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형사님, 나 코로나 걸렸어요” 거짓말 후 석방된 50대…실형 선고

입력 2020.04.29 (07:00) 수정 2020.04.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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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세가 무섭던 지난 3월 초.

인천의 한 경찰서 유치장에 갇혀 있던 50대 남성이, 갑자기 기침을 하기 시작합니다. 택시 기사와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막 체포돼 입감된 피의자였습니다. 특히 경찰서 화장실에서도 막 난동을 부린 참이었습니다. 유치장을 살피던 경찰관이 '이번엔 무슨 일인가' 하고 다가가 봅니다. 그러자 남성은 대뜸 경찰관의 얼굴에다 세 번이나 침을 뱉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렸다, 형사님도 이제 바이러스에 걸린 거예요."

경찰서는 일순간 혼란에 빠졌습니다. 1시간여 만에 경찰서 형사과 사무실과 유치장이 바로 폐쇄됐습니다. 이 남성과 접촉한 경찰관 9명은 일터를 뒤로한 채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했습니다. 문제의 남성은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유치장에서 풀려나, 근처 보건소로 호송됐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황당하게도 다음날 아침 확인된 이 남성의 코로나19 검진 결과는 '음성'이었습니다. 유치장을 벗어나기 위해 금세 탄로날 거짓말을 한 셈이었습니다.

■ 코로나19와 거짓말…그 대가는?

결국 재판에 넘겨진 이 '가짜' 코로나 환자에게, 법원은 최근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인천지방법원 형사14단독 장명 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운전자폭행 등), 공무집행방해, 상해,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57살 A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A 씨가 범행을 모두 인정하면서 반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손으로 얼굴을 맞은 택시 기사와 합의해 용서를 받은 점 ▲비슷한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A 씨가 한 가족을 부양하는 가장인 점 등은 유리한 양형 요소라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실형 선고가 불가피했던 이유는 있었겠지요.

재판부는 우선 운전자 폭행이 제3자를 다치거나 숨지게 하는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어 그 죄책이 가볍지 않고, A 씨가 경찰관들을 연달아 폭행하고 상해를 입혔다고 꼬집었습니다.

재판부는 특히 판결문에서 코로나 환자 행세를 했던 A 씨의 잘못된 행동을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A 씨는) 특히 유치장을 벗어나기 위해 경찰관의 얼굴에 침을 뱉은 후 마치 자신이 전염병에 걸린 것처럼 행세함으로써 상당한 시간 동안 경찰서 일부 시설이 폐쇄되고 다수의 경찰관들이 격리조치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와 같은 피고인(A 씨)의 폭행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행위는, 정당한 공권력 행사를 방해해 법질서와 국가의 기능을 해하는 범죄로서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며 "범행의 경위와 내용, 수법 등에 비추어 볼 때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초범이고 피해자와 합의를 했는데도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했다"며 "코로나에 걸렸다고 거짓말을 한 부분이 양형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 ‘ 코로나19 확산 우려’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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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형사님, 나 코로나 걸렸어요” 거짓말 후 석방된 50대…실형 선고
    • 입력 2020-04-29 07:00:27
    • 수정2020-04-29 07:00:57
    취재K
코로나19 확산세가 무섭던 지난 3월 초.

인천의 한 경찰서 유치장에 갇혀 있던 50대 남성이, 갑자기 기침을 하기 시작합니다. 택시 기사와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막 체포돼 입감된 피의자였습니다. 특히 경찰서 화장실에서도 막 난동을 부린 참이었습니다. 유치장을 살피던 경찰관이 '이번엔 무슨 일인가' 하고 다가가 봅니다. 그러자 남성은 대뜸 경찰관의 얼굴에다 세 번이나 침을 뱉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렸다, 형사님도 이제 바이러스에 걸린 거예요."

경찰서는 일순간 혼란에 빠졌습니다. 1시간여 만에 경찰서 형사과 사무실과 유치장이 바로 폐쇄됐습니다. 이 남성과 접촉한 경찰관 9명은 일터를 뒤로한 채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했습니다. 문제의 남성은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유치장에서 풀려나, 근처 보건소로 호송됐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황당하게도 다음날 아침 확인된 이 남성의 코로나19 검진 결과는 '음성'이었습니다. 유치장을 벗어나기 위해 금세 탄로날 거짓말을 한 셈이었습니다.

■ 코로나19와 거짓말…그 대가는?

결국 재판에 넘겨진 이 '가짜' 코로나 환자에게, 법원은 최근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인천지방법원 형사14단독 장명 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운전자폭행 등), 공무집행방해, 상해,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57살 A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A 씨가 범행을 모두 인정하면서 반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손으로 얼굴을 맞은 택시 기사와 합의해 용서를 받은 점 ▲비슷한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A 씨가 한 가족을 부양하는 가장인 점 등은 유리한 양형 요소라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실형 선고가 불가피했던 이유는 있었겠지요.

재판부는 우선 운전자 폭행이 제3자를 다치거나 숨지게 하는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어 그 죄책이 가볍지 않고, A 씨가 경찰관들을 연달아 폭행하고 상해를 입혔다고 꼬집었습니다.

재판부는 특히 판결문에서 코로나 환자 행세를 했던 A 씨의 잘못된 행동을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A 씨는) 특히 유치장을 벗어나기 위해 경찰관의 얼굴에 침을 뱉은 후 마치 자신이 전염병에 걸린 것처럼 행세함으로써 상당한 시간 동안 경찰서 일부 시설이 폐쇄되고 다수의 경찰관들이 격리조치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와 같은 피고인(A 씨)의 폭행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행위는, 정당한 공권력 행사를 방해해 법질서와 국가의 기능을 해하는 범죄로서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며 "범행의 경위와 내용, 수법 등에 비추어 볼 때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초범이고 피해자와 합의를 했는데도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했다"며 "코로나에 걸렸다고 거짓말을 한 부분이 양형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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