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헬기사격 스모킹 건 ‘전일빌딩’

입력 2020.04.27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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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회고록에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고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며 비난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서게 된 전두환 씨. '5·18 당시 헬기 사격'이 재판의 핵심 쟁점이 되고 있다. 고(故) 조비오 신부의 증언 외에도 수많은 증언이 이어졌지만 전 씨 측은 이를 줄곧 부인해왔다. 하지만 이 헬기 사격의 흔적을 간직한 곳이 있다. 바로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에 위치한 전일빌딩이다.

■광주의 아픔 새긴 '전일빌딩'……. 245개의 총탄 자국

흰색 콘크리트 기둥이 움푹 팰 정도의 충격, 무언가 거칠게 긁고 지나간 자국... 지난 2017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 흔적들을 총탄 자국으로 확인했다. 모두 245개. 이 탄흔은 안과 밖을 가리지 않고 건물 곳곳에서 발견됐다.

국과수는 총탄이 들어온 자국의 각도를 통해 발사 지점의 고도를 역 계산했다. 그리고 건물 3, 40층 높이에서 사격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했다. 전일빌딩은 1968년 6층 건물로 준공된 뒤 4차례 증축되면서 10층 높이다. 1980년 당시에는 주변에 전일빌딩보다 높은 건물이 없었다. 이 때문에 국과수는 헬기가 공중 제자리 비행인 호버링(Hovering) 상태에서 총탄을 쏜 걸로 보인다고 결론지었다.

2017년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도 군 기록과 목격자 진술 등을 종합해 5·18 기간 계엄군의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김희송 전 국방부 5.18 특조위 조사관은 "국과수 감정 결과와 특조위 조사에 따르면 탄흔의 자국 같은 경우도 높은 곳에서 하향 사격을 한 것으로 보이고, 하향 사격을 할 수 있는 물리적 수단은 헬기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역사의 증거…. 철거 위기에서 시민 역사 문화 공간으로

수십 년 동안 묵묵히 역사의 증거들을 간직해 온 전일빌딩이었지만 우여곡절도 적지 않았다. 건물이 노후화되면서 전일빌딩은 한때 철거 위기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총탄 흔적이 발견되고 원형 보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광주광역시는 전일빌딩을 리모델링해 시민 역사문화 공간으로 조성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달(5월) 8일 개관을 앞두고 있다. 이름은 '전일빌딩 245'. 빌딩에서 발견된 5.18 당시의 총탄 자국이 245개라는 사실에서 따왔다.

규모는 지하 1층과 지상 10층, 연면적 만 9천 243㎡에 이른다. 지하 1층에 있던 '전일다방'은 '전일살롱'으로 이름을 바꾸어 방문객을 맞는다. 지상 1층에서 4층까지는 전일빌딩의 역사와 기록을 담은 전일 아카이브, 미디어아트 등으로 꾸며졌다. 지상 5~7층에는 창업 및 스타트업 기업이 입주해 문화콘텐츠 허브로 활용할 예정이다.

가장 핵심이 되는 곳은 지상 9~10층이다. 곳곳에 새겨진 탄흔을 강화유리 너머로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1980년 5월 당시 금남로와 전일빌딩 등 도심과 헬기를 축소 모형으로 제작해 영상으로 재현하기도 했다. 5·18의 헬기 사격을 시청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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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18 헬기사격 스모킹 건 ‘전일빌딩’
    • 입력 2020-04-27 15:56:50
    취재K
자신의 회고록에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고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며 비난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서게 된 전두환 씨. '5·18 당시 헬기 사격'이 재판의 핵심 쟁점이 되고 있다. 고(故) 조비오 신부의 증언 외에도 수많은 증언이 이어졌지만 전 씨 측은 이를 줄곧 부인해왔다. 하지만 이 헬기 사격의 흔적을 간직한 곳이 있다. 바로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에 위치한 전일빌딩이다.

■광주의 아픔 새긴 '전일빌딩'……. 245개의 총탄 자국

흰색 콘크리트 기둥이 움푹 팰 정도의 충격, 무언가 거칠게 긁고 지나간 자국... 지난 2017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 흔적들을 총탄 자국으로 확인했다. 모두 245개. 이 탄흔은 안과 밖을 가리지 않고 건물 곳곳에서 발견됐다.

국과수는 총탄이 들어온 자국의 각도를 통해 발사 지점의 고도를 역 계산했다. 그리고 건물 3, 40층 높이에서 사격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했다. 전일빌딩은 1968년 6층 건물로 준공된 뒤 4차례 증축되면서 10층 높이다. 1980년 당시에는 주변에 전일빌딩보다 높은 건물이 없었다. 이 때문에 국과수는 헬기가 공중 제자리 비행인 호버링(Hovering) 상태에서 총탄을 쏜 걸로 보인다고 결론지었다.

2017년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도 군 기록과 목격자 진술 등을 종합해 5·18 기간 계엄군의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김희송 전 국방부 5.18 특조위 조사관은 "국과수 감정 결과와 특조위 조사에 따르면 탄흔의 자국 같은 경우도 높은 곳에서 하향 사격을 한 것으로 보이고, 하향 사격을 할 수 있는 물리적 수단은 헬기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역사의 증거…. 철거 위기에서 시민 역사 문화 공간으로

수십 년 동안 묵묵히 역사의 증거들을 간직해 온 전일빌딩이었지만 우여곡절도 적지 않았다. 건물이 노후화되면서 전일빌딩은 한때 철거 위기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총탄 흔적이 발견되고 원형 보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광주광역시는 전일빌딩을 리모델링해 시민 역사문화 공간으로 조성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달(5월) 8일 개관을 앞두고 있다. 이름은 '전일빌딩 245'. 빌딩에서 발견된 5.18 당시의 총탄 자국이 245개라는 사실에서 따왔다.

규모는 지하 1층과 지상 10층, 연면적 만 9천 243㎡에 이른다. 지하 1층에 있던 '전일다방'은 '전일살롱'으로 이름을 바꾸어 방문객을 맞는다. 지상 1층에서 4층까지는 전일빌딩의 역사와 기록을 담은 전일 아카이브, 미디어아트 등으로 꾸며졌다. 지상 5~7층에는 창업 및 스타트업 기업이 입주해 문화콘텐츠 허브로 활용할 예정이다.

가장 핵심이 되는 곳은 지상 9~10층이다. 곳곳에 새겨진 탄흔을 강화유리 너머로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1980년 5월 당시 금남로와 전일빌딩 등 도심과 헬기를 축소 모형으로 제작해 영상으로 재현하기도 했다. 5·18의 헬기 사격을 시청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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