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지역 제품 납품, 시작부터 엉터리

입력 2020.04.23 (22:21) 수정 2020.04.23 (22:2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화천군의 마을방송장비 보급 사업의 문제점을 짚어보는 연속보도입니다.

화천의 한 지역 업체는 수의계약을 통해 사업권을 따낸 뒤, 외지의 다른 업체가 만든 제품을 군청에 납품했는데요.

KBS의 취재결과, 허위 생산물을 납품한 업체는 애당초 사업 참여 자격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박성은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2018년 시행된 화천군의 마을 무선방송장치 보급사업.

전라도에서 만든 제품을 지역에서 생산된 것처럼 속여 납품이 이뤄졌습니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습니다.

마을방송장비 설계의 기준이 되는 시방서입니다.

정상적인 서류에는 선정자격조건이 '동보장치' 제조 업체로 됐습니다.

동보장치는 재난경보 같은 메시지를 동시다발적으로 보내는 장치로, 이런 장치의 제조 자격을 갖춘 업체만 사업 수주 자격이 있는 겁니다.

하지만 문제가 된 시방서에는 자격이 '구내방송장치' 제조 업체로 바뀌었습니다.

무자격 업체가 사업을 따낼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겁니다.

이 시방서 초안을 만든 건 바로 화천에 있는 무자격 업체였습니다.

이후, 무선망 설계회사의 검토를 거쳐 이 시방서가 화천군으로 넘어갔습니다.

애초 잘못된 시방서였는데, 어디에서도 걸러지지 않았습니다.

이 초안을 만든 무자격 업체는 잘못된 건 맞지만, 말 그대로 초안일 뿐이었다고 주장합니다.

[허위 납품 업체 대표/음성변조 : "초안을 잡아드릴 때 저희 쪽으로 유리하게 해서 넘겨 줬는데, 또 그쪽(설계업체)에서도 또 그렇게 넘겼고. 그래서 공모하는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요."]

설계업체는 설계담당자 개인의 문제일 뿐이라며 발을 뺐습니다.

당시 군청 담당 공무원은 단순 실수였을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허위 납품 사업 담당 공무원 : "감사 부서나 계약 부서 있으니까 '그쪽으로 다 통해서 내려오면 뭐 다 되겠지' 해서 우리는 이제 그렇게 준건데."]

결국, 이런 잘못된 시방서에 근거해 화천의 마을방송사업은 지역의 농공단지에 입주해 있던 무자격 업체에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이 업체는 사업은 따냈는데, 무선방송장비를 만들 자격도, 능력도 없다 보니, 외지에서 물건을 사들여 자신들이 직접 제조한 것처럼 속여 납품했습니다.

KBS 뉴스 박성은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가짜 지역 제품 납품, 시작부터 엉터리
    • 입력 2020-04-23 22:21:58
    • 수정2020-04-23 22:22:00
    뉴스9(춘천)
[앵커] 화천군의 마을방송장비 보급 사업의 문제점을 짚어보는 연속보도입니다. 화천의 한 지역 업체는 수의계약을 통해 사업권을 따낸 뒤, 외지의 다른 업체가 만든 제품을 군청에 납품했는데요. KBS의 취재결과, 허위 생산물을 납품한 업체는 애당초 사업 참여 자격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박성은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2018년 시행된 화천군의 마을 무선방송장치 보급사업. 전라도에서 만든 제품을 지역에서 생산된 것처럼 속여 납품이 이뤄졌습니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습니다. 마을방송장비 설계의 기준이 되는 시방서입니다. 정상적인 서류에는 선정자격조건이 '동보장치' 제조 업체로 됐습니다. 동보장치는 재난경보 같은 메시지를 동시다발적으로 보내는 장치로, 이런 장치의 제조 자격을 갖춘 업체만 사업 수주 자격이 있는 겁니다. 하지만 문제가 된 시방서에는 자격이 '구내방송장치' 제조 업체로 바뀌었습니다. 무자격 업체가 사업을 따낼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겁니다. 이 시방서 초안을 만든 건 바로 화천에 있는 무자격 업체였습니다. 이후, 무선망 설계회사의 검토를 거쳐 이 시방서가 화천군으로 넘어갔습니다. 애초 잘못된 시방서였는데, 어디에서도 걸러지지 않았습니다. 이 초안을 만든 무자격 업체는 잘못된 건 맞지만, 말 그대로 초안일 뿐이었다고 주장합니다. [허위 납품 업체 대표/음성변조 : "초안을 잡아드릴 때 저희 쪽으로 유리하게 해서 넘겨 줬는데, 또 그쪽(설계업체)에서도 또 그렇게 넘겼고. 그래서 공모하는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요."] 설계업체는 설계담당자 개인의 문제일 뿐이라며 발을 뺐습니다. 당시 군청 담당 공무원은 단순 실수였을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허위 납품 사업 담당 공무원 : "감사 부서나 계약 부서 있으니까 '그쪽으로 다 통해서 내려오면 뭐 다 되겠지' 해서 우리는 이제 그렇게 준건데."] 결국, 이런 잘못된 시방서에 근거해 화천의 마을방송사업은 지역의 농공단지에 입주해 있던 무자격 업체에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이 업체는 사업은 따냈는데, 무선방송장비를 만들 자격도, 능력도 없다 보니, 외지에서 물건을 사들여 자신들이 직접 제조한 것처럼 속여 납품했습니다. KBS 뉴스 박성은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춘천-주요뉴스

더보기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