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대표팀은 ‘음주 대표팀’? 감독도 ‘음주운전 전력’

입력 2020.04.29 (11:01) 수정 2020.04.29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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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는 우리나라 '국기'다. 1년 연기된 도쿄 하계올림픽에서 양궁과 함께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는 대표적인 효자 종목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태권도 국가대표팀을 둘러싸고 선수들의 일탈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성적 지상주의에 매몰된 체육계의 '덮어주기 식' 대처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코로나 비상인데 음주 후 선수촌 고성방가로 징계

지난달 7일 밤, 태권도 국가대표 여자 선수 세 명이 진천선수촌 숙소에서 '고성방가'로 신고를 당했다. 당시 선수촌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외박과 외출이 통제된 상황이었다. 이들은 재활 치료를 위해 수원에 있는 병원에 가겠다며 함께 외출을 신청했다. 그런데, 이들은 선수촌 밖 식당에서 술을 마시고 들어와 소란을 피운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체육회는 민원 접수 후 해당자 면담 등 조사에 나섰다. 그리고 3월 16일, 내부심의위원회가 내린 징계는 '경고'였다. '외출 목적 이외에 타 행위를 하였고, 선수촌 내에서 고의성 있는 행위로 다른 선수들의 휴식을 방해했다'는 이유다.

그러나 사건 당시 코로나19로 심각했던 상황을 감안하면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도쿄 올림픽 연기 결정이 나기 이전 상황으로 국가대표 선수들이 모여있는 진천 선수촌의 방역 수준은 말 그대로 초비상 상태였다. 그런데 병원을 간다며 특별 외출 허가를 받고 나간 선수들이 술을 마시고 선수촌에 돌아와 소란을 피운 것이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다.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

만취 음주 운전에도 '출전 정지 30일' 징계가 전부

고성방가로 경고를 받은 A 선수는 음주운전으로 징계를 받은 전력도 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딴 A 선수는 대회 직후인 9월, 국내에서 경찰의 음주 단속에 걸렸다. 적발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151%. 도로교통법에 따라 '6개월 이상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상 500만 원 이하 벌금'에 해당한다.

A 선수는 선수촌에서 퇴촌 됐다. 하지만 해당 선수의 메달과 연금 박탈을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까지 나오는 등 비난이 빗발쳤다. 이후 A 선수가 국가대표가 아닌 실업팀 소속 선수 자격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여론은 악화했다. 결국, 협회는 사건 발생 보름이 지나서야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었다. 징계 결과는 '출전정지 30일'이었다.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 제5조(결격사유)에 따르면 '체육회 및 회원종목단체 자격정지 이상의 징계처분을 받고 징계가 만료되지 아니한 사람',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체육인의 품위를 손상시킨 사람'은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

하지만 협회는 '출전정지 30일' 경징계로 A 선수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만약 협회가 사안의 심각성을 물어 자격 정지 중징계를 내렸다면 A 선수는 국가대표로 선발될 수 없었을 것이다. 이후 A 선수는 국가대표로 복귀했고, 도쿄 올림픽 출전권도 따냈다.

'미성년 음주' 징계 선수가 대한체육회 체육상 대상 수상

이 사건에도 불구하고 선수촌 내 또 다른 태권도 국가대표 선수들의 일탈이 이어졌다. 불과 석 달 뒤, 5명의 선수가 새벽에 선수촌 담을 넘었다. 밖에서 술을 마시고 다시 담을 넘어 복귀한 선수 중 네 명은 숙소 방으로 향했다.

하지만 B 선수는 혼자 남아 있다가 선수촌 내 체력단련실에 쓰러져 잠들고 말았다. 이튿날 아침에 선수촌 직원이 이 선수를 발견했고, 출동한 119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12월 추운 날씨 때문에 선수가 저체온증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자칫 생명까지 잃을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B 선수를 포함해 5명의 국가대표 가운데 4명은 미성년자였다.

대한체육회는 내부심위원회를 열고 징계를 내렸다. 이번에도 '3개월 퇴촌'이라는 경징계에 그쳤다. 정작 태권도협회는 아무런 후속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체육회 관계자는 "선수촌 내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질 경우 내릴 수 있는 가장 큰 조치는 퇴촌 명령이다. 정식 징계는 해당 협회에서 해야 한다"고 밝혔다.

징계 기간을 마친 B 선수는 이후 승승장구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정상에 올랐고, 당당히 도쿄 올림픽 출전권도 따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해 대한체육회는 B 선수를 '2020년 체육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앞서 빙상 이상화, 역도 장미란, 수영 박태환, 사격 진종오 등 스포츠 스타들이 받았던 '체육상 대상'은 국위를 선양한 그해 단 한 명에게만 주어지는 영광이다.

태권도 국가대표팀 감독도 '음주 운전 적발' 전력

태권도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C 감독 역시 과거 음주운전 전력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C 감독은 서울시청 감독 시절인 2016년 4월, 경찰의 음주 단속에 걸렸다. 혈중알코올농도는 0.130%로 면허 취소 1년을 받았다.

민원인의 제보를 받은 서울시체육회가 진상 조사에 나서고 나서야 C 감독은 사실을 시인했다. 사건 발생 한 달이 지나 열린 스포츠공정위가 내린 징계는 2개월 감봉이었다. 사고가 나지 않았고, 단속 시점이 오전인데 전날 먹은 술이 깨지 않은 것이라는 해명이 받아들여졌다는 설명이다.

C 감독은 2019년 대한태권도협회 공개 모집을 통해 대표팀 전임 지도자가 됐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부정 채용' 사건이 발생했다. 협회 실세인 D 사무처장이 지도자를 선발하는 경기력향상위원들에게 '내정자 명단'을 돌리고 선발을 강요했던 사실이 내부 고발로 드러난 것이다. D 처장은 '업무 방해' 혐의로 구속됐고, 협회에서 파면 조치를 당했다.

C 감독을 포함해 내정자 명단에 있던 6명은 모두 전임 지도자로 선발됐다. 하지만,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자 경기력향상위원회(경향위) 위원들은 전원 사퇴했다. 경기력향상위를 재구성하고, 지도자도 다시 선발해야 한다는 여론 때문이다. C 감독을 포함한 6명의 지도자들은 결국 끝까지 1년 임기를 채웠다. 그리고 C 감독은 6명 가운데 '유이'하게 연임했고, 2020년 도쿄올림픽 태권도 대표팀을 이끌 총감독으로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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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29 11:01:59
    • 수정2020-04-29 11: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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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는 우리나라 '국기'다. 1년 연기된 도쿄 하계올림픽에서 양궁과 함께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는 대표적인 효자 종목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태권도 국가대표팀을 둘러싸고 선수들의 일탈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성적 지상주의에 매몰된 체육계의 '덮어주기 식' 대처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코로나 비상인데 음주 후 선수촌 고성방가로 징계

지난달 7일 밤, 태권도 국가대표 여자 선수 세 명이 진천선수촌 숙소에서 '고성방가'로 신고를 당했다. 당시 선수촌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외박과 외출이 통제된 상황이었다. 이들은 재활 치료를 위해 수원에 있는 병원에 가겠다며 함께 외출을 신청했다. 그런데, 이들은 선수촌 밖 식당에서 술을 마시고 들어와 소란을 피운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체육회는 민원 접수 후 해당자 면담 등 조사에 나섰다. 그리고 3월 16일, 내부심의위원회가 내린 징계는 '경고'였다. '외출 목적 이외에 타 행위를 하였고, 선수촌 내에서 고의성 있는 행위로 다른 선수들의 휴식을 방해했다'는 이유다.

그러나 사건 당시 코로나19로 심각했던 상황을 감안하면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도쿄 올림픽 연기 결정이 나기 이전 상황으로 국가대표 선수들이 모여있는 진천 선수촌의 방역 수준은 말 그대로 초비상 상태였다. 그런데 병원을 간다며 특별 외출 허가를 받고 나간 선수들이 술을 마시고 선수촌에 돌아와 소란을 피운 것이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다.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
만취 음주 운전에도 '출전 정지 30일' 징계가 전부

고성방가로 경고를 받은 A 선수는 음주운전으로 징계를 받은 전력도 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딴 A 선수는 대회 직후인 9월, 국내에서 경찰의 음주 단속에 걸렸다. 적발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151%. 도로교통법에 따라 '6개월 이상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상 500만 원 이하 벌금'에 해당한다.

A 선수는 선수촌에서 퇴촌 됐다. 하지만 해당 선수의 메달과 연금 박탈을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까지 나오는 등 비난이 빗발쳤다. 이후 A 선수가 국가대표가 아닌 실업팀 소속 선수 자격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여론은 악화했다. 결국, 협회는 사건 발생 보름이 지나서야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었다. 징계 결과는 '출전정지 30일'이었다.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 제5조(결격사유)에 따르면 '체육회 및 회원종목단체 자격정지 이상의 징계처분을 받고 징계가 만료되지 아니한 사람',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체육인의 품위를 손상시킨 사람'은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

하지만 협회는 '출전정지 30일' 경징계로 A 선수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만약 협회가 사안의 심각성을 물어 자격 정지 중징계를 내렸다면 A 선수는 국가대표로 선발될 수 없었을 것이다. 이후 A 선수는 국가대표로 복귀했고, 도쿄 올림픽 출전권도 따냈다.

'미성년 음주' 징계 선수가 대한체육회 체육상 대상 수상

이 사건에도 불구하고 선수촌 내 또 다른 태권도 국가대표 선수들의 일탈이 이어졌다. 불과 석 달 뒤, 5명의 선수가 새벽에 선수촌 담을 넘었다. 밖에서 술을 마시고 다시 담을 넘어 복귀한 선수 중 네 명은 숙소 방으로 향했다.

하지만 B 선수는 혼자 남아 있다가 선수촌 내 체력단련실에 쓰러져 잠들고 말았다. 이튿날 아침에 선수촌 직원이 이 선수를 발견했고, 출동한 119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12월 추운 날씨 때문에 선수가 저체온증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자칫 생명까지 잃을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B 선수를 포함해 5명의 국가대표 가운데 4명은 미성년자였다.

대한체육회는 내부심위원회를 열고 징계를 내렸다. 이번에도 '3개월 퇴촌'이라는 경징계에 그쳤다. 정작 태권도협회는 아무런 후속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체육회 관계자는 "선수촌 내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질 경우 내릴 수 있는 가장 큰 조치는 퇴촌 명령이다. 정식 징계는 해당 협회에서 해야 한다"고 밝혔다.

징계 기간을 마친 B 선수는 이후 승승장구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정상에 올랐고, 당당히 도쿄 올림픽 출전권도 따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해 대한체육회는 B 선수를 '2020년 체육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앞서 빙상 이상화, 역도 장미란, 수영 박태환, 사격 진종오 등 스포츠 스타들이 받았던 '체육상 대상'은 국위를 선양한 그해 단 한 명에게만 주어지는 영광이다.

태권도 국가대표팀 감독도 '음주 운전 적발' 전력

태권도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C 감독 역시 과거 음주운전 전력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C 감독은 서울시청 감독 시절인 2016년 4월, 경찰의 음주 단속에 걸렸다. 혈중알코올농도는 0.130%로 면허 취소 1년을 받았다.

민원인의 제보를 받은 서울시체육회가 진상 조사에 나서고 나서야 C 감독은 사실을 시인했다. 사건 발생 한 달이 지나 열린 스포츠공정위가 내린 징계는 2개월 감봉이었다. 사고가 나지 않았고, 단속 시점이 오전인데 전날 먹은 술이 깨지 않은 것이라는 해명이 받아들여졌다는 설명이다.

C 감독은 2019년 대한태권도협회 공개 모집을 통해 대표팀 전임 지도자가 됐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부정 채용' 사건이 발생했다. 협회 실세인 D 사무처장이 지도자를 선발하는 경기력향상위원들에게 '내정자 명단'을 돌리고 선발을 강요했던 사실이 내부 고발로 드러난 것이다. D 처장은 '업무 방해' 혐의로 구속됐고, 협회에서 파면 조치를 당했다.

C 감독을 포함해 내정자 명단에 있던 6명은 모두 전임 지도자로 선발됐다. 하지만,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자 경기력향상위원회(경향위) 위원들은 전원 사퇴했다. 경기력향상위를 재구성하고, 지도자도 다시 선발해야 한다는 여론 때문이다. C 감독을 포함한 6명의 지도자들은 결국 끝까지 1년 임기를 채웠다. 그리고 C 감독은 6명 가운데 '유이'하게 연임했고, 2020년 도쿄올림픽 태권도 대표팀을 이끌 총감독으로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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