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홍보물에 웬 일본 아이들?

입력 2020.04.2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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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교과서 표지 주인공은 모두 일본인

정부가 발행하는 국정교과서 표지의 주인공이 일본인이다? 거짓말 같은 이야기지만 사실입니다. 2013년 교육부가 발행한 초등학교 1, 2학년 국정교과서 표지를 보면 '가족'과 '여름' 등 주제에 맞춰 활짝 웃는 가족사진과 천진난만한 아이들 사진이 실려 있습니다.

그런데 학부모들 사이에 사진 속 인물의 외모나 옷차림이 너무도 이국적이라는 문제 제기가 잇따랐고, KBS 취재결과 실제로 모두 글로벌 이미지 사이트에서 출처도 확인하지 않고 구입해 쓴 일본인들 사진이었습니다. 추가로 취재해보니 표지뿐만 아니라 교과서 본문에도 일본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사진이 다수 사용됐습니다.

이런 사실이 KBS를 통해 국내외에 보도되면서 교육부는 일본 네티즌의 웃음거리가 됐습니다. 물론 교육부는 다음 해 교과서 표지와 본문 사진을 전면적으로 바꿨습니다.

■ 교육부 홍보물에 웬 일본 아이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또 벌어졌습니다. 교육부는 올해 3월부터 적용되는 2019 개정 누리과정에 맞춰 홍보물을 제작했습니다. 누리과정은 만 3세에서 5세 이하 아동에게 공통으로 제공하는 교육과정입니다. 홍보물 속에는 다섯 명의 천진난만한 어린이가 둥글게 모여 활짝 웃고 있고, 사진 아래에는 '놀며 배우며 자라는 아이들의 꿈'이라는 문구를 넣어 누리과정의 취지를 친절하게 설명했습니다.

교육부는 이 사진으로 대형 배너를 만들어 출입하는 사람들이 잘 볼 수 있도록 교육부 입구에 비치했고,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도 내려보내 학부모 대상 홍보물이나 유치원 입구에 거는 플래카드, 유치원 통학차량 부착용 홍보물로 제작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저에게는 아이들의 표정이나 옷차림이 왜 이렇게 어색하게 보였을까요? 아니나 다를까 사진의 주인공은 모두 일본 어린이들이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정보공개 신청을 통해 파악한 사진의 출처를 찾아봤습니다. 글로벌 이미지 판매 사이트인데, 촬영한 사진작가의 국적은 일본이었습니다. 작가의 페이지에는 이 사진뿐만 아니라 일본 의상이나 일본 화폐, 일본 음식 사진이 가득했습니다.

조금만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였어도 일본 작가가 촬영한 일본 아이들이라는 사진을 잘 알 수 있었을 텐데, 교육분야 최고의 전문가가 모인 교육부에서 결국 업무처리가 소홀했던 겁니다.

■ 잊을만하면 반복…교육부, 왜 이러나?

국제화 시대, 외국인이 우리 교과서나 정부 홍보물에 실리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사는 일본인이었다면 모르지만, 사진의 주인공들은 우리 누리과정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순수한 일본 아이들이었습니다.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이 교육인 유아를 대상으로 한 교육과정을 홍보하면서 최고의 전문가들이 사진 출처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대충대충 만들었다는 건 업무 소홀로밖에 설명되지 않습니다. 더구나 몇 년 전 교과서 표지에 일본인 사진을 실어 홍역을 치르고도 비슷한 일이 또 벌어졌다는 데 대해서는 어떤 말로도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번 일과 관련해 현직 공립 유치원 교사들은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네티즌들도 한심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요, 일본의 수출 규제와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은 일본 교과서 검정 문제 등 일본의 도발이 계속되는 데 따른 반감이 겹친 반응이라고 봅니다.

교육부는 취재가 시작되자, 교육부 입구의 배너를 철거하고 전국 시도교육청에 홍보물 사용을 중단하도록 했습니다. 또한,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실태를 파악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더는 같은 실수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이번 보도를 통해 정부부처가 좀 더 책임감 있고 철저하게 일 처리를 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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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부 홍보물에 웬 일본 아이들?
    • 입력 2020-04-29 17:44:33
    취재K
■ 국정교과서 표지 주인공은 모두 일본인

정부가 발행하는 국정교과서 표지의 주인공이 일본인이다? 거짓말 같은 이야기지만 사실입니다. 2013년 교육부가 발행한 초등학교 1, 2학년 국정교과서 표지를 보면 '가족'과 '여름' 등 주제에 맞춰 활짝 웃는 가족사진과 천진난만한 아이들 사진이 실려 있습니다.

그런데 학부모들 사이에 사진 속 인물의 외모나 옷차림이 너무도 이국적이라는 문제 제기가 잇따랐고, KBS 취재결과 실제로 모두 글로벌 이미지 사이트에서 출처도 확인하지 않고 구입해 쓴 일본인들 사진이었습니다. 추가로 취재해보니 표지뿐만 아니라 교과서 본문에도 일본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사진이 다수 사용됐습니다.

이런 사실이 KBS를 통해 국내외에 보도되면서 교육부는 일본 네티즌의 웃음거리가 됐습니다. 물론 교육부는 다음 해 교과서 표지와 본문 사진을 전면적으로 바꿨습니다.

■ 교육부 홍보물에 웬 일본 아이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또 벌어졌습니다. 교육부는 올해 3월부터 적용되는 2019 개정 누리과정에 맞춰 홍보물을 제작했습니다. 누리과정은 만 3세에서 5세 이하 아동에게 공통으로 제공하는 교육과정입니다. 홍보물 속에는 다섯 명의 천진난만한 어린이가 둥글게 모여 활짝 웃고 있고, 사진 아래에는 '놀며 배우며 자라는 아이들의 꿈'이라는 문구를 넣어 누리과정의 취지를 친절하게 설명했습니다.

교육부는 이 사진으로 대형 배너를 만들어 출입하는 사람들이 잘 볼 수 있도록 교육부 입구에 비치했고,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도 내려보내 학부모 대상 홍보물이나 유치원 입구에 거는 플래카드, 유치원 통학차량 부착용 홍보물로 제작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저에게는 아이들의 표정이나 옷차림이 왜 이렇게 어색하게 보였을까요? 아니나 다를까 사진의 주인공은 모두 일본 어린이들이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정보공개 신청을 통해 파악한 사진의 출처를 찾아봤습니다. 글로벌 이미지 판매 사이트인데, 촬영한 사진작가의 국적은 일본이었습니다. 작가의 페이지에는 이 사진뿐만 아니라 일본 의상이나 일본 화폐, 일본 음식 사진이 가득했습니다.

조금만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였어도 일본 작가가 촬영한 일본 아이들이라는 사진을 잘 알 수 있었을 텐데, 교육분야 최고의 전문가가 모인 교육부에서 결국 업무처리가 소홀했던 겁니다.

■ 잊을만하면 반복…교육부, 왜 이러나?

국제화 시대, 외국인이 우리 교과서나 정부 홍보물에 실리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사는 일본인이었다면 모르지만, 사진의 주인공들은 우리 누리과정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순수한 일본 아이들이었습니다.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이 교육인 유아를 대상으로 한 교육과정을 홍보하면서 최고의 전문가들이 사진 출처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대충대충 만들었다는 건 업무 소홀로밖에 설명되지 않습니다. 더구나 몇 년 전 교과서 표지에 일본인 사진을 실어 홍역을 치르고도 비슷한 일이 또 벌어졌다는 데 대해서는 어떤 말로도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번 일과 관련해 현직 공립 유치원 교사들은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네티즌들도 한심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요, 일본의 수출 규제와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은 일본 교과서 검정 문제 등 일본의 도발이 계속되는 데 따른 반감이 겹친 반응이라고 봅니다.

교육부는 취재가 시작되자, 교육부 입구의 배너를 철거하고 전국 시도교육청에 홍보물 사용을 중단하도록 했습니다. 또한,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실태를 파악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더는 같은 실수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이번 보도를 통해 정부부처가 좀 더 책임감 있고 철저하게 일 처리를 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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