 법으로 보장된 하나의 난민신청 방법입니다.

공항과 항구 등에서 가능한 '출입국항 난민신청제도'의 구체적 현황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법무부가 자료 공개에 소극적이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공항과 항구에서 '불회부' 결정으로 본국으로 강제송환되는지 파악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김어진 '난민과 손잡고' 대표는 그래서, 난민인정심사를 받게 된 루렌도 씨 가족이 운이 좋은 경우라고 말합니다. 그만큼 난민심사 이전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뜻입니다. 김 대표는 "청소년 난민에게 '부모님 모시고 오라'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난민인정심사 전 회부 심사 등이 국제적 기준에 맞지 않다"고 말합니다.

지난해 난민신청은 만 5천여 건, 그 중 심사가 끝난 건 약 9천여 건입니다. 이들 가운데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은 79명, 0.8%에 불과합니다.

이처럼 난민 심사 기준은 까다롭고 엄격합니다. 루렌도 씨 가족은 하루하루를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287일간의 공항 노숙을 거쳐, 아직 루렌도 씨 가족의 난민 심사 일정은 잡히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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