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배원 젊은 돌연사’ 급증 왜?

입력 2020.05.01 (06:49) 수정 2020.05.01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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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KBS 탐사보도부는 지난 2010년 이후 동안 발생한 집배원 사망 사례를 전수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특정 시점을 기점으로 집배원 돌연사가 급증했는데, 2040 젊은 집배원들이 절반 가까이 됐습니다.

문제는 사망자가 발생한 우체국 측이 대응입니다.

젊은 집배원들의 죽음을 임재성기자가 추적해 봤습니다.

[리포트]

아들이 떠난 지 꼭 일 년이 됐습니다.

어머니는 아직 아들의 방을 정리하지 못했습니다.

["뭐 그대로 있어. 컴퓨터 다 있고 그냥…."]

지난해 5월, 비정규직 집배원 이은장 씨가 잠을 자다 숨졌습니다.

서른네 살, 정규직 신청 바로 전날이었습니다.

[이재홍/故이은장 씨 형 : "이번에 정식 직원 무조건 되니까 꼭 돼야 한다고, 됐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얘기를 많이 했었거든요."]

부검 결과 사망원인은 청장년 급사증후군, 하루 배달 물량은 천2백여 건, 이동 거리도 하루 평균 100km에 달했습니다.

[동료 집배원/음성변조 : "하루 이동 거리는 90km 나오고요. 오토바이를 많이 타가지고 요즘 허리가…."]

다음날 배달 물량을 집으로 가져와 분류하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구향모/故 이은장 씨 어머니 : "저녁에 못다 한 거 시간을 맞춰 퇴근해야 하니까 집에 가져와서 하더라고…."]

상사의 이삿짐을 나르고, 반려견 뒤처리까지 했습니다.

[이재홍/故 이은장 씨 형 : "직원들한테 방송국에 인터뷰는 하지 마라, 입단속 시키고. 이상해서 가봤더니 저희가 자료 요청했던 CCTV 자료는 백업은 하나도 안 돼 있고…."]

하지만 초과 근무를 신청하는 것도 우체국은 막았습니다.

석 달 뒤인 8월에는 경기 가평우체국 계약직 집배원 44살 성 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119입니다.)피가 보여요….(어디에서 피가 보여요?)입에서 피를…."]

성씨의 사망원인 역시 급성 심장사였습니다.

[가평우체국장/음성변조 : "주 52시간만 딱 했어요. 아마 대한민국에서 집배원 중에서 그렇게 일한 사람 아마 성○○ 밖에 없을 거예요."]

하지만 성씨의 배달 거리는 월평균 1,500km가 넘었습니다.

신용카드 이용 내역을 확인했더니, 10일 중 6일은 점심을 거른 것으로 추정됩니다.

[동료 집배원/음성변조 : "아침에 엄청 빨리 나갔어요. 새벽 배달이라고 미리 2시간, 1시간 먼저 치는(배달) 거예요."]

비정규직의 경우 법상 주말 근무를 할 수 없었지만, KBS가 확보한 CCTV에는 거의 매주 나와 일을 했습니다.

올해 1월과 2월에도 심장마비 등 과로사로 추정되는 사망은 2명, 이 중 한 명이 35살 젊은 집배원이었습니다.

[김형렬/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 "평소의 노동보다 과중이 된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이제 평소의 그 상황에 더해져서 촉발하는 요인으로서 그런 이제 심장질환이 발생할 수 있는 높아질 수 있는 그런 가능성이 있고요."]

이들 사망과 과로는 관련이 없다는 우정본부의 해명은 설득력이 없었습니다.

KBS 뉴스 임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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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배원 젊은 돌연사’ 급증 왜?
    • 입력 2020-05-01 07:07:38
    • 수정2020-05-01 07:09:40
    뉴스광장 1부
[앵커]

KBS 탐사보도부는 지난 2010년 이후 동안 발생한 집배원 사망 사례를 전수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특정 시점을 기점으로 집배원 돌연사가 급증했는데, 2040 젊은 집배원들이 절반 가까이 됐습니다.

문제는 사망자가 발생한 우체국 측이 대응입니다.

젊은 집배원들의 죽음을 임재성기자가 추적해 봤습니다.

[리포트]

아들이 떠난 지 꼭 일 년이 됐습니다.

어머니는 아직 아들의 방을 정리하지 못했습니다.

["뭐 그대로 있어. 컴퓨터 다 있고 그냥…."]

지난해 5월, 비정규직 집배원 이은장 씨가 잠을 자다 숨졌습니다.

서른네 살, 정규직 신청 바로 전날이었습니다.

[이재홍/故이은장 씨 형 : "이번에 정식 직원 무조건 되니까 꼭 돼야 한다고, 됐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얘기를 많이 했었거든요."]

부검 결과 사망원인은 청장년 급사증후군, 하루 배달 물량은 천2백여 건, 이동 거리도 하루 평균 100km에 달했습니다.

[동료 집배원/음성변조 : "하루 이동 거리는 90km 나오고요. 오토바이를 많이 타가지고 요즘 허리가…."]

다음날 배달 물량을 집으로 가져와 분류하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구향모/故 이은장 씨 어머니 : "저녁에 못다 한 거 시간을 맞춰 퇴근해야 하니까 집에 가져와서 하더라고…."]

상사의 이삿짐을 나르고, 반려견 뒤처리까지 했습니다.

[이재홍/故 이은장 씨 형 : "직원들한테 방송국에 인터뷰는 하지 마라, 입단속 시키고. 이상해서 가봤더니 저희가 자료 요청했던 CCTV 자료는 백업은 하나도 안 돼 있고…."]

하지만 초과 근무를 신청하는 것도 우체국은 막았습니다.

석 달 뒤인 8월에는 경기 가평우체국 계약직 집배원 44살 성 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119입니다.)피가 보여요….(어디에서 피가 보여요?)입에서 피를…."]

성씨의 사망원인 역시 급성 심장사였습니다.

[가평우체국장/음성변조 : "주 52시간만 딱 했어요. 아마 대한민국에서 집배원 중에서 그렇게 일한 사람 아마 성○○ 밖에 없을 거예요."]

하지만 성씨의 배달 거리는 월평균 1,500km가 넘었습니다.

신용카드 이용 내역을 확인했더니, 10일 중 6일은 점심을 거른 것으로 추정됩니다.

[동료 집배원/음성변조 : "아침에 엄청 빨리 나갔어요. 새벽 배달이라고 미리 2시간, 1시간 먼저 치는(배달) 거예요."]

비정규직의 경우 법상 주말 근무를 할 수 없었지만, KBS가 확보한 CCTV에는 거의 매주 나와 일을 했습니다.

올해 1월과 2월에도 심장마비 등 과로사로 추정되는 사망은 2명, 이 중 한 명이 35살 젊은 집배원이었습니다.

[김형렬/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 "평소의 노동보다 과중이 된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이제 평소의 그 상황에 더해져서 촉발하는 요인으로서 그런 이제 심장질환이 발생할 수 있는 높아질 수 있는 그런 가능성이 있고요."]

이들 사망과 과로는 관련이 없다는 우정본부의 해명은 설득력이 없었습니다.

KBS 뉴스 임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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