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유치원부터 지능 계발…조기교육 ‘열풍’

입력 2020.05.02 (08:05) 수정 2020.05.02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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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두 돌 된 아이가 한글을 척척 읽고, 네 살짜리 아이가 두자리수 곱셈을 암산으로 해냅니다.

북한 TV가 방송한 이른바 북한 영재들 수준인데요.

북한의 영재 교육은 김정은 시대 들면서 더욱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어려서부터 지능을 잘 계발해야 선천적인 기질도 교육 효과도 배가된다는 건데요.

이번주 클로즈업 북한에선 북한 영재교육의 실상과 한계점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3월, 북한 조선중앙TV를 통해 소개된 은하 2유치원.

평양 과학자거리에 있는 유치원인 만큼 아동들의 학습 열의도 남달리 뜨겁다.

일반적인 교과 학습에 그치지 않고, 아동 지능계발에 주력하고 있는 유치원이다.

그중 활용도가 가장 높은 것은 다름 아닌 바둑.

[김의진/은하2유치원 교사 : "바둑은 주의력, 집중력은 물론이고 수 개념을 높여주는 등 어린이들의 지능 계발에 대단히 좋습니다."]

이곳에선 아동들의 취미와 소질 활동에도 바둑을 적극 접목시키는데,

[백부일/6살/은하2유치원 원생 : "도 미 솔, 파 라 도, 미 솔 시."]

음악적 재능이 탁월한 이 어린이에겐 청음 활동과 바둑교육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교사들이 이렇게까지 지능 계발에 집중하는 이유는 취학 전 지능 교육이 우뇌계발에 도움을 준다는 믿음 때문이다.

[김은정/은하2유치원 원장 : "원래 사람들의 일상 생활에서 이 왼쪽 뇌가 많이 이용되고 오른쪽 뇌는 형상적으로 잠을 잔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오른쪽 뇌 계발이 사람들이 인재가 되는 데서는 지름길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북한 유아교육의 표준을 만들고 있는 평양교원대학 부속 ‘개선 유치원’,

["동무들! (예!) 두 손을 주산 위에 가볍게 올려 놓아요."]

이곳에선 주산을 통한 지능계발 교육이 한창이다.

이 유치원 역시 취학 전 지능 계발 교육의 효과를 높게 평가하는데 그 예로 어린 나이일수록 빠르게 향상되는 주산 실력을 들고 있다.

원아 전체를 대상으로 한 개선 유치원의 주산 경기.

["주산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다섯 살에서 여섯 살. 아직 수에 대한 개념도 부족한 어린이들에게 네 자리수 덧셈과 뺄셈 등 고난이도 문제가 제시된다.

어린이들은 주판도 사용하지 않고 순식간에 답을 맞춰낸다.

바로 이런 능력이 조기 지능교육의 효과라는 것이다.

[오명희/개선유치원 분과장 : "주산을 쓰지 않고 이렇게 손시늉만 해도 지금 저 어린이들의 머릿속에서는 실제 주산을 쓰는 것과 같은 화면이 펼쳐지는데, 바로 이것을 ‘주산을 영상화해서 계산한다.’ 이렇게 말합니다."]

나아가 주산을 통한 지능계발교육이 아동의 생활 전반까지 개선시킨다고 선전한다.

[조선중앙TV ‘주산을 잘 하는 아이들’ : "주산 교육의 우월성은 공부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유치원 때부터 주산을 잘 하는 어린이는 공부에서도 1등, 예능에서도 1등, 몸을 튼튼하게 하는데서도 1등이라고 합니다."]

[김향희/개선유치원 학부모 : "우리 아이는 유별나게 장난이 심해서 걱정이 많았는데 유치원에서 주산을 배운 다음부터 그 걱정이 싹 없어졌습니다."]

북한 방송 매체는 과학적 근거가 확실치 않은 주장들까지 제시하며 취학 전 지능계발교육의 중요성을 피력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이런 교육 프로그램이 짧은 승계과정을 거치고 지도자가 된 김정은 위원장의 정치적 전략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석향/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유독 지능계발 쪽으로 해서 뭔가를 했던 거는 2005년쯤부터 시작인 거 같아요. 그때부터 시작해서 2012년 이때쯤을 폭발적으로 조금 늘어난 거를 보면 왜 그랬을까 하고 여러 가지로 생각을 해보면 젊은 지도자가 온전히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는 건 어린아이들일수록 내가 혜택을 주고 내 목적에 맞춰서 키우면 이런 저런 인물이 돼서 내 주변에 있을 거다라고 생각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저는 들어요..."]

실제 취학 전 아동 지능 계발교육은 김정은 위원장 등장과 함께 본격화됐다.

[조선중앙TV/2012년 : "자신께서 경상유치원에 다시 찾아온 것은 학령 전 어린이들의 지능계발이 중요하기 때문이고..."]

집권 직후인 2012년, 경상 유치원을 두 차례나 찾아 지능 계발교육을 강조했던 김정은 위원장.

2014년 완공된 평양육아원과 애육원에서도 김 위원장은 아동들의 지능계발을 언급했다.

[최영숙/전 북한 소학교 교사/2016년 탈북 : "(유치원에는) 마치 계산기처럼 머리에 기억을 해가지고 있는 어린이가 있거나 또 그림 조각을 가지고 기억을 하고 있는 어린이들, 또 주산알을 튕겨서 기억하는 어린이들이 아주 많거든요. 그런 어린이들을 김정은 위원장이 많이 양성할 데 대한 이런 방침을 내리고 있거든요."]

북한 당국이 시행하는 지능 계발교육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추세는 더욱 눈여겨 볼 대목이다.

[박은주/조국록의 어머니 : "2살 밖에 안 됐는데 웬만한 글자는 다 읽습니다. 우리가 너무 신기해서 아는 글자를 다 써놓고 세어봤는데 1,300개가 넘습니다."]

["(이거 뭐라고 썼나요?) 모란봉. 태양절. (뭐라고 썼나요?)"]

[조국록/2살 : "우리나라 깃발. 보도. (잘합니다.)"]

갓 두 돌 된 아기가 나열된 단어들을 읽어내고,

[리영원/3살 : "옛날 어느 한 동산에 자그마한 초가집 한 채가 있었습니다."]

한 살 더 많은 이 유아는 제법 두꺼운 책도 거침없이 읽는 모습. 여기에 숫자 계산까지 해내는 네 살 유아까지 등장한다.

[리수미/리수현의 어머니 : "우리 수현이는 우리 글도 다 읽고 셈 세기도 아주 잘한답니다. 더하기 덜기는 물론이고 언니 오빠들이 하는 곱하기까지도 15표까지 척척 다 잘한답니다. (자, 수현이 그럼 선생님과 함께 해보아요.)"]

[리수현/4살 : "126, 180, 165, 169, 168, 156 ,180, 132, 154, 132..."]

이 어린이들은 모두 탁아소를 다니고 있는 영유아들이다. 이는 취학 전 지능계발교육이라는 명분하에 김정은 위원장식의 일꾼 양성이 영유아 교육과정에까지 치밀하게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김석향/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사람의 지능을 계발한다거나 적응력을 키운다거나 하는 건 북한 체제를 지키기 위한 일꾼을 만들어내는게 기본입니다. 그러니까 북한 당국이 항상 주장하는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 그 전체주의적인 관념 그거를 실천하기 위해서 사람을 도구로 쓰죠."]

또 한편으론 취학 전 아동들의 지능계발교육이 내수 경제와도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북한은 지능, 두뇌 단련과 관련된 다양한 책과 상품, 프로그램들을 출시하고 있는데 당국 차원의 교육적 지시와 매체를 통한 영재들의 잦은 노출은 부모들의 소비를 촉진하고 있다.

[최영숙/전 북한 소학교 교사/2016년 탈북 : "선생님들이 그(영재) 아이를 키우자면 얼마만한 정도의 돈이 있어야 키운다고 (부모들에게) 말해요. 진짜 엄마들이 키워보면 다 똑같지 않나요. 내 자식이 진짜 정말 수재형이다 할 때는 엄마가 어떻게 하든지 내 자식을 키워보겠다 하면 날아가는 돈이라도 진짜 잡아서 키우겠다고 엄청 애를 쓰거든요."]

[조선중앙TV ‘학령 전 어린이의 지능계발’ : "자기 자식들이 쓸모 있는 인재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어머니들 누구나의 마음입니다. 그러자면 학령전 시기부터 어린이들의 지능계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북한의 방송 매체에서도 언급하듯 최근 취학 전 지능계발교육은 부모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소위 영재라 불리는 아동들과 부모가 함께 나와 경험담을 나누는 방송물도 나오고,

[류설화 : "저는 아이가 제 말을 알아듣는다는 것을 알았을 때부터 매일 저녁 아이와 그림책을 읽었습니다."]

아동들이 사용한 책자들도 자연스럽게 노출 시킨다. 무상교육, 평등교육을 주장하는 북한에서 홍보까지 이루어지는 것이다.

[조선중앙TV ‘책 읽기와 지능계발’ : "최첨단 문명으로 돌진하는 오늘의 시대에 지능교육용 그림책이야말로 어릴 때부터 창조적인 두뇌와 인재의 싹을 틔워주고 가꾸어주는 훌륭한 스승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북한 교육당국 관계자도 앞장서 조기 지능계발을 강조하고 있다.

[리정옥/교육위원회 교육연구원 실장 부교수 : "교육의 시작점이 앞당겨지고 있습니다. 심리학자들이 연구한 데 의하면 사람의 일생을 100%로 볼 때 6살 시기에 80~90%가 형성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키워진 아이들이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당국의 기대만큼 제 역량을 펼칠 수 있는지는 미지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먼저 폐쇄적인 북한 사회가 주는 한계성이다.

[최영숙/전 북한 소학교 교사/2016년 탈북 : "당을 위해서, 장군님을 위해서 공부를 해서 그 나라를 위해서 충성을 다하라는 이런 점에서만 공부를 하지 세계로 나가서 (이름을) 빛내라는 이런 거는 없거든요 북한에는. 그러니까 너무 안타까운 점도 있어요. 부모님들의 인식 상태도 내 자식을 키워서 정말 세계적으로 이름 꽃피는 수재를 키우겠다는 이런 관점이 아직 멀었어요."]

여기에 영유아기부터 강요된 주입식 교육은 자아가 형성되는 청소년기를 지나며 김정은 위원장이 바라는 후비대 양성에도 큰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석향/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어떤 상황에 들어가면 사람이 모르는 게 있으니까 그 상황에 적응하도록 배웁니다. 배울 때까지는 주어지는 거 흡수해요. 암기교육 같은 식이죠. 이렇게 흡수를 하고 난 이후에 이게 차면 그 사람의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이 적응력이 차면 그다음부터는 꼭 새로운 걸 하고 싶어합니다. 이 부분이 위험한 거죠 북한 체제에서는. 지금 점점 더 내려가서 탁아소의 3~4세 아이들한테 이걸 제대로 그때부터 하면 되지 않을까를 하고 있는 거 같은데 그거는 인간의 본능을 거스리는 일이거든요. 그러니까 저는 결국은 실패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패를 깨닫는 데까지 시간이 걸릴 뿐이지."]

[홍자현/6살/북한 유치원생 : "나는 지능공부 열심히 해서 세계와 겨루어볼래. 그래서 우리 나라 공화국기를 높이 휘날리고 싶어."]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의 체제유지를 위해 국가차원에서 실시되고 있는 취학 전 지능계발교육.

그러나 어린이 개개인의 재능과 꿈을 키워주지 못하는 교육은 결국 북한 정권 유지에 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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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유치원부터 지능 계발…조기교육 ‘열풍’
    • 입력 2020-05-02 08:18:38
    • 수정2020-05-02 08:32:17
    남북의 창
[앵커]

두 돌 된 아이가 한글을 척척 읽고, 네 살짜리 아이가 두자리수 곱셈을 암산으로 해냅니다.

북한 TV가 방송한 이른바 북한 영재들 수준인데요.

북한의 영재 교육은 김정은 시대 들면서 더욱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어려서부터 지능을 잘 계발해야 선천적인 기질도 교육 효과도 배가된다는 건데요.

이번주 클로즈업 북한에선 북한 영재교육의 실상과 한계점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3월, 북한 조선중앙TV를 통해 소개된 은하 2유치원.

평양 과학자거리에 있는 유치원인 만큼 아동들의 학습 열의도 남달리 뜨겁다.

일반적인 교과 학습에 그치지 않고, 아동 지능계발에 주력하고 있는 유치원이다.

그중 활용도가 가장 높은 것은 다름 아닌 바둑.

[김의진/은하2유치원 교사 : "바둑은 주의력, 집중력은 물론이고 수 개념을 높여주는 등 어린이들의 지능 계발에 대단히 좋습니다."]

이곳에선 아동들의 취미와 소질 활동에도 바둑을 적극 접목시키는데,

[백부일/6살/은하2유치원 원생 : "도 미 솔, 파 라 도, 미 솔 시."]

음악적 재능이 탁월한 이 어린이에겐 청음 활동과 바둑교육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교사들이 이렇게까지 지능 계발에 집중하는 이유는 취학 전 지능 교육이 우뇌계발에 도움을 준다는 믿음 때문이다.

[김은정/은하2유치원 원장 : "원래 사람들의 일상 생활에서 이 왼쪽 뇌가 많이 이용되고 오른쪽 뇌는 형상적으로 잠을 잔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오른쪽 뇌 계발이 사람들이 인재가 되는 데서는 지름길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북한 유아교육의 표준을 만들고 있는 평양교원대학 부속 ‘개선 유치원’,

["동무들! (예!) 두 손을 주산 위에 가볍게 올려 놓아요."]

이곳에선 주산을 통한 지능계발 교육이 한창이다.

이 유치원 역시 취학 전 지능 계발 교육의 효과를 높게 평가하는데 그 예로 어린 나이일수록 빠르게 향상되는 주산 실력을 들고 있다.

원아 전체를 대상으로 한 개선 유치원의 주산 경기.

["주산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다섯 살에서 여섯 살. 아직 수에 대한 개념도 부족한 어린이들에게 네 자리수 덧셈과 뺄셈 등 고난이도 문제가 제시된다.

어린이들은 주판도 사용하지 않고 순식간에 답을 맞춰낸다.

바로 이런 능력이 조기 지능교육의 효과라는 것이다.

[오명희/개선유치원 분과장 : "주산을 쓰지 않고 이렇게 손시늉만 해도 지금 저 어린이들의 머릿속에서는 실제 주산을 쓰는 것과 같은 화면이 펼쳐지는데, 바로 이것을 ‘주산을 영상화해서 계산한다.’ 이렇게 말합니다."]

나아가 주산을 통한 지능계발교육이 아동의 생활 전반까지 개선시킨다고 선전한다.

[조선중앙TV ‘주산을 잘 하는 아이들’ : "주산 교육의 우월성은 공부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유치원 때부터 주산을 잘 하는 어린이는 공부에서도 1등, 예능에서도 1등, 몸을 튼튼하게 하는데서도 1등이라고 합니다."]

[김향희/개선유치원 학부모 : "우리 아이는 유별나게 장난이 심해서 걱정이 많았는데 유치원에서 주산을 배운 다음부터 그 걱정이 싹 없어졌습니다."]

북한 방송 매체는 과학적 근거가 확실치 않은 주장들까지 제시하며 취학 전 지능계발교육의 중요성을 피력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이런 교육 프로그램이 짧은 승계과정을 거치고 지도자가 된 김정은 위원장의 정치적 전략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석향/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유독 지능계발 쪽으로 해서 뭔가를 했던 거는 2005년쯤부터 시작인 거 같아요. 그때부터 시작해서 2012년 이때쯤을 폭발적으로 조금 늘어난 거를 보면 왜 그랬을까 하고 여러 가지로 생각을 해보면 젊은 지도자가 온전히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는 건 어린아이들일수록 내가 혜택을 주고 내 목적에 맞춰서 키우면 이런 저런 인물이 돼서 내 주변에 있을 거다라고 생각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저는 들어요..."]

실제 취학 전 아동 지능 계발교육은 김정은 위원장 등장과 함께 본격화됐다.

[조선중앙TV/2012년 : "자신께서 경상유치원에 다시 찾아온 것은 학령 전 어린이들의 지능계발이 중요하기 때문이고..."]

집권 직후인 2012년, 경상 유치원을 두 차례나 찾아 지능 계발교육을 강조했던 김정은 위원장.

2014년 완공된 평양육아원과 애육원에서도 김 위원장은 아동들의 지능계발을 언급했다.

[최영숙/전 북한 소학교 교사/2016년 탈북 : "(유치원에는) 마치 계산기처럼 머리에 기억을 해가지고 있는 어린이가 있거나 또 그림 조각을 가지고 기억을 하고 있는 어린이들, 또 주산알을 튕겨서 기억하는 어린이들이 아주 많거든요. 그런 어린이들을 김정은 위원장이 많이 양성할 데 대한 이런 방침을 내리고 있거든요."]

북한 당국이 시행하는 지능 계발교육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추세는 더욱 눈여겨 볼 대목이다.

[박은주/조국록의 어머니 : "2살 밖에 안 됐는데 웬만한 글자는 다 읽습니다. 우리가 너무 신기해서 아는 글자를 다 써놓고 세어봤는데 1,300개가 넘습니다."]

["(이거 뭐라고 썼나요?) 모란봉. 태양절. (뭐라고 썼나요?)"]

[조국록/2살 : "우리나라 깃발. 보도. (잘합니다.)"]

갓 두 돌 된 아기가 나열된 단어들을 읽어내고,

[리영원/3살 : "옛날 어느 한 동산에 자그마한 초가집 한 채가 있었습니다."]

한 살 더 많은 이 유아는 제법 두꺼운 책도 거침없이 읽는 모습. 여기에 숫자 계산까지 해내는 네 살 유아까지 등장한다.

[리수미/리수현의 어머니 : "우리 수현이는 우리 글도 다 읽고 셈 세기도 아주 잘한답니다. 더하기 덜기는 물론이고 언니 오빠들이 하는 곱하기까지도 15표까지 척척 다 잘한답니다. (자, 수현이 그럼 선생님과 함께 해보아요.)"]

[리수현/4살 : "126, 180, 165, 169, 168, 156 ,180, 132, 154, 132..."]

이 어린이들은 모두 탁아소를 다니고 있는 영유아들이다. 이는 취학 전 지능계발교육이라는 명분하에 김정은 위원장식의 일꾼 양성이 영유아 교육과정에까지 치밀하게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김석향/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사람의 지능을 계발한다거나 적응력을 키운다거나 하는 건 북한 체제를 지키기 위한 일꾼을 만들어내는게 기본입니다. 그러니까 북한 당국이 항상 주장하는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 그 전체주의적인 관념 그거를 실천하기 위해서 사람을 도구로 쓰죠."]

또 한편으론 취학 전 아동들의 지능계발교육이 내수 경제와도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북한은 지능, 두뇌 단련과 관련된 다양한 책과 상품, 프로그램들을 출시하고 있는데 당국 차원의 교육적 지시와 매체를 통한 영재들의 잦은 노출은 부모들의 소비를 촉진하고 있다.

[최영숙/전 북한 소학교 교사/2016년 탈북 : "선생님들이 그(영재) 아이를 키우자면 얼마만한 정도의 돈이 있어야 키운다고 (부모들에게) 말해요. 진짜 엄마들이 키워보면 다 똑같지 않나요. 내 자식이 진짜 정말 수재형이다 할 때는 엄마가 어떻게 하든지 내 자식을 키워보겠다 하면 날아가는 돈이라도 진짜 잡아서 키우겠다고 엄청 애를 쓰거든요."]

[조선중앙TV ‘학령 전 어린이의 지능계발’ : "자기 자식들이 쓸모 있는 인재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어머니들 누구나의 마음입니다. 그러자면 학령전 시기부터 어린이들의 지능계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북한의 방송 매체에서도 언급하듯 최근 취학 전 지능계발교육은 부모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소위 영재라 불리는 아동들과 부모가 함께 나와 경험담을 나누는 방송물도 나오고,

[류설화 : "저는 아이가 제 말을 알아듣는다는 것을 알았을 때부터 매일 저녁 아이와 그림책을 읽었습니다."]

아동들이 사용한 책자들도 자연스럽게 노출 시킨다. 무상교육, 평등교육을 주장하는 북한에서 홍보까지 이루어지는 것이다.

[조선중앙TV ‘책 읽기와 지능계발’ : "최첨단 문명으로 돌진하는 오늘의 시대에 지능교육용 그림책이야말로 어릴 때부터 창조적인 두뇌와 인재의 싹을 틔워주고 가꾸어주는 훌륭한 스승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북한 교육당국 관계자도 앞장서 조기 지능계발을 강조하고 있다.

[리정옥/교육위원회 교육연구원 실장 부교수 : "교육의 시작점이 앞당겨지고 있습니다. 심리학자들이 연구한 데 의하면 사람의 일생을 100%로 볼 때 6살 시기에 80~90%가 형성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키워진 아이들이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당국의 기대만큼 제 역량을 펼칠 수 있는지는 미지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먼저 폐쇄적인 북한 사회가 주는 한계성이다.

[최영숙/전 북한 소학교 교사/2016년 탈북 : "당을 위해서, 장군님을 위해서 공부를 해서 그 나라를 위해서 충성을 다하라는 이런 점에서만 공부를 하지 세계로 나가서 (이름을) 빛내라는 이런 거는 없거든요 북한에는. 그러니까 너무 안타까운 점도 있어요. 부모님들의 인식 상태도 내 자식을 키워서 정말 세계적으로 이름 꽃피는 수재를 키우겠다는 이런 관점이 아직 멀었어요."]

여기에 영유아기부터 강요된 주입식 교육은 자아가 형성되는 청소년기를 지나며 김정은 위원장이 바라는 후비대 양성에도 큰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석향/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어떤 상황에 들어가면 사람이 모르는 게 있으니까 그 상황에 적응하도록 배웁니다. 배울 때까지는 주어지는 거 흡수해요. 암기교육 같은 식이죠. 이렇게 흡수를 하고 난 이후에 이게 차면 그 사람의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이 적응력이 차면 그다음부터는 꼭 새로운 걸 하고 싶어합니다. 이 부분이 위험한 거죠 북한 체제에서는. 지금 점점 더 내려가서 탁아소의 3~4세 아이들한테 이걸 제대로 그때부터 하면 되지 않을까를 하고 있는 거 같은데 그거는 인간의 본능을 거스리는 일이거든요. 그러니까 저는 결국은 실패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패를 깨닫는 데까지 시간이 걸릴 뿐이지."]

[홍자현/6살/북한 유치원생 : "나는 지능공부 열심히 해서 세계와 겨루어볼래. 그래서 우리 나라 공화국기를 높이 휘날리고 싶어."]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의 체제유지를 위해 국가차원에서 실시되고 있는 취학 전 지능계발교육.

그러나 어린이 개개인의 재능과 꿈을 키워주지 못하는 교육은 결국 북한 정권 유지에 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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