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500명씩 생기는 ‘18살 어른’…‘진짜 어른’이 필요해요

입력 2020.05.05 (19:21) 수정 2020.05.05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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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동복지법상 '아동'은 만 18살 미만입니다.

그래서 아동양육시설 등에서 살던 '보호 대상 아동'들은 만 18살이 되면 본인이 거부하지 않을 경우 시설을 나오게 됩니다.

지난 3년 평균으로 한 해 약 2천5백 명이 이렇게 '18살 어른'이 돼 사회로 나왔습니다.

도와주는 부모·형제도 없는 이들의 홀로서기, 어려움이 많겠죠.

우리 사회가 해야 할 건 뭘까요.

민정희 기자가,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박가영/22/보호시설 퇴소자 : "저는 고등학교 졸업할 때 시설에서 나왔고요. 한 20년 정도 시설에 살았고요."]

[박가영/22/보호시설 퇴소자 : "처음에는 일단 너무, 너무 행복했어요. '내가 자유다' 이런 느낌이 제일 강했어요."]

하지만 이런 해방감은 정부지원금으로 받은 통장 잔고가 줄면서, 점점 불안감으로 바뀌었습니다.

[박가영/22/보호시설 퇴소자 : "자립정착금이라고 500만 원이랑 디딤씨앗통장이라고 있는데, 그거는 이제 각자 다르긴 한데 보통 한 1500(만 원) 정도 돼요."]

[박가영/22/보호시설 퇴소자 : "우선 제일 큰 거는 사기. 일단 돈 관리 이런 게 제일 시급한 거 같고요. 어른이 됐다, 이런 거 때문에 혼자 할 수 있을 거라는 그런 자신감…"]

홀로 고교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박지애 씨도 2017년, 시설을 나설 때의 기억이 또렷합니다.

[박지애/21/보호시설 퇴소자 : "한편으론 설렜는데 한편으론 또 걱정스러웠어요. '내가 잘 살 수 있을까', '나가서 잘 먹고 잘 지낼 수 있을까'."]

만 18살, 더 이상 아동이 아니어서 시설은 나왔는데, 아직은 민법상 미성년자….

본인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할 수도, 병원에 입원할 수도 없었습니다.

[박지애/21/보호시설 퇴소자 : "병원도 응급실을 자주 가는 상황인데, 보호자가 없어서 입원이 안 된 경우도 있고. 연락하려고 주소록을 뒤져보면 아무도 없어요. 연락할 사람들이."]

시설을 떠나는 만 18살 어른들은 한 해 평균 약 2천5백명이나 됩니다.

하지만 사회적 편견이 여전한 상태에서, 재정적 지원 만으론 이들이 온전히 '홀로서기'란 어렵습니다.

[김충헌/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커뮤니티 케어 센터 : "이 친구들은 시작이 다른 친구들일 뿐이지 특별한 아이들은 아니거든요. 특별히 동정심을 가질 필요도 없고. 물질적인 후원도 중요하지만 정서적인, 의지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어른들이 세상에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게 가장 중요하고, 이 친구들한테 가장 큰 도움이 돼요."]

KBS 뉴스 민정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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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년 2500명씩 생기는 ‘18살 어른’…‘진짜 어른’이 필요해요
    • 입력 2020-05-05 19:26:19
    • 수정2020-05-05 19:31:14
    뉴스 7
[앵커]

아동복지법상 '아동'은 만 18살 미만입니다.

그래서 아동양육시설 등에서 살던 '보호 대상 아동'들은 만 18살이 되면 본인이 거부하지 않을 경우 시설을 나오게 됩니다.

지난 3년 평균으로 한 해 약 2천5백 명이 이렇게 '18살 어른'이 돼 사회로 나왔습니다.

도와주는 부모·형제도 없는 이들의 홀로서기, 어려움이 많겠죠.

우리 사회가 해야 할 건 뭘까요.

민정희 기자가,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박가영/22/보호시설 퇴소자 : "저는 고등학교 졸업할 때 시설에서 나왔고요. 한 20년 정도 시설에 살았고요."]

[박가영/22/보호시설 퇴소자 : "처음에는 일단 너무, 너무 행복했어요. '내가 자유다' 이런 느낌이 제일 강했어요."]

하지만 이런 해방감은 정부지원금으로 받은 통장 잔고가 줄면서, 점점 불안감으로 바뀌었습니다.

[박가영/22/보호시설 퇴소자 : "자립정착금이라고 500만 원이랑 디딤씨앗통장이라고 있는데, 그거는 이제 각자 다르긴 한데 보통 한 1500(만 원) 정도 돼요."]

[박가영/22/보호시설 퇴소자 : "우선 제일 큰 거는 사기. 일단 돈 관리 이런 게 제일 시급한 거 같고요. 어른이 됐다, 이런 거 때문에 혼자 할 수 있을 거라는 그런 자신감…"]

홀로 고교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박지애 씨도 2017년, 시설을 나설 때의 기억이 또렷합니다.

[박지애/21/보호시설 퇴소자 : "한편으론 설렜는데 한편으론 또 걱정스러웠어요. '내가 잘 살 수 있을까', '나가서 잘 먹고 잘 지낼 수 있을까'."]

만 18살, 더 이상 아동이 아니어서 시설은 나왔는데, 아직은 민법상 미성년자….

본인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할 수도, 병원에 입원할 수도 없었습니다.

[박지애/21/보호시설 퇴소자 : "병원도 응급실을 자주 가는 상황인데, 보호자가 없어서 입원이 안 된 경우도 있고. 연락하려고 주소록을 뒤져보면 아무도 없어요. 연락할 사람들이."]

시설을 떠나는 만 18살 어른들은 한 해 평균 약 2천5백명이나 됩니다.

하지만 사회적 편견이 여전한 상태에서, 재정적 지원 만으론 이들이 온전히 '홀로서기'란 어렵습니다.

[김충헌/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커뮤니티 케어 센터 : "이 친구들은 시작이 다른 친구들일 뿐이지 특별한 아이들은 아니거든요. 특별히 동정심을 가질 필요도 없고. 물질적인 후원도 중요하지만 정서적인, 의지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어른들이 세상에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게 가장 중요하고, 이 친구들한테 가장 큰 도움이 돼요."]

KBS 뉴스 민정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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