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기로에 선 스웨덴식 집단면역…‘혜안’인가 ‘도박’인가

입력 2020.04.24 (06:09) 수정 2020.04.24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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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유럽 국가들이 코로나19 확산 방지책으로 국민의 이동을 막는 '봉쇄령'을 선택한 가운데 홀로 정반대의 대책을 마련한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스웨덴입니다.

스웨덴은 많은 나라가 시행 중인 '사회적 거리 두기'대신 '집단면역' 방역 전략을 택했습니다. 인구의 60% 이상을 코로나19에 천천히 감염시켜 국가적인 면역체계를 갖추겠다는 발상입니다.

이에 따라 스웨덴은 여전히 학교·상점 등의 문을 닫지 않은 상태입니다. 또 재택근무와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자가격리 등을 빼면 시민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스웨덴 ‘집단면역’ 전략 설계한 앤더스 테그넬스웨덴 ‘집단면역’ 전략 설계한 앤더스 테그넬

■ 스웨덴 당국자 "집단면역 성공적"

스웨덴의 집단면역 전략을 설계한 것은 스웨덴 공중보건국의 역학 전문가인 앤더스 테그넬(Anders Tegnell)입니다. 테그넬은 해당 전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테그넬은 스웨덴 언론 TT와의 인터뷰에서 스웨덴의 코로나19 수치가 안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현지시간 19일 보도했습니다. 테그넬은 "우리는 일종의 정점에 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현지시간 22일 미국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스톡홀름 인구의 20%가 바이러스 면역을 얻었고, 몇 주 뒤에는 집단면역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집단면역 전략을 향한 비판에도 반박했습니다. 테그넬은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너무 안이한 대책이라는 비판에 대해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환자가 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유럽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다"라며 맞섰습니다.

스웨덴 내 코로나19 치료 병원스웨덴 내 코로나19 치료 병원

■ 코로나19에도 의료붕괴 없는 스웨덴

실제로 스웨덴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9일 726명을 기록한 뒤 23일 현재까지 해당 수치 아래의 숫자만 기록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도인 스톡홀름의 감염 곡선은 점차 완만해지고 있습니다.

다른 코로나19 피해국들과는 달리 스웨덴은 의료 붕괴를 마주하지 않았다는 점도 집단면역 전략을 정당화합니다.

알자지라는 스웨덴의 집중치료실에는 아직 빈 병상이 있다고 23일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병원이 대처할 수 있을 정도로 코로나19의 발생을 늦추는 게 스웨덴의 전략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에도 봉쇄령 없는 스웨덴코로나19 확산에도 봉쇄령 없는 스웨덴

■ 사망자 다시 폭증..북유럽 내 최고 사망률

하지만 사망자 수를 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지난 15일 코로나19로 170명이 숨진 뒤 감소세를 보이는 듯했던 스웨덴의 코로나19 신규 사망자 수는 최근 다시 폭증했습니다.

21일엔 역대 최대인 185명의 사망자가 나왔습니다. 그다음 날인 22일에도 172명이 숨졌습니다.

스웨덴 당국은 주말 동안 집계되지 않았던 사망자가 한꺼번에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로써 스웨덴의 누적 사망자 수는 23일 현재 1,937명을 기록했습니다.

인구 100만 명당 192명이 숨진 셈입니다. 인구 100만 명당 400명 이상이 사망한 스페인과 이탈리아보다는 낫지만 바로 옆 노르웨이(100만 명당 34명), 핀란드(100만 명당 27명)보다는 훨씬 큰 수치입니다.

코로나19 확산에도 봉쇄령 없는 스웨덴코로나19 확산에도 봉쇄령 없는 스웨덴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사각지대 방치

특히 비판을 받은 점은 노인들이 방역 사각지대에 방치됐다는 겁니다.

포린폴리시는 4월 초 스톡홀름 내 노인 요양원 중 3분의 1에서 코로나19가 발병했다고 21일 보도했습니다. 또 지난 16일 스웨덴 보건국은 코로나19 사망자의 3분의 1이 요양원에서 발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테그넬은 "불행히도 노인 요양원에 바이러스가 유입돼 사망률이 높다.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라고 CNBC에 설명했습니다.

노년층의 생명을 담보로 집단면역 전략을 펼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옵니다. 집단 면역을 확보하려면 일단 시민들이 코로나19에 감염돼야 하는데 질병에 취약한 노인들이 희생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코로나19 확산에도 봉쇄령 없는 스웨덴코로나19 확산에도 봉쇄령 없는 스웨덴

■ 성공이냐 실패냐? 아직 오리무중

스웨덴이 집단면역 전략으로 코로나19를 종식할 수 있을지는 아직 논쟁이 거셉니다.

테그넬은 해당 전략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습니다. 전략에 만족하냐는 네이처의 질문에 그는 "그렇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노년층에게 코로나19가 극히 위험하다는 것을 안다"면서 "하지만 이 전염병엔 그것보다 훨씬 위험한 시나리오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스웨덴이 집단면역 전략에 힘입어 최악의 상황에는 내몰리지 않았으며, 코로나19 확산세도 곧 꺾일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이 같은 자신감과는 별개로 해당 전략에 대한 의구심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코로나19의 항체 양성률이 3%가 안 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집단 면역을 논하기에는 항체를 가진 사람의 수가 크게 적다는 뜻입니다.

사실이라면 집단면역 형성 가능성도 크게 낮아지는 셈입니다.

스웨덴의 집단면역 실험, 시대를 앞서간 혜안이었는지 무모한 도박이었는지 판단을 하기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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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24 06:09:54
    • 수정2020-04-24 09:4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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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유럽 국가들이 코로나19 확산 방지책으로 국민의 이동을 막는 '봉쇄령'을 선택한 가운데 홀로 정반대의 대책을 마련한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스웨덴입니다.

스웨덴은 많은 나라가 시행 중인 '사회적 거리 두기'대신 '집단면역' 방역 전략을 택했습니다. 인구의 60% 이상을 코로나19에 천천히 감염시켜 국가적인 면역체계를 갖추겠다는 발상입니다.

이에 따라 스웨덴은 여전히 학교·상점 등의 문을 닫지 않은 상태입니다. 또 재택근무와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자가격리 등을 빼면 시민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스웨덴 ‘집단면역’ 전략 설계한 앤더스 테그넬
■ 스웨덴 당국자 "집단면역 성공적"

스웨덴의 집단면역 전략을 설계한 것은 스웨덴 공중보건국의 역학 전문가인 앤더스 테그넬(Anders Tegnell)입니다. 테그넬은 해당 전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테그넬은 스웨덴 언론 TT와의 인터뷰에서 스웨덴의 코로나19 수치가 안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현지시간 19일 보도했습니다. 테그넬은 "우리는 일종의 정점에 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현지시간 22일 미국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스톡홀름 인구의 20%가 바이러스 면역을 얻었고, 몇 주 뒤에는 집단면역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집단면역 전략을 향한 비판에도 반박했습니다. 테그넬은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너무 안이한 대책이라는 비판에 대해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환자가 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유럽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다"라며 맞섰습니다.

스웨덴 내 코로나19 치료 병원
■ 코로나19에도 의료붕괴 없는 스웨덴

실제로 스웨덴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9일 726명을 기록한 뒤 23일 현재까지 해당 수치 아래의 숫자만 기록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도인 스톡홀름의 감염 곡선은 점차 완만해지고 있습니다.

다른 코로나19 피해국들과는 달리 스웨덴은 의료 붕괴를 마주하지 않았다는 점도 집단면역 전략을 정당화합니다.

알자지라는 스웨덴의 집중치료실에는 아직 빈 병상이 있다고 23일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병원이 대처할 수 있을 정도로 코로나19의 발생을 늦추는 게 스웨덴의 전략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에도 봉쇄령 없는 스웨덴
■ 사망자 다시 폭증..북유럽 내 최고 사망률

하지만 사망자 수를 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지난 15일 코로나19로 170명이 숨진 뒤 감소세를 보이는 듯했던 스웨덴의 코로나19 신규 사망자 수는 최근 다시 폭증했습니다.

21일엔 역대 최대인 185명의 사망자가 나왔습니다. 그다음 날인 22일에도 172명이 숨졌습니다.

스웨덴 당국은 주말 동안 집계되지 않았던 사망자가 한꺼번에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로써 스웨덴의 누적 사망자 수는 23일 현재 1,937명을 기록했습니다.

인구 100만 명당 192명이 숨진 셈입니다. 인구 100만 명당 400명 이상이 사망한 스페인과 이탈리아보다는 낫지만 바로 옆 노르웨이(100만 명당 34명), 핀란드(100만 명당 27명)보다는 훨씬 큰 수치입니다.

코로나19 확산에도 봉쇄령 없는 스웨덴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사각지대 방치

특히 비판을 받은 점은 노인들이 방역 사각지대에 방치됐다는 겁니다.

포린폴리시는 4월 초 스톡홀름 내 노인 요양원 중 3분의 1에서 코로나19가 발병했다고 21일 보도했습니다. 또 지난 16일 스웨덴 보건국은 코로나19 사망자의 3분의 1이 요양원에서 발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테그넬은 "불행히도 노인 요양원에 바이러스가 유입돼 사망률이 높다.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라고 CNBC에 설명했습니다.

노년층의 생명을 담보로 집단면역 전략을 펼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옵니다. 집단 면역을 확보하려면 일단 시민들이 코로나19에 감염돼야 하는데 질병에 취약한 노인들이 희생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코로나19 확산에도 봉쇄령 없는 스웨덴
■ 성공이냐 실패냐? 아직 오리무중

스웨덴이 집단면역 전략으로 코로나19를 종식할 수 있을지는 아직 논쟁이 거셉니다.

테그넬은 해당 전략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습니다. 전략에 만족하냐는 네이처의 질문에 그는 "그렇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노년층에게 코로나19가 극히 위험하다는 것을 안다"면서 "하지만 이 전염병엔 그것보다 훨씬 위험한 시나리오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스웨덴이 집단면역 전략에 힘입어 최악의 상황에는 내몰리지 않았으며, 코로나19 확산세도 곧 꺾일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이 같은 자신감과는 별개로 해당 전략에 대한 의구심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코로나19의 항체 양성률이 3%가 안 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집단 면역을 논하기에는 항체를 가진 사람의 수가 크게 적다는 뜻입니다.

사실이라면 집단면역 형성 가능성도 크게 낮아지는 셈입니다.

스웨덴의 집단면역 실험, 시대를 앞서간 혜안이었는지 무모한 도박이었는지 판단을 하기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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