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정이 먼저냐, 국격이 먼저냐”…ODA 예산 삭감 공방

입력 2020.04.23 (18:33) 수정 2020.04.24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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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9조 7천억 원에 달하는 재난지원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국방과 사회간접자본(SOC), 공적개발원조(ODA) 분야 올해 예산을 대폭 삭감하기로 했습니다. 빚을 지지 않고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가운데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은 2,677억 원 줄였습니다. 공적개발원조(ODA)는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위해 증여하거나 빌려주는 국제 협력 사업 예산입니다.


■ '연평균 ODA 증가율' OECD 1위였는데…

1945년부터 1999년까지 한국은 128억 달러의 ODA 지원을 받던 수혜국이였습니다. 그러다 급격한 경제 성장으로 몸집을 불려 OECD에까지 가입하며 공여국이 됐지만, 한국의 ODA 규모는 2009년도까지 경제규모에 비해 미약하단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정부는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경제 규모에 걸맞는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ODA 예산을 늘려왔습니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의 연평균 ODA 증가율은 OECD 29개 회원국 중 최고인 11.9%였습니다. 이렇게 늘렸어도 OECD 회원국 29개국 중 15번째 규모였습니다.


■ "국내 재난 지원이 우선…불필요한 부분 삭감한 것"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재난 상황에 국내 지원이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에 ODA 예산 삭감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또 ODA 예산 중에서도 불필요한 항목을 우선 삭감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로 각 국가가 국경을 걸어 잠그면서, 우리 ODA 사업 수행 인력이 일시 귀국했는데, 이로 인해 올해 집행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는 KOICA 출연금 예산 일부를 감액하는 식이라는 겁니다.

구체적으로 KOICA의 나라별 협력 사업 예산 141억 원과 해외봉사단 운영 비용 360억 원, 초청연수사업 111억 원 등 총 612억 원입니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차관도 줄이기로 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개도국을 대상으로 한 차관 집행이 어렵다고 본 겁니다.


■ 외교부 "가급적 줄이지 않으려 했지만……"

외교부는 가급적 ODA 예산을 줄이지 않고 높은 증가율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 20일 기자들을 만나 "K-방역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국격이나 위상 제고가 결과로 따라오는 것"이라면서 "국내 사정이 어려울 때 ODA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정부가 이럴 때일수록 어려운 나라를 도와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지난 3일에도 "외교부는 ODA 예산은 형편이 어렵더라도 가급적 유지했으면 하는 입장"이라면서 "이런 설명을 부처 간에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해외원조 예산은 후순위로 돌릴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가능한데, 조금 방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만 코로나19가 통제된다고 해서 안전하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지구촌의 상호 의존을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리나라가 후진국과 개발도상국에 대한 유·무상 원조를 꾸준히 큰 폭으로 올려옴으로써, 국제사회에서의 위상과 국격 제고 효과가 컸다는 점을 무시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 "진단키트 지원 등 K-방역 등은 차질 없이 진행"

이미 우리 정부는 지난 8일 세계보건기구(WHO)에 300만 달러, 우리 돈 36억 원을 기여했습니다.

또 우리나라에 인도적 지원을 요청한 수십 개의 국가를 상대로 인도적 지원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정부는 코로나19와 관련해서는 국가별 피해 규모와 보건 취약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진단키트 등의 인도적 지원은 계속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먼저 아시아 5개 국가와 중남미 3개 국가, 아프리카 중동 지역 6개 국가 등 14개국에 총 600만 달러, 우리 돈 72억 원 규모의 방역 물품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이란에도 200만 달러 상당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진단키트와 분무형 소독기 500대를 보냈습니다.

또 그동안 소규모 ODA를 지원하는 4개 국가에는 그 예산을 방역물품으로 돌려서 백만 달러를 지원합니다.

외교부는 필요할 경우 추가적인 재원 확보를 통해,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K-방역 경험 공유 요청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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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사정이 먼저냐, 국격이 먼저냐”…ODA 예산 삭감 공방
    • 입력 2020-04-23 18:33:21
    • 수정2020-04-24 15:47:58
    취재K
정부는 9조 7천억 원에 달하는 재난지원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국방과 사회간접자본(SOC), 공적개발원조(ODA) 분야 올해 예산을 대폭 삭감하기로 했습니다. 빚을 지지 않고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가운데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은 2,677억 원 줄였습니다. 공적개발원조(ODA)는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위해 증여하거나 빌려주는 국제 협력 사업 예산입니다.


■ '연평균 ODA 증가율' OECD 1위였는데…

1945년부터 1999년까지 한국은 128억 달러의 ODA 지원을 받던 수혜국이였습니다. 그러다 급격한 경제 성장으로 몸집을 불려 OECD에까지 가입하며 공여국이 됐지만, 한국의 ODA 규모는 2009년도까지 경제규모에 비해 미약하단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정부는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경제 규모에 걸맞는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ODA 예산을 늘려왔습니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의 연평균 ODA 증가율은 OECD 29개 회원국 중 최고인 11.9%였습니다. 이렇게 늘렸어도 OECD 회원국 29개국 중 15번째 규모였습니다.


■ "국내 재난 지원이 우선…불필요한 부분 삭감한 것"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재난 상황에 국내 지원이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에 ODA 예산 삭감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또 ODA 예산 중에서도 불필요한 항목을 우선 삭감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로 각 국가가 국경을 걸어 잠그면서, 우리 ODA 사업 수행 인력이 일시 귀국했는데, 이로 인해 올해 집행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는 KOICA 출연금 예산 일부를 감액하는 식이라는 겁니다.

구체적으로 KOICA의 나라별 협력 사업 예산 141억 원과 해외봉사단 운영 비용 360억 원, 초청연수사업 111억 원 등 총 612억 원입니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차관도 줄이기로 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개도국을 대상으로 한 차관 집행이 어렵다고 본 겁니다.


■ 외교부 "가급적 줄이지 않으려 했지만……"

외교부는 가급적 ODA 예산을 줄이지 않고 높은 증가율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 20일 기자들을 만나 "K-방역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국격이나 위상 제고가 결과로 따라오는 것"이라면서 "국내 사정이 어려울 때 ODA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정부가 이럴 때일수록 어려운 나라를 도와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지난 3일에도 "외교부는 ODA 예산은 형편이 어렵더라도 가급적 유지했으면 하는 입장"이라면서 "이런 설명을 부처 간에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해외원조 예산은 후순위로 돌릴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가능한데, 조금 방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만 코로나19가 통제된다고 해서 안전하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지구촌의 상호 의존을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리나라가 후진국과 개발도상국에 대한 유·무상 원조를 꾸준히 큰 폭으로 올려옴으로써, 국제사회에서의 위상과 국격 제고 효과가 컸다는 점을 무시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 "진단키트 지원 등 K-방역 등은 차질 없이 진행"

이미 우리 정부는 지난 8일 세계보건기구(WHO)에 300만 달러, 우리 돈 36억 원을 기여했습니다.

또 우리나라에 인도적 지원을 요청한 수십 개의 국가를 상대로 인도적 지원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정부는 코로나19와 관련해서는 국가별 피해 규모와 보건 취약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진단키트 등의 인도적 지원은 계속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먼저 아시아 5개 국가와 중남미 3개 국가, 아프리카 중동 지역 6개 국가 등 14개국에 총 600만 달러, 우리 돈 72억 원 규모의 방역 물품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이란에도 200만 달러 상당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진단키트와 분무형 소독기 500대를 보냈습니다.

또 그동안 소규모 ODA를 지원하는 4개 국가에는 그 예산을 방역물품으로 돌려서 백만 달러를 지원합니다.

외교부는 필요할 경우 추가적인 재원 확보를 통해,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K-방역 경험 공유 요청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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