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총선 서버 5월 1일 폐기”…선거조작 증거인멸?

입력 2020.04.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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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가 4.15총선에서 임차서버를 사용했다. 5월 1일에 서버를 포맷한 뒤 파기한다. 이건 조작 선거의 증거를 인멸하는 것이다."

요 며칠 몇몇 유튜브 방송을 통해 확산하고 있는 주장입니다. 총선 이후 조작 선거를 의심하는 주장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데요. 그 중 하나입니다. 구체적인 날짜까지 언급된 이 주장,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요?

유튜브 방송에서 의혹을 제기하자 블로그와 SNS 등에 관련 주장이 퍼지고 있다. 유튜브 방송에서 의혹을 제기하자 블로그와 SNS 등에 관련 주장이 퍼지고 있다.

빌려 쓴 서버…5월 1일 이후 삭제되는 것 맞아

선관위가 이번 총선에서 웹서버를 빌려 쓴 건 사실입니다. 위 주장에서는 서버를 '폐기'한다고 했지만 폐기하는 건 아니고 서버에 남은 데이터를 깨끗이 지운 후 반납합니다. 선관위는 임차 기간이 5월 1일까지인 임차서버를 2일에 반납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유튜브 방송들의 주장은 이 과정을 증거인멸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임차서버에 남은 데이터를 다 지우게 되고, 이는 곧 선거 관련 데이터, 다시 말해 선거 조작의 증거가 다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뒤늦게 법원에 증거보전 신청해봐야 소용없다는 겁니다.

임차서버에 저장된 데이터를 지우는 게 정말 증거인멸 행위일까요? 선관위가 총선 서버를 굳이 빌려서 쓴 이유는 무엇일까요?

트래픽 폭증하는 전국 단위 선거 때마다 웹서버 빌려

선거 때 웹서버를 빌려 사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총선뿐 아니라 전국 단위의 선거 때마다 웹서버를 임대해 사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선거가 없는 시기와 달리 전국적으로 치러지는 선거가 있는 경우 네트워크 트래픽이 40~50배 이상 폭증해 안정적인 서버 운영을 위해 웹서버를 빌려서 사용한다는 설명입니다.

선관위 관계자의 말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국가종합전자조달 시스템인 '나라장터'를 통해 과거 입찰정보를 찾아봤습니다. 나라장터는 조달업무 전 과정을 온라인으로 처리하는 범정부 전자정부 플랫폼입니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이곳을 통해 공개입찰을 합니다.

과거 입찰정보를 종합해 본 결과 2012년 총선과 대선, 2016년 총선과 대선은 물론 2018년 지방선거 때도 웹서버를 임차해 썼습니다.


선거 때 선관위 네트워크에 몰리는 트래픽으로 메인 서버에 과부하가 걸리거나 저장된 데이터가 유실될 수 있는 등의 가능성을 고려해 여러 대의 서버를 추가로 설치(add-on)한 겁니다. 일종의 '관문'을 여러 개 설치해 트래픽을 분산시키는 거죠. 이렇게 하면 안정적으로 서버를 운용할 수 있습니다.

선거가 없는 평시에도 이런 '보조 서버'를 다수 유지하면 좋겠지만, 예산의 문제가 걸려 있습니다. 빌리는 데는 2~3억 정도가 소요되지만 구매를 하면 수십억 원이 넘어가니까요. 그래서 전국 단위 선거 때 한시적으로 빌려 쓰고 있습니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매번 이렇게 입찰 공고해서 임대하는 우리도 불편하다. 예산이 책정되면 좋은데 매번 그게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선거 관련 데이터는 어디로??

그렇다면 임차서버 내 데이터를 지우면 총선 관련 데이터가 사라져버리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임차서버에 있던 데이터들은 아예 사라지는 게 아니라 원본이 선관위 메인 서버에 보관됩니다. 해당 자료는 선거를 통해 구성된 공직자의 임기, 그러니까 이번 총선의 경우 21대 국회가 유지되는 향후 4년 동안 보관한다는 게 선관위 측 설명입니다. 임차서버를 포맷한다고 해도 데이터는 선관위에 그대로 남는 거죠.

선관위 관계자는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되겠지만, 혹시 모를 소송이 들어올 경우를 대비해 임차서버에서 발생한 데이터도 모두 원본보존 조치하고 있다. 법원에서 공개하라고 하면 바로 공개할 수 있도록 준비해두는 것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밖에 선거인 통합명부나 투·개표 관련 정보 등 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핵심 데이터는 선관위 메인 서버에 고스란히 저장됩니다. 메인 서버 데이터는 또다시 선관위가 자체 보유하고 있는 DB 서버에도 복사·저장되죠. 이를 전문 용어로 '이중화 구성'이라고 하는데 선관위뿐 아니라 일반 기업에서도 중요한 데이터는 이런 식으로 보관합니다. 하나가 지워져도 다른 하나에 저장된 데이터로 복구를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정리하면, 투·개표 상황 등 선거결과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데이터나 임시서버에 남은 로그 파일 등 각종 데이터는 모두 선관위가 자체적으로 보관한다는 말입니다. 선거 관련 데이터는 중앙선관위 선거통계시스템에 그대로 공개됩니다. 미공개 정보는 정보공개청구나 법원의 공개 판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공개 정보든 미공개 정보든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니고 '보관되는 것'입니다.


임차서버 데이터, 삭제 안 하는 게 더 위험!

임차한 웹서버는 컴퓨터 하드드라이브처럼 데이터를 저장해두는 DB(데이터베이스) 서버가 아닙니다. 서버를 오가는 정보를 원활하게 처리하기 위한 용도로 쓰였습니다. 선거 과정과 결과가 저장되는 게 아닙니다.

그렇다면 왜 삭제를 하는 걸까요? 통로로만 쓰였다고 해도 선관위 내부 IP주소와 전산망 구성도, 사용자 계정·패스워드, 프로그램 소스코드 등 각종 데이터가 남게 됩니다.

이런 데이터들을 안 지우는 게 말이 될까요? 아니죠. 반드시 지워야 합니다. 임차 기간이 지나면 반납해야 하니까 당연한 거죠.

선관위는 애초 입찰 과정에서 임대업체에 누출금지 대상정보 목록을 공지하고 데이터 삭제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했습니다. 임대업체가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인 거죠. 보안각서와 보안서약서도 작성하게 했습니다. 이를 어기면 처벌을 받습니다.

데이터 삭제는 일명 '데이터 소거 솔루션'을 통해 하기 때문에 디지털포렌식으로 복구할 수가 없습니다. 선관위 관계자에 따르면 국정원의 보안 인증을 받은 솔루션이라고 하는데요. 데이터 삭제는 선관위 직원과 임대업체 직원이 함께 진행하고 보고서에 기록도 남깁니다. 중요한 정보가 외부로 나가지 않게 만전을 기해야 하는 것은 선관위 본연의 업무입니다.

"임차서버의 데이터를 지키기 위해 삭제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은 그래서 무의미합니다.


중앙선관위가 임대업체에 공지한 과업지시서 내용.중앙선관위가 임대업체에 공지한 과업지시서 내용.

[결과]

"선관위가 총선 때 임차서버를 사용했다. 5월 1일에 서버를 포맷한 뒤 파기한다. 이건 조작 선거의 증거를 인멸하는 것이다."
→ 사실 아님.
과거부터 임차서버 이용. 모든 데이터는 선관위 측에 보관됨.


※취재지원: 노수아 / 팩트체크 인턴 기자(xooahh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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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팩트체크K] “총선 서버 5월 1일 폐기”…선거조작 증거인멸?
    • 입력 2020-04-29 07:00:28
    팩트체크K
"선관위가 4.15총선에서 임차서버를 사용했다. 5월 1일에 서버를 포맷한 뒤 파기한다. 이건 조작 선거의 증거를 인멸하는 것이다."

요 며칠 몇몇 유튜브 방송을 통해 확산하고 있는 주장입니다. 총선 이후 조작 선거를 의심하는 주장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데요. 그 중 하나입니다. 구체적인 날짜까지 언급된 이 주장,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요?

유튜브 방송에서 의혹을 제기하자 블로그와 SNS 등에 관련 주장이 퍼지고 있다.
빌려 쓴 서버…5월 1일 이후 삭제되는 것 맞아

선관위가 이번 총선에서 웹서버를 빌려 쓴 건 사실입니다. 위 주장에서는 서버를 '폐기'한다고 했지만 폐기하는 건 아니고 서버에 남은 데이터를 깨끗이 지운 후 반납합니다. 선관위는 임차 기간이 5월 1일까지인 임차서버를 2일에 반납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유튜브 방송들의 주장은 이 과정을 증거인멸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임차서버에 남은 데이터를 다 지우게 되고, 이는 곧 선거 관련 데이터, 다시 말해 선거 조작의 증거가 다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뒤늦게 법원에 증거보전 신청해봐야 소용없다는 겁니다.

임차서버에 저장된 데이터를 지우는 게 정말 증거인멸 행위일까요? 선관위가 총선 서버를 굳이 빌려서 쓴 이유는 무엇일까요?

트래픽 폭증하는 전국 단위 선거 때마다 웹서버 빌려

선거 때 웹서버를 빌려 사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총선뿐 아니라 전국 단위의 선거 때마다 웹서버를 임대해 사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선거가 없는 시기와 달리 전국적으로 치러지는 선거가 있는 경우 네트워크 트래픽이 40~50배 이상 폭증해 안정적인 서버 운영을 위해 웹서버를 빌려서 사용한다는 설명입니다.

선관위 관계자의 말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국가종합전자조달 시스템인 '나라장터'를 통해 과거 입찰정보를 찾아봤습니다. 나라장터는 조달업무 전 과정을 온라인으로 처리하는 범정부 전자정부 플랫폼입니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이곳을 통해 공개입찰을 합니다.

과거 입찰정보를 종합해 본 결과 2012년 총선과 대선, 2016년 총선과 대선은 물론 2018년 지방선거 때도 웹서버를 임차해 썼습니다.


선거 때 선관위 네트워크에 몰리는 트래픽으로 메인 서버에 과부하가 걸리거나 저장된 데이터가 유실될 수 있는 등의 가능성을 고려해 여러 대의 서버를 추가로 설치(add-on)한 겁니다. 일종의 '관문'을 여러 개 설치해 트래픽을 분산시키는 거죠. 이렇게 하면 안정적으로 서버를 운용할 수 있습니다.

선거가 없는 평시에도 이런 '보조 서버'를 다수 유지하면 좋겠지만, 예산의 문제가 걸려 있습니다. 빌리는 데는 2~3억 정도가 소요되지만 구매를 하면 수십억 원이 넘어가니까요. 그래서 전국 단위 선거 때 한시적으로 빌려 쓰고 있습니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매번 이렇게 입찰 공고해서 임대하는 우리도 불편하다. 예산이 책정되면 좋은데 매번 그게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선거 관련 데이터는 어디로??

그렇다면 임차서버 내 데이터를 지우면 총선 관련 데이터가 사라져버리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임차서버에 있던 데이터들은 아예 사라지는 게 아니라 원본이 선관위 메인 서버에 보관됩니다. 해당 자료는 선거를 통해 구성된 공직자의 임기, 그러니까 이번 총선의 경우 21대 국회가 유지되는 향후 4년 동안 보관한다는 게 선관위 측 설명입니다. 임차서버를 포맷한다고 해도 데이터는 선관위에 그대로 남는 거죠.

선관위 관계자는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되겠지만, 혹시 모를 소송이 들어올 경우를 대비해 임차서버에서 발생한 데이터도 모두 원본보존 조치하고 있다. 법원에서 공개하라고 하면 바로 공개할 수 있도록 준비해두는 것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밖에 선거인 통합명부나 투·개표 관련 정보 등 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핵심 데이터는 선관위 메인 서버에 고스란히 저장됩니다. 메인 서버 데이터는 또다시 선관위가 자체 보유하고 있는 DB 서버에도 복사·저장되죠. 이를 전문 용어로 '이중화 구성'이라고 하는데 선관위뿐 아니라 일반 기업에서도 중요한 데이터는 이런 식으로 보관합니다. 하나가 지워져도 다른 하나에 저장된 데이터로 복구를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정리하면, 투·개표 상황 등 선거결과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데이터나 임시서버에 남은 로그 파일 등 각종 데이터는 모두 선관위가 자체적으로 보관한다는 말입니다. 선거 관련 데이터는 중앙선관위 선거통계시스템에 그대로 공개됩니다. 미공개 정보는 정보공개청구나 법원의 공개 판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공개 정보든 미공개 정보든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니고 '보관되는 것'입니다.


임차서버 데이터, 삭제 안 하는 게 더 위험!

임차한 웹서버는 컴퓨터 하드드라이브처럼 데이터를 저장해두는 DB(데이터베이스) 서버가 아닙니다. 서버를 오가는 정보를 원활하게 처리하기 위한 용도로 쓰였습니다. 선거 과정과 결과가 저장되는 게 아닙니다.

그렇다면 왜 삭제를 하는 걸까요? 통로로만 쓰였다고 해도 선관위 내부 IP주소와 전산망 구성도, 사용자 계정·패스워드, 프로그램 소스코드 등 각종 데이터가 남게 됩니다.

이런 데이터들을 안 지우는 게 말이 될까요? 아니죠. 반드시 지워야 합니다. 임차 기간이 지나면 반납해야 하니까 당연한 거죠.

선관위는 애초 입찰 과정에서 임대업체에 누출금지 대상정보 목록을 공지하고 데이터 삭제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했습니다. 임대업체가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인 거죠. 보안각서와 보안서약서도 작성하게 했습니다. 이를 어기면 처벌을 받습니다.

데이터 삭제는 일명 '데이터 소거 솔루션'을 통해 하기 때문에 디지털포렌식으로 복구할 수가 없습니다. 선관위 관계자에 따르면 국정원의 보안 인증을 받은 솔루션이라고 하는데요. 데이터 삭제는 선관위 직원과 임대업체 직원이 함께 진행하고 보고서에 기록도 남깁니다. 중요한 정보가 외부로 나가지 않게 만전을 기해야 하는 것은 선관위 본연의 업무입니다.

"임차서버의 데이터를 지키기 위해 삭제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은 그래서 무의미합니다.


중앙선관위가 임대업체에 공지한 과업지시서 내용.
[결과]

"선관위가 총선 때 임차서버를 사용했다. 5월 1일에 서버를 포맷한 뒤 파기한다. 이건 조작 선거의 증거를 인멸하는 것이다."
→ 사실 아님.
과거부터 임차서버 이용. 모든 데이터는 선관위 측에 보관됨.


※취재지원: 노수아 / 팩트체크 인턴 기자(xooahh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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