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태국-일상 바뀐 스님들

입력 2020.05.02 (22:09) 수정 2020.05.02 (22:3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이번에는 동남아시아의 상황을 알아보겠습니다.

태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은 코로나 19에 대해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었는데요.

방콕 유석조 특파원 연결합니다.

지금 유럽 등 일부 국가들은 단계적인 코로나 19 봉쇄 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지금 동남아 상황은 어떤가요?

[기자]

동남아에서 상황이 가장 진정되고 있는 곳은 베트남입니다.

베트남은 지난 28일 공식적으로 코로나19 퇴치 성공을 선언했습니다.

지난달 16일 이후 지역사회 감염자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에따라 베트남은 경제회생 모드로 단계적으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최근 하루 신규확진자수가 열 명 안팎으로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태국도 내일(3일)부터 식당과 이발소 등 폐쇄됐던 일부 업종의 제한조치를 완화했고, 말레이시아도 월요일부터 봉쇄령의 상당부분을 완화합니다.

[앵커]

우리나라는 지난달 30일이 부처님 오신날었죠.

불교 국가인 태국에서는 코로나 19가 사찰과 스님들의 삶을 많이 바꾸어 놓았다구요?

[기자]

태국은 오는 6일을 부처님 오신날로 지키고 있는데요.

인구의 90% 이상이 불교를 믿는 불교 국가이다보니 일상의 삶이 불교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습니다.

코로나19는 태국 승려들의 삶도 바꾸어 놓았는데요. 그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태국 방콕에 있는 한 불교 사찰.

이른 새벽부터 스님들이 두 세 명씩 짝을 지어 사찰을 나섭니다.

불교에서 무욕과 무소유를 실천하기 위해 마을로 나가 음식을 얻는 '탁발 공양'을 위해섭니다.

맨발에 음식 그릇인 발우를 든 것은 전과 같지만, 마스크를 끼고 안면 보호대까지 착용한 것은 코로나 사태 이후 달라진 스님들의 모습입니다.

[아티까모/왓탓통 사찰 스님 : "코로나19가 발생하고 나서는 저희들도 더 건강에 신경 쓰고 있고, 감염되지 않도록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습니다."]

음식을 공양하는 사람들도 스님들의 이런 모습이 낮설지만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선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농눗/불교 신자 : "스님들 모두 마스크를 쓰시는데 잘하시는 것 같아요. 안전이 최우선이니까요. 당분간은 이렇게 해야겠지만 참고 견뎌야죠."]

사찰 주변 주택가와 노점상 거리, 재래시장까지 2시간 정도 각자에게 맡겨진 구역을 돕니다.

사찰 인근의 한 재래시장입니다. 태국은 코로나19로 인한 비상사태가 선포된 이후 많은 상점들이 문을 닫아서 탁발 공양을 드리는 상인들도 많이 줄었습니다.

하지만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공양을 하는 신도들의 간절함은 더욱 커졌습니다.

때문에 음식을 공양받은 뒤 하는 축복 기도에는 코로나 19 극복을 위한 기원이 꼭 들어갑니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날 때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고, 모든 것으로부터 안전하게 잘 지내시길 기원합니다."]

탁발을 마치고 사찰로 돌아와 아침 식사를 하는 시간.

공양받은 음식을 나누며 함께 모여서 하던 식사는 당분간 불가능합니다.

개별적으로 '혼밥'을 하거나 기껏해야 두 명이 거리를 두고 앉아 먹습니다.

[아티까모/왓탓통 사찰 스님 : "탁발 음식을 받아 오면 각자 자기 방으로 가서 먹습니다. (함께 모이는) 일상적인 일과도 많이 취소됐습니다."]

식사 후 경내 스님들이 모두 모여 하던 불경 강론이나 독송 시간도 달라졌습니다.

스님 몇명만 모이고 나머지는 각자 방에서 불경을 읽습니다.

본당에 모인 스님들도 마스크를 쓰거나 띄엄띄엄 자리를 잡았습니다.

오전 명상 시간에도 거리두기는 필수입니다.

[타사왕수/왓짝뎅 사찰 스님 : "전에는 스님들이 손바닥 하나 정도 거리로 붙어 앉았죠. 서로 닿을수 있을 정도 였는데 지금은 멀리 떨어져 앉습니다."]

정식 승려가 되기 전, 예비 스님들을 가르치는 부설 승려 학교는 더 철저합니다.

학생들 모두 마스크에 안면보호대까지 끼고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테파리얏모리/모린옥까야람 사찰 주지 스님 : "안면보호대를 사용하면 말을 할 때 침과 점액이 공기 중에 비말로 바뀌는 것을 막을 수 있으니까 매우 유용한 보조 수단입니다."]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취약계층이 늘면서 스님들도 이들을 돕는데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습니다.

이 사찰에서는 끼니를 굶는 사람들을 위해 무료 점심식사를 제공하는데, 매일 스님 10명 정도씩 참여해 식사 준비를 합니다.

오늘 메뉴는 쌀국수 3백인분. 미리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쁘라싯/오토바이 택시 기사 :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업보가 수고해주신 모든 사람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태국에서 코로나 19로 비상사태가 선포된 지 한 달여.

태국의 스님들도 코로나 19 때문에 처음 경험해 보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방콕에서 유석조입니다.

▶ ‘ 코로나19 확산 우려’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코로나19 태국-일상 바뀐 스님들
    • 입력 2020-05-02 22:30:58
    • 수정2020-05-02 22:38:36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이번에는 동남아시아의 상황을 알아보겠습니다.

태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은 코로나 19에 대해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었는데요.

방콕 유석조 특파원 연결합니다.

지금 유럽 등 일부 국가들은 단계적인 코로나 19 봉쇄 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지금 동남아 상황은 어떤가요?

[기자]

동남아에서 상황이 가장 진정되고 있는 곳은 베트남입니다.

베트남은 지난 28일 공식적으로 코로나19 퇴치 성공을 선언했습니다.

지난달 16일 이후 지역사회 감염자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에따라 베트남은 경제회생 모드로 단계적으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최근 하루 신규확진자수가 열 명 안팎으로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태국도 내일(3일)부터 식당과 이발소 등 폐쇄됐던 일부 업종의 제한조치를 완화했고, 말레이시아도 월요일부터 봉쇄령의 상당부분을 완화합니다.

[앵커]

우리나라는 지난달 30일이 부처님 오신날었죠.

불교 국가인 태국에서는 코로나 19가 사찰과 스님들의 삶을 많이 바꾸어 놓았다구요?

[기자]

태국은 오는 6일을 부처님 오신날로 지키고 있는데요.

인구의 90% 이상이 불교를 믿는 불교 국가이다보니 일상의 삶이 불교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습니다.

코로나19는 태국 승려들의 삶도 바꾸어 놓았는데요. 그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태국 방콕에 있는 한 불교 사찰.

이른 새벽부터 스님들이 두 세 명씩 짝을 지어 사찰을 나섭니다.

불교에서 무욕과 무소유를 실천하기 위해 마을로 나가 음식을 얻는 '탁발 공양'을 위해섭니다.

맨발에 음식 그릇인 발우를 든 것은 전과 같지만, 마스크를 끼고 안면 보호대까지 착용한 것은 코로나 사태 이후 달라진 스님들의 모습입니다.

[아티까모/왓탓통 사찰 스님 : "코로나19가 발생하고 나서는 저희들도 더 건강에 신경 쓰고 있고, 감염되지 않도록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습니다."]

음식을 공양하는 사람들도 스님들의 이런 모습이 낮설지만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선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농눗/불교 신자 : "스님들 모두 마스크를 쓰시는데 잘하시는 것 같아요. 안전이 최우선이니까요. 당분간은 이렇게 해야겠지만 참고 견뎌야죠."]

사찰 주변 주택가와 노점상 거리, 재래시장까지 2시간 정도 각자에게 맡겨진 구역을 돕니다.

사찰 인근의 한 재래시장입니다. 태국은 코로나19로 인한 비상사태가 선포된 이후 많은 상점들이 문을 닫아서 탁발 공양을 드리는 상인들도 많이 줄었습니다.

하지만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공양을 하는 신도들의 간절함은 더욱 커졌습니다.

때문에 음식을 공양받은 뒤 하는 축복 기도에는 코로나 19 극복을 위한 기원이 꼭 들어갑니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날 때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고, 모든 것으로부터 안전하게 잘 지내시길 기원합니다."]

탁발을 마치고 사찰로 돌아와 아침 식사를 하는 시간.

공양받은 음식을 나누며 함께 모여서 하던 식사는 당분간 불가능합니다.

개별적으로 '혼밥'을 하거나 기껏해야 두 명이 거리를 두고 앉아 먹습니다.

[아티까모/왓탓통 사찰 스님 : "탁발 음식을 받아 오면 각자 자기 방으로 가서 먹습니다. (함께 모이는) 일상적인 일과도 많이 취소됐습니다."]

식사 후 경내 스님들이 모두 모여 하던 불경 강론이나 독송 시간도 달라졌습니다.

스님 몇명만 모이고 나머지는 각자 방에서 불경을 읽습니다.

본당에 모인 스님들도 마스크를 쓰거나 띄엄띄엄 자리를 잡았습니다.

오전 명상 시간에도 거리두기는 필수입니다.

[타사왕수/왓짝뎅 사찰 스님 : "전에는 스님들이 손바닥 하나 정도 거리로 붙어 앉았죠. 서로 닿을수 있을 정도 였는데 지금은 멀리 떨어져 앉습니다."]

정식 승려가 되기 전, 예비 스님들을 가르치는 부설 승려 학교는 더 철저합니다.

학생들 모두 마스크에 안면보호대까지 끼고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테파리얏모리/모린옥까야람 사찰 주지 스님 : "안면보호대를 사용하면 말을 할 때 침과 점액이 공기 중에 비말로 바뀌는 것을 막을 수 있으니까 매우 유용한 보조 수단입니다."]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취약계층이 늘면서 스님들도 이들을 돕는데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습니다.

이 사찰에서는 끼니를 굶는 사람들을 위해 무료 점심식사를 제공하는데, 매일 스님 10명 정도씩 참여해 식사 준비를 합니다.

오늘 메뉴는 쌀국수 3백인분. 미리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쁘라싯/오토바이 택시 기사 :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업보가 수고해주신 모든 사람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태국에서 코로나 19로 비상사태가 선포된 지 한 달여.

태국의 스님들도 코로나 19 때문에 처음 경험해 보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방콕에서 유석조입니다.

▶ ‘ 코로나19 확산 우려’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