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없던 해남서 9일 새 53차례 ‘흔들’…대형 지진 전조?

입력 2020.05.04 (13:13) 수정 2020.05.04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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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3일) 전남 지역에 계신 분들은 흔들림에 깜짝 놀라셨죠. 평소 지진이 드문 곳에서 제법 큰 지진이 났습니다.
밤 10시 7분에 전남 해남에서 규모 3.1의 지진이 발생한 건데요. 이 정도 규모의 지진은 전국적으로 일 년에 수차례 발생하지만, 이번 지진은 몇 가지 특이한 점이 관측됐습니다.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정지한 차가 흔들리는 진도 3의 진동 관측

지진이 발생한 정확한 위치는 전남 해남군청에서 서북서쪽으로 21km 떨어진 산이면 부동리로 분석됐습니다. 진동은 물론 진앙이 위치한 해남 지역에서 가장 강했습니다.

어젯밤 규모 3.1 지진의 진도 정보. 해남 일대에는 건물 위층에 있는 사람이 진동을 느끼고 정지해 있는 차가 약간 흔들리는 정도인 진도 3의 진동이, 그 밖의 전남 지역에는 조용한 상태나 건물 위층에 있는 소수의 사람만 진동을 느끼는 진도 2의 진동이 감지됐다.어젯밤 규모 3.1 지진의 진도 정보. 해남 일대에는 건물 위층에 있는 사람이 진동을 느끼고 정지해 있는 차가 약간 흔들리는 정도인 진도 3의 진동이, 그 밖의 전남 지역에는 조용한 상태나 건물 위층에 있는 소수의 사람만 진동을 느끼는 진도 2의 진동이 감지됐다.

해남 부근에는 건물 위층에 있는 사람이 진동을 느끼고, 정지해 있는 차가 약간 흔들리는 정도인 진도 3의 진동이 감지됐는데요. 실제로 전남 지역 소방 관서와 기상청에 진동을 느꼈다는 제보가 잇따랐지만, 다행히 피해는 접수되지 않았습니다.

30년 넘게 지진 없던 곳에 9일 동안 53차례 지진 관측

그런데 이번 지진 전부터 해남 지역에는 심상치 않은 조짐이 있었습니다. 지난달 28일 규모 2.1의 지진이, 30일에는 규모 2.4, 이달 2일에는 규모 2.3의 지진이 잇따라 발생한 겁니다.

규모 2보다 작은 미소 지진까지 더하면 지난달 26일 규모 1.8의 지진부터 어젯밤 규모 3.1 지진까지 모두 39차례 발생했고, 이후에도 여진이 잇따라 오늘(4일) 오전 10시 기준으로 9일 동안 해남 지역에서만 53차례의 지진이 났습니다.

1978~2019년 한반도에서 발생한 규모별 진앙. 전남 해남 부근은 중부 내륙 지역과 함께 국내에서 지진이 가장 드문 지역이다.1978~2019년 한반도에서 발생한 규모별 진앙. 전남 해남 부근은 중부 내륙 지역과 함께 국내에서 지진이 가장 드문 지역이다.

지진이 자주 나는 지역이라면 이 정도의 빈도도 특이한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해남 지역은 지진 계기 관측을 시작한 1978년 이후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단 한 번도 발생하지 않은 곳입니다. 특히 이번 지진의 진앙 부근은 미소 지진을 합쳐도 단 한 번의 지진도 없었던 곳입니다.

숨은 활성 단층이 원인? 간척지가 원인?

그렇다면 이번 지진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기상청과 전문가들은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숨은 활성 단층입니다. 그동안 지하 깊은 곳에 숨어있던 활성 단층이 활동하며 지진이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 경우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보통 이렇게 오랫동안 잠잠하던 활성 단층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한 번에 큰 지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지진의 경우 규모 1대의 작은 지진부터 시작해 이후 점차 큰 지진이 잇따랐다"며 아직은 단정 짓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또 다른 가능성은 간척지입니다. 이번 지진의 특징은 모든 지진의 진앙이 한 곳에 밀집해 있는 '군집형 지진'이라는 점입니다. 이러한 지진은 지표에 간척지, 댐, 저수지 등을 건설할 때 질량이 증가해 압력을 가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해당 지역은 수년 전 바다를 메워 생겨난 간척지입니다.

그런데 이 역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우남철 기상청 지진전문분석관은 "이번 지진은 진원의 깊이가 21km로 매우 깊은 편이어서, 간척지로 인한 지표의 압력 변화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습니다.

어젯밤 일본 규슈 서쪽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6.0 지진의 진앙과 해남 지진 진앙과의 거리. 약 400km 정도 떨어져 있다. 자료 : 구글어스어젯밤 일본 규슈 서쪽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6.0 지진의 진앙과 해남 지진 진앙과의 거리. 약 400km 정도 떨어져 있다. 자료 : 구글어스

또 한 가지 의심 가는 부분은 규모 3.1 지진 발생 약 한 시간 전 일본 규슈 서쪽 해상에서 발생한 지진입니다. 어젯밤 8시 54분에 일본 규슈 가고시마 서쪽 179km 해역에서 규모 6.0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이 지진으로 해남을 비롯한 전남과 광주, 제주 지역에서 진동을 느꼈다는 제보가 접수됐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지진이 해남 지진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입장입니다. 두 지진의 진앙 사이의 거리가 400km 넘게 떨어져 있는데, 규모 6.0의 지진이 이 정도 거리의 지진에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대형 지진 발생 위험은?

지진 발생 지역 주민들에게 가장 궁금한 점은 '과연 이 지역에 더 큰 지진이 발생할 위험이 있는가'일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의 원인이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는 이상 예측은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만약 해당 지역에 실제로 활성 단층이 존재한다면, 그리고 그 단층의 규모가 크다면 얼마든 더 큰 지진이 일어날 위험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그러나 간척지 등의 영향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진원 깊이 등 이번 지진에 대한 정밀 분석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상청의 임시 지진 관측망 설치 예상 지역기상청의 임시 지진 관측망 설치 예상 지역

기상청은 오늘 오후 해당 지역에 4개의 실시간 이동식 관측소를 비롯한 임시 관측망을 설치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새로 설치된 관측망을 통해 이후 발생하는 지진이 관측되면 더욱 정밀한 분석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진의 예측은 현대 과학으로도 사실상 불가능한 영역입니다. 현시점에서 더 큰 지진의 발생 가능성을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은 혹시 모를 추가 지진에 대비해 지진 행동 요령을 숙지하는 등 차분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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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진 없던 해남서 9일 새 53차례 ‘흔들’…대형 지진 전조?
    • 입력 2020-05-04 13:13:26
    • 수정2020-05-04 13: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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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3일) 전남 지역에 계신 분들은 흔들림에 깜짝 놀라셨죠. 평소 지진이 드문 곳에서 제법 큰 지진이 났습니다.
밤 10시 7분에 전남 해남에서 규모 3.1의 지진이 발생한 건데요. 이 정도 규모의 지진은 전국적으로 일 년에 수차례 발생하지만, 이번 지진은 몇 가지 특이한 점이 관측됐습니다.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정지한 차가 흔들리는 진도 3의 진동 관측

지진이 발생한 정확한 위치는 전남 해남군청에서 서북서쪽으로 21km 떨어진 산이면 부동리로 분석됐습니다. 진동은 물론 진앙이 위치한 해남 지역에서 가장 강했습니다.

어젯밤 규모 3.1 지진의 진도 정보. 해남 일대에는 건물 위층에 있는 사람이 진동을 느끼고 정지해 있는 차가 약간 흔들리는 정도인 진도 3의 진동이, 그 밖의 전남 지역에는 조용한 상태나 건물 위층에 있는 소수의 사람만 진동을 느끼는 진도 2의 진동이 감지됐다.
해남 부근에는 건물 위층에 있는 사람이 진동을 느끼고, 정지해 있는 차가 약간 흔들리는 정도인 진도 3의 진동이 감지됐는데요. 실제로 전남 지역 소방 관서와 기상청에 진동을 느꼈다는 제보가 잇따랐지만, 다행히 피해는 접수되지 않았습니다.

30년 넘게 지진 없던 곳에 9일 동안 53차례 지진 관측

그런데 이번 지진 전부터 해남 지역에는 심상치 않은 조짐이 있었습니다. 지난달 28일 규모 2.1의 지진이, 30일에는 규모 2.4, 이달 2일에는 규모 2.3의 지진이 잇따라 발생한 겁니다.

규모 2보다 작은 미소 지진까지 더하면 지난달 26일 규모 1.8의 지진부터 어젯밤 규모 3.1 지진까지 모두 39차례 발생했고, 이후에도 여진이 잇따라 오늘(4일) 오전 10시 기준으로 9일 동안 해남 지역에서만 53차례의 지진이 났습니다.

1978~2019년 한반도에서 발생한 규모별 진앙. 전남 해남 부근은 중부 내륙 지역과 함께 국내에서 지진이 가장 드문 지역이다.
지진이 자주 나는 지역이라면 이 정도의 빈도도 특이한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해남 지역은 지진 계기 관측을 시작한 1978년 이후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단 한 번도 발생하지 않은 곳입니다. 특히 이번 지진의 진앙 부근은 미소 지진을 합쳐도 단 한 번의 지진도 없었던 곳입니다.

숨은 활성 단층이 원인? 간척지가 원인?

그렇다면 이번 지진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기상청과 전문가들은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숨은 활성 단층입니다. 그동안 지하 깊은 곳에 숨어있던 활성 단층이 활동하며 지진이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 경우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보통 이렇게 오랫동안 잠잠하던 활성 단층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한 번에 큰 지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지진의 경우 규모 1대의 작은 지진부터 시작해 이후 점차 큰 지진이 잇따랐다"며 아직은 단정 짓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또 다른 가능성은 간척지입니다. 이번 지진의 특징은 모든 지진의 진앙이 한 곳에 밀집해 있는 '군집형 지진'이라는 점입니다. 이러한 지진은 지표에 간척지, 댐, 저수지 등을 건설할 때 질량이 증가해 압력을 가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해당 지역은 수년 전 바다를 메워 생겨난 간척지입니다.

그런데 이 역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우남철 기상청 지진전문분석관은 "이번 지진은 진원의 깊이가 21km로 매우 깊은 편이어서, 간척지로 인한 지표의 압력 변화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습니다.

어젯밤 일본 규슈 서쪽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6.0 지진의 진앙과 해남 지진 진앙과의 거리. 약 400km 정도 떨어져 있다. 자료 : 구글어스
또 한 가지 의심 가는 부분은 규모 3.1 지진 발생 약 한 시간 전 일본 규슈 서쪽 해상에서 발생한 지진입니다. 어젯밤 8시 54분에 일본 규슈 가고시마 서쪽 179km 해역에서 규모 6.0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이 지진으로 해남을 비롯한 전남과 광주, 제주 지역에서 진동을 느꼈다는 제보가 접수됐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지진이 해남 지진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입장입니다. 두 지진의 진앙 사이의 거리가 400km 넘게 떨어져 있는데, 규모 6.0의 지진이 이 정도 거리의 지진에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대형 지진 발생 위험은?

지진 발생 지역 주민들에게 가장 궁금한 점은 '과연 이 지역에 더 큰 지진이 발생할 위험이 있는가'일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의 원인이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는 이상 예측은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만약 해당 지역에 실제로 활성 단층이 존재한다면, 그리고 그 단층의 규모가 크다면 얼마든 더 큰 지진이 일어날 위험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그러나 간척지 등의 영향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진원 깊이 등 이번 지진에 대한 정밀 분석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상청의 임시 지진 관측망 설치 예상 지역
기상청은 오늘 오후 해당 지역에 4개의 실시간 이동식 관측소를 비롯한 임시 관측망을 설치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새로 설치된 관측망을 통해 이후 발생하는 지진이 관측되면 더욱 정밀한 분석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진의 예측은 현대 과학으로도 사실상 불가능한 영역입니다. 현시점에서 더 큰 지진의 발생 가능성을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은 혹시 모를 추가 지진에 대비해 지진 행동 요령을 숙지하는 등 차분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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