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한 달 1,500km, 하루 1,000개…3명 죽인 ‘살인 노동’

입력 2020.04.2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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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은 이렇게 죽었어요, 내 아들은 !"

"이게 벌써 몇 번째입니까? 하나도 빼지 말고 방송해줘요. 내 아들은 이렇게 죽었어요. 내 아들은!" (故 성우준 씨 어머니)

지난해 8월, 장례식장에서 만난 故 성우준(44세·가명)씨 어머니는 울먹였다.

전직 운동 강사로 일했을 만큼 건강한 아들이었다. 그런 아들이 어느 날 갑자기 주검이 돼 돌아왔다. 사망 원인은 급성 심장사. 두 주먹을 꼭 쥔 채 죽어간 아들의 마지막 모습은 처참했다.

아들의 우체국에선 이미 두 명의 또 다른 집배원이 사망했었다. '내 아들은 왜 죽어야 했는가?' 부모는 아들의 죽음을 이해할 수 없었고, KBS 취재진은 팔순 노부모와 함께 성 씨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풀 단서들을 찾아 나섰다.

하루 평균 배달량 1000개...반복된 집배원의 죽음

성 씨는 경기도 가평우체국 소속 계약직 집배원이었다. 고향을 떠나 2년 1개월을 일했다. 숨지기 넉 달 전 새로 배정받은 배달구역은 가평읍 전체 면적의 20% 정도였다. 월평균 배달 거리는 1,500여 킬로미터. 오토바이로 서울과 부산을 두 번 왕복하는 거리였다. 성 씨는 이 거리를 오가며 매일 천 개 가까운 우편물을 배달했다.

이동 거리와 많은 배달량에 쫓긴 성 씨는 끼니를 챙기기도 어려웠다. 지난해 1월부터 숨진 8월까지 꼬박 133일을 일 한 성 씨의 카드 사용 내역을 보니 점심을 먹었던 날은 40일에 불과했다. 아들의 점심 기록을 보며 노부모는 오열했다.

우체국이 숨긴 노동은 무엇인가?

성 씨의 '숨은 노동'도 확인됐다. 우체국이 유족에게 공개한 성 씨의 사망 전 3개월 근무 시간은 578시간. 하지만 KBS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성 씨의 노동 시간은 달랐다. 새벽 일찍 출근한 아들은 우체국이 공개한 자료보다 수십 시간 더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체국 측은 성 씨가 주말에 출근한 적이 없었다고 밝혔지만 거짓말이었다. 취재진은 CCTV 영상 복원을 통해 사망 전 7주 동안 주말에 출근하는 성 씨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7개월 간의 '살인 노동'...누가 아들을 죽음으로 몰았나?

"반론하실 게 없으시대요. 그냥 그 건에 대해서 별로 관여하고 싶지 않다고" (가평우체국 관계자)

우체국은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을 거부했다. 노부모가 손에 쥔 성 씨의 마지막 월급명세서에는 연장근무 수당까지 포함해도 2백만 원이 채 되지 않는 월급이 찍혀 있었다.

"애를 마흔 살 넘어까지 내 품에서 키우다 나가서 이런 일을 당했는데, 어떤 부모가 그것을 그냥 '아 죽었나 보다.' 이렇게 생각하고 말 부모가 어디 있겠어요. 무슨 이유인 줄은 알아야 될 거 아니에요." (故 성우준 씨 아버지)

KBS 탐사보도부는 4월 25일 토요일 밤 8시 5분, KBS 1TV <시사기획 창> '누가 아들을 죽음으로 몰았나' 편을 통해 집배원들의 반복된 죽음과 '살인 노동'의 실태, 그리고 이를 감추려는 우체국의 시도를 폭로한다.

'시사기획 창' 공식 홈페이지 https://bit.ly/39AXCbF
'시사기획 창'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changkbs
WAVVE·유튜브 '시사기획 창'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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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K] 한 달 1,500km, 하루 1,000개…3명 죽인 ‘살인 노동’
    • 입력 2020-04-25 09:01:31
    탐사K
"내 아들은 이렇게 죽었어요, 내 아들은 !"

"이게 벌써 몇 번째입니까? 하나도 빼지 말고 방송해줘요. 내 아들은 이렇게 죽었어요. 내 아들은!" (故 성우준 씨 어머니)

지난해 8월, 장례식장에서 만난 故 성우준(44세·가명)씨 어머니는 울먹였다.

전직 운동 강사로 일했을 만큼 건강한 아들이었다. 그런 아들이 어느 날 갑자기 주검이 돼 돌아왔다. 사망 원인은 급성 심장사. 두 주먹을 꼭 쥔 채 죽어간 아들의 마지막 모습은 처참했다.

아들의 우체국에선 이미 두 명의 또 다른 집배원이 사망했었다. '내 아들은 왜 죽어야 했는가?' 부모는 아들의 죽음을 이해할 수 없었고, KBS 취재진은 팔순 노부모와 함께 성 씨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풀 단서들을 찾아 나섰다.

하루 평균 배달량 1000개...반복된 집배원의 죽음

성 씨는 경기도 가평우체국 소속 계약직 집배원이었다. 고향을 떠나 2년 1개월을 일했다. 숨지기 넉 달 전 새로 배정받은 배달구역은 가평읍 전체 면적의 20% 정도였다. 월평균 배달 거리는 1,500여 킬로미터. 오토바이로 서울과 부산을 두 번 왕복하는 거리였다. 성 씨는 이 거리를 오가며 매일 천 개 가까운 우편물을 배달했다.

이동 거리와 많은 배달량에 쫓긴 성 씨는 끼니를 챙기기도 어려웠다. 지난해 1월부터 숨진 8월까지 꼬박 133일을 일 한 성 씨의 카드 사용 내역을 보니 점심을 먹었던 날은 40일에 불과했다. 아들의 점심 기록을 보며 노부모는 오열했다.

우체국이 숨긴 노동은 무엇인가?

성 씨의 '숨은 노동'도 확인됐다. 우체국이 유족에게 공개한 성 씨의 사망 전 3개월 근무 시간은 578시간. 하지만 KBS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성 씨의 노동 시간은 달랐다. 새벽 일찍 출근한 아들은 우체국이 공개한 자료보다 수십 시간 더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체국 측은 성 씨가 주말에 출근한 적이 없었다고 밝혔지만 거짓말이었다. 취재진은 CCTV 영상 복원을 통해 사망 전 7주 동안 주말에 출근하는 성 씨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7개월 간의 '살인 노동'...누가 아들을 죽음으로 몰았나?

"반론하실 게 없으시대요. 그냥 그 건에 대해서 별로 관여하고 싶지 않다고" (가평우체국 관계자)

우체국은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을 거부했다. 노부모가 손에 쥔 성 씨의 마지막 월급명세서에는 연장근무 수당까지 포함해도 2백만 원이 채 되지 않는 월급이 찍혀 있었다.

"애를 마흔 살 넘어까지 내 품에서 키우다 나가서 이런 일을 당했는데, 어떤 부모가 그것을 그냥 '아 죽었나 보다.' 이렇게 생각하고 말 부모가 어디 있겠어요. 무슨 이유인 줄은 알아야 될 거 아니에요." (故 성우준 씨 아버지)

KBS 탐사보도부는 4월 25일 토요일 밤 8시 5분, KBS 1TV <시사기획 창> '누가 아들을 죽음으로 몰았나' 편을 통해 집배원들의 반복된 죽음과 '살인 노동'의 실태, 그리고 이를 감추려는 우체국의 시도를 폭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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