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46일째 텐트 생활…‘희망원’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입력 2020.05.01 (08:28) 수정 2020.05.0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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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오늘은 가정의 달, 5월이 시작되는 첫날이죠.

하지만 조금은 씁쓸한 소식을 전해야하는데요.

오늘로 46일 째, 길바닥에서 생활하고 있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깁니다.

바로 충북 희망원에서 지내던 15명의 아이들인데요.

이 아이들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뉴스따라잡기에서 현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리포트]

길을 따라 나란히 서 있는 일곱 개의 텐트들.

텐트 안은 온라인 수업을 받고 있는 아이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책상도 없이 바닥에 엎드린 채 필기까지 하는 모습인데요.

[충북 희망원 아동/음성변조 : "책상이 있어야 집중을 할 수 있는데. 여기는 그런 게 (없어서) 좀 불편하고, 필기 같은 걸 할 수 없잖아요. 그게 좀 불편해요."]

마치 여행 중인 것 같지만 사실 이 아이들에겐 안타까운 사연이 있습니다.

[충북 희망원 아동/음성변조 : "여기가 집이에요. (그런데) 들어가면 주거 침입으로 신고되고 못 들어가요."]

텐트에서 불과 몇 걸음만 가면 이렇게 꽉 잠긴 문이 나옵니다.

안쪽으로 보이는 파란 건물, 바로 아이들이 자라온 희망원인데요.

이 곳에서 살던 아이들이 닫힌 문 앞에서 텐트를 치고 생활 중인 겁니다.

["저 일주일 동안 옷 안 갈아입었어요."]

["저는 딱 5일 안 씻었어요."]

길 위에서 생활이 오늘로 46일째!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충북 희망원 아동/음성변조 : "희망원에 아동 학대 두 건이 나와서 한 달 정지가 행정처분으로 내려왔다고 (시청 관계자분이) 저희한테 말씀하셨어요."]

지난 2월, 시설 종사자의 아동 학대 사실이 드러나면서 한 달간 사업정지 행정처분이 내려졌습니다.

아이들은 각기 다른 3개의 시설로 흩어졌는데요.

[충북 희망원 아동/음성변조 : "저희가 반대를 계속했는데도 시청 쪽에서는 안 가면 한 달 정지가 6개월 이렇게 늘어날 수도 있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한 달 참아보자는 마음으로 갔죠."]

그러나 아동 학대와 성폭력 등 추가적인 범죄사실이 더 발각됐습니다.

[충북 희망원 아동/음성변조 : "3월 10일에 돌아갈 준비를 하는데 공문이 내려왔대요. 못 돌아갈 수도 있다고……. 시청 쪽에서 정확히 말씀해주시면 좋은데 언제 돌아갈지 모르겠다. 계속 그 얘기를 하시는 거예요."]

3개 시설로 보내졌던 아이들, 또 다시 7개 시설로 흩어져야만 했는데요.

[충북 희망원 아동/음성변조 : "(한 달 간 있던 보육시설에서) 저를 다시 다른 보육시설로 보냈어요. 혼자. 어이가 없었어요. 희망원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

불안해진 아이들은 하나 둘 서로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충북 희망원 아동/음성변조 : "다 같이 SNS 방을 만들고 희망원 다 같이 갈 사람 (물어보고) 3월 17일에 정확히 모여서 여기 있게 됐어요."]

아이들이 선택한 건 노숙생활, 처음엔 돗자리 하나뿐이었는데요.

보다 못한 시민단체와 자원봉사자들이 텐트를 마련해줬습니다.

[충북 희망원 아동/음성변조 : "희망원에 있을 때 봉사 단체가 있었어요. 그 봉사단분들이 와서 텐트도 도와주시고, 음식은 어떤 봉사단분들이 오셔서 주실 때도 많아요."]

하지만 3월 말, 결국 희망원은 시설 폐쇄 처분이 내려졌는데요.

최근 5년간 아동학대와 성폭행 등 15건이나 잇따라 발생했지만 희망원의 재발 방지 노력은 미흡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시청 관계자/음성변조 : " (행정처분) 한 달 사이에 아동학대로 교사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게 됐고, 이전에 있던 성폭력 사건이 또 불거져서 그런 부분 때문에 폐쇄에 이르게 됐고요. 이렇게 많은 사건이 일어나는 곳에 (아이들이) 다시 들어가서 보호받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서……."]

그런데 이 과정에서, 아동복지법상으로도 보장돼있는 아이들에게 충분한 설명은 이뤄지지 않았는데요.

[충북 희망원 아동/음성변조 : "원장님한테도 처벌이 내려왔고 시설장 교체까지 내려왔는데 왜 폐쇄까지 이루어지는지 저희는 그게 좀 의문이었고요. 그냥 무작정 폐쇄만 촉구하시고, 너희 그냥 전원 조치되면 끝 아니냐.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다 보니까……."]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입은 마음의 상처가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충북 희망원 아동/음성변조 : "피해자는 우리인데 왜 우리가 또 피해를 봐야 하고,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가해자에게) 처벌이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우리까지 왜 피해가 되고……."]

[청주 희망원 아동/음성변조 : "부모한테 버려지고 여기 왔잖아요. 버려졌는데 왜 또 한 번 버려져요? 제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그렇지 않아요?"]

전문가들도 이 부분을 지적합니다.

[조윤환/고아권익연대 대표 : "폐쇄 결정이 될 만큼 (문제가) 심각하더라도 다른 시설은 (아이들을) 세 군데로 분산 조치해서 설득하진 않아요. 왜냐하면 분산 조치를 하면 아이들이 심리적으로 더 불안정하기 때문에 설득이 더 안 돼요. 그래서 이 안에서 차분하게 아이들 곁에서 아이들이 안정된 상태에서 이 시설의 부당함과 존재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서 천천히 설명하는 게 정상적인 절차인 거죠."]

하지만 관할 지자체인 청주시는 폐쇄 결정은 적법한 절차였다면서, 상담을 통해 아이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과 청주를 오가며 시위까지 나선 아이들, 아이들에게 희망원은 어떤 곳일까요?

[충북 희망원 아동/음성변조 : "저는 태어나자마자 두 달 뒤에 왔습니다. (다른) 애들도 태어나자마자 왔어요. 저희에게는 소중한 집이고 그래서 어릴 때부터 살아왔던 집이잖아요. 이미 적응해왔고 커왔던 곳이었는데...."]

[충북 희망원 아동/음성변조 : "여기가 제 고향이니까. 태어날 때부터 쭉 살아와서 (아이들은) 가족이잖아요 가족."]

아이들이 바라는 건 딱 하나, ‘가족’과 함께 사는 것입니다.

[충북 희망원 아동/음성변조 : "저희가 다 같이 살 수 있는 공간, 헤어지지 않고 이렇게 다 같이 모일 수 있는 공간만 마련해주신다면, 저희는 그거를 바라는 거예요."]

또 해가 지고 길 위에서 하루가 지나갑니다.

봄은 왔지만 여전히 밤이면 찾아오는 추위 속에서 아이들은 또 하룻밤을 지내야 합니다.

[충북 희망원 아동/음성변조 : "그냥 불편해도 참아야죠. 고통 없이 얻어지는 건 없어요. 지금 이게 고통이면요. 나중에 희망원이 돌아오는 게 기쁨이겠죠?"]

희망원 밖, 길 위에서 살 수 밖에 없는 이 아이들의 희망은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요.

[알립니다]
익명성 보호를 위해 일부 아동의 녹취를 방송 후 음성변조로 수정하여 게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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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46일째 텐트 생활…‘희망원’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 입력 2020-05-01 08:29:03
    • 수정2020-05-01 15: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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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오늘은 가정의 달, 5월이 시작되는 첫날이죠.

하지만 조금은 씁쓸한 소식을 전해야하는데요.

오늘로 46일 째, 길바닥에서 생활하고 있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깁니다.

바로 충북 희망원에서 지내던 15명의 아이들인데요.

이 아이들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뉴스따라잡기에서 현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리포트]

길을 따라 나란히 서 있는 일곱 개의 텐트들.

텐트 안은 온라인 수업을 받고 있는 아이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책상도 없이 바닥에 엎드린 채 필기까지 하는 모습인데요.

[충북 희망원 아동/음성변조 : "책상이 있어야 집중을 할 수 있는데. 여기는 그런 게 (없어서) 좀 불편하고, 필기 같은 걸 할 수 없잖아요. 그게 좀 불편해요."]

마치 여행 중인 것 같지만 사실 이 아이들에겐 안타까운 사연이 있습니다.

[충북 희망원 아동/음성변조 : "여기가 집이에요. (그런데) 들어가면 주거 침입으로 신고되고 못 들어가요."]

텐트에서 불과 몇 걸음만 가면 이렇게 꽉 잠긴 문이 나옵니다.

안쪽으로 보이는 파란 건물, 바로 아이들이 자라온 희망원인데요.

이 곳에서 살던 아이들이 닫힌 문 앞에서 텐트를 치고 생활 중인 겁니다.

["저 일주일 동안 옷 안 갈아입었어요."]

["저는 딱 5일 안 씻었어요."]

길 위에서 생활이 오늘로 46일째!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충북 희망원 아동/음성변조 : "희망원에 아동 학대 두 건이 나와서 한 달 정지가 행정처분으로 내려왔다고 (시청 관계자분이) 저희한테 말씀하셨어요."]

지난 2월, 시설 종사자의 아동 학대 사실이 드러나면서 한 달간 사업정지 행정처분이 내려졌습니다.

아이들은 각기 다른 3개의 시설로 흩어졌는데요.

[충북 희망원 아동/음성변조 : "저희가 반대를 계속했는데도 시청 쪽에서는 안 가면 한 달 정지가 6개월 이렇게 늘어날 수도 있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한 달 참아보자는 마음으로 갔죠."]

그러나 아동 학대와 성폭력 등 추가적인 범죄사실이 더 발각됐습니다.

[충북 희망원 아동/음성변조 : "3월 10일에 돌아갈 준비를 하는데 공문이 내려왔대요. 못 돌아갈 수도 있다고……. 시청 쪽에서 정확히 말씀해주시면 좋은데 언제 돌아갈지 모르겠다. 계속 그 얘기를 하시는 거예요."]

3개 시설로 보내졌던 아이들, 또 다시 7개 시설로 흩어져야만 했는데요.

[충북 희망원 아동/음성변조 : "(한 달 간 있던 보육시설에서) 저를 다시 다른 보육시설로 보냈어요. 혼자. 어이가 없었어요. 희망원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

불안해진 아이들은 하나 둘 서로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충북 희망원 아동/음성변조 : "다 같이 SNS 방을 만들고 희망원 다 같이 갈 사람 (물어보고) 3월 17일에 정확히 모여서 여기 있게 됐어요."]

아이들이 선택한 건 노숙생활, 처음엔 돗자리 하나뿐이었는데요.

보다 못한 시민단체와 자원봉사자들이 텐트를 마련해줬습니다.

[충북 희망원 아동/음성변조 : "희망원에 있을 때 봉사 단체가 있었어요. 그 봉사단분들이 와서 텐트도 도와주시고, 음식은 어떤 봉사단분들이 오셔서 주실 때도 많아요."]

하지만 3월 말, 결국 희망원은 시설 폐쇄 처분이 내려졌는데요.

최근 5년간 아동학대와 성폭행 등 15건이나 잇따라 발생했지만 희망원의 재발 방지 노력은 미흡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시청 관계자/음성변조 : " (행정처분) 한 달 사이에 아동학대로 교사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게 됐고, 이전에 있던 성폭력 사건이 또 불거져서 그런 부분 때문에 폐쇄에 이르게 됐고요. 이렇게 많은 사건이 일어나는 곳에 (아이들이) 다시 들어가서 보호받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서……."]

그런데 이 과정에서, 아동복지법상으로도 보장돼있는 아이들에게 충분한 설명은 이뤄지지 않았는데요.

[충북 희망원 아동/음성변조 : "원장님한테도 처벌이 내려왔고 시설장 교체까지 내려왔는데 왜 폐쇄까지 이루어지는지 저희는 그게 좀 의문이었고요. 그냥 무작정 폐쇄만 촉구하시고, 너희 그냥 전원 조치되면 끝 아니냐.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다 보니까……."]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입은 마음의 상처가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충북 희망원 아동/음성변조 : "피해자는 우리인데 왜 우리가 또 피해를 봐야 하고,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가해자에게) 처벌이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우리까지 왜 피해가 되고……."]

[청주 희망원 아동/음성변조 : "부모한테 버려지고 여기 왔잖아요. 버려졌는데 왜 또 한 번 버려져요? 제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그렇지 않아요?"]

전문가들도 이 부분을 지적합니다.

[조윤환/고아권익연대 대표 : "폐쇄 결정이 될 만큼 (문제가) 심각하더라도 다른 시설은 (아이들을) 세 군데로 분산 조치해서 설득하진 않아요. 왜냐하면 분산 조치를 하면 아이들이 심리적으로 더 불안정하기 때문에 설득이 더 안 돼요. 그래서 이 안에서 차분하게 아이들 곁에서 아이들이 안정된 상태에서 이 시설의 부당함과 존재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서 천천히 설명하는 게 정상적인 절차인 거죠."]

하지만 관할 지자체인 청주시는 폐쇄 결정은 적법한 절차였다면서, 상담을 통해 아이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과 청주를 오가며 시위까지 나선 아이들, 아이들에게 희망원은 어떤 곳일까요?

[충북 희망원 아동/음성변조 : "저는 태어나자마자 두 달 뒤에 왔습니다. (다른) 애들도 태어나자마자 왔어요. 저희에게는 소중한 집이고 그래서 어릴 때부터 살아왔던 집이잖아요. 이미 적응해왔고 커왔던 곳이었는데...."]

[충북 희망원 아동/음성변조 : "여기가 제 고향이니까. 태어날 때부터 쭉 살아와서 (아이들은) 가족이잖아요 가족."]

아이들이 바라는 건 딱 하나, ‘가족’과 함께 사는 것입니다.

[충북 희망원 아동/음성변조 : "저희가 다 같이 살 수 있는 공간, 헤어지지 않고 이렇게 다 같이 모일 수 있는 공간만 마련해주신다면, 저희는 그거를 바라는 거예요."]

또 해가 지고 길 위에서 하루가 지나갑니다.

봄은 왔지만 여전히 밤이면 찾아오는 추위 속에서 아이들은 또 하룻밤을 지내야 합니다.

[충북 희망원 아동/음성변조 : "그냥 불편해도 참아야죠. 고통 없이 얻어지는 건 없어요. 지금 이게 고통이면요. 나중에 희망원이 돌아오는 게 기쁨이겠죠?"]

희망원 밖, 길 위에서 살 수 밖에 없는 이 아이들의 희망은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요.

[알립니다]
익명성 보호를 위해 일부 아동의 녹취를 방송 후 음성변조로 수정하여 게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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