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실태 ‘참혹’…피해는 진행형

입력 2020.04.27 (22:10) 수정 2020.04.27 (22:2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과거 군사정권 시절 대표적 인권 유린 사건인 부산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행정기관의 첫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지금도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는 피해자들의 증언과 앞으로의 과제를, 정민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981년, 10살 초등학생이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간 곳은 부산의 형제복지원.

길에서 놀던 중 경찰관이 불러 따라갔을 뿐인데, 그를 기다렸던 건 무자비한 폭행이었습니다.

[김대우/형제복지원 피해자 : "너무 많이 맞아가지고...생각하면 이가 갈립니다."]

시설에서 나온 후에도 또 끌려가기를 반복해 극단적 선택도 시도했습니다. 

[김대우/형제복지원 피해자 : "공부도 남들보다 잘했어요. 잘하는 애를 이유도 없이 3번이나 잡아가니까 내 인생이 송두리째 뺏긴 거에요."]

비단 김 씨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부산시가 동아대학교에 의뢰해 만든 이번 실태조사 보고서에는 피해자 149명의 목소리가 담겼습니다.

이 일이 세상에 알려진 뒤 30여 년 만에야 나온 행정기관의 사실상 첫 보고서입니다.

시설 내에서 사망자를 보거나 직접 들은 경우는 83%가 넘었고, 3.4%는 직접 사체 처리에 참여했다고 밝히는 등 당시의 지옥 같은 상황을 증언합니다.

문제는 당시의 충격이 지금까지도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는 겁니다. 

피해자들은 "누가 덮칠까 방문을 바라보면 잔다", "내 삶이 깨져버렸다"며 자책하기도 했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들도 많았습니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피해자의 절반 가까이가 기초생활수급자였고, 지난 1년 간 집세 연체 경험이 있는 사람도 32.6%에 달했습니다.

[남찬섭/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지방정부인 부산시 책임도 있고, 또 형제복지원 자체책임도 있고 그런데 그중에서 가장 큰 것은 국가 책임이기 때문에..."]

이 때문에 진상조사를 위한 관련 법 제정과 함께 국가 차원의 손해배상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태조사를 맡은 대학 연구팀은 부산시 차원에서도 피해자 치료를 위한 기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또, 전문 인력을 투입해 정기적인 심리 상담 등을 지원하고, 인권침해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기억의 보존과 추모를 위한 공간도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정민규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형제복지원 실태 ‘참혹’…피해는 진행형
    • 입력 2020-04-27 22:10:25
    • 수정2020-04-27 22:20:55
    뉴스9(부산)
[앵커] 과거 군사정권 시절 대표적 인권 유린 사건인 부산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행정기관의 첫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지금도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는 피해자들의 증언과 앞으로의 과제를, 정민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981년, 10살 초등학생이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간 곳은 부산의 형제복지원. 길에서 놀던 중 경찰관이 불러 따라갔을 뿐인데, 그를 기다렸던 건 무자비한 폭행이었습니다. [김대우/형제복지원 피해자 : "너무 많이 맞아가지고...생각하면 이가 갈립니다."] 시설에서 나온 후에도 또 끌려가기를 반복해 극단적 선택도 시도했습니다.  [김대우/형제복지원 피해자 : "공부도 남들보다 잘했어요. 잘하는 애를 이유도 없이 3번이나 잡아가니까 내 인생이 송두리째 뺏긴 거에요."] 비단 김 씨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부산시가 동아대학교에 의뢰해 만든 이번 실태조사 보고서에는 피해자 149명의 목소리가 담겼습니다. 이 일이 세상에 알려진 뒤 30여 년 만에야 나온 행정기관의 사실상 첫 보고서입니다. 시설 내에서 사망자를 보거나 직접 들은 경우는 83%가 넘었고, 3.4%는 직접 사체 처리에 참여했다고 밝히는 등 당시의 지옥 같은 상황을 증언합니다. 문제는 당시의 충격이 지금까지도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는 겁니다.  피해자들은 "누가 덮칠까 방문을 바라보면 잔다", "내 삶이 깨져버렸다"며 자책하기도 했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들도 많았습니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피해자의 절반 가까이가 기초생활수급자였고, 지난 1년 간 집세 연체 경험이 있는 사람도 32.6%에 달했습니다. [남찬섭/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지방정부인 부산시 책임도 있고, 또 형제복지원 자체책임도 있고 그런데 그중에서 가장 큰 것은 국가 책임이기 때문에..."] 이 때문에 진상조사를 위한 관련 법 제정과 함께 국가 차원의 손해배상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태조사를 맡은 대학 연구팀은 부산시 차원에서도 피해자 치료를 위한 기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또, 전문 인력을 투입해 정기적인 심리 상담 등을 지원하고, 인권침해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기억의 보존과 추모를 위한 공간도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정민규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부산-주요뉴스

더보기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